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121. 121화
드워프 종족을 동쪽의 땅으로 안내한 진성은 벌써부터 다음 종족이 누구일지 상상을 했다.
그러면서도 드워프들이 거주지가 되는 공터에서 집을 빠르게 짓는 걸 보고 감탄을 하였다. 엘프들 때는 오래 걸렸는데 이 속도면 2시간도 안 걸릴 듯하였다.
뚝딱뚝딱 소리가 사방에서 울리며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거주할 집들을 짓고 있었다.
“역시 드워프…….”
드워프의 빠른 작업 속도를 지켜보고 있는 진성을 입을 벌리면서 보고 있었다. 엘프들은 며칠이 걸렸는데 드워프는 2시간도 안 지나서 거의 완성돼 가고 있었다.
“대단하네…….”
그리고 몇 분이 더 지나자 진성에게 알림이 떴다.
-드워프 거주지가 완성되었습니다.
“어디 확인해 볼까?”
진성은 드워프 거주지 정보 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드워프 거주지
규모:5,000평
인구:약 200
등급:B+
상태:생긴 지 얼마 안 된 땅이다. 하지만, 세계수의 버프를 일부 받아 약간 기름진 상태의 땅이다.
시설물:집 80채, 대장간 1, 상점 1(모두 완료)]
“빠, 빠르다.”
“으음? 진성 님! 다 보고 계셨던 겁니까?”
바위 일족 드워프 족장 하멜이 다가와 진성에게 말을 건넸다.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드워프라며 치켜세워주자 하멜은 ‘이 정도는 보통입니다. 하하하.’라고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진성 님. 혹시 알 수 없는지도 같은 거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 그건 어떻게 알…….”
“시스템님이 저희에게도 종종 줬던 지도라 압니다.”
시스템이 나 말고도 엘프나 드워프에게도 줬나 보네. 나만의 특별한 지도인 줄 알았는데 참 실망이네, 시스템……. 아무튼, 그건 그렇고 지도를 줘봐야 알 테니까…….
진성은 지도 두 장을 합쳐 만든 완성된 지도 한 장을 꺼내 하멜에게 보여 주었다.
하멜은 진성에게 지도를 건네받고는 ‘흐음…….’이라고 하면서 지도를 집중해서 보다가 말했다.
“진성 님. 이 지도는 진성 님 땅 주변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내 땅이라고?”
“네. 진성 님. 고대의 언어로 적혀 있어서 저희만 읽을 수 있습니다.”
“아! 그래서 내가 아무리 봐도 몰랐던 거구나!”
“네. 아무래도 그랬을 겁니다. 마르지 않는 호수 근처 같습니다. 그 주변을 파보면 뭔가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하멜. 좀 도와줄 수 있어?”
“맡겨만 주십시오. 이 하멜 세계수의 주인이신 진성 님을 기꺼이 도와 드리겠습니다.”
참 예의가 바른 드워프 일족이었다.
하멜이 도와주면 쉽게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진성은 지도를 하멜에게 완전히 넘겨주고는 도와달라고 했던 것이다.
하멜은 드워프 거주지에서 일부 힘깨나 쓰는 드워프 전사들을 소집한 뒤, 진성과 함께 마르지 않는 호수 쪽으로 향했다. 거주지에서 먼 곳은 아닌 터라 금방 도착했다.
“호수에서 남쪽 부근인가……. 얘들아! 시작해라.”
드워프 족장 하멜의 지도로 드워프 전사대 인원들은 삽과 곡괭이를 들고 호수 남쪽 부근 땅을 파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작은 상자가 나온 것이다.
“진성 님! 여기 상자가 나왔습니다.”
“뭐??”
진성은 깜짝 놀라 그곳으로 가 보니까 진짜 작은 상자가 나온 것이다. 드워프들은 상자를 열지 않고 진성을 기다렸다.
진성이 상자를 열자 바로 알림이 떴다.
“아……. 퀘스트.”
-긴급 토벌 퀘스트
등급:B
마르지 않는 호수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호수 부근에서 멧돼지들이 나타납니다. 이들을 제거하세요.
보상:가죽+단단한 뼈
“진성 님. 아무래도 시스템님이 진성 님을 굴리려고 작정했나 봅니다. 허허허.”
“…….”
“하지만 저희도 관계된 일이니 도와 드리겠습니다. 얘들아! 준비됐나?”
“네, 족장님!”
하멜을 따라 작업을 도우려고 온 드워프 전사대 인원은 30명뿐이었지만 꽤 강한 전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진성은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긴급 토벌 퀘스트가 나타나고 마르지 않는 호수 근처에 진짜 집만 한 멧돼지가 10마리 나타났는데 엄청나게 강해 보였다.
진성은 침을 꼴깍 삼킨 채 인벤에서 자신의 애용 무기 중급 농부의 삽을 꺼냈다.
“선물인 줄 알았는데……. 퀘스트라니…….”
“하하하. 원래 세상일이 다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진성 님.”
드워프 족장 하멜은 호탕하게 웃을 뿐이었다.
“자, 그럼 시작해 봅시다. 진성 님!!”
하멜은 거대한 망치를 들고 달려 나가 바로 근거리에 있는 생성된 지 얼마 안 돼서 갸우뚱거리는 멧돼지 안면을 시원하게 강타했다. 그 멧돼지는 꾸르륵 소리를 내며 한 방에 쓰러졌다.
진성은 입을 벌리며 놀랐지만, 하멜은 ‘크음……. 아직 멀었군요.’라고 말했다. 그건 바로 쓰러졌던 멧돼지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다.
“진성 님, 신세계를 보여 주시지요.”
진성에게 시스템에서 받은 힘을 보여달라는 의미였다.
진성은 하멜의 말에 자신의 삽을 꽉 쥔 채 아까 쓰러졌던 멧돼지의 미간을 한 방 때렸는데 멧돼지는 약 30m 날아가더니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
그런 진성에게 엄지척을 보내는 하멜이었다.
“역시 시스템님에 사랑받는 진성 님이군요. 이러한 힘이라니……. 아주 역대급입니다.”
“시스템에게 사랑받다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진성은 워낙 시스템을 안 좋아하는 터라 하멜의 말에 소름 끼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멧돼지는 이제 아홉 마리가 남았을 뿐 진성과 하멜 그리고 드워프들은 한동안 멧돼지들과 싸우며 시간을 보내었다.
진성의 한 방이라는 힘이 있어서 그런지 아주 쉬운 전투였다. 드워프들은 너무 쉽게 끝나 몸이 덜 풀린 듯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자, 보상을 확인해 보십시오. 진성 님.”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는 거대한 멧돼지의 가죽과 뼈를 얻었는데 어디에 써야 할지 몰라 하멜에게 보여 주었다.
하멜은 가죽과 뼈를 살펴보더니 진성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다.
“진성 님. 지금 들고 있는 삽. 강화 원하시지 않습니까? 지금 이 재료들 가지고 한 번 강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걸로도 강화돼?”
“물론입니다. 진성 님. 뭐, 저희 드워프 일족만이 이 재료를 가지고 강화할 수 있는 것이지만요.”
“그럼 강화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려?”
“아마 1시간이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재료가 희귀한 것도 아니고 해서 중급 농부의 삽+1강 만 되는 것입니다…….”
“강화하면 속성이라든가 그런 게 붙는 건가?”
“뭐, 그렇긴 합니다. 아니면 공격력이 높아지거나 그렇죠. 강화하시겠습니까?”
“1시간밖에 안 걸린다고 하니 강화해 줘. 그럼.”
진성은 재료들과 자신이 들고 있는 삽을 하멜에게 넘겼고 하멜은 드워프 전사대와 함께 거주지로 복귀하자마자 대장간으로 가서 바로 준비를 했다.
진성은 그 1시간 동안 엘프들의 거주지를 한 번 더 둘러본 뒤에 세린이와 같이 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드워프 거주지 대장간에서는 열심히 쇠를 두드리는 듯한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한 시간 동안 들리는 망치질 소리는 거주지에서 아니, 진성의 밭까지 들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망치질 소리가 멈춰 진성은 세린이와 함께 드워프 거주지에 있는 대장간에 들렀다. 들러보니 하멜이 중급 농부의 삽을 들고 진성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진성 님. 완성이 되었습니다. 삽을 받아보시고 바뀐 점이 있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그래. 고마워. 하멜.”
진성은 하멜에게 삽을 받아 들었고 삽을 잡는 순간 뭔가 묵직함이 달라졌다랄까? 그리고 외형도 조금 바뀐 느낌이었다. 뭔가 일반 삽에서 고급 삽으로 바뀐 그런 느낌이었다.
삽이 묵직해졌지만 그래도 못 휘두를 정도는 아니었다. 묵직하면서도 가벼운 그런 느낌이랄까?
“좀 더 좋아진 거 같아. 하멜.”
“흐흐. 감사합니다. 진성 님. 또 강화할 일이나 여러 가지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지 저희를 찾아주십시오.”
“그래. 그럼 나 먼저 가 볼 테니까 거주지 잘 정리해 봐.”
“네, 진성 님. 살펴 가십시오.”
진성은 세린이와 함께 드워프 거주지에서 빠져나왔고 세계수 근처로 걸어왔다.
“아빠! 오늘도 일찍 가는 거예요?”
“음……. 글쎄 지금 집에 가도 할 거는 없긴 하지만……. 아! 세린아. 나 내일부터 아카데미 교관 일을 임시로 맡게 돼서 아마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니?”
“괜찮아요. 아빠! 고약한 시스템이 아빠를 괴롭히는 모양새지만……. 아빠가 강해질 수 있다면 일단 순순히 따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세린아, 너도 시스템이 고약하다고 말하는구나.”
“아무리 아빠를 강하게 만드는 퀘스트라지만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래, 그래. 고마워. 세린아……. 역시 너밖에 없구나.”
진성은 세린을 쓰다듬었고 세린은 꺄르륵 거리면서 좋아했다.
역시 세린이는 내 편이네. 어떠냐! 시스템. 부럽지?
-전혀 부럽지 않습니다. 진성 님.
진성의 속마음을 읽은 시스템의 한마디였다.
“뭐라고?”
“아빠, 신경 쓰지 마세요. 시스템은 언제나 저러니까요.”
“그래, 그래. 세린아.”
-정말 그 딸에 그 아빠네요. 못 참겠습니다.
“뭘 못 참아? 이상한 소리 하기는.”
-정말 바보 같습니다.
시스템의 마지막 한마디에 진성은 별로 신경을 안 썼지만 세린이는 신경이 쓰였던지 허공에서 뭘 꼬집는 시늉을 하자 시스템이 아프다는 말을 한 것이다.
-아픕니다. 세린 님? 적당히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뭐야, 시스템. 너도 아파할 줄 알아? 엥? 그리고 세린아. 어디를 그렇게 꼬집는 거야?”
“아빠! 저만의 고유권한 때문에 시스템을 괴롭힐 수 있어요!”
“오?!”
“앞으로 아빠에게 시스템이 못된 소리 하면 이렇게 꼬집어 줄게요!”
“고마워. 세린아.”
세린이는 꺄르륵 거리면서 시스템을 앞으로 꼬집겠다고 한다.
“아, 그러고 보니 시스템. 내일 아카데미 교관일 출근 및 정령 나무 때문에 그러는데…….”
-아카데미에 있는 정령 나무 말벗해 주라는 그 말 때문입니까?
“그래……. 아무래도 네가 정령 나무의 말벗을 해 주라고 그렇게 공손하게 말하지 않잖아! 무슨 꿍꿍이가 있으니까 가라고 하는 거겠지?”
-진성 님의 제가 그냥 말하는 것도 퀘스트로 인식하시나 보군요……. 말벗 퀘스트라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그래! 나는 그렇게 느껴진다는 말이지…….”
-내일 정령 나무에 가 보시면 왜 제가 말벗을 하라고 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진짜 퀘스트 아니지? 안 그래도 퀘스트 두 개나 줬잖아……. 양심적으로 진짜 아니지?”
-말벗이라는 퀘스트는 애초에 없습니다. 진성 님……. 그러니 안심하고 잘 갔다 오시면 됩니다.
“그래……. 이번만은 믿을게. 시스템.”
진성은 시스템에게 당한 게 많은 터라 의심이 든 것이다.
아까도 보상이라고 해 놓고 이상한 긴급 토벌 퀘스트를 주지 않나…….
그런 것들이 많았기에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성은 시스템에게 할 말이 더 있었는지 시스템이 있는 이 장소에서 퀘스트 창을 열었다.
-퀘스트:성장 퀘스트 2
등급:S+이상
세계수의 3번째 성장을 위한 재료 모으기입니다.
재료:세계수의 파편 100개, 어둠의 씨앗 3개
특징:열심히 노력해 주세요. 진성 님.
-퀘스트:디펜스 퀘스트 1
등급:AA이상
진성 님의 성장을 위한 디펜스 퀘스트입니다.
특징:새로운 몬스터 군단이 진성 님의 밭을 3일 후에 침공합니다. 노력해 주세요. 진성 님.
“시스템. 이거 시간제한은 없는 거겠지? 저번에도 시간제한 없는 퀘스트 줬잖아?”
-네. 이것도 시간제한이 없는 퀘스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빠르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간제한 없다면서? 그럼 천천히 해도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늦게 할수록 불이익이 있다고? 그런 말이 안 되는데…….”
-그저 진성 님이 빨리해 주시길 바라서 하는 말이니 너무 신경 안 써도 됩니다.
“아닌 거 같은데…….”
-왜 이리 의심이 많아진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진성 님.
“다 너 때문이잖아!”
-저 때문이라뇨? 진성 님. 다 진성 님이 잘되기를 바라서 열심히 퀘스트를 준 죄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분발해 주십시오. 진성 님.
“하아……. 말이 안 통한다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상급 농부가 빨리 되기를 기원합니다. 진성 님!
“네가 이렇게 퀘스트를 많이 주는 게 그 목적이었구나! 내가 상급 농부가 되면 더 굴리려는 속셈이지?”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아니야…….”
진성은 시스템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그저 자신은 퀘스트를 준 죄밖에 없다며 시치미를 떼자 정말 얄미웠다.
거기에 상급 농부가 되면 더 굴릴 속셈이라니……. 정말 무서운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