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113. 113화
차량은 가야리에 진입하였고 이한나 헌터가 이끄는 호위 팀은 진성이 집까지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한 후에 가야리 사무실로 떠났다.
“아, 역시 집에 오니까 편하네……. 역시 내 집이 제일 편하지.”
오후 8시가 넘어서 도착했지만 가평의 저택에 있을 때보단 마음이 아주 편해졌다.
비록 하루밖에 안 떠나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살던 곳이 편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방이 좀 춥긴 하네. 보일러 좀 켜야겠다.”
진성은 방 안이 꽤 추워 보일러를 가동하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아까 분명 가야리에 들어오기 전에 두근거리던 느낌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아주 잠깐 두근거림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또 그러지? 나 진짜 문제 있는 건가?
“이상하네…….”
“후후, 뭐가 이상하죠?”
“……!!”
진성의 중얼거림에 누군가가 대답을 한 것이다. 그 대답을 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진성이 방에서 나와 거실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뭐, 뭐지? 내가 너무 피곤해서 잘못 들은 건가?”
“잘못 들은 거 아닌데요?”
“……?”
진성은 다시 말소리가 들려 집안을 샅샅이 둘러봤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아! 제모습이 안 보이나 보네요. 잠시만요.”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현관문 쪽이었다. 은신 스킬이 해제되자 진성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상위 헌터로 보이는 외국인이었다. 긴장감으로 인해 두근거림이 더욱 커졌다.
“누, 누구시죠? 왜 제집에 있는 거죠? 무단침입이면 신고합니다.”
“에이……. 너무 딱딱하게 하지 마세요. 아차! 제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전 흡혈의 군주 디아나예요. 잘 부탁해요! 시스템에게 선택받은 강진성 군.”
“……!”
진성은 저 사람이 자신을 정체를 알고 있는 것과 별개로 방금 들은 단어는 흡혈의 군주? 잠깐만……. 군주가 한 명만 있는 게 아니었어?
분명 엘프 성녀 아이린에게 들었을 때는 파멸의 군주 한 명만 언급되었는데……. 거기에 퀘스트에서도 조차……. 이게 무슨 상황이지??
“호호, 놀랐나 보네요. 뭐, 그럴 수도 있죠.”
진성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외국인 여성 헌터……. 아니, 흡혈의 군주 디아나를 보며 크게 경계하였다.
자신을 공격하려고 온 것인가? 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지? 라며 오만가지 상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진성의 눈앞에 퀘스트 알림이 떴다.
-퀘스트:흡혈의 군주를 조심하십시오.
등급:S급 이상
특징:은신의 달인. 타인의 능력을 흡혈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진성은 속으로 ‘아니……. 진작에 알려주든가. 이제 와서 알려준다고?’라며 시스템의 일 처리가 매우 느리다는 생각을 했다.
진성이 그 퀘스트에 대해 욕하면서 당황해할 때 그 흡혈의 군주 디아나가 미소를 지으면서 진성에게 말했다.
“시스템이 뒤늦게 알려 줬나 보네요? 원래 그래요. 그 시스템은……. 참 고약하네요. 여전히.”
마치 그녀는 시스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시스템의 적이니 엄청 잘 알지 않을까?
“호호. 공격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당신이 궁금해서 찾아온 거니까.”
“궁금하다니…….”
“보니까 멀쩡하게 생긴 거 같고 나름 잘생기기까지 하고……. 아직 성장은 덜 했나 보네요? 빨리 성장을 해야 저희와 싸우죠.”
말은 그렇게 해도 딱히 호전적인 군주는 아니었다. 그저 말만으로 겁주는 군주랄까? 하지만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다…….
군주들은 모두 조심해야 할 존재였다. 언제든지 자신을 공격할지 모르는 존재였기에…….
“그렇게 경계 안 해도 되는데. 저는 아무나 공격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 말을 더 믿을 수가 없는데요? 궁금해서 찾아오다니……. 사실상 저랑 그쪽은 적 아닌가요?”
“그러니까 궁금해서 찾아왔죠! 제 적은 어떤 사람인가 하고요. 호호.”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적인데 그냥 궁금해서 찾아온다고?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군요……. 그럴 수도 있어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적이 갑자기 찾아와서 궁금해졌다고 말하니 이상하긴 하죠.”
흡혈 군주 디아나는 대체 나에게 뭘 원하는 거지?
“그냥 말할게요. 당신이 어서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딱히 싸울 마음이 없지만, 파멸의 군주가 원하니까요. 어서 강해지세요. 저희는 오랫동안 못 기다리니까요.”
“가, 강해지는 게 쉬운 것도 아닌데.”
“에이……. 시스템에게 선택받은 자라면 그런 약한 소리 하시면 안 되죠. 얼른 강해지셔서 저희와 경쟁을 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계속해서 디아나는 진성에게 어서 강해지라고 말하며 건드리고 있었다.
진성은 어이가 없었지만, 확실히 디아나의 말대로 강해져야 저들의 공격에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맞는 말을 하는 거였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 화가 났다. 강해지는 걸 쉽게 말하다니…….
“호호. 오늘은 이만하고 가야겠네요……. 아무래도 오래 있다간 파멸의 군주에게 혼날 거 같으니까요.”
“자, 잠시만요……. 군주가 몇 명이나 있는 겁니까?”
“군주요? 그걸 적인 당신에게 얘기해 줘야 할 의무가 있나요?”
“아……. 하긴.”
“하지만 저는 이야기해 드릴게요. 뭐……. 그러는 편이 더 재밌으니까요.”
진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디아나의 이어질 말이 너무도 궁금해졌다. 군주가 몇 명 있는지 파악을 해야 진성도 나름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주는 총 저를 포함해서 다섯 명 있어요. 쉽게 말하자면 파멸, 운명, 흡혈, 지배, 죽음의 군주가 있어요.”
진성에게 아주 쉽게 설명하는 그녀였다. 아주 적에게 자신들의 정보를 이렇게 알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 다 말하고 다녀도 되나요? 다른 군주들이 뭐라고 하지 않나요?”
“아뇨. 딱히요. 이 얘기를 해 준 이유가 어서 당신이 강해지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진성이 아는 군주라곤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흡혈의 군주와 어제 알게 된 파멸의 군주 정도뿐인데 이들 말고도 세 명이나 더 있다고 하니 조금 절망적이었다.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순 없었다. 시스템의 퀘스트를 받아서 빠르게 성장하고 그들을 제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들은 왜 시스템에게 선택받은 자를 사냥하는 거지? 대체 시스템과 저들은 무슨 관계고?
진성의 머리를 아주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슬슬 시간이 됐네요. 오래 있다가 시스템의 제재를 받을 것 같고요. 다음에 봬요. 강진성 군. 그때는 오늘보다 더 강해져 있기를. 호호.”
흡혈 군주 디아나는 은신 스킬을 쓰고 진성의 집에서 스르륵 사라졌다.
진성은 디아나가 간 이후로 더욱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었다. 시스템이 군주들이 있음에도 잠자코 보기만 하고 조용해졌기 때문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시스템……. 이제 슬슬 대답해 보지? 방금까지 해서 군주를 총 두 명이나 봤으니 이제 슬슬 설명해 줄 때가 왔잖아?”
여전히 응답이 없는 시스템이었다.
대체 시스템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렇게 군주들의 만남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고?
군주들은 분명 시스템을 적대하고 있는데 그런 군주들과 자신을 만나게 하는 걸 전혀 제재하지 않고 있었다.
대체 원하는 게 뭐냐 시스템…….
“여전히 말도 없고……. 복잡하지만 늦은 시간이니 잠이나 자고 내일 일어나서 생각 좀 해 봐야겠다. 군주들에 대해서 정보를 좀 더 알아야 하니 조사도 해 보고……. 할 게 많네 진짜.”
진성은 중얼거리다가 거실에서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고 9시밖에 안 됐지만 오늘 이 일을 다 생각하기에는 너무 머리가 아파진 터라 잠을 자기로 했다.
그렇게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 * *
진성의 집에서 나온 흡혈의 군주 디아나는 가야리 마을에서 벗어나 논이 많이 보이는 어느 산에서 쉬며 중얼거렸다.
“아직은 많이 약하네! 강진성 군. 호호.”
“디아나 님……. 이렇게 움직이시는 건 곤란합니다.”
“아……. 결국, 왔네.”
“저희 군주님이 디아나 님을 감시하라고 했습니다.”
“그래? 아쉽네.”
“대체 왜 시스템 관련자를 만나신 겁니까?”
“왜냐고? 재밌잖아.”
“하아……. 못 말리시는군요. 역시 디아나 님은 참…….”
“참, 뭐?”
“아, 아닙니다. 그리고 저희 군주님께서 디아나 님을 감시하면서도 이상한 짓 못 하게 막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근데 네가 나를 막을 수 있을까?”
“못 막겠죠. 에휴…….”
흡혈 군주와 대화하는 자는 파멸의 군주를 오랫동안 섬겨 온 헌터였는데 미국인이며 AAA랭크 헌터였다.
겉으로는 AAA랭크 헌터였고 이미 진짜 어둠의 씨앗을 받은 자로서 실력은 S랭크를 넘은 것이다.
“스티븐.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네네……. 알겠습니다요. 디아나 님.”
디아나는 스티븐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가야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가야리에 있던 진성에게 위협이 될 만한 존재는 이제 모두 없어진 셈이다. 잠시 떠난 것이라고 해야 하나?
진성이 자는 동안 대한민국에서는 어둠이 점점 여기저기 손을 뻗치고 있었다. 모두 파멸의 군주 아래 점점 흡수당하고 있던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의 어둠을 지배하는 조은성 헌터조차 파멸의 군주 밑에 있는 헌터들에게 점점 상권을 빼앗기고 있었다.
* * *
쾅!
조은성 헌터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자신의 방 안에 있던 테이블을 주먹으로 쳤다.
“대체 그놈들은 뭐야?!”
“모, 모르겠습니다……. 엄청 강한 헌터들이었습니다.”
화가 잔뜩 난 조직의 보스 조은성 헌터 앞에는 간부 두 명이 서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소식은?”
“그……. 벌써 명동과 이태원 등은 모두 빼앗긴 상태입니다……. 이제 남은 건 홍대와 이곳 건대뿐입니다. 보스.”
“젠장. 그놈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현재 저희 애들 말로는 명동 그 사무실에 있다고 합니다.”
“그래? 애들한테 연장 챙겨서 집합하라 해!”
“네, 알겠습니다. 보스.”
간부 두 명은 후다닥 그 자리를 나갔다. 거기에 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조은성 헌터는 간부도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반죽음을 만들기 때문에 도망간 것이다.
“누군지 몰라도 후회하게 해 주마!”
조은성 헌터는 자신의 상권을 모두 건드리고 점령하는 자에 대해서 아주 분노하였다.
누군지 몰라도 잡히면 엄청 후회하게 하여주겠다고 다짐을 한 상태였다.
그로부터 약 20분이 지나고 간부 한 명이 다시 들어와 보고하였다.
“보스! 모두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애들은 몇 명이나 모였지?”
“제가 최대한 긁어모았습니다. 헌터인 애들 포함해서 500명입니다.”
“왜 그 정도밖에 안 돼?”
“그, 그게 보스 두 지역이 넘어가는 바람에 다친 애들도 많고 도망친 애들도 여럿입니다.”
“뭐라고?!”
조은성 헌터는 화가 잔뜩 났기 때문에 그 간부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평소보다 보스가 매우 화가 났기 때문에 말조심해야 한다.
그 두 지역만 안 넘어갔어도 아마 연장 챙기고 모인 애들만 적어도 1,000명은 넘었을 것이다.
“……됐고 출발이나 하자.”
“네. 보스.”
조은성 헌터와 그 간부는 조직의 부하들이 모여 있는 주차장에서 봉고차와 버스에 탑승하고 적들이 모여 있다는 그곳으로 몰려갔다.
갑자기 수많은 차량이 줄줄이 이동하자 사람들은 사진을 찍거나 쳐다보면서 의문을 표했다.
“최 경사님! 저기 수상하지 않습니까?”
“흠……. 그렇긴 해. 저 차량이 나온 곳이 그 조은성 헌터가 지배하는 곳인데……. 뭔가 큰일이 터질 거 같단 말이야……. 박 순경! 일단 지원 부를 준비하고 쫓아가 보자고.”
“네. 최 경사님!”
잠복근무 차량에 탑승한 두 명의 경찰관은 그 수상한 행렬을 아주 조심스럽게 쫓아가고 있었다.
그 두 경찰관도 나름 한 실력 한다는 헌터였으므로 자신감 있게 쫓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 순경은 지원을 부를 준비하고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
건대에서 출발한 그 수상한 행렬은 명동 외곽에 짓다 만 폐빌딩에서 멈췄다.
“아무래도 저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 봅니다. 최 경사님.”
“그래. 바로 지원 때릴 준비 하자고……. 보니까 조은성 헌터가 휘하 애들 전부 끌고 온 거 같은데……. 아무래도 꽤 위험한 상황이야.”
두 경찰관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아직은 모여 있기만 하고 싸움이 날 기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바로 무전기를 누르고 지원 호출할 준비하는 박 순경과 최 경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