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124. 124화
성현이의 반이 훈련용 던전에 들어간 지 약 20분이 되었을까? 그 훈련용 던전에서 몇몇 학생이 급하게 뛰쳐나왔다.
던전 주변 휴게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교관들이나 학생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뛰쳐나온 학생들의 몰골은 마치 큰 전투를 하고 간신히 빠져나온 느낌이었다.
다들 상처투성이였다. E급 던전인데 E급을 웃도는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다쳐서 나온다? 이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허억허억……. 강 교관님! 도와주세요! 지금 저희 반이…….”
그 빠져나온 학생 중 반장인 이강일 학생은 휴게실에 있는 강진성에게 달려와서 소식을 전했다.
지금 E급 던전에서 알 수 없는 헌터가 나타나서 아카데미 학생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뭐라고?!”
“이거 큰일 아닙니까? 강 교관.”
“학장님께 알려야 할 것 같은데.”
강진성을 비롯한 다른 교관들도 약간 공황 상태였다. 대체 그들이 누구길래 아카데미 학생들을 공격하는 것이며, 무슨 사유로 이 던전에 와서 깽판을 치는 지 말이다.
“일단……. 학장님께 알리세요!”
“강 교관 혹시 들어가려고 하는 건가요?”
“네……. 저의 반이기도 하니까요.”
“안 됩니다. 강 교관!! 혼자서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다른 교관들은 강진성에게 위험하다고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고 있었다. 학장님께 긴급 호출을 넣어서 헌터 팀을 호출해서 그들과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성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이다.
“그들이 편성되고 들어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10분? 20분?”
“대략 40분쯤 걸립니다. 강 교관.”
“그 40분 만에 던전에 있는 학생 중 몇 명이나 죽을지 모릅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적들을 막고 있을 테니 지원팀을 데리고 오시든지 알아서 해주세요.”
진성은 다른 교관들을 뿌리치고 훈련용 던전으로 입장하였다.
진성이 던전으로 입장하자 몇 명의 교관들은 ‘아무래도 우리도 들어가야겠어……. 저 B랭크 헌터인 강 교관조차 학생들을 구하겠다고 들어가는데 우리 A랭크 교관들이 가만히 있으면 쓰나?’라고 말하며 자신의 무기를 챙겼다.
다른 B랭크 교관은 학장님에게 연락을 급히 취했고 던전 습격 사건은 여기저기 알려졌다.
여의도 공원에서는 산책 나온 시민과 일반 헌터들도 있었기에 이 상황이 SNS로 퍼져나가고 있었고, 다들 아카데미 학생들을 습격한 무리에 관해서 이야기하거나 학생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진성은 던전에 혼자 입장하였다. 던전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었기에…….
“들어오는 건 처음인데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네…….”
진성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을 하자 시스템이 진성에게 도움을 주었다.
-강진성 님. 내비게이터를 켜 주세요.
“엥? 시스템, 네가 나 도와주려고?”
-네, 그렇습니다. 진성 님. 일반 사건이라면 도와주지 않겠습니다만, 이 사건은 아무래도 군주와 관련된 사건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진성은 시스템의 말대로 내비게이터를 켜자 던전 내부의 지도가 나왔다. 물론 안 보이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보였다.
“이제 어떻게 하면 돼?”
-지금 지도에 밝혀진 부분은 아까 입장한 학생들의 시야 토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붉은색 점들은 학생들이며, 정체불명의 적들은 검은색 점으로 나올 것입니다.
“일단 내비를 확인해 봐야겠어.”
진성은 내비게이터를 들여다보자 여기서 약 20분 이상 거리에서 붉은색 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검은색 점이 100명……. 아니, 300명은 넘어 보였다.
“적들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
-아마 적 중에 몬스터 소환사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몬스터 소환사라니? 그런 직업도 있었나?”
-파멸의 군주 부하만 가지고 있는 직업으로 사료됩니다.
“그럼 이 많은 점이 다 몬스터라고?”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진성 님.
검은색 점이 500개는 넘었는데 그중 일부 군주 부하 빼놓고 다 몬스터라니…….
그런데 그들은 왜 아카데미 학생들을 습격하는 걸까? 그리고 학생들 실종 사건 역시 군주의 소행일까?
-일단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생들부터 구하십시오. 진성 님.
“그래……. 알았어!”
진성은 빠르게 내비를 확인하면서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붉은색 점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약 스무 명의 학생들을 던전 밖으로 내보냈고, 계속해서 구조활동을 했다. 아직까진 적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구출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성 교관과 보조인 이 교관 그리고 자신의 친구인 박 교관이 정체불명의 집단 헌터와 싸우고 자신들을 간신히 대피시킨 거라고 한다.
“빨리 구출하고 그들을 도와줘야겠어!”
계속해서 구조활동을 하자 주변 붉은색 점들이 점차 줄어들었다.
자신이 구한 학생들도 많았지만 몇 명은 적들에게 죽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 마음이 들어 진성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면서 숨어 있거나 몬스터들에게 포위되어 있는 학생들을 구해냈다.
약 15분간을 더 돌아다녔을까? 어느새 자신이 구한 학생들의 수만 60명을 넘었다.
“이제……. 붉은색 점은 몇 명이나 남았지?”
-아직 31명 남았으니 분발해 주십시오. 진성 님.
“많이 남았구나…….”
진성은 힘내서 던전을 돌아다녔다. 던전에 오래 있을수록 체력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일단 진성은 던전이 처음이었고, 던전에 오래 있을수록 체력이 소모한다는 기본적인 정보를 몰랐기에 기분이 이상할 뿐이었다.
체력이 일반 헌터에 비해 3배로 많다 보니 체력이 감소해도 그저 기분만 이상할 뿐 크게 지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엔 어디가 가깝지?”
내비를 보니 검은색 점들에 포위당해 있는 학생 17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하고 있는 건가? 빨리 구하러 가야겠다.”
진성은 포위당해서 못 나오는 그곳을 향해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그쪽으로 빠르게 달려가서 보니 협곡에 갇힌 학생들의 무리가 보였다. 그리고 협곡을 가득 메우고 포위하는 오크와 고블린 몬스터만 300마리에 달하였다.
학생들 무리에는 그 사고뭉치 재벌가 도련님들도 같이 있었다. 그들은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앞에 다른 학생들을 자신의 방패막이로 삼고 있던 것이다.
“고약하네! 역시 재벌가 도련님들…….”
다른 학생들을 자신의 방패로 삼다니 진짜 글러 먹은 녀석들이었다.
멀리서 살펴보니 다친 학생들도 꽤 되었다. 부상자가 좀 많다고 해야 하나.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무서워도 무기를 들고 노려보는 오크들과 고블린에게 둘러싸여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17명 중 재벌가 도련님 6명을 빼고 부상자는 4명 정도였다. 즉 6명 정도가 자신의 방패를 들고 간신히 버티는 것이다. 300마리에게 포위당한 상태에서 30분 이상을 버티고 있는 셈이다. 대단한 학생들이었다.
“내가 구해 주는 수밖에 없네…….”
몬스터들이 죄다 학생들에게 시선이 몰려 있는 상황이라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자 이때가 기회인 것 같아 인벤에서 드워프 하멜이 강화해 준 삽을 꺼내 몬스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학생들을 구해 전부 입구 쪽으로 보낼 셈이었다.
“빠르게 처리하고 성현이에게 가야 해!”
진성은 삽을 꽉 쥐고 포위하는 몬스터들에게 달려 나갔다.
몬스터들은 진성의 발소리도 듣지 못하고 크르르 거리면서 학생들만 노려보고 있었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몬스터가 진성의 삽에 맞고 저 멀리 날아가 버리자 몬스터들은 ‘뭐지?’라는 표정으로 날아간 동료를 한 번 쳐다보았다. 몇 번의 깡! 소리가 이어지고, 몬스터들은 사방으로 날아가 버렸다.
몬스터들의 진형이 흐트러졌고 진성은 몬스터의 시선을 자신에게 최대한 쏠리게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외쳤다.
“도망쳐!!”
그 말을 들은 일부 학생들은 부상자들을 부축하고 진성이 만들어 준 길을 따라 입구로 향했다. 재벌가 도련님들인 그들도 허겁지겁 이 장소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일부 도련님들은 진성의 모습을 보며 하는 말이…….
“우리를 위한 제물이 왔구나!”
“잘됐다. 저 교관 놈. 죽어 버렸으면!”
“어차피 저 한 명쯤 죽어도 상관없겠지.”
라는 반응들을 보여 주고 있었다. 자신들을 구해 준 진성을 저주하거나 조롱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의 모습에 아까 그들을 지키면서 서 있던 일부 학생들은 재벌가 도련님들을 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구해 준 강 교관을 보며 교관님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해? 빨리 빠져나가지 않고!”
“그래. 빨리 가자고.”
철부지 재벌가 도련님들은 앞에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 * *
“크윽……. 역시 많네.”
-진성 님. 그 학생들은 무사히 빠져나갔습니다. 이제 안심하시고 전력으로 싸워주세요.
“그래? 빠져나갔다고? 다행이네……. 이제 전력으로 이 녀석들 처치한다!”
진성은 아까까지만 해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힘 일부로만 싸우고 있었는데 그들이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소리에 자신의 힘 절반 이상을 끌어 올렸고 무지막지하게 몬스터들을 때려잡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진성의 기세가 바뀌자 몬스터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고작 인간 한 명이 300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무쌍을 펼치며 모두 때려눕혔기 때문이다.
“겨우 이 정도냐? 학생들을 습격할 때는 기세등등했으면서! 나한테는 고작 이 정도야?”
남아 있는 몬스터들은 그 말에 더욱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떨면서 진성을 쉽게 공격하지 못했다.
“너희가 안 들어오면 내가 들어간다!”
삽으로 무쌍을 펼치며 남아 있는 몬스터들조차 쓸어 버렸다.
“후우……. 끝났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지 5분도 안 돼서 진성은 남은 몬스터 200마리를 모두 쓰러뜨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진성 님.
“이제 남은 건 한 곳뿐이겠네…….”
-네, 그렇습니다. 교관들과 같이 한 장소에 포위되어 있는 남은 학생들만 구하면 됩니다. 강진성 님.
“그런데 아까 재벌가 그 녀석들은 나한테 저주 퍼붓고 나가지 않았어?”
-네, 맞습니다. 강진성 님.
“진짜 못됐네……. 저 녀석들 내가 이따가 이거 해결하고 나가는 순간 모두 대머리로 만들어 버려야겠어.”
진성은 인벤에 손을 넣어 어떤 약병을 만지작거리면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재벌가 도련님들이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면 그나마 봐주려고 했는데 자신에게 조롱하고 저주까지? 아무래도 그들에게 중요한 한 곳을 날려야겠다는 생각에 인벤에 있던 탈모화 약을 만지며 소중한 머리카락이 몽땅 빠지고 나서 후회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일단 그건 나중의 일이고……. 가야지. 빨리. 내가 이러는 와중에도 성현은 간신히 버티고 있을 거야.”
진성은 이 자리에서 급히 벗어났고 북쪽을 향해 빠르게 올라갔다.
그곳에 붉은색 점들과 그들을 포위하는 몬스터가 500마리가량 있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교관 일이 이렇게 빡세다니!!
진성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느새 그 현장에 도착하였다. 현장은 처참했다.
포위되어 있는 교관들 주변에는 몬스터들이 엄청 많이 쓰러져 있었고 학생 다섯 명이 피를 많이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쓰러진 학생들 복장을 보니 아무래도 성 교관님의 반 학생들이었던 것 같다.
상급생이라는 건데……. 자신의 맡은 반의 학생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목숨은 소중했다.
“다섯 명의 학생이 죽었구나. 내가 좀 더 빨리 왔더라면.”
자신이 좀 더 빨리 왔더라면 그 학생들은 살 수 있을지 몰랐다.
몬스터 무리를 보니 오크, 고블린, 트롤이 있었고, 그들 무리의 중앙에 헌터로 보이는 자가 한 명 보였다.
그리고 그를 보는 순간 시스템의 알림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