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화
122. 122화
진성은 시스템과 대화를 나눈 후, 내일 아카데미 출근을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진성은 자꾸 시스템이 자신을 정신없게 만들려고 하니 조금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이것도 일종의 퀘스트 같으니 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내일 아카데미 출근이라……. 임시라고 했는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아카데미 교관 일은 친구인 성현이가 그다지 귀찮은 게 아니라고 설명해 줬지만 진성은 시작하기도 전에 귀찮아지고 있었다.
아카데미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조그마한 일이라고 하게 될 건데 자신은 아카데미에 대해선 아는 게 없으니 그게 문제였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친구 성현이와 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가서 성현이가 해야 할 일을 설명을 해 줄 것이나 제발 큰일은 아니길 바랐다.
“일단 밥이나 먹고 자야겠다.”
집에 오자마자 아카데미 일을 생각하던 진성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서 밥을 먹고 씻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아카데미가 신경 쓰여서 폰으로 아카데미 교관 일이 구체적으로 뭐 하는 건지 검색을 하기 시작하였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라고는 알고 있는데 농부 헌터인 자신이 E급이나 F급 농부 헌터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설마 진짜 가르치는 일을 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자신이 농부 헌터 B랭크라고 하지만 자신은 전문으로 배운 것도 아니었고 세계수의 버프 도움을 받아서 엄청 편하게 작물을 키웠기에 딱히 학생들을 가르칠 만한 게 없던 것이다. 조금 양심에 찔릴 뿐.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내일 가서 교관 일 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잠이나 자자 복잡한 일은 내일 가서 생각하자!
진성은 잠을 일찍 청했다.
어차피 아카데미 일도 전혀 모르고 지금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 봤자다.
8시까지 오면 된다고 했으니 알람을 오전 7시에 맞춰 두었고, 출근은 텔포를 탈 생각이었다. 텔포 비용이 나름 비싸긴 하지만 돈이 많은 진성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 * *
다음 날.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알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진성은 뒤척거리면서 ‘5분만…….’이라고 말하며 일어날 생각이 없었지만, 아카데미에 출근해야 하는 것이 떠올랐다.
“아차……. 이러면 안 되지……. 오늘 첫 출근인데 그래도.”
첫날부터 지각할 순 없기에 진성은 귀찮지만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고 간편하게 갖춰 입고는 텔포 탈 준비를 하였다.
“위치가……. 서울 어디더라?”
진성은 폰으로 아카데미 위치를 검색하였고 텔포 기계에 여의도를 도착지로 찍자 편도 요금이 1만 원가량 나왔다.
“조금 비싸긴 하네…….”
진성은 텔포를 타고 정확히 오전 7시 20분에 여의도에 도착하였다. 정확히 말하면 여의도역이었는데 아카데미는 여의도역 근처에 있다.
도착한 아카데미는 여전히 웅장했다.
이게 아카데미 건물이라니. 아무리 봐도 크잖아?
아카데미 건물 입구에 접근하니 건물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가 진성에게 말을 건넸다.
“아카데미 방문자이십니까?”
“아……. 그게 오늘 일하게 된 사람인데요.”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강진성입니다.”
“네, 잠시만요.”
경비는 경비실로 들어가 확인해 보았고 오늘 일하기로 한 아카데미 교관으로 등록돼 있자 경비는 허겁지겁 나와서 ‘확인되었습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교관님.’이라고 말했다.
“아……. 네.”
진성은 얼떨떨했다. 아카데미 교관은 진성처럼 추천제로도 일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그럼에도 교관은 아무나 선정되는 건 아니다.
나름 최소 B랭크 이상이 되어야 하며, 추천을 받았다고 해도 아카데미에서 다 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강진성을 아카데미 교관으로 추천하였고 진성을 조사하던 아카데미 관련자들은 B랭크로 올라온 지 1년도 안 된 천재성을 보이는 진성을 교관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거기에 한울기업의 도련님이 아닌가? 안 그래도 이 아카데미에는 한울기업 소속이나 지원을 받는 교관들도 꽤 많았기에 진성을 받는 것에 흔쾌히 수락한 것이다.
진성은 그런 줄도 모르고 ‘친구를 잘 둬서 교관 일도 해 보는구나.’ 생각하며 아카데미를 들어오고 있었다.
“아카데미는 두 번째로 오는 건데 여전히 크고 웅장하네.”
“그렇지?”
진성의 혼잣말에 누군가 대답하였는데 진성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보니 박성현이었다.
“어? 성현아.”
“그래. 다행히 헤매지 않고 잘 도착했나 보네.”
“내가 애냐?”
“아니. 너 길치잖아.”
“덕분에 교관 일도 해 보네. 내가…….”
“그래. 임시이긴 한데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어. 어차피 자리가 급해서 뽑은 거라. 하지만 그래도 네가 최소 한 달은 일해 줬으면 해서.”
“한 달이라……. 알았어. 그 정도는 해 주지. 뭐.”
“그럼 일단 나 따라올래? 아카데미 학장님하고 다 소개해 줘야 하니까.”
“알았어.”
친구인 박성현이가 앞장을 섰고 진성은 졸졸 따라갔다. 학장실로 가는 동안 아카데미 학생들과 꽤 마주쳤는데 성현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너 아카데미에서 인기 많나 보네?”
“나? 내가 바로 A랭크 정령사 아니냐. 흐흐.”
“아, A랭크였지 참…….”
“진성아, 너무한 거 아니냐 나 B랭크 벗어난 지 좀 됐잖아.”
“아, 미안.”
친구인 성현이가 B랭크에 엄청 오래 머물러 있던 터라 진성은 성현이 A랭크가 된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미 그때 사건 이후로 성현이가 A랭크로 올라갔음에도 B랭크로 인식이 되어 있는 터라…….
진성과 성현은 대화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학장실까지 온 것이다.
“자 여기가 학장실이야. 아마 학장님과 다른 교수님들 그리고 일부 교관들까지 있을 거야.”
“그, 그래.”
진성은 조금 긴장한 듯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래도 아카데미 일은 처음이니 떨리는 것이다.
그런 진성을 보고 성현이는 ‘에이, 떨지 마! 다 좋은 분들이거든.’이라고 말하면서 진성이 더 긴장하기 전에 들어가야겠다며 문을 벌컥 열었다.
“오! 어서 오시게. 박 교관.”
“네, 학장님. 이 친구가 바로 제가 추천했던 강진성이라는 친구입니다.”
진성과 성현이 들어가자 학장으로 보이는 이가 바로 성현에게 말을 걸었고 성현이는 진성을 소개하였다.
진성은 학장님께 인사를 하였고 주변 교관이나 교수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일단 앉게나.”
학장님의 말에 일부 교관들이 그 둘이 앉을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진성과 성현은 그 자리에 앉았다.
학장실에는 학장님을 포함해서 중요 교수진 8명과 교관 11명이 모여 있었다. 학장실이라고 좁은 공간은 아니었고 마치 대 회의장 같은 곳이었다.
“학장님. 이 친구가 최소 한 달 정도는 임시 교관 자리를 맡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오? 그런가. 한 달이라……. 그 정도면 충분하다네. 박 교관!”
“네, 학장님.”
“친구한테 교관이 하는 일에 관해서 얘기하였나?”
“아, 아뇨. 어차피 임시 교관이라 할 일은 거의 없을 거로 생각해서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흠……. 그래도 얘기는 해 두게.”
“네, 알겠습니다. 학장님.”
성현과 학장의 대화가 끝나고 학장은 진성에게 말을 건넸다.
“그, 강진성이라고 하였나?”
“아……. 넵.”
“이제 임시라지만 이제 교관이 됐으니 강 교관이라고 부르겠네.”
“네, 학장님.”
“자네가 할 일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일을 해야 하니 당분간 박 교관과 다른 교관들 보조나 해 주게. 그리고 농부 헌터니 정령 나무 조사 권한까지 주겠네.”
“네, 감사합니다. 학장님.”
“어려운 일 있으면 여기 다른 교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아마 대부분 도와줄 걸세. 그리고 한울기업 도련님이라고 들었는데 도련님치고는 예의가 바르고 좋구만.”
“아……. 네.”
역시 여기 아카데미 사람들도 내가 한울기업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구나……. 조사단계에서 밝혀졌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되네. 강 교관.”
“아, 알겠습니다. 학장님.”
진성과의 대화를 끝낸 학장은 다른 교관들과 교수진들에 회의하자며 이야기를 꺼냈다.
회의는 항상 아침에 하는지 다들 익숙하게 학장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해 보세. 오늘 특별한 일은 있는가?”
“학장님. 오늘은 수업 중에 훈련 던전에 들어가는 일 외에는 없는 거 같습니다.”
“아……. 오늘이 던전 들어가는 일이었나?”
“네, 학장님.”
“그럼 그건 이 교관과 서 교관이 맡아 주게나.”
“네, 학장님.”
회의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진성은 ‘훈련 던전은 뭐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성현이가 작은 목소리로 ‘훈련 던전이라고 E~F급 던전이 여의도에 몇 개 있는데 아카데미가 독점해 쓰는 곳이야.’라고 말을 하였다.
즉, 학생들의 경험을 위해서 쓰는 곳이라고 한다.
“그럼 더는 건의할 사항은 없는 겐가?”
“그, 학장님…….”
“오! 그래. 추 교관, 무슨 일 있나?”
“그, 저희 반에 결석자가 있는데 알아보니 이 학생이 실종된 지 벌써 4일째라고 합니다. 집에서도 알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할까요?”
“그건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니 수사대에 연락해서 실종 신고 넣게.”
“네. 알겠습니다. 학장님.”
“자……. 요즘 아카데미에 실종 사건도 생기고 암울하지만 다들 힘내게. 실종 사건은 잘 마무리 하고!”
“네, 학장님.”
회의를 마치고 하나둘 학장실에서 빠져나왔으며 교관 몇몇은 학장실 밖 복도에 모여 실종된 학생에 대해 얘기를 했다.
진성은 성현에게 실종된 학생 사건에 대해 물었다.
“아……. 그게 말이야. 이건 얘기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요즘 아카데미 학생 중에 결석자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벌써 이 학생까지 해서 세 명째 실종이야…….”
“그런 일이 있었구나……. 대체 왜 실종이 되는 걸까?”
“그게 우리도 그저 학생들이 일탈하려고 결석하고 어디 놀러 간 줄 알았거든……. 그런데 상황이 조금 심각한 거 같아. 아는 지인이 수사대 헌터인데 물어보니까 첫 번째 실종된 학생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가 건대 외곽 XX 빌딩이었나? 그런데 최근에 어떤 정의의 헌터인가, 누가 나타나서 거기 악당들을 모두 쓸어 버렸거든…….”
성현의 말에 진성은 움찔거렸다. 그 빌딩을 박살을 낸 게 자신이었다.
퀘스트 때문에 가서 박살 낸 건데 아카데미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성현에게 아카데미 일을 좀 더 물어보는 건데…….
아니지, 성현이가 이런 걸 그냥 얘기해 줄 리도 없다.
그런데 실종된 학생 한 명이 XX 빌딩 근처라……. 설마 어둠의 씨앗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아, 아냐. 아무것도.”
“아무튼 실종된 학생들 다 모두 무사히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러게…….”
“일단 넌 보조니까 아카데미 교관이 하는 일을 크게 알 필요는 없는 거 같고. 그런 건 있어 이 아카데미 학생 중 재벌가 쪽 애들도 많이 오거든. 그래서 교관들을 무시하고 다니고 그래……. 우리야 그들을 못 건들지만……. 넌 대기업 한울 재벌가 사람이잖아. 만약 재벌가 꼬맹이들이 개기면 네가 손 좀 봐줘도 돼.”
“진짜 그렇게 해도 된다고?”
“어……. 어차피 한울기업이라 너한테 보복조차도 못해. 이 아카데미가 한울기업의 기부로 유지되는 거라서 아마 다른 교관들도 너의 편의 돼줄걸? 뭐. 이미 교관들 절반 정도가 한울기업 소속이라…….”
“아……. 음……. 그렇구나.”
“뭐, 맘대로 하라는 건 아니야 그저 고약한 꼬맹이들 있으면 혼내주라는 거지. 어차피 그것도 교관 일 중 하나거든.”
“재벌가 도련님들은 나밖에 못 건드는 거야?”
“뭐, 거의 그래……. 너 말고도 AA랭크 교관님들은 건들 수 있는데 그분들은 파견을 나가 있는 터라 아카데미에 잘 없거든. 그래서 그들의 군기를 잡을 네가 필요했던 거야.”
“아……. 그래서 네가 뜬금없이 교관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한 거구나.”
“뭐, 그렇긴 하지……. 아무튼 잘 부탁한다. 진성아. 좀 도와줘라.”
“알았어……. 일단은 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