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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08화 (108/209)

제108화

108. 108화

“진성아, 괜찮아?”

친구인 진성이 잠시 지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자 걱정된 시우가 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어……. 괜찮아.”

“사람들이 많이 와서 심적 부담감을 느꼈나 보네……. 하긴 너는 이런 모임에 처음 오는 거니까. 나도 처음 왔을 때 너랑 비슷한 기분이었어.”

시우는 그저 진성이 긴장감과 압박감 때문에 저러는 거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전혀 반대였다.

박주원의 미소 때문에 두려움에 떨었던 것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 때문에 그런 것이 전혀 아니었다.

시우는 진성이 지친 거로 생각하며 옆에서 위로해 줄 뿐.

“도련님. 그럼 저택 안으로 모실까요?”

시우의 말에 반응한 이한나 헌터가 조심스레 진성에게 다가와서 묻자 진성은 괜찮다면서 조금만 더 있겠다고 하자 이한나 헌터는 힘들면 언제든 말해 달라고 하고 다시 뒤로 물러섰다.

진성을 쳐다보던 주원은 다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전혀 진성을 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야. 예준아, 너 여자친구는 서울로 온다고?”

“글쎄. 여자친구가 워낙 유명인사고 바쁘니까……. 나야 보고 싶은데.”

승우는 친구인 예준의 여자친구를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의 여자친구는 미국에서 알아주는 재벌 가문의 여성이었고 헌터로서 활동하고 있었다. 헌터 랭크는 무려 A랭크였다. 미국에서도 A랭크는 다른 랭크에 비해 조금 적다고 해야 할까?

두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주원은 테이블에 놓은 와인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주원의 옆에는 굉장히 강해 보이는 헌터 몇 명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도련님……. 이제 슬슬 시간이 됐습니다.”

“그래.”

엄청 강해 보이는 한 여성 헌터가 주원에게 슬슬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는데 그 시간은 무엇일까?

그 말을 하고 나자 누군가 사람들 앞으로 나타났고 웅성거리던 소음들이 조용해져 버렸다.

단 한 사람의 존재로 말이다. 그건 바로 한울기업의 회장이자 이 기업인들의 모임을 주선한 강재환 회장이었다.

강재환 회장은 허허허 웃으면서 나타났고 다들 조용해진 상태였다.

강 회장은 옆에 있던 비서에게 마이크를 받았고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인원이 그의 말에 집중했다.

“오늘 모임에 참가해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기업인들의 모임을 급하게 열었지만 양해 부탁합니다. 오늘 이렇게 급히 소집한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저에게 손자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강재환 회장에 다들 큰 동요는 없었다. 이미 다들 각자 정보통에게 들은 터라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성은 할아버지의 말에 조금 긴장하고 있었는데 다들 웅성거리지 않자 조금 의아해하였다.

“이미 모두 알고 있나 봅니다.”

이한나 헌터의 말에 진성은 조금 긴장감이 풀리며 ‘네. 그런가 보네요.’라고 말하였다.

“제 손자는 다들 알겠지만……. 이 자리에 데리고 왔습니다. 소개하도록 하죠! 한울기업 나, 강재환 회장의 손자를 소개하겠습니다.”

강재환 회장은 비서에게 눈짓을 주었고 비서는 호출기를 눌러 이한나 헌터를 불렀고, 진성에게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전달하였다.

진성은 조금 부담이 되었으나 이미 이 모임에 나왔기도 하였고, 앞에 가서 잠깐 소개하는 거라고 생각하여 이한나 헌터의 호위를 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들은 진성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는지 길을 비켜 주었다.

진성이 앞에 도달하자 강재환 회장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자신의 손자 진성을 소개하였다. 모두들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박주원은 손뼉을 치면서 중얼거렸다.

“지금은 즐겨둬라……. 시스템에게 선택받은 자. 강진성.”

주변에 있는 이들조차도 박주원의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하였다. 주원의 목소리가 거의 묻힐 정도로 예준과 승우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컸기 때문이다.

“이야……. 저 사람이 그 한울기업의 도련님이란 말이야?”

“그런가 봐…….”

“우리보다 엄청 잘나가겠지?”

“아무래도? 한울기업이잖아.”

“하긴…….”

그저 승우와 예준의 평범한 대화였다.

“한울기업이라…….”

박주원은 한울기업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강진성이라는 자를 어떻게 괴롭혀 줄까? 라는 생각에 빠졌다.

주원이 어둠의 씨앗을 뿌린 것은 맞지만 이하늘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 몇과 헌터들 일부에게 심은 것이었다. 그리고 어둠의 씨앗에 잠식된 자들은 모두 박주원을 군주로 인식하고 있는 터라 급조된 부하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시스템이 간섭 못 하는 자는 박주원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박주원은 시스템이 내려준 헌터 시스템을 잘만 쓰고 있었다.

진성은 그저 앞으로 나와서 ‘잘 부탁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여러 기업인 또는 재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갈채가 끝나자 진성은 다시 구석 자리로 돌아갔다.

강재환 회장은 다시 마이크를 받아 들었다.

“오늘은 그저 편히 즐기다 가시길 빕니다.”

강재환의 말이 끝나자 다들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하면서 저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갖다준 호화스러운 요리와 음료를 즐기면서 정치나 헌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진성에게 다가와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다. 한울기업의 중요한 인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달라붙는 것이다.

하지만 강진성을 호위하는 헌터들이 그들을 막아주었다. 진성은 저택에 들어가서 좀 쉬고 싶은 심정이었기에 이한나 헌터에게 그만 들어가자고 얘기했다.

“이만 들어가죠.”

“네, 도련님.”

이한나 헌터는 주변 호위하는 헌터들에게 도련님을 저택 안으로 모시라는 명령을 내렸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헌터들이 진성을 데리고 저택으로 이동하였다.

진성에게 계속해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던 사람들은 진성이 가 버리자 ‘처음이라 긴장했겠군.’이라고 말하면서 흩어져 강재환 회장이 있는 곳으로 가거나 다른 기업인들이 있는 자리로 갔다.

진성은 이한나 헌터의 극진한 호위를 받으면 저택 안으로 이동하였고 저택 2층, 대략 100평이 넘는 방으로 진성을 데려다주었다.

물론 나오기 전에 호출기를 주면서 ‘시키실 일이 있으면 호출기를 눌러주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어때? 도련님은?”

김혜영 헌터가 이한나 헌터에게 묻자, ‘아무래도 도련님이 많이 지치신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하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고 기업인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으니 피곤하실 만도 하지.”

“도련님이야 이런 건 처음이니까.”

“오늘은 이렇게 호위만 하고 있으면 되나?”

“일단 내가 다른 팀원들에게 철저히 지키라고 말했으니까……. 언니, 우리는 이번 모임에 온 헌터들하고 교류하러 가자.”

“그래. 그래야지.”

김혜영 헌터는 딱히 헌터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친한 동생인 이한나 헌터가 같이 가자 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저택 뒤쪽에 있는 작은 정원에 갔다.

그곳에는 유명한 상위 헌터들이나 모시는 주인을 따라 이 모임에 참석한 중상위 헌터들이 있다.

뒤쪽 정원에도 바글거렸는데 따라온 헌터들이 많다 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원은 300명이 족히 넘었는데 뒤쪽 정원의 평수가 700평에 달했기 때문에 북적거린다 해도 공간이 충분하여 자리가 꽤 남아 있었다.

이한나 헌터와 김혜영 헌터의 등장에 다들 환호하며 동경하거나 부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한나 헌터를 제외하면 그 자리에서 제일 높은 헌터는 AAA랭크뿐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오랜만이네요.”

이한나 헌터는 친한 헌터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한나 헌터……. 부럽네요. S랭크라니. 저희도 빨리 되고 싶은데.”

“여러분도 열심히 경험을 쌓고 수련하시면 가능해요. 저도 AAA랭크에 2년 동안 있었는데요.”

이한나 헌터는 친한 헌터들에게 노력의 결과를 꼭 받아 볼 수 있을 거라고 희망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은 거라며, 자신들도 S랭크의 꿈을 꾸며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던 와중에 몇 명이 ‘흥, 웃기는 소리 하고 있군.’이라며 이한나 헌터를 굉장히 안 좋게 보고 있었다.

“괜한 희망 주지 마시지. 이한나 헌터…….”

“……?”

이한나 헌터는 자신에게 말한 헌터를 쳐다보았다. 그는 삼보 전자 소속의 AA랭크 헌터였다. 그도 이름이 잘 알려진 헌터였는데 벌써 3년째 AA랭크에서 머물고 있는 사람이었다.

“괜한 희망이라뇨? 말이 심하신 거 같은데……. 이선우 헌터.”

“누구나 다 가능하다고? 그런 미친 소리 하지 마라……. S랭크 되기가 쉬운 줄 아나?”

삼보 전자의 이선우 헌터가 괜히 이한나 헌터에게 시비를 걸자 일부는 흥미롭게 구경했고, 일부는 말렸다.

삼보 전자 쪽 헌터들은 다들 이한나 헌터를 안 좋게 보고 있는 듯하였다. 아니, 삼보 전자뿐만 아니었다. 영흥 전자와 동성 전자 그리고 일부 기업들도 이한나 헌터를 굉장히 안 좋게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그곳에 모여 있는 300명의 헌터 중 약 3분의 1이 이한나 헌터를 비롯해서 한울기업 또는 현성기업 등을 안 좋게 보고 있는 것이다.

한울기업과 삼보 전자는 경쟁자 관계였으니 말이다.

“말이 조금 심한 거 아닌가? 이선우 헌터.”

한 헌터가 말을 꺼내면서 정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뭐라고? 아 도, 도련님.”

이선우 헌터는 자신의 이름을 부른 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다 표정이 굳었다.

바로 삼보 전자의 도련님인 박주원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삼보 전자의 실세 박주원이 갑자기 정원에 나타나자 삼보 전자 헌터들은 꽤 긴장했다. 아니, 그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한나 헌터. 미안하군요. 제 소속 헌터가 이렇게 무례하게 말해서.”

박주원 헌터는 거리낌 없이 이한나 헌터에게 고개를 숙여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한나 헌터는 ‘아뇨, 괜찮아요.’ 하면서 ‘고개 드세요.’라고 말했다.

박주원이 고개를 숙이자 삼보 전자와 그 박주원을 잘 알고 있는 일부 헌터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 잔혹한 박주원이 고개를 숙이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만큼 고개를 잘 숙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도, 도련님. 죄송합니다.”

이선우 헌터의 거듭되는 사과에도 박주원은 그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AA랭크 헌터가 두려움에 떨었다.

고작 박주원이라는 한 사람 때문에 거기 있던 삼보 전자 헌터들이 두려움에 바들바들 다들 떨고 있던 것이다.

“그만 돌아가자…….”

“네, 넵. 도련님.”

이선우 헌터를 비롯한 삼보 전자 소속 헌터 30여 명이 정원에서 빠져나와 박주원을 호위하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박주원이 사과하다니……. 세상에.”

“그러게 말이야…….”

“내가 방금 뭘 본거지?”

“살다 살다 그 박주원의 사과를 볼 줄이야.”

다른 헌터들이 신기한 광경을 봤다면서 다들 웅성거리고 있었다.

“흐응? 박주원이라는 사람, 굉장히 무섭네.”

“그러게…….”

이한나 헌터와 김혜영 헌터는 박주원이 사과할 때 눈을 마주치긴 했는데 전혀 B랭크 헌터의 기운이 아니었다.

그것을 더 뛰어넘는 기운을 풍기고 있던 것이다. AAA랭크 이상의 헌터가 흠칫할 정도의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삼보 전자의 도련님이네.”

김혜영 헌터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 * *

“아주 재밌군……. 그게 S랭크였다니.”

저택에서 나온 박주원은 어느 공터에서 서 있었다.

박주원이 웃으며 말하자 이선우를 비롯한 삼보 전자 헌터들은 더욱 공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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