제130화
130. 130화
“그래……. 어떤 대화를 했는가?”
“왜 다른 교관들과 같이 진입하지 않고 혼자 진입했는지, 그런 질문들만 하더라고요.”
“흠……. 내가 보기엔 경찰 쪽에서는 자네를 그 정체 모를 헌터와 공범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질문을 한 것 같네만.”
“네, 아무래도…….”
“하지만 우리는 자넬 믿네. 우리와 원한도 있는 것도 아닌데.”
“네, 감사합니다.”
성 교관과 다른 교관들은 진성을 믿고 있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진성이 한울기업 도련님이기도 하였고 아카데미와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원한 관계가 아니어도 아카데미를 공격할 순 있었으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휴게실에서 쉬는 동안 불쾌한 손님들이 휴게실을 찾아왔다. 바로 그건 아카데미를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는 경찰관들이었다.
“마침 이쪽에 다 몰려 있으셨네요. 성 교관님? 이 교관님, 그리고 박 교관님. 저희를 따라오시길 바랍니다.”
찾아온 경찰 중에 계급이 제일 높아 보이는 이가 세 명의 교관에게 조사할 게 있다며 따라오라고 했고, 성 교관은 진성에게 이따가 얘기하자며, 그들을 순순히 따라갔다. 다른 보조 교관인 이 교관과 친구인 성현 또한 군말 없이 그들을 따라갔다.
휴게실에 남아 있던 다른 교관들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 채 경찰에 대한 뒷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완전 경찰들 놀이터군!”
“저 건방진 경찰들, 빨리 돌아가 버렸으면…….”
“자기들이 우위에 있는 줄 아나 보군……. 어차피 조사해 봤자 협력자는 나오지 않을 텐데.”
이곳 교관들은 같은 아카데미 교관들. 즉, 동료를 믿는 유대가 강하다. 그렇기에 절대로 그 제이콥과 협력관계에 있는 교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아카데미의 교관으로 뽑히려면 추천제도 있지만 대부분 시험과 인성 테스트를 거친다. 따라서 문제 있는 사람은 절대로 뽑히지 않는 것이다.
아카데미 학생들도 다 20살 초반부터 뽑는 터라 대학교나 마찬가지로 보면 되었다.
“아아, 1교시가 벌써 끝나가는군……. 돌아가야겠네.”
“차 교관~ 이따가 저녁에 술 한잔 어때?”
“좋지.”
다른 교관들은 슬슬 1교시가 끝나 가자 각자 자신의 반으로 돌아갈 준비 등을 하고 있었다.
비록 자습 시간이라고 하지만 2교시 때는 반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관들이 농땡이 피울 수 있는 시간은 1교시와 마지막 교시였다.
“나도 슬슬 돌아가야지…….”
진성도 휴게실에서 나와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휴게실에서 자신의 반까지 거리는 세 개의 반을 지나가면 되는 거리였기에 천천히 걸어갔다.
반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여기 담당하는 교관 어딨어! 빨리 나와!’라고 윽박지르는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지?”
진성의 반에서 그런 큰 고함이 들리자 옆 반의 차 교관이 나와 진성에게 말했다.
“이보게, 강 교관. 자네 반에 이상한 사람이 온 것 같은데 빨리 내쫓아 버리게. 가끔 저런 진상들이 찾아오거든.”
“아? 그런가요…….”
“아마 기자 아니면 그냥 술에 취한 외부인일걸세……. 혹시 쫓아내다가 문제 생기면 나한테 말하고.”
“네, 감사합니다. 차 교관님.”
진성은 차 교관을 뒤로한 채 자신의 반으로 들어왔다.
그 낯선 이는 ‘당신이 이 반을 책임지는 교관이야?’라고 반말을 했다. 진성은 기분 나빴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네, 그런데요? 실례지만 누구시죠?’라고 대답했다.
주진우 학생의 아버지 되는 사람이라고…….
“주진우?”
진성은 어디서 많이 들어온 이름이어서 생각을 더듬어 보니 결석한 재벌가 도련님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주진우 학생의 아버지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당신이 그 강 교관이라는 사람이지?”
“네.”
“잠깐 나와 봐!!”
아까부터 반말을 쓰는 게 거슬려 입을 열었다.
“주진우 학생의 아버지라는 건 잘 알겠는데 반말 쓰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뭐라고?! 이놈의 자식이!”
주진우 학생의 아버지로 보이는 자는 정말 예의와 매너가 없어 보였다.
이런 사람이 재벌이라니…….
일단 그가 원하는 대로 해야겠다.
“지금 나만 온 게 아니니까……. 순순히 나오는 게 좋을걸? 교관 나부랭이!”
강진성은 한숨을 푹 쉬며, 일단 그 주진우 아버지의 뒤를 따라 반에서 나왔다.
반에 있던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주진우의 아버지는 사회에서도 나름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래도 강 교관이 위험에 처할 것 같아, 한 학생이 바로 옆 반의 교관에게 알렸다.
“어디까지 가시는 거죠?”
“거의 다 왔으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별관을 지나서 별관 뒤의 직원 주차장까지 왔는데 거기에는 대머리가 된 재벌 도련님 일곱 명과 호위하는 헌터들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나 형제들이 잔뜩 성이 난 채 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왔다.!”
“저, 저놈이 내 아들을 대머리로 만든 자인가?!”
“몹쓸 녀석이군!”
진성이 오자마자 그들은 하나같이 욕을 하거나 자기 아들 머리를 원래대로 되돌려 달라고 소리쳤다.
이 주차장에는 도련님 일곱 명, 호위하는 헌터들을 포함해 약 50여 명이 있어 아주 북적거렸다.
그 학부형 중 험상궂게 생긴 한 학부형이 진성에게 말했다.
“좋은 말할 때 내 아들놈의 머리를 되돌려 준다면 위해는 가하지 않겠다. 그러니 지금 방법을 써서 원래대로 만들어라.”
“왜 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건 증거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학부형은 진성에게 그 증거 영상을 보여 주었다. CCTV 영상인데 좀 더 자세하게 진성이 뭔가를 뿌리는 장면이 딱 찍힌 것이다.
진성은 ‘어이쿠, 들켜버렸네!’라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학부형들은 머리끝까지 열이 받은 것이다.
“지금 이게 장난으로 보이는 건가?”
“아주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말이야!”
“내 동생 머리나 돌려 놔! 이 교관 나부랭이 녀석!”
그들의 아버지나 형들이 이렇게 몰려와 진성 한 명을 압박하고 있었다. 진성은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그들은 그 모습에 더더욱 열을 받아 했고, 결석한 그 도련님들도 진성에게 욕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돌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정말 시끄럽네…….”
진성은 중얼거렸다. 진성이 말하는 걸 들은 몇 명은 더 뭐라 했다.
“뭐라고? 시끄럽다고!!”
“미친 게 아닌가?”
그들을 호위하는 헌터들은 자신의 고용주 명령이 떨어지면 아카데미 교관을 다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차피 들킨 이상……. 제가 한 게 맞습니다. 그리고 저 어린 친구들은 그동안 이 아카데미에서 다른 이들을 괴롭히거나 금품을 갈취했으며 교관들 뒷이야기도 했죠. 그러니 제가 저 건방진 녀석들한테 저주를 건 겁니다.”
“뭐야?!”
“감히 내 귀한 아들한테…….”
“그런데 이렇게까지 찾아와서 저한테 협박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진성이 인벤을 뒤져보다 탈모화 약은 충분히 많았다. 이곳에 있는 저 재벌가 도련님들 학부형들한테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즐거운 상상이…….
“그 저주나 풀라고!”
“마지막 경고다! 지금 당장 풀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리겠다!”
“그렇게 해 보시든가요…….”
진성은 고용주를 모시는 헌터들은 죄가 없으니 그들만 피해서 고용주인 그들에게 모두 탈모화 약을 뿌렸다. 머리에 안 뿌려도 효과는 나오니 손이나 다리 등에 뿌린 것이다.
“앗 차가워!”
“뭐, 뭐 한 거지?”
학부형들은 이게 공격인지 아닌지 몰라서 자신을 호위하는 헌터들에게 진성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저번에 당했던 도련님들은 공격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어, 어라? 내 머리가…….”
한 학생의 친형은 머리털이 그 자리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빠지고 있는 걸 알았다. 다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3분이 지나자 호위하는 헌터들을 제외하고 다들 대머리가 된 것이다.
“으헝헝헝헝, 내 머리!!”
“야, 이 나쁜 놈아! 내 머리 돌려줘!”
“잔인한 놈.”
한순간에 대머리가 된 이들은 울부짖었다. 호위하는 헌터들은 푸우웁 하고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웃자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고 분노하던 한 고용주가 화를 냈다.
“잘리고 싶은 겐가?!”
“아……. 죄송합니다.”
호위 헌터들은 모두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으나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었다.
“빨리 저 녀석을 공격해!!”
한 고용주가 외치자 호위 헌터들이 움직였다. 진성을 공격하려고 말이다.
진성은 인벤에서 삽을 꺼내 공격에 대비하였다.
“자, 여기까지 하시죠.”
진성과 그들 사이에 등장한 새로운 세력이 그들을 말렸다.
“넌 뭐야?!”
“왜 우리를 방해하는 거지?”
학부형들이 아우성쳤으나 그는 대답했다.
“저는 한울기업 강재환 회장님을 모시는 김재호 비서실장이라고 합니다. 이쯤에서 그만두시지 않겠습니까? 저희 도련님에게 무례함을 보이고 있군요. 당신들은……. 그리고 재벌가분들은 할 일도 없으십니까?”
“하, 한울기업!”
“허억!”
그들은 한울기업이라는 말을 듣자 행동을 멈추고 몸을 떨었다. 재벌가 도련님들 또한 오들오들 떨었다.
잠시만, 한울기업 도련님이라고? 설마…….
강 교관을 쳐다본 한 학부형은 바로 여기에 있는 강 교관이라는 사람이 한울기업 강 회장님의 손자라는 것을 지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강진성에게 사죄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태세 전환이 된 것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이들인데…….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김재호 비서실장이 진성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와는 첫 만남이었다. 비서실장은 파견을 자주 다니다 보니 진성을 만나기가 매우 힘들었다.
“아……. 네.”
“아무래도 회장님께서 도련님이 걱정되셨는지 저희를 보내셔서 상황을 살피라고 하셨습니다. 도움도 주라고 하셨죠.”
“괜찮아요.”
“제가 보기에도 도련님은 괜찮아 보이는군요. 아! 그리고 이제 앞으로 경찰들도 도련님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네?”
“저희가 다 처리했습니다.”
저 김재환 비서실장이 뭘 처리했는지 몰라도 뭔가 섬뜩하였다. 저 비서실장도 헌터였는데 실력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최소 A랭크 같은데…….
“저,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대머리가 된 이들이 말하자 김재환 비서실장은 그들에게 말했다.
“뭐 이리 급하게 가십니까?”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비서실장을 따라왔던 헌터들이 그들을 체포하듯이 어디론가 끌고 가 버렸다.
그들은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저 인성 교육만 하는 거니까요.”
미소를 짓고 있는 김재환 비서실장이었다.
진성은 그를 이번에 처음 보는 거지만 오싹함을 느꼈다. 뭔가 오한이 드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나?
“혹시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으십니까? 도련님.”
“아뇨……. 괜찮아요.”
“요즘 도련님을 모시는 성 비서는 잘하고 있습니까? 제 직속 후배 녀석이긴 한데…….”
“네. 뭔가를 많이 하더라고요.”
“흠……. 다행입니다. 만약 농땡이 피우고 있으면 인성 교육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아무튼, 마무리는 저희가 처리하겠으니 도련님은 아카데미 교관 일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아……. 네.”
김재환 비서실장은 진성의 곁을 떠났고 진성은 멍하니 그가 돌아가는 걸 쳐다보고 있었다.
“아……. 나도 돌아가야겠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의 본분이 생각나 얼른 반으로 돌아갔다.
“이제 도련님도 가셨겠다……. 이 몹쓸 분들은 재교육에 들어가야겠습니다.”
김재환 비서실장은 진성이 떠나고 다른 장소에서 그 사람들을 데려왔고 그들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대어 마치 고문을 하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가 그들의 머리에 손을 대자 그들은 끅 끅 거리면서 괴로워하다가 기절해 버린 것이다.
“도련님의 앞길을 방해하는 자는 제가 모두 재교육을 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잠깐까지 깨어 있던 주진우는 공포심에 바들바들 떨었다. 저 비서실장의 이름은 몰랐지만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공포의 대명사라고 불리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건방지거나 갑질하는 이가 있으면 이 비서실장에게 재교육을 당해 아주 딴사람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