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화
110. 110화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부회장님.”
강찬호 부회장과 이진호가 있는 방으로 다시 돌아온 심우빈 헌터는 부회장에게 바로 보고를 하였다.
강찬호 부회장은 출발하기 전 잠깐 이진호에 대해서 고민을 했으나 군주님이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하였기에 고개를 잠시 흔들어 털어 버리곤 심우빈 헌터에게 명령을 내렸다.
“가서 철저하게 준비하게. 그리고 이번에 호위로 편성된 헌터가 총 몇 명이지?”
“저를 포함해서 30명이 조금 넘을 겁니다.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30명이라. 수준은 최소 B랭크 이상이겠지?”
“네. 그렇긴 합니다.”
“인원을 더 요청하게. 이번에는 꽤 위험할 거라네.”
“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이런 명령은 처음인지라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자신이 모시는 주인의 요청이었기에 본사에 한 번 더 연락해 부회장 라인에 있는 다른 헌터들을 요청했다.
호출한 지 10분도 안 돼서 또 일단의 무리가 주차장에 도착하였고 강찬호 부회장을 호위하는 병력은 70명이 넘었다.
최소 B랭크 이상의 헌터들이었고 중무장한 상태였다. 이 정도면 웬만한 A급 던전이나 몬스터 웨이브 두세 번 정도는 막아 낼 수준이었다.
“이제 준비가 되었나? 오래 끌면 안 되네.”
“네, 막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럼 가도록 하지. 이진호, 따라오게.”
“네, 넵.”
진호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무표정의 강찬호 부회장과 그를 호위하는 심우빈 헌터의 보호를 받으면 그 방에서 나왔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본 시우는 자신의 호위 헌터들을 모두 불러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아주 원거리에서 뒤쫓았기에 눈치채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부회장님. 미행이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따돌리게나.”
“네, 알겠습니다.”
강찬호 부회장을 태운 차량 후방에 있던 호위 차량 일부가 속도를 늦추고 뒤에서 따라오던 시우의 차량을 막아섰다.
“도련님. 아무래도 눈치챘나 본데요?”
S랭크 이인우 헌터는 같이 탑승해 있는 시우에게 말을 하며 어떻게 할까요? 라는 표정이었다.
“저들을 최대한 무시하고 지나쳐서 그들을 따라잡아 주세요.”
“네. 일단 해 보겠습니다.”
이인우 헌터는 현란한 운전 솜씨로 자신의 앞길을 막는 차량 네 대를 뚫으려고 했지만 막아서는 차량의 운전자들도 보통 솜씨가 아닌지라 시우가 탄 차량을 겹겹이 포위해서 막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우 쪽이 고전하고 있을 때쯤……. 강찬호 부회장과 이진호는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온 뒤였다.
그들은 가평에서 잘 빠져나왔고 최종 목적지인 춘천시 근처로 향했다.
“부회장님. 이쪽 길이 맞습니까?”
“그래……. 그러니 쭉 직진하게.”
심우빈 헌터는 비포장도로가 나오자 조금 이상해져서 부회장에게 물어보았지만 강찬호 부회장은 이 길이 맞으니 의심하지 말고 쭉 직진하라고만 말하고 있었다.
부회장의 말대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니 지도상에는 나오지 않는 커다란 저택이 드러났다.
군부대라고 해야 하나? 아주 삼엄한 경계 속에 있는 웅장한 요새 같은 저택이었다.
담장이 이중으로 되어 있으며, 철조망 또한 전체적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곳을 지키는 헌터들 또한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대부분 외국인 헌터들이었는데 꽤 강해 보였다.
“이곳이 맞습니까?”
“그래. 걱정 말고 천천히 속력을 줄이고 검문소로 가면 되네.”
“예.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강찬호 부회장의 차량과 다른 호위 차량을 포함해서 다섯 대가 외국인 헌터들이 지키고 있는 검문소에 다가섰다.
무장을 단단히 한 거 보니 일반 헌터들이 아닌 군인 헌터들 같아 보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한 외국인 헌터가 유창한 한국말로 그들에게 물어봤다.
“군주님과 이미 약속이 되어 있다네.”
강찬호 부회장은 그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주었고 그것을 받아 든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약 10초?
전화가 끝나자 그 헌터는 ‘이분들은 군주님의 손님이시다. 그러니 문을 열어라!’라는 말을 외치며 검문소의 문을 열어 주었고 차량 다섯 대는 요새 안으로 무사히 진입하였다.
“이런 곳에 잘도……. 요새가 있었군요.”
진호는 두려움에 떨면서 말했다.
“전혀 예상 못 했을 거다. 나만 알고 있는 것이니……. 아니, 이제 자네도 알게 되었으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한다. 군주님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말게나.”
“아, 알겠습니다.”
이진호는 자신이 너무 무턱대고 만나게 해달라고 조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두려움에 떨었다.
어떻게 이런 장소가 있을 수 있지?
자신도 군주에 대한 정보가 있지만, 그는 생각보다 더욱 거대한 사람 같았다.
강찬호 부회장 옆에 있던 심우빈 헌터도 이런 장소가 나올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해 침을 꿀꺽 삼킬 뿐이었다.
그저 작은 펜션 수준일 줄 알았는데 이런 거대한 요새 수준의 저택이라니…….
아무래도 자신이 모시는 부회장님이 이 저택의 주인과 얽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자신은 그저 조용히만 있으면 될 터다.
차량 다섯 대는 검문소를 지나 지상 주차장에 주차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차에서 내려 대기하자 저택의 입구에서 일부 헌터들 무리가 나와서 그들을 맞이하였다.
“어서 오세요. 강찬호 부회장님과 이진호 님이시죠?”
그들에게 말을 건 헌터는 한국인으로 보였지만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엄연한 외국인 헌터였다. 그녀의 이름은 영국에서 AA랭크로 이름을 떨치는 성기사 아멜리아 헌터였다.
“아, 아멜리아 헌터?”
심우빈 헌터는 그녀를 바로 알아보았다. 물론 자신이 AAA랭크 헌터로 더 높지만, 그 영국 헌터는 매우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고작 AA랭크 헌터인데도 AAA랭크 헌터 급으로 굉장히 강한 여성 헌터로 알려졌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이 저택을 지키는 헌터 중 하나라고? 말도 안 된다. 영국에서 굉장히 귀한 헌터로 알고 있는데……. 이 저택의 주인의 정체는 뭐지?
“저를 알아보는 분이 있군요.”
“군주님은 혹시 안에 계시나?”
“네, 물론입니다. 강찬호 부회장님과 이진호 님만 들어 오실 수 있습니다.”
“부, 부회장님!”
심우빈 헌터는 자신이 배제되자 강찬호 부회장을 부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다. 심우빈 헌터. 여기서 대기하게.”
“하,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부회장님의 부하분은 참 충직한 분이군요?”
“뭐……. 그렇긴 합니다……. 군주님을 오래 기다리시게 할 수 없으니 갑시다. 아멜리아 헌터.”
“네. 저를 따라오세요. 강찬호 부회장님. 그리고 이진호 님.”
강찬호 부회장과 이진호는 순순히 그녀를 따라갔고 주차장에는 아멜리아 헌터의 부하들과 일부 무장 헌터 그리고 심우빈 헌터와 그의 부하들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주차장이나 차량에 앉아 쉬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심 팀장님……. 대체 여기는?”
부팀장이 심우빈 헌터에게 말하자 심우빈 헌터는 조용히 하라는 행동을 취했다.
“알겠습니다…….”
부팀장은 이곳이 꽤 궁금했으나 괜한 호기심은 빠른 죽음을 불러오니 호기심을 지워버린 채 그저 부하들을 다독거리며 경계를 세울 뿐이었다.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심우빈 헌터는 자신의 주인이 사라진 저택의 입구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 * *
한편, 아멜리아 헌터와 그들은 저택의 입구에서 3층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안쪽에는 총을 들고 방탄복을 입은 채 근무하는 무장 헌터들이 꽤 보였다.
“안쪽이 매우 삼엄하군?”
“네. 군주님을 모시는 곳이니까요.”
1층에서 3층으로 이동하면서 병력을 유심히 보던 강찬호 부회장은 ‘역시 여기는 올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 방문했을 때는 이런 병력이 없었는데 날이 갈수록 병력의 강해지고 있던 것이다.
지금 자신을 안내하는 이 아멜리아 헌터도 영국에서 처음 봤을 땐 그저 그런 헌터였지만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아멜리아 헌터의 실력은 그때와 다르게 엄청 강해진 것이다.
‘역시 군주님의 인재 키우는 능력은 대단하군!’이라고 감탄을 하는 강찬호 부회장이었다.
“이 방이에요.”
3층의 어느 방 앞으로 도착한 그들이었고, 아멜리아 헌터 이곳이라고 말을 꺼낸 것이다.
꿀꺽.
이진호는 침을 거듭 삼키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파멸의 군주와의 만남이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는 얼굴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멜리아 헌터는 그 말을 남기고 노크를 하고는 ‘군주님. 저 아멜리아예요.’라고 말했다.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로 ‘들어와.’라는 말이 들리자 아멜리아는 혼자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 방에는 파멸의 군주인 박주원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와인을 즐기고 있었고 그 옆을 헌터 니엘이 지키고 있었다.
“그래. 손님들은?”
“네, 도착했습니다. 군주님.”
“그래. 들어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군주님.”
아멜리아는 정중하게 얘기한 후 조심스럽게 나갔다.
여전히 박주원은 와인을 천천히 마시며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강찬호 부회장과 이진호가 들어왔고 아멜리아 헌터는 문 앞을 지켰다.
강찬호 부회장과 이진호는 들어오면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군주님. 이진호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강찬호 부회장. 수고했다.”
나이로 따지면 강찬호 부회장이 더 앞서지만 강찬호 부회장은 박주원에게 경외심을 품고 있었고 복종하고 있었다. 권력으로도, 힘으로도 절대 군주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군주라는 자를 우습게 봤지만, 그의 힘을 확인한 후에는 복종하게 되었다.
“다, 당신이 군주님인가요?”
이진호는 겁대가리 없이 고개를 들고 박주원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박주원은 그 모습을 비웃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주원을 호위하던 무표정의 니엘이 ‘감히!’라는 말을 외치며 빠른 속도로 이진호에게 다가가 목에 칼을 댔다.
“히이익!”
“니엘. 괜찮아.”
엄청난 살기에 진호는 바지에 소변을 지릴 뻔했다.
군주인 그의 명령에 니엘은 칼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아주 무섭게 진호를 노려보았다.
“그래. 내가 파멸의 군주 박주원이지. 겉으로는 삼보 전자 후계자로 내정되어 있지. 그래서 나에게 용건이 뭐지? 이진호.”
진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한번 박주원을 똑바로 쳐다봤는데,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를 보면 어둠에 잠식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매우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진호는 그래도 용기를 내서 그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저를 도와주세요……. 제가 현성기업의 후계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신다면 앞으로 군주님을 여러 방면으로 도와 드리겠습니다.”
“호오?”
박주원은 어떤 얘기를 꺼내나 했더니 역시 자신이 예상한 대로였다. 주원은 말을 이었다.
“가족을 죽이라고 해도 말인가?”
가족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진호는 잠시 머뭇거렸다. 비록 친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친동생인 이진우와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이 난 것이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떨쳐 버리고 마음을 단단히 잡고 파멸의 군주에게 대답하였다.
“네! 제가 후계자가 될 수 있다면 그리하겠습니다.”
“하하하.”
진호의 말에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주원이었다.
그는 그렇게 한동안 웃었다.
그의 웃음이 아주 꺼림칙한 건 진호뿐만 아니라 강찬호 부회장까지였다.
“가족을 죽이면 쓰나? 뭐, 그 정도 각오라면 한번 도와줘 볼까?”
주원은 아주 차분한 표정으로마저 마시던 와인을 잠시 내려놓고 이진호와 강찬호 부회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그러면 힘을 주마. 그러니 내 앞으로 오도록.”
진호를 지목하며 자신의 앞으로 오라고 명령하자 진호는 거부할 수 없음을 느꼈다.
설마 자신을 죽이려고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으나 일단 조심스럽게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강찬호 부회장은 군주님이 무엇을 할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진호가 부럽다고 해야 하나?
어둠의 씨앗을 내려주시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