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화
115. 115화
진성은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각성자도 아픈 날이 있네.’라고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어제 가평의 저택에서 파멸의 군주 덕분에 온몸에 중압감이 몰려왔고 심적 부담감도 느꼈다.
군주 때문에 몸이 아픈 걸까?
진성은 오래간만에 자신의 상태 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70
랭크:B
명성도:3,750
직업:중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정령 나무의 주인
능력치:힘 65 민첩 85 마력 7,500 체력 7,500
고유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50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작물의 성장 속도 조절 때문에 1배로 적용되었습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500 마력 500)
정령 나무의 주인(정령 친화력 Up)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징:파멸 군주의 시선에 체력 7,400, 마력 7,000이 마이너스 되었습니다.]
“체력이 겨우 100 남았다고? 어쩐지…….”
그 시선 하나로 내가 저렇게 되었다고? 대체……. 싸우면 내가 100% 진다는 소리잖아? 마력과 체력이 저렇게 소모가 크다니……. 겨우 시선만 몇 분 받은 것뿐인데…….
심지어 자고 일어나서도 회복이 안 된 상태였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에 걱정이 든 진성에게 시스템이 답변을 주었다.
-중급 농부 강진성 님. 황금 사과를 먹고 세계수로 가십시오.
“갑자기? 그리고 너 오랜만이다?”
-황금 사과를 빨리 드시길 바랍니다. 파멸의 군주의 시선은 계속해서 지속됩니다.
“지속이라니……. 알았어.”
진성은 인벤에 마침 남아 있던 황금 사과 한 개를 꺼내 맛있게 먹었다.
먹고 나니 먹기 전에는 아픈 사람처럼 몸이 무거웠는데 먹자마자 황금색 기운이 진성의 몸에 전체적으로 퍼져나가면서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몸도 아까보다 훨씬 좋은 상태였다.
-중급 농부 강진성 님이 황금 사과 1개를 섭취하였습니다. 황금 사과 기운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갑니다. 강진성 님의 몸이 전체 회복되었습니다.
“이제 세계수로 가라고?”
-네, 강진성 님. 중요한 일이니 세계수 앞으로 가시면 됩니다.
“중요한 퀘스트인가? 그래. 퀘스트를 해야 내가 더 성장하지! 그 파멸의 군주가 내 경쟁자 같은데 나도 성장할 때가 됐지.”
진성은 빠르게 씻은 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밥을 챙겨 먹고는 바로 자신의 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밭을 가는 기분이었다.
파멸의 군주는 정말 무서웠다. 겉은 평범하게 생겼는데 그의 시선과 기운이 무서웠다랄까……. 그에게 맞서기엔 자신의 힘이 너무도 부족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자신의 밭 입구에 도착하였고, 아이린과 세린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맞이했다.
“세린아? 아이린. 왜 다들 나와 있어?”
“세계수의 주인 강진성 님. 드디어 때가 온 거 같아요. 세린 님과 같이 세계수로 가요.”
“아빠. 같이 가요.”
“그, 그래.”
진성은 진지한 표정의 아이린과 세린과 함께 세계수의 앞으로 갔다.
세계수는 웬만한 빌딩 수준으로 높아져 있었다.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계수.”
진성은 세계수를 처음 성장시킬 때가 기억이 났다.
그때는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중급 농부가 되면서 많은 경험을 하였고 적응이 되었다.
세계수는 황금색 기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뭔가 일이 날 것처럼 말이다.
엘프 성녀 아이린은 세계수의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고 세린이는 세계수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 기둥을 만졌다. 그러곤 세린이가 진성에게 세계수의 기둥에 손을 대라고 말하고 있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진성은 세린이가 말한 대로 손을 뻗어 세계수의 기둥에 손을 대자 갑자기 주변 환경이 흑백으로 바뀌면서 시간이 멈추었다.
진성이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흑백색의 색깔로 변해 있었고 색깔이 있는 건 세계수와 자신 그리고 세린이 뿐이었다.
기도 올리던 아이린도 흑백색으로 색이 바뀐 채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였다.
“아빠. 놀라지 마세요. 세계수가 아빠에게 곧 말할 거예요.”
“세계수도 말을 할 수 있었니?”
“네, 아빠가 세계수를 여기까지 성장시켜 주었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진성은 세린이의 말에 세계수를 올려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세계수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먼저 할까? 그리고 이건 성장 퀘스트인 걸까? 아니면 어떤 것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오는 걸까?
진성은 여러 가지 생각에 조금 복잡해졌다.
“중급 농부 강진성 님. 처음 뵙겠습니다. 드디어 제가 말을 할 수 있으니 참 기쁩니다.”
드디어 세계수의 목소리가 진성에게 닿게 되었다. 진성은 이어질 세계수의 말을 기다렸다. 초집중 상태였다.
진성이 그렇게 집중하며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세계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제 때가 된 것 같아요……. 진정 성장 퀘스트를 드릴 겸 이렇게 진성 님을 세계수로 오라고 한 겁니다. 앞으로 진성 님은 여러 군주와 경쟁하며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시스템이 진성 님과 저를 성장시킬 퀘스트를 줄 겁니다. 그러니 꼭 살아남아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의 마지막 희망은 강진성 님뿐입니다. 이전에 저희를 수호했던 인간 몇 명은 결국 힘을 가지자 자만심에 빠져서 스스로 타락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강진성 님은 힘을 가졌음에도 타락하지 않고 열심히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이어나가 주세요.”
정말 세계수는 진성에게 이렇게 긴 장문으로 말하고 싶었나 보다.
진성은 자신 이외에도 과거에 세계수의 수호자들이 있었다는 얘기에 조금은 놀랐지만, 그들도 결국 힘을 가지고 타락했다는 말에 자신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세계수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그 파멸의 군주하고 다른 군주들은 대체 뭐야?”
“그들은 바로…….”
세계수가 그들의 정체를 말하려고 하자 시스템이 개입하였다.
-거기까지만 하시길 바랍니다, 세계수님. 강진성 님은 아직 이릅니다.
“아니, 왜 막는데? 시스템! 나도 알 건 알아야 대처를 하지!”
-아직은 너무 이릅니다. 강진성 님이 상급 농부가 되면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이쯤에서 세계수님의 말도 들었겠다, 이제 강진성 님에게 제가 준비한 퀘스트를 내려드리겠습니다.
“그래. 오랜만에 퀘스트네. 그런데 엄청 대형 퀘스트는 아니겠지?”
-진성 님이 정말 좋아할 만한 퀘스트이며, 엄청 쉬운 것들이니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꼭 저렇게 말하면 진성은 불안해졌다. 시스템이 자신을 굴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다.
진짜 대형 퀘스트는 아니겠지? 물론 성장 퀘스트겠지만 큰 거는 아니겠지? 라며 진성은 불안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시스템이 그들의 정체를 말하지 말라고 했으니 나중에 밝히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강진성 님.”
“아니, 괜찮아. 세계수. 뭐, 시스템이 말하지 말라는 이유가 있겠지……. 지금 알아도 대처는 못 할 거 같기도 하고.”
진성은 다시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하였다. 항상 그래 왔으니까…….
“앞으로 시스템이 주는 퀘스트는 전부 강진성 님과 저의 성장 퀘스트가 될 것입니다. 꼭 그 퀘스트를 전부 마치시고 그들을 이겨주세요.”
“그런데 그들을 이기면 소멸이 되는 거야? 아니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것은……. 시스템이 앞으로 천천히 알려줄 것입니다. 그들을 정화할 방법이 있으니까요.”
“오? 정화도 된다고? 신기하네.”
“저는 여기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 정보는 고마워. 세계수……. 앞으로 내가 뭐를 해야 할지 정확히 알았으니까. 요즘 시스템이 퀘스트도 안 주고 그래서 방황했거든. 농사만 이렇게 짓고 있어도 괜찮은지 몰랐어.”
진성은 시스템이 조용히 있는 동안 그저 농사만 지었다.
주변에서 진성을 가만히 안 놔두다 보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고생을 좀 했는데 이젠 시스템이 내려주는 성장 퀘스트를 받으면서 상급 농부까지 성장해 군주들과 맞서 싸울 힘이 생길 것이고 그들을 정화하면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제 다시 돌아갈 시간입니다. 강진성 님……. 오늘의 대화는 유익했습니다.”
“나야말로 유익했지. 그럼 대화는 평소에 할 수 있는 거야?”
“세린 님이 전해 주실 겁니다.”
“그러면 네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시스템의 배려라는 얘기네?”
“네. 앞으로 강진성 님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이렇게 대화할 날이 많아질 겁니다.”
“그러면, 내가 진짜 열심히 해야겠구나.”
진성은 세계수와 좀 더 대화를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허락된 시간은 여기까지였다.
시스템이 주는 퀘스트를 해서 자신이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음에 대화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강진성 님.”
“그래. 나도 또 대화하고 싶네! 그때까지 열심히 성장하고 있을게.”
진성의 말이 끝나자 주변이 멈춰 있던 게 원래대로 돌아갔고 흑백색의 색깔들은 모두 원래대로 돌아왔다.
진성은 세계수와 대화를 더 하고 싶었지만……. 이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성장할 때였다.
“드디어 대화가 끝나셨나요?”
기도를 마친 엘프 성녀 아이린은 진지한 표정에서 평상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어……. 세계수에게 모든 것을 듣지 못했지만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알았어.”
“그럼 이제 세계수의 두 번째 주민이 올 수 있는 퀘스트를 받으실 거예요.”
“두 번째 주민이라. 너희와 비슷한 종족이야?”
“아니요. 달라요. 하지만 진성 님에게 무척이나 도움이 될 존재들이에요.”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궁금하네. 과연 어떤 종족인지. 그럼 그들도 내 밭 근처에 거주지를 잡은 다음 또 대통령을 만나러 가야 해?”
“네. 진성 님은 앞으로 저희와 그 종족과 함께 다니셔야 해요.”
“아……. 그건 좀 귀찮네. 하지만 이것도 성장 퀘스트랑 관련 있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아빠. 이제 시스템이 퀘스트를 주려고 하나 봐요.”
아이린과 강진성의 대화에 잠자코 지켜보던 세린이가 갑자기 끼어들어 말하자 진성은 ‘아……. 이제 힘든 퀘스트가 오려나 보다.’ 하고는 긴장하였다.
아이린은 그런 진성에게 ‘열심히 하세요.’라고 말하며 ‘저는 거주지로 돌아갈게요.’ 하곤 그 자리를 떠났다.
아이린이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진성에게 퀘스트를 내려주는 시스템이었다. 진짜 오래간만의 퀘스트였다.
-퀘스트:성장 퀘스트 1
등급:A+ 이상
세계수의 2번째 성장을 위한 재료 모으기입니다.
재료:세계수의 파편 30개
어둠의 씨앗 1개
특징:어둠의 씨앗 위치는 홍대 어느 헌터의 몸에 심어져 있습니다. 세계수의 파편은 디펜스 퀘스트에서도 얻을 수 있으며, 또는 군주와 관련된 헌터들의 몸에서도 추출해 얻을 수 있습니다.
“군주의 부하들과 싸우라고? 나보다 엄청 셀 텐데?”
-강진성 님은 해낼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웃기는 소리 하네! 완전히 날 절벽으로 밀어버리네…….”
-강진성 님과 실력은 비슷한 거로 파악됩니다. 그러니 기죽지 말고 그들은 제압하세요. 그리고 저를 부르시면 어둠의 씨앗과 세계수의 파편 추출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와! 자기는 편한 일 하고 나는 직접 굴러다니고.”
진성은 불만이 있었다.
어차피 힘든 퀘스트는 자기가 다 하겠지만, 뒤에서 사탕만 쪽쪽 빨다가 시스템은 와서 방법만 알려주니 얼마나 편할까…….
-다 강진성 님의 성장과 그리고 세계수의 성장에 도움이 되므로 주는 퀘스트입니다.
“그래, 그래. 알았다고…….”
저 시스템 녀석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만 퀘스트 주네……. 조금 쉬운 걸로 주면 어디 덧나나? 하여간 고약한 시스템이네…….
어떻게든지 날 굴리는 시스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