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화
111. 111화
박주원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온 이진호에게 주원은 그에게 손을 뻗었고 그의 손에서 어두운 기운이 나와 이진호의 심장에 스며들었다.
이진호는 어둠의 기운이 자신의 심장으로 들어오자 엄청난 오한이 들었고 이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참아내었다.
이 힘을 받으면 다시는 주변에서 자신을 무시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찬호 부회장은 부러운 표정이었고 박주원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이진호에게 힘을 내려주고 있었다.
약 3분이 지났을까?
띠링!
-B랭크 각성자가 되었습니다.
라는 문구가 이진호의 눈앞에 뜬 것이다.
드디어 각성하였다. 헌터가 되자 몸에 기운이 넘쳐났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표정에 다 드러났다.
“가, 감사합니다. 군주님.”
진호는 너무도 감사한 마음에 박주원에게 굽실거렸다.
주원은 별거 아니라며, 볼일은 이게 끝이냐고 물어봤고 진호는 한 가지가 더 남았다고 했다.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강찬호 부회장은 약간의 노기를 띠고 이진호에게 말했다.
“감히……. 힘을 내려주신 군주님에게 더 요구할 게 있다고? 자네, 미친 건가!”
“아아, 괜찮다.”
“하, 하지만 군주님!”
“됐다고 했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주원은 강찬호 부회장에게 손을 저어 보였고 자신의 앞에 있는 이진호에게 집중 중이었다. 다른 요구를 더 듣기 위함이었다.
이진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제가 후계자 자리가 위태한데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도움이라. 구체적으로는 사업에 관한 건가? 아니면 뭐지?”
“저를 도와줄 인력과 사업 등, 도움을 주실 수 있는 것들은 다 주셨으면 합니다.”
이진호는 당당히 말했고 강찬호 부회장은 속으로 이진호를 신랄하게 욕하고 있었다.
겁대가리 없이 군주님 앞에서 저런 말을 당당히 하다니……. 미련한 놈 같으니라고!!
각종 욕을 하고 있던 것이다.
주원은 자신에게 당당히 요구하며 대답을 기다리는 진호에게 조금 흥미가 돋았다.
강찬호 부회장처럼 얘기를 못 하고 우물쭈물하는 자보단 굉장히 나았던 것이다.
역시 젊은 피는 다른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는 주원이었다.
“도움이라. 그래 조처를 해 주지.”
“감사합니다. 군주님!!”
“그래. 더 용건은 없는 건가?”
“네. 없습니다.”
주원이 나가라고는 눈치를 주자 이진호는 한 번 더 감사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 뒤를 이어서 강찬호 부회장이 ‘정말 죄송합니다. 군주님.’이라고 말하며 나가려고 하자 주원이 잠시 남으라고 말했다.
그 말에 조금 불안해졌지만, 군주님의 말이니 남아야 했다.
“혹시 내가 어둠의 씨앗을 그자에게 준 걸 부러워하는가?”
“아, 아닙니다.”
강찬호 부회장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했지만 그런 마음을 적잖이 가지고 있었다.
“확실히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더군……. 근데 말이야. 강찬호 부회장. 내가 저자에게 준 건 가짜 씨앗이다…….”
“네, 넵? 가짜 씨앗 말입니까?”
강찬호 부회장은 지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하여 되물었다.
“그래. 가짜 씨앗도 큰 힘을 주기는 하나 굉장히 부작용이 많다.”
“그, 그럼 이진호처럼 가짜 씨앗을 받은 자들이 꽤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진짜 씨앗을 받은 자는 이 방에 있는 니엘을 포함해서 몇 안 되는 자들이지.”
강찬호 부회장은 머리를 굴려서 군주님이 말하는 의미를 파악하려고 했다.
가짜 씨앗을 받은 자들은 그저 일회용에 불과한 자들인 건가?
버림 패라는 얘기다. 진짜 어둠의 씨앗을 받은 자들은 앞으로 같이 갈 자들에게만 주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자를 너무 부러워하지 마라. 언젠간 너도 진짜 어둠의 씨앗을 받을 테니.”
“아, 알겠습니다. 군주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이제 나가 봐라. 이진호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으니.”
“네, 알겠습니다. 군주님……. 다음에 좋은 소식을 들고 오겠습니다.”
“그래.”
강찬호 부회장은 군주 박주원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곤 나왔다.
주원은 그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독일 헌터 니엘만 그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강찬호 부회장님. 볼일은 끝나셨나요?”
강찬호 부회장이 문밖으로 나오자 아멜리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그, 그러네……. 이제 가면 된다네.”
“네, 알겠습니다. 따라오세요.”
아멜리아 헌터는 강찬호 부회장과 이진호를 데리고 다시 왔던 길 그대로 돌아갔다.
강찬호 부회장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동안 이 요새에 대한 구조를 조금이나마 이해하였다. 단순한 저택인 줄 알았으나 꽤 복잡한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얼마나 많은 헌터들이 주둔해 있는지는 짐작이 되지 않았으나 자신이 본 것만 해도 최소 200명이 넘는 헌터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그것도 높은 경지의 헌터들도 꽤 보였다.
“자, 도착했네요.”
아멜리아 헌터의 말에 정신을 차린 강찬호 부회장은 커흠, 거리면서 아멜리아 헌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별거 아니지만 감사해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그래. 감사하네.”
강찬호 부회장과 이진호가 나타나자 주차장에서 강찬호 부회장을 기다리던 한울기업의 헌터들은 군기가 팍 든 채 차량에 탑승하기 시작하였다.
강찬호 부회장은 심우빈 헌터에게 무슨 이상한 일이 있지는 않았냐고 물어보자 심우빈 헌터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딱히 이곳에서는 없었습니다. 부회장님……. 일은 잘 풀리셨습니까?”
“그래. 그런데 이곳 말고 다른 곳에는 일이 있다는 것으로 들리는데?”
“네……. 부회장님. 그, 아까 저희를 미행한 자들의 정체를 알아내었습니다.”
“흠……. 그런가? 누구지?”
“현성기업의 이시우와 그를 호위하는 S랭크 헌터들입니다.”
심우빈 헌터의 말에 강찬호 부회장보다 옆에 있던 이진호의 눈이 홱 돌아가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런가? 이시우라…….”
“어떻게 할까요? 부회장님……. 일단 미행한 거로 항의를 할 수 있긴 합니다만.”
“일단 항의하게나. 그리고 그들이 여기 이진호 때문에 미행한 거 같으니까 잡아떼고. 그럼에도 이자와 같이 있던 걸 들켰을 때는 그저 사업차 일 때문에 온 거라고 말하게.”
“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이제 가시죠.”
“그래. 이진호, 자네도 빨리 타게나.”
“아……. 네.”
이진호는 아직도 분노한 표정이었으나 강찬호 부회장의 말에 마지못해 차량에 탑승하였다.
“심우빈 헌터. 이제 다시 돌아가자고.”
심우빈 헌터는 각 차량에 무전기로 출발하라고 하였고 차량은 그 저택 주차장에서 유유히 다른 길로 빠져나갔다.
* * *
“군주님. 그들이 안전하게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한 외국인 헌터가 파멸의 군주 박주원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래? 3팀, 내 앞으로 오라고 전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 외국인 헌터는 그 방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주원은 와인을 마시며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원이 부른 3팀이라는 존재는 누구일까?
그 헌터가 나간 지 5분도 안 돼서 3팀이라는 헌터들이 주원의 앞으로 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부르셨습니까? 군주님.”
“그래. 너희들이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그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완벽하게 완수하겠습니다.”
“너희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 이진호를 도우라는 명령을 받은 3팀은 조금도 의아함 없이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방을 빠져나갔다.
3팀으로 불리고 있지만 원래 길드 명은 덴버였다. 평범한 길드 이름이었고 길드원이 전부 A랭크로 되어 있지만, 진짜 어둠의 씨앗을 받은 자들이었고 실력은 AAA랭크에 육박해 있는 무시무시한 헌터들이었다.
군주의 직속 군대나 다름없는 자들이었고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여 군주가 많이 쓰는 헌터 팀이었던 것이다.
“기간은 어느 정도입니까?”
덴버 길드의 길드장이 군주에게 물어보았고 주원은 1년간만 도우라고 말했다. 어차피 이진호는 가짜 씨앗을 받은 자이니 1년도 못 갈 거로 생각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특별한 일이 생기면 즉각 보고하겠습니다. 군주님.”
“그래.”
그들이 나가자 주원은 앞으로의 일이 기대되었다.
아까 본 강찬호 부회장과 이진호, 그리고 대통령 이하늘까지 포함해서 전부 시스템의 선택을 받은 강진성과 인연이 있던 것이다. 그런 자들을 조종하여 강진성을 괴롭히면서 성장시키려는 것이다.
지금 강진성과 싸우면 간단히 이길 수 있지만……. 그건 너무도 재미가 없다.
적을 강하게 키워내서 극적인 끝에 이기면 얼마나 스릴감이 넘칠지 아주 기대가 되었다.
“너무 고약한 취미 아니야? 파멸의 군주.”
주원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봤고,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아는 자였다. 주원을 호위하는 니엘조차 그녀의 인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고약한 취미라니. 너무하네, 흡혈의 군주 디아나.”
디아나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에게 그렇게 말한 파멸의 군주에게 ‘너보단 내가 나은데?’라고 말했다.
파멸의 군주와 흡혈의 군주……. 군주는 대체 몇 명이나 있는 걸까?
그리고 그들은 전부 시스템에게 대항하는 자들이었다. 전부 강진성을 노린다고 보면 되었다.
“그래서, 너만 온 거냐? 디아나…….”
“일단 다른 군주는 다 바쁘니까…….”
“운명의 군주인……. 그녀는?”
“아! 제시카 말이야? 그녀는 여기에 엄청 오고 싶었을걸? 너의 열렬한 팬인데.”
디아나는 제시카를 언급하면서 피식 웃고 있었다. 디아나의 장난스러운 모습에 파멸의 군주 박주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그렇고……. 지켜보기만 하겠다고 했으면서 강진성을 건드리려고?”
“그래. 가만히 있는 건 내 성격에 안 맞거든. 디아나.”
“하긴, 파멸의 군주인데.”
“무슨 일로 온 거지? 디아나.”
“나도 심심해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꽤 흥미로운 곳이라서 겸사겸사 온 거야.”
“대한민국은 내가 지배하려는 곳이니 건들지 마라. 디아나.”
“에이……. 내가 설마 건드리겠어? 힘이나 능력이나, 너한테 질 텐데.”
“그럼 됐다…….”
“너 말은 조용히 있다가 가라는 거잖아? 그러니 걱정하지 마! 조용히 한국 문화에 대해서 배우고 갈 테니까.”
디아나의 말에 박주원은 전혀 믿고 있지 않았다. 다른 군주들도 인정할 만큼 그녀는 엄청난 사고뭉치였기 때문이었다.
주원은 디아나의 말에 조금 골치가 아파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원……. 너 방금 나에게 실례되는 생각 하고 있었지?”
“그래…….”
“너, 다른 여자들에게 인기 없어진다고?”
“상관없어.”
“쳇!”
디아나는 ‘재미없어!’ 하면서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여전히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네…….”
“군주님. 디아나 님도 감시할까요?”
니엘이 물어보자 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시 잘하는 인원을 보내 감시해 두라고 명령을 내렸다.
니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지시하고 있었다.
“디아나. 제발 큰 사고만 치지 마라.”
주원은 불안해졌다. 디아나가 설마 강진성에게 바로 접촉하는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설마……. 적인데. 아마 강진성도 다른 군주들을 감으로 알 텐데, 그런 진성에게 접근한다고?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원의 말대로 디아나는 바로 강진성에게 접근할 생각으로 가득하였다.
“어떻게 접근해야 자연스러울까?”
디아나는 강진성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물론 강진성이 가평의 저택에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디아나는 가야리 마을에 미리 와서 관광객인 척하려는 속셈이었다.
지금 디아나가 강진성을 만나려고 하는 것을 박주원이 알았으면 단숨에 그녀를 말렸을 것이다.
* * *
한편, 이시우 일행은 강찬호 부회장을 지키는 일부 헌터들 때문에 결국 그들을 놓쳤고, 어쩔 수 없이 진성이 있는 가평의 저택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무런 수확도 건지지 못해 힘없이 다시 돌아왔다.
“하필 거기서 놓치다니…….”
놓치지 않고 쫓아갔더라면 진호 형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몰라도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건 그렇고 강찬호 부회장과 대체 무슨 관계일까? 그저 사업관련인 건가?
시우는 강찬호 부회장과 이진호 형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