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화
107. 107화
SUV 차량은 한울기업 본사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2호 차 운전사인 박재민 헌터가 조심스럽게 진성을 깨웠다.
“도착하셨습니다. 도련님.”
“아……!”
진성은 박재민 헌터의 말에 잠에서 깨어나 잠시 기지개를 켰다. 각 차량에 탑승해 있던 헌터들이 모두 내려 주차장에서 회장실 앞까지 호위했다.
회장실 앞에는 부회장이자 큰아버지인 강찬호를 호위하는 헌터 한 명이 있었다.
진성은 곧바로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렸는데 강찬호는 본체만체하면서 무시했다.
큰아버지로서는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셈이라서 진성을 매우 안 좋게 보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나오십니다.”
회장실 앞을 지키던 회장의 직속 비서실장이 말을 하자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회장 강찬호와 강진성은 회장이 나오길 기다렸다.
끼이익-
회장실의 문이 열리고 한울기업의 강 회장이 나왔다.
강재환은 바로 앞에 보이는 부회장인 자신의 큰아들 얼굴을 보자마자 살짝 찡그렸고 그 뒤에 있던 손자 강진성을 보자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짧은 시간의 얼굴 변화를 본 부회장은 이를 갈았다.
“그래, 진성아. 오긴 왔구나.”
“네, 할아버지. 약속했으니까요.”
“그래. 그럼 이동하지.”
부회장은 큰아들인 자신은 무시하고 손자인 진성만 챙기는 회장의 모습에 이를 갈았다.
강 회장과 강진성은 나란히 걷고 부회장과 부회장의 호위는 그들의 뒤에서 걸었다. 그 주변은 호위하는 경호원과 일부 헌터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10층에 있는 대규모 텔포 기계 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 텔포 기계는 한 번에 최대 30명을 텔포할 수 있는 기계다.
이번 기업들의 모임에서는 강재환 회장, 강찬호 부회장, 성 비서, 강진성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는 헌터 100여 명 등이 참여한다.
이미 선발대로 가평의 저택에 헌터 60명이 가 있었고 그곳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회장님. 먼저 가시겠습니까?”
텔포 기계가 있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강재환 회장의 비서실장이 바로 회장님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강재환 회장은 부회장 일행부터 먼저 보내라고 했고, 비서실장은 강찬호 부회장에게 먼저 타라고 하였다.
“그럼, 먼저 갑니다. 회장님.”
“…….”
강재환 회장은 철저하게 아니, 노골적으로 자기 아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무시당한 강찬호 부회장은 이를 더욱 갈면서 자신과 자신을 호위하는 헌터를 대동하고 먼저 텔포를 탔다.
그들이 떠나자 진성은 조금 걱정이 된다는 듯이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저렇게 해도 괜찮아요?”
“그래. 어차피 네 큰아버지는 능력도 별로인데 내 자리를 빼앗을 생각만 가득하단다. 그래서 무시하는 것이니, 진성아. 너는 상관하지 마라.”
“네…….”
진성은 걱정했지만, 할아버지는 신경을 쓰지 말라는 소리를 하였다. 큰아버지가 얼마나 할아버지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였는지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할아버지 모습에 조금 불안해진 것이다.
설마 이것 때문에 큰아버지가 나를 건드리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부회장 강찬호는 강진성을 원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회장님 차례입니다.”
“그래. 차 비서.”
강재환 회장과 진성은 텔포에 몸을 맡겼고 순식간에 이동하였다.
도착한 곳은 가평의 저택이었다. 텔포에 익숙해진 진성은 전혀 어지럽지 않았다.
텔포에서 나오자 진성을 호위하는 헌터들과 강재환 회장을 호위하는 헌터들이 속속 도착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가평의 저택을 선발대로 가서 지키고 있던 경호실장이 한걸음에 달려와서 강재환 회장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그래. 문제는 없고?”
“문제는 없습니다. 회장님!”
“앞으로 좀 더 수고 좀 해 주게나.”
“네, 회장님. 맡겨 주십시오.”
강재환은 경호실장과의 간단한 대화를 마친 후 진성에게 말을 하였다.
“이 할아버지는 조금 지쳐서 먼저 저택에 들어가니 천천히 둘러보고 오너라.”
“네, 할아버지.”
차 비서와 일부 헌터들이 강재환 회장을 호위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 남은 건 이한나 헌터가 이끄는 강진성을 호위하는 헌터들뿐이었다.
“도련님. 저택 구경하시겠습니까?”
이한나 헌터가 말을 꺼내자 진성은 ‘네!’라고 말하며 안내를 부탁한다고 했고 이한나 헌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택 안내를 시작했다.
이한나 헌터의 안내에 진성은 대저택 바깥 즉, 정원 쪽을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구경을 했다.
5천 평의 부지인데 정원에는 호수 같은 것도 있었다. 진성은 3만 평의 밭을 매일 보는 터라 대저택의 부지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저택 정원 쪽에는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채워 넣는 직원들이 보였고 왁자지껄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미 도착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 소리가 들리는 곳은 정원 중앙이었다. 호수가 바로 맞은편에 있는 그곳이었다.
“도련님. 슬슬 저기로 이동할까요?”
“네. 그러죠 뭐.”
이한나 헌터의 안내 아래 진성은 정원 중앙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 도착해 보니 최소 100명 이상이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부는 재벌가의 사람들이거나 정치인들 같았다. 소수지만 유명한 헌터들도 있는 거 같았다.
“벌써 많은 사람이 와 있네요?”
“네, 이렇게 빨리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그런가요?”
자신의 앞에 보이는 사람들만 100명이 넘어가는데 여기서 더 온다고? 엄청나네……. 이게 한울기업이 가진 힘인가? 국내 1위 기업이 아닌데도 이렇게 영향력이 높다니.
“저택에 들어가서 쉬어도 되고 아니면 여기서 쉬어도 돼요.”
“아뇨……. 일단 여기에 있을게요.”
“그럼 자리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도련님.”
이한나 헌터는 같이 온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려 도련님이 쉴 만한 공간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몇 명의 헌터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근처에 있던 빈 의자를 몇 개 가져왔고 테이블을 가져와 진성의 자리를 만들었다.
갑자기 헌터들이 움직여서 진성의 자리를 만들어 주자 모여서 이야기를 하던 많은 사람 중 일부가 진성을 힐끔 쳐다보면서 작게 말을 시작한 것이다.
“어머. 저 사람은 누굴까요?”
“그러게요……. 어느 기업의 도련님 같은데.”
“데리고 있는 헌터를 보니 최소 B랭크 이상으로 보이는데 어디 재벌가의 도련님이 아닐까요?”
진성은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한울기업의 도련님이라는 게 곧 밝혀지기 때문에 지금은 쉬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와서 자신을 여기서 소개하면 그때는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 쉬고 그때 가서 대비할 참이었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쉬는 진성의 근처에는 김혜영 헌터와 이한나 헌터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채 호위를 했다.
진성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에 이한나 헌터는 경계심을 가지고 인기척이 느껴진 방향을 바라보았으나 이시우인 것을 확인하고 경계심을 풀었다. 진성과 매우 절친한 사이였고 한울기업과 동맹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성아!”
“어! 이시우?”
“너도 왔구나. 이런 거 귀찮아하는 녀석이 잘도 왔네.”
“그냥. 어쩌다 보니 왔어.”
진성은 시우를 반갑게 맞이했다. 시우와 같이 온 일행을 보니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바로 S랭크 한소율 헌터와 S랭크 이인우였다.
“시우 너를 호위하는 두 사람은 막강한 전력 아니냐?”
“아아. 뭐 그렇지. 아버지가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고.”
“그래?”
“뭐, 그건 그렇고 기업인들의 모임이 처음이니 내가 괜찮은 사람들을 소개해 줄게.”
“그래, 고맙다. 시우야.”
시우는 진성이 앞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이왕 이런 자리에 온 거 진성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소개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모임에는 질이 안 좋은 사람들도 조금 있었고 자신과 친한 기업인들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 구석에서 쉬고 있는 거야? 일부러 사람들 눈 피해서?”
“어……. 구석에서 쉬려고 했어. 괜히 중앙으로 가서 자리 잡기에는 좀 그렇잖아?”
“그런데 진성아. 네가 구석에 자리 잡았다고 해도 이미 이렇게 많은 호위 헌터들을 데리고 다니는 걸 사람들 대부분이 봤어. 내 말은 네가 꽤 높은 위치에 있는 도련님이라고 인식됐다는 거지.”
“아……?”
“그냥 쉽게 말할게. 이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다 한울기업과 관계있거나 유명한 기업들 관계자들뿐이야. 몇몇 사람들은 네 정체를 궁금해하고 있을걸?”
시우가 말하는 건 진성이 구석에 자리를 잡았어도 사람들 일부는 진성의 정체를 궁금해하면서 얘기하고 있을 거라는 거였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자마자 주시한다.
“주원아. 누굴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그런 녀석이 있어.”
박주원이라고 불린 사람은 삼보 전자의 도련님이었다. 국내 1위 기업의 도련님인 그는 능력도 있었지만, 손속이 잔혹하였다. 들리는 바로는 자신의 앞에서 조금만 실수해도 바로 해고한다는 그런 악명이 가득하였다.
그런 그가 진성이 들어오자마자 계속해서 쳐다보자 불안함을 느낀 동성 전자 도련님인 성예준은 또 주원이가 누군가를 목표를 잡았구나, 하고는 급하게 말을 건 거였다.
“왜 그래?”
예준의 옆에 있던 영흥 전자 도련님의 승우가 절친한 친구인 예준에게 물어본 것이다.
“아무래도 주원이가 또 목표를 잡은 거 같아서…….”
“아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우리는 주원이 신경만 안 거슬리게 하면 되는 거야.”
승우는 예준을 진정시키며 주원이가 하는 일을 그냥 돕기만 하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말자고 하였다. 하지만 예준은 주원의 사고로 생기는 피해자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저 녀석이……. 시스템에게 선택받은 자라…….”
삼보 전자의 박주원은 진성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진성이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박주원은 그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주원은 계속해서 진성을 쳐다보고 있었고, 진성은 시우와 얘기하던 와중에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박주원과 강진성은 서로 눈을 마주쳤던 것이다.
네가 시스템의 선택을 받은 자냐?
박주원은 입 모양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진성은 갑자기 엄청난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있던 것이다.
대체 그는 누구길래 자신의 정체를 잘 알까?
진성은 소름이 돋으면서 오한이 들고 있었다. 그가 조금 무섭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진성에게 알림이 떴다. 바로 이하늘 대통령 때처럼 말이다.
-퀘스트:다가오는 어둠
등급:S 이상
특징:파멸의 군주를 만나셨습니다. 파멸의 군주는 당장 진성 님을 공격할 의사가 없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파멸의 군주는 언제든지 진성 님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알림의 내용에 진성은 몸을 조금 떨었다. 어떤 퀘스트도 완료해 낸 진성이 퀘스트의 알림을 보자마자 떨었던 것이다. 아주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런 진성을 쳐다보던 박주원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사악한 웃음이랄까?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어둠의 씨앗을 심은 자. 즉, 파멸의 군주를 만나 버렸다.
“하필 여기서?”
진성은 파멸의 군주인 박주원의 미소를 보자 눈을 피해 버렸고 그다음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 싸운다면 이길 수 있을까?”
자신보다 엄청 강해 보이는 자였다. 그의 미소를 보자 엄청난 압박감이 들었다. 다시 용기를 내서 쳐다보니 그자는 진성을 쳐다보지 않고 있었다.
잠깐 동안의 압박감이 있었으나 그가 쳐다보지 않자 풀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