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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16화 (116/209)

제116화

116. 116화

“그러면, 이거 기한은 없어? 보니까 기한 없는 퀘스트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퀘스트입니다. 그러니 열심히 파편 추출해서 가져오십시오.

“진짜 너무하네……. 기한 없는 퀘스트는 둘째치고 그렇게 어려운 퀘스트를 시켜? 분명 적들도 강할 텐데……. 진짜 너무하네.”

-저는 강진성 님을 믿고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진성 님이 세계수의 주인에 어울리며, 앞으로 영웅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난 영웅 호칭도 필요 없어. 그저 평온하게 내 땅에서 농사나 하면서 지낼 거라고! 그리고 믿는다는 소리 하지 마! 무서우니까.”

얼마나 나를 철저하게 굴려 먹으려고 저렇게 친절하게 말하는 거지? 시스템은 도통 믿을 수 없단 말이야.

여태까지 나를 굴려 먹으려고 힘내라는 둥 뭔가 하던데……. 소름 끼친다. 진짜 이러다가 진짜 시스템의 전문 노예가 되겠네.

-강진성 님. 이상한 생각 하지 마시고 열심히 성장 퀘스트에 진지하게 임해 주세요.

“나는 생각도 못 하냐? 내가 너의 노예인 줄 알아?”

-노예는 아니지만 비슷한 거 아닐까요?

“뭐라고?!”

-중급 농부 강진성 님의 말을 시스템이 차단하였습니다.

“와. 저거 도망가는 거 봐라……. 세린아, 시스템 원래 저랬니?”

“아빠. 시스템은 원래 저래요. 저희가 살던 세상에서도 저랬어요.”

“그래? 진짜 궁금하네. 진짜 시스템이 사람이었다면 냅다 엉덩이를 차 버렸을 거야.”

진성은 씩씩거리며 일단 성장 퀘스트를 받았으니 이것에 대해 세린이와 아이린과 함께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세린이에게 아이린을 불러 달라고 하며 목조 주택으로 향했다.

세린이가 아이린을 데리고 목조 주택으로 왔다.

진성이 아이린에게 말했다.

“아! 미안해. 다시 불러서……. 아까 성장 퀘스트 받은 것 때문에 의논하려고.”

“저는 괜찮아요. 진성 님.”

“그게 내용이 어떠냐면은…….”

진성은 퀘스트에 대해 아이린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진성 님. 앞으로도 꽤 많은 시련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단 파편과 어둠의 씨앗을 추출해야 한다고 하셨죠?”

“일단은 뭐 그래.”

“세계수의 파편은 솔직히 구하기 쉬우실 거예요. 다만 어둠의 씨앗을 가진 자가 엄청 강해서 진성 님이 조금 힘이 드실 수도 있고요.”

“그래? 어둠의 씨앗을 가진 자가 얼마나 강하길래?”

“A랭크 헌터에게 어둠의 씨앗이 심어지면 최소 AA랭크의 힘을 낼 수가 있어요.”

“최소 한 단계 이상이라는 거구나?”

“네. 그게 최소고……. 어둠의 씨앗과 성격이 잘 맞으면 두 단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아요.”

“그러면 꽤 위험하네……. 나조차도 힘들 것 같아.”

“하지만 진성 님은 퀘스트로 빠르게 성장 중이잖아요? 기한 없다고 하셨으니 준비하면서 천천히 공략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그래? 조언 고마워. 아이린.”

“네. 뭘요. 저는 이 정도까지밖에 못 도와 드려서 죄송해요. 진성 님.”

“아냐……. 충분히 도움이 됐어.”

진성은 아이린이 거주지로 돌아가자 파편을 먼저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스템은 그런 진성에게 재촉하듯이 다시 한번 말을 건네었다.

-중급 농부 강진성 님. 세계수의 파편은 앞으로 이어질 디펜스 퀘스트 때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디펜스 퀘스트가 준비가 덜 된 상황이니……. 쉽게 파편을 얻을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웬일로 네가 이런 친절을 다 베푸냐? 그래서, 세계수의 파편은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진성은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시스템이 알려준다고 하니 조금은 의심이 들면서도 궁금했다.

시스템에게 당한 게 많은 터라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것은 건대 외곽에 있는 XX 빌딩으로 가시면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 빌딩에는 왜? 그리고 거기에 파편이 있다는 건 무슨 소리야?”

-제가 안내할 테니 지금 가시겠습니까?

시스템은 진성의 말을 철저히 무시하고 그저 자신이 알려주는 길로 갈 거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진성은 자신의 말이 씹혀서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파편의 장소를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아 인벤에 있는 장비를 점검하며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그 빌딩에 어둠의 씨앗과 관계된 헌터들이 많을 것 같아 전투 준비를 하는 게 나을 듯싶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가서 싸우는 거 아니냐? 시스템…….”

-네, 맞습니다. 그저 진성 님은 적들에게서 추출하면 됩니다. 그 건대 XX 빌딩에는 파멸의 군주에게 씨앗을 받은 헌터만 50여 명이 있으니 거기에서 50개의 파편은 충분히 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둠의 씨앗을 받았다고 했잖아……. 그럼 그들에게서 어둠의 씨앗을 추출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들은 어둠의 씨앗 하급을 받은 자들입니다. 최소 중급 단계 이상을 가진 자……. 즉, 씨앗을 받은 자 중 간부급에 해당하는 인물이 지닌 것을 추출해야 합니다.

“어둠의 씨앗도 등급이 있어?”

씨앗도 등급이 있다니……. 무슨…….

-강진성 님, 출발하기 전에 경매장에 있는 고라니 고강한에게 들르십시오. 그가 좋은 아이템 하나를 선물로 드릴 겁니다.

“아이템?”

오늘따라 시스템이 참, 말이 많네……. 그래. 이렇게 평소처럼 말 좀 해라 시스템. 얼마나 보기 좋냐? 그동안 말이 없어서 내가 헌터도 아닌 그런 일반인인 줄 착각한다고.

정말 초반에는 시스템이 많은 말을 걸어 진성에게 도움이 되거나 진짜 헌터처럼 퀘스트를 받는 기분이었는데 요즘 시스템이 말이 도통 없어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앞으로 강진성 님에게 말을 많이 걸겠습니다.

진성의 마음을 눈치를 챘는지 시스템이 진성에게 한마디 남겼다.

“그래. 말 좀 하고 살자…….”

진성은 출발하기 전에 밭에 있는 경매장에 들르기로 하였다.

목조 주택에서 나온 진성은 경매장으로 향했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금방 도착하였다. 겨우 5분 거리였다.

고라니들이 두 발로 서서 업무 보는 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되었지만, 고라니들이 인사를 하자 진성이 손짓으로 인사하였다.

그리고 2층에서 업무를 보는 고라니 고강한에게 찾아갔다.

“어서 오세요. 진성 님.”

“그래……. 요즘 잘 지내고 있냐?”

“물론입니다. 진성 님. 요즘 시스템님에게 경매장 업무보다 연금술을 배워서 연금술사로 전직하기 직전이니까요.”

“이제 너 말도 잘하네? 처음에 봤을 때는 말 더듬거리던데.”

“이게 다 시스템님 덕분입니다. 진성 님. 그러니 제발 시스템님 말 좀 잘 듣길 바랍니다.”

“내가 시스템 말 잘 안 들은 것처럼 얘기한다?”

“커흠. 아무튼 이 아이템을 받으세요.”

고라니 고강한은 진성에게 신비스러운 아이템을 전했다. 포션처럼 작은 유리병에 담겨 있었는데 색깔은 검은색이었다.

“이게 뭔데?”

“아이템 정보 창을 열어서 보세요. 그럼 이해가 갈 겁니다.”

고라니 고강한은 딱히 설명은 해 주지 않았고 그저 정보 창을 열어 보라고 말했다. 진성은 귀찮았지만 고강한 말대로 정보 창을 열어 보았다. 이 아이템의 용도 또한 궁금했던 참이다.

[이름:탈모를 받아라!

등급:레어

특징:이 검은색 액체를 맞으면 머리가 탈모화가 된다. 3초 만에 탈모가 될 수 있다. 몸 아무 데나 맞으면 된다.]

“타, 탈모? 이런 미친 아이템을 만들어 내다니……. 너 잔인하구나?”

“잔인하다뇨. 어차피 적들한테는 머리털은 필요 없지 않습니까?”

고강한은 웃고 있었다.

무서운 녀석. 탈모 진행화하는 아이템을 넘겨주다니. 탈모를 진행시켜서 적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아이템인가?

정말 무서운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진성 님. 제가 이걸 시스템님 도움받아서 꽤 많이 만들었는데……. 몇 개 드릴까요?”

“몇 개나 있는데?”

“잠시만요.”

고라니 고강한은 자신의 업무실을 뒤적거리더니 대략 100개가 넘어 보이는 병을 꺼냈다.

“대략 100개 정도 있는데 다 가져가실래요? 어차피 더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럼 다 줘!”

진성은 탈모를 받아라! 라는 아이템 100개를 인벤에 잘 넣었다.

“이제 용건은 없지? 난 이만 간다.”

“아! 잠시만요. 진성 님……. 그, 제가 샘플 만든 아이템도 한 개 있는데 가서 적들에게 실험 좀 해 주시고 알려주세요.”

업무실을 급히 떠나려는 진성을 붙잡은 고강한은 어떤 아이템을 한 개 더 건네주었다.

진성이 ‘이게 뭔데?’라고 말하자 고강한은 이번엔 설명을 해 주었다.

“어차피 이거 샘플이라서 정보 창은 자세하게 안 뜰 테니 제가 짧게 설명해 드릴게요. 아까 제가 드린 100개는 탈모 진행화하는 아이템이지만 이건 머리를 자라나게 하는 아이템인데요…….”

“그거……. 내가 아이템 화한 파워 모발모발 그거 아니야?”

“아뇨. 그걸 극대화한, 건데 머리가 단숨에 장발이 되는 거라서 아마 걸리는 시간은 3초일 걸요?”

“그래서 나보고 이걸 적에게 실험해 보라고? 무슨 적한테 병 주고 약 주는 거냐?”

탈모를 받아라 아이템을 맞은 적이 대머리가 되었고 거기에 저 샘플 아이템을 뿌리면 다시 머리가 단숨에 자라난다는 거 아니겠는가? 진짜 무서운 아이템을 만들어냈다.

“사실 이거 제가 만든 아이템들이 다 진성 님이 만들어 내신 파워 모발모발에서 추출해서 만든 거예요.”

“그래? 아무튼, 아이템 잘 쓸게. 강한아.”

“네, 진성 님. 꼭 샘플 아이템 후기 들려주세요.”

“그래……. 그럼 난 잠시 퀘스트 진행하러 나가 봐야 해서……. 나중에 다시 올게.”

“네, 살펴 가세요. 진성 님.”

진성은 경매장 2층 업무실에서 빠져나와 다시 목조 주택으로 돌아왔다.

“시스템! 강한이에게 아이템 다 받아왔는데 이제 알려줘. 그 빌딩이 정확히 어디에 있고 내가 상대할 적들은 상세하게 누군지 말이야.”

-네, 강진성 님. 일단 제가 그 건대 빌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시스템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성의 눈앞에는 내비창이 하나 떴다.

아무래도 빠르게 파편을 구하려면 자신의 집 정원에 있는 텔포 기계를 써서 건대역 텔포로 가는 게 더 빠를 듯하였다. 차를 타고 가기엔 시간이 없을 것 같다.

“텔포 타고 건대역에서 그 빌딩까지……. 대략 걸어서 30분이라는 말이지?”

-네, 진성 님.

“알았어……. 도착하면 상황도 알려주고 해 줘. 시스템.”

-네, 걱정하지 마세요. 진성 님. 파편의 추출은 원활하게 이루어질 겁니다.

이렇게 친절한 녀석이었나?

갑자기 초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시스템이 꽤 많은 말들을 해 주고 있었다. 아주 세세하게 말이다.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으나 진성은 이내 퀘스트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밭에서 떠나기 전에 아이린과 세린이에게 말하고 출발했고, 집 정원에 있는 텔포 기계를 타고 건대역에 도착했다.

“후우……. 여기가 건대역이구나.”

건대는 처음 와보는 진성이었다. 파주와 고양시만 왔다 갔다 하던 터라 서울은 자주 오지 않는 것이다.

“이른 시각인데도 바글거리네…….”

건대역은 바글바글했다. 주로 대학생들이 많았고 직장인들과 헌터들도 있었다.

“위치가……. 어디 보자.”

시스템이 켜준 내비를 슬쩍 보면서 그쪽으로 빠른 경보로 걸어갔다. 경보로 가면 20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점점 건대역 그리고 시내를 벗어나고 있었다. 어느새 20분을 걸어왔고 도착한 곳에는 시내에서 꽤 떨어진 빈 공터와 폐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짓다 만 빌딩 한 채가 있었다.

“저 건물 맞아?”

-네, 진성 님. 이 건물에 어둠의 씨앗 하급을 받은 헌터들이 정확히 60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간부로 보이는 자가 20층에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세계수의 파편들과 어둠의 씨앗 중급자리를 추출할 좋은 기회입니다. 진성 님.

“그래? 세계수 파편을 정확히 몇 개 구하라고 했었지?”

-30개입니다. 그들에게서 충분히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 궁금한 게 딱 하나 있는데, 시스템.”

-네, 말씀해 주세요. 진성 님.

진성은 시스템에게 질문할 것이 한 개 있었다. 저번에는 별생각을 안 했던 거지만 지금이라도 말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질문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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