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114. 114화
“이곳 맞아?”
조은성 헌터는 명동의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네, 분명히 맞습니다. 보스!”
간부가 그렇게 말하자 조은성 헌터는 조금 의심을 했지만, 차량에서 모두 내린 부하들에게 명령하였다.
“연장 들고, 건물에 들어가서 발견하는 즉시 모두 박살 내 버려!”
조은성 헌터의 명령 아래 그들이 가져온 연장은 다양하였다. 테이저건, 각목, 야구방망이, 그리고 헌터 부하들은 방패, 검, 등등.
“보스. 천천히 오십시오.”
“그래……. 가서 모두 박살 내고 주모자 잡아 와!”
조은성 헌터가 그나마 믿는 간부 중 한 명에게 이 일을 지시했고 그 간부는 조은성 헌터를 호위하는 30명을 빼곤 나머지 470명을 데리고 건물에 우르르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지 몇 초도 안 돼서 고함과 투덕투덕 싸우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요란하게 싸우네.”
조은성 헌터는 자신의 부하들이 요란하게 적들을 두들겨 팬다고 생각하고는 담배를 하나 꺼내 피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건물의 빌딩이 총 20층이라 20층까지 부하들이 도달하는 데 적어도 1시간 걸리지 않을까 하고는 여유를 부리는 것이다.
조은성 헌터를 호위하는 이들은 전원 B랭크 이상으로 이루어진 헌터들이라 어떠한 적이 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보스. 슬슬 조용해지는 것 보니 다 끝나 가나 봅니다.”
옆에 있는 다른 부하가 보스인 은성에게 말을 하자 조은성은 슬슬 ‘우리도 들어갈 준비 하자.’라고 말했다.
호위대 전원은 다들 장비 점검을 하였다. 혹시나 적의 기습이 있을 수도 있기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최 경사님. 아무래도 지원 요청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 광경을 아주 멀리서 지켜보던 박 순경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옆에 있던 선배인 최 경사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지원요청 하자고……. 아무래도 구급차도 불러야 할 거 같고……. 빨리 요청해.”
“네, 잠시…….”
박 순경은 무전기로 지원 요청을 하였다. 하지만 방해 전파가 가득한지 지지직거리기만 할 뿐, 전혀 연결되지 않고 있었다.
“최 경사님. 연락이 안 됩니다.”
“다시 연락해 봐!”
박 순경은 다시 무전기를 켜 봤으나 지지직 잡음만 들릴 뿐 딱 거기까지였다.
“아무래도 긴급 호출기를 눌러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럼 눌러야지.”
박 순경이 누르자 삑 소리와 함께 진동이 울렸고 신호가 간 걸 확인하였다.
“호출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그럼……. 호출기 누르고 보통 지원이 얼마나 걸리나?”
“제가 알기엔 20분 안에는 오지 않을까 합니다.”
“빨리 와야 할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최 경사님.”
두 경찰관은 빨리 지원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조은성 헌터와 그의 남은 부하들이 건물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작 두 명으로 저 많은 수를 붙잡아 두기에는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보스. 이제 건물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래. 들어가 보자고. 애들이 기다리고 있나 본데…….”
조은성 헌터와 호위대 30명은 자신의 부하들과 정체 모를 적들이 쓰러져 있는 현장을 보면서 계단을 올랐다.
피투성이로 쓰러져서 고통에 신음을 내는 적들이 많았다.
“생각보다 적이 많았나 봅니다.”
“그래 봤자 물량에는 힘을 못 쓰겠지.”
14층에 다다르자 올라갔던 간부 중 한 명이 쓰러져 있었다. 조은성 헌터는 쓰러져 있는 그 간부를 보며 ‘에이, 한심한 놈!’이라고 말하며 그를 지나치고 다시 15층으로 향했다.
점점 올라갈수록 처참한 광경은 보이지 않았다. 몇 명 정도만 쓰러져 있다고 해야 하나……. 아까 3층 이하부터가 엄청 격렬한 전투였나 보다.
“이제 20층 여기가 마지막 층입니다. 보스.”
“문을 열어라!”
“네, 보스.”
호위대 부하들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 안쪽에 보이는 것은 처음 보는 정장 입은 남자와 헌터로 보이는 두 명의 여성이 있었다.
“네가 내 상권을 날로 먹은 녀석이냐?”
조은성 헌터는 그에게 호통을 치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와인을 마시며 조은성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저 녀석을 끌어내라!”
“네. 보스!”
헌터 부하 5~6명이 그 정장남에게 다가갔는데 정장남을 호위하는 여성 헌터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아니, 일반 헌터는 볼 수 없는 검의 속도로 정장남에게 다가오는 5~6명을 베어 버렸다.
“으악!”
“크허헉.”
그 검에 베인 헌터들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보통 놈이 아니구나!”
자신을 호위하는 헌터들은 전원이 B랭크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번에 베어 버린다고?
저 정장남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그를 호위하는 헌터들은 최소 A랭크 이상으로 보였다. 자신도 A랭크 이상인데 저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들었다.
“너! 정체가 뭐냐!!”
그 헌터는 조은성 헌터에게 ‘무례하네.’라고 말하며 빠른 속도로 다가와 검을 목에다가 대었다.
그러자 조은성 헌터 호위대들도 모두 각자 무기를 꺼내 그 여성 헌터에게 겨누었다.
“정체가 뭐냐고?”
“그래……. 네놈의 정체 말이다!”
“두 가지 신분이 있는데 어느 걸 말해 줄까? 조은성 헌터.”
“어느 거고 자시고, 그냥 다 말해라!”
“일단 사회적 신분으로는 삼보 전자 박주원 팀장으로 되어 있는데.”
“바, 박주원!”
조은성 헌터는 그가 누구인지 대번에 알았다.
그 삼보 전자의 냉혹한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그 사람이라니…….
하지만 자신과 원한 관계도 없는데 상권을 이렇게 먹다니…….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냐.
“그 잘난 삼보 전자 도련님이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그리고 내 상권은 왜 턴 거냐!”
조은성 헌터는 자신의 목에 칼이 닿았음에도 잘만 떠들고 있었다.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다.
박주원은 작게 감탄하며 배짱 하나는 인정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은성 헌터의 목에 칼을 겨눈 아멜리아에게 그만두라고 하자 아멜리아가 검을 거두었다. 조은성 헌터도 부하들에게 무기를 내리라고 하였다.
“두 가지 신분이라고 했는데 하나는 뭐지?”
“호기심이 많군…….”
“어차피 내가 힘을 제대로 쓰면 너의 호위들도 제압할 수 있다!”
허세를 부리는 조은성 헌터였다. 하지만 박주원은 조은성 헌터의 허세를 꺾어 버렸다.
“과연 이 상황이 너한테 유리할까?”
박주원이 손가락을 튕기자 건물 전체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대체 뭘 한 거지?”
“부하들에게 1층까지 살펴보라고 해라……. 그러면 내가 뭘 했는지 알 테니까.”
조은성 헌터는 부하 몇 명에게 1층까지 살펴보고 오라고 명령을 내렸고 부하들은 20층에서부터 주르륵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1층에 도달한 부하 한 명은 사색이 되었다. 아까 자신들이 본 것이 환영이었던 것이다. 쓰러져 있던 적들은 모두 서 있었고 같은 동료만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던 것이다.
“화, 환영이라니. 빨리 보스에게 얘기해야겠어!”
그 부하는 1층에서 다시 20층까지 헐레벌떡 조은성에게 귓속말로 전했다.
조은성 헌터는 표정 변화가 있었으나 허세를 유지하려고 헛기침을 한번 하고 다시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정체가 뭐냐……. 삼보 전자 도련님이라고 하기에는 손속도 잔인하고. 너를 따르는 헌터들은 대체 뭐지?”
조은성 헌터는 박주원을 꽤 위험인물로 생각하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나름 유리할 줄 알았지만 아까 부하의 보고를 들어보니 이 자신의 부하들만 다 쓰러져 있다고 했다.
“정체라……. 나를 감당할 수 있을까? 조은성 헌터.”
“삼보 전자 도련님이라는 것만 들었을 때도 떨리긴 하지만……. 이미 내가 진 거 같으니 궁금해서 그런다!”
“아직까진 자신감이 조금 있나 보군. 그럼 정체를 말해 주지. 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자가 누구인지.”
“뭐, 뭐야?!”
조은성 헌터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했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자라니! 대체 이 녀석 정체가?
박주원은 눈을 잠시 감고 인간의 기운에서 파멸의 군주 기운으로 바꿨다.
어둠의 기운이 춤을 추며 사방으로 뻗어나갔고 그것을 버터지 못 한 조은성 헌터의 부하들은 모두 기절하였다.
오직 조은성 헌터만 이를 악물고 한쪽 무릎이 꿇린 채 버티고 있던 것이다. 엄청난 공포심이 다가왔다.
“이게 나의 정체다.”
조은성 헌터는 엄청난 중압감이 몸을 짓눌렀지만, 고개를 꼿꼿이 들고 올려다보았다. 그가 누군지 너무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조은성 헌터 눈앞에는 아까와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뭔가 인간 같지 않은 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마족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자신도 험하게 헌터 세계를 살아왔지만 이렇게 무서운 적은 처음이었다.
“호오? 잘 버티는군. 내 도구로 사용할 만하겠어.”
“누, 누가 도구냐!”
조은성 헌터는 도구라는 소리에 분노하며 이를 악물었고, 입술이 터져 피가 나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 버텨냈다. 그 중압감을 정면으로 맞서서 버틴 것이다.
박주원은 조은성이라는 자의 배짱을 인정했다. 괜히 대한민국 어둠의 일부를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짝짝짝짝.
박주원은 순수하게 손뼉을 쳤다.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박수 소리가 자신을 무시하는 소리인 거 같아 기분이 매우 상한 조은성 헌터는 검을 꺼내 빠르게 그를 베었다. 하지만 검은 그의 어두운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찌그러졌다.
“감히!”
아멜리아 헌터와 니엘 헌터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빠르게 조은성 헌터를 베어 버리려고 했으나 그가 막았다.
“검까지 날리다니. 대단한데? 일반적인 도구로 쓰려고 했는데 나름 쓸 만하겠어…….”
조은성 헌터는 이 잘난 주원에게 조그마한 상처라도 낼 생각에 검으로 벤 것인데 그걸 간단하게 막자 ‘이제 난 죽은 목숨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는 듯한 말을 내뱉는 박주원에 놀랐던 것이다.
“아까 검을 날린 것과 다른 것들은 용서해 줄 테니 나를 따라보지 않겠나? 조은성 헌터.”
조은성 헌터는 그게 자신이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느꼈다.
자신도 쉽지 않은 남자라는 걸 보여줬으니, 이 사람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진정한 지배자의 느낌이 강하게 풍겨온 것이다.
“제가 졌습니다.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그래. 군주님이라고 불러라.”
“네, 군주님.”
“너를 따라온 부하들은 믿을 만한 존재냐?”
“제 호위대 녀석들은 믿을 만한 녀석들입니다.”
“그럼 그들을 강하게 만들어 줄 테니 대한민국의 어둠을 네가 전부 관리해라.”
“네. 알겠습니다. 군주님.”
이로써 대한민국의 유흥을 나름 크게 관리하던 조은성 헌터는 파멸의 군주 소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박주원이 군주의 힘으로 검에 베였던 이들을 치료해 주자 조은성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한편, 건물 안쪽이 너무도 조용하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들은 지원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전기에서 지직거리며 말소리가 들린 것이다.
-박 순경! 본부에도 상황 설명 좀 해 봐.
“네, 최 경사님.”
무전기를 켜고 상황 설명을 하며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본부에서는 엉뚱하게도 복귀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조은성 패거리를 몽땅 잡을 기회입니다, 서장님!”
-위에서 압력이 내려와서 안 된다……. 전원 복귀해! 그리고 호출기로 부른 지원 병력도 가지 않을 테니 거기서 버티지 말고 당장 복귀해!
서장은 무전기를 꺼버렸다.
“제길…….”
“최 경사님. 어떻게 하죠?”
“우리 둘이 가서 현장을 덮치기엔 부족하니……. 포기하고 돌아가자고.”
“알겠습니다…….”
두 경찰관은 아무런 수확도 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철수하였다.
이 모든 건 진성이 자는 동안 벌어졌다. 정작 진성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니 잠을 자면서도 군주에 대한 생각과 퀘스트에 대한 생각, 그리고 시스템이 답변이 왜 없는지 그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어둠이 점점 확장되어 가고 있었다.
* * *
여전히 요란한 알람 소리에 진성은 몸을 뒤척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오. 왜 이리 피곤하지?”
가평의 저택 모임에서 너무 긴장한 채 돌아다닌 게 문제였을까? 아무튼 몸이 조금 아파진 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