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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05화 (105/209)

제105화

105. 105화

비서실장이 나간 뒤, 이하늘 대통령은 여전히 사람 좋은 모습을 보이며 속은 흑심으로 가득 찬 채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진성은 퀘스트를 받은 이후로 이하늘 대통령을 좀 꺼리게 되었다. 퀘스트 내용이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몰랐으나 왠지 조심하라는 경고 같았기 때문이었다.

진성이 자신을 경계하는 줄도 모르고 대통령은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아이린과 진성의 경계심을 풀려고 노력 중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조용히 디저트를 먹는 조은성 헌터는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자, 그럼 대강 이야기는 끝난 거 같으니……. 혹시 이후 일정이 있으신가요?”

이하늘 대통령은 아이린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이후 일정이 없으면 식사라도 같이하고 싶다고 말한 것인데 아이린은 조금 고민하는 척하다가 아무래도 일이 할 게 많아 식사는 다음에 하자며 정중히 거절하였다.

아이린이 거절하자 대통령은 엄청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웃으면서 ‘그럼 알겠습니다.’라고 말을 하였다.

“그럼 이대로 가시는 거군요. 혹시나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청와대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하늘 대통령은 어떻게든 아이린을 도와주면서 신뢰를 쌓으려고 하고 있었다.

아이린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였고 만남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났다.

“그럼 이제 돌아가 볼게요. 디저트와 차 감사해요.”

“아아, 별말씀을요.”

대통령과 이야기를 모두 마친 아이린 일행과 진성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집무실에는 이하늘 대통령과 조은성 헌터만 남았는데 엘프들이 집무실을 나가고 한참 뒤에 말을 꺼냈다.

“조은성 헌터. 아무래도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호위는 그만두고 다른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네, 물론입니다.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은 많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각하.”

조은성 헌터는 탐욕에 일그러진 이하늘 대통령의 표정을 보고 있었다. 완전히 엘프에 미쳐 버린 표정이었다. 역시 탐욕이 많은 돼지 같은 남자라고 생각하였다.

탐욕에 가득한 이 남자를 자신이 뒤에서 조종하려면 방금 봤던 아이린이라는 엘프를 그에게 넘겨주고 나머지는 다른 이들에게 팔아 버리면 될 거 같았다. 지금 이하늘 대통령은 완전히 아이린에게 반한 상태였다.

한편, 청와대 집무실에서 나온 아이린 일행과 진성은 주차장에 도착하였고,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한나를 비롯한 헌터 팀은 진성을 보자마자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이린. 이 이후에 일정 진짜로 없어?”

진성은 아이린에게 물어보았다. 아이린은 ‘네.’라고 대답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그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욕망에 충실한 사람 같아요. 그리고 겉으로는 착한 척을 하고 있지만, 꽤 흑심이 가득한 사람이더라고요. 진성 님.”

아이린은 다 알고 있었다. 이하늘 대통령의 속마음까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식사를 정중하게 거절한 것이다. 이 이후에 일정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 왠지 그럴 거 같더라고. 안 그래도 맞아! 물어볼 게 있는데, 아이린.”

“네? 진성 님.”

“그 어둠의 씨앗이라는 퀘스트가 아까 떴거든.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

진성은 퀘스트에 대해 말하면서 퀘스트 내용을 공유해 아이린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린은 그 퀘스트 창을 보면서 조금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어둠의 씨앗? 그게 벌써 오다니.”

“뭔지 알고 있구나? 아이린. 뭔지 알려줄 수 있어?”

“다 얘기해 드릴 순 없지만, 일부분은 얘기해 드릴게요.”

“그래. 일부라도 좋아 얘기해 줘. 아이린…….”

진성은 퀘스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작은 힌트라도 받고 싶었다. 시스템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말이다.

“그건 바로……. 시스템님이 선택한 진성 님을 방해할 자들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할 거예요. 이하늘 대통령에게도 어둠의 씨앗이 심어져 있다고 했죠? 그 사람 말고도 어둠의 씨앗을 퍼뜨린 사람이 있을 거예요. 진성 님이 그 사람을 찾아서 막아야 해요.”

“막아야 한다니……. 그건 그렇다 치는데, 대체 어둠의 씨앗이 뭐야? 작물 씨앗 같은 거야?”

진성은 아이린의 말을 들으면서 어둠의 씨앗이라는 게 너무 궁금하였다.

그런 진성의 질문에 아이린은 애매한 답변을 했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둠의 씨앗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극대화시켜 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안 좋은 거라는 거네?”

“네.”

“그럼 어둠의 씨앗을 심은 자만 찾아내면 되는 거야?”

“네, 일단은요.”

“흠…….”

대체 이게 뭐지? 어둠의 씨앗은 그렇다 쳐도……. 그 어둠의 씨앗을 심은 자는 왜 자신을 노리는 걸까? 이건 시스템이 자신에게 알려줘야 할 일인 것 같은데.

시스템은 꼭 필요할 때 말해 주지도 않고 조용하다.

“알았어. 그럼 일단 계속 주의는 할게. 아이린.”

“네, 진성 님. 감사해요.”

“돌아가자. 여기서 더 이상 할 게 없으니까.”

“네, 진성 님.”

아이린과 퀘스트 내용으로 대화한 후 진성은 타고 왔던 SUV 차량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조금 막히는 구간이 있었으나 금방 파주까지 넘어왔고, 빠르게 집에 도착했다.

이한나 헌터가 이끄는 팀은 진성을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고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진성은 아이린 일행을 자신의 밭에 있는 엘프 거주지까지 데려다준 후,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세린이와 정령들을 보러 세계수 근처로 향했다.

“세린아~ 오늘 특별한 일은 없었지?”

“네, 아빠.”

“세린아……. 혹시 물어볼 게 있는데.”

“네, 아빠!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것은 모두 이야기해 드릴게요.”

“그래. 그럼 어둠의 씨앗이라는 건 들어 봤니?”

세린은 진성의 질문에서 뜻밖의 단어가 나오자 인상이 어두워졌다.

어둠의 씨앗…….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였다.

“세, 세린아? 괜찮아?”

“아, 앗! 괜찮아요. 아빠!”

“휴우……. 어디 아픈 줄 알았잖아. 세린아.”

“그게 아니에요. 아빠. 어둠의 씨앗이라는 단어를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그래요.”

“들어본 정도가 아니라 아주 잘 알고 있나 보네…….”

“네. 엄청 위험한 씨앗이에요.”

“어느 정도길래?”

세린은 아빠가 너무도 궁금해하니 과거 이야기 하나를 꺼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세린이가 과거 어떤 세계에서 정령왕을 하고 있을 시절……. 정체 모를 인간이 갑자기 그 세상에 나타나 어둠의 씨앗이라는 걸 인간들 그리고 각 종족에게 심었다.

그러자 화목하게 지냈던 서로가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며 전쟁을 하고 서로를 죽여나갔다.

어둠의 씨앗이 마음속에 심어진 이들은 각자의 욕망을 마구 내보이며 평화로웠던 세계를 망치고 말았다.

그렇게 어둠의 세력이 생겨나고 드래곤과 엘프 그리고 정령왕들이 모여 어둠의 씨앗을 뿌린 인간과 싸웠고 간신히 그를 봉인시키고 세계에서 추방했다고 한다.

전쟁으로 불타버린 세계를 복구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과거가 있는 줄 몰랐던 진성은 세린이가 이야기를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서 그 어둠의 씨앗을 뿌린 자는 봉인이 되고 그 세계에서 아예 추방된 거니?”

“네, 아빠. 그런데 오늘 아빠가 어둠의 씨앗을 얘기하니 그 과거 일이 생각나서요.”

“그게 그렇게 위험한 거구나……. 어둠의 씨앗이 심어진 사람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은 없는 거니?”

“방법은 있을 거예요. 한번 시스템에게 물어보세요. 아빠.”

“방법은 시스템만 알겠구나…….”

“네, 아빠. 어둠의 씨앗을 가진 존재는 정말 위험해요.”

세린이도 정말 위험하다고 말하며 경고를 보냈다.

시스템은 현재 잠수라서 말을 아무리 걸어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 퀘스트 알림만 달랑 하나만 남겨두고 대비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조금 막막해졌다.

진성이 이렇게 퀘스트에 대한 걸 고민하고 있을 때…….

가야리 사무실로 돌아간 이한나 헌터가 이끄는 헌터 팀은 별 탈 없이 사무실로 돌아와 쉬거나 개인 자유시간을 가졌다.

이한나 헌터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바로 성 비서에게 이메일로 파일을 보낸 후 전화로 보고하였다.

-이한나 헌터. 수고하셨습니다.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성 비서님.”

-앞으로도 이한나 헌터가 계속해서 수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성 비서님.”

간단하게 성 비서에게 보고한 후 전화를 끝낸 이한나 헌터도 다른 팀원들처럼 개인 자유시간을 가졌다.

성 비서는 이한나 헌터에게 간단한 보고를 받은 뒤 바로 강재환 회장에게 보고했다.

“그래, 성 비서. 오늘은 무슨 보고를 하려고 온 건가?”

“네, 회장님. 다름 아니라 강진성 도련님에 관한 일입니다.”

“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들어보지.”

회장실에서 그저 따분하게 보내고 있던 강재환 회장은 성 비서가 가져온 손자의 소식에 조금 흥미가 갔다.

“오늘 도련님께서 청와대에 방문하였고 이하늘 대통령과 접촉하였다고 합니다. 그것에 관해서 속 내용은 모르지만, 도련님과 같이 따라간 엘프라는 종족에 관련된 일로 보입니다.”

“엘프라……. 그건 나중에 알아보면 될 거 같고……. 이하늘, 그 작자가 내 손자에게 이상한 짓은 하지 않았겠지?”

“네, 아직은 그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감히 한울기업의 회장 강재환의 손자를 건드리면 박살을 내 버릴 거니까.”

강재환 회장과 성 비서는 이하늘 대통령과 그의 옆을 지키는 조은성 헌터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그 둘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대한민국의 속사정을 거의 다 알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혹시나 그 조은성 헌터와 이하늘 대통령이 손자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한국에서 아예 지워 버리게.”

“네,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간단히 지워 버리겠다는 말을 하는 강재환 회장이었다. 즉, 이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주 쉽게 그렇게 될까? 그것도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지만 정부 관계자 중에는 한울기업에게 붙어 있는 고위 관계자들과 협력자들이 많았다.

거기에 현성기업과는 최근에 손을 잡은 터라 그나마 경쟁자인 삼보기업 빼고는 기업 간에서는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었다.

삼보기업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1위 기업이지만 삼보가 큰 실수를 하는 날에는 한울기업에게 1위 기업 자리를 빼앗길지 몰랐다. 그만큼 대단한 기업이었다.

“그래. 그건 그렇고, 성 비서. 기업인 간의 모임 건은 언제 열 건가?”

“이틀 뒤에 열려고 합니다. 회장님.”

“그래? 좀 더 앞당길 수는 없나?”

“가능합니다. 회장님. 어차피 주최자는 저희 한울기업입니다. 회장님께서 집합하라고 하면 다 와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허허……. 그렇지. 아무튼 내일 열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해 보게나. 성 비서.”

“네, 회장님. 그럼 저는 일을 처리하러 가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게.”

성 비서는 강재환 회장에게 인사를 하고 조용히 회장실에서 나왔다.

“기업인들의 모임에서 강진성 도련님의 존재를 더욱 돋보이게 해야겠군…….”

성 비서는 강진성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려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부회장이 막기야 하겠지만, 한울기업이 오랫동안 유지가 되려면 유능한 강 팀장의 아들도 후계자 자리를 이어나가야 했다.

후계자 자리가 절대로 부회장의 손에 넘어가면 안 되었다.

“일정을 내일로 잡고……. 바로 도련님께 전화 드려야겠군.”

성 비서는 잠깐 회장실 앞에서 중얼거리다가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성 비서의 중얼거림을 들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 * *

진성은 자신을 두고 이런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 줄 모르고 오늘도 그저 밭에서 세린이와 이야기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었다.

“오늘은 뭔가 일이 복잡해져 버렸네.”

다가오는 어둠 퀘스트와 어둠의 씨앗이라는 복잡한 걸 들어 버려서 그런지 머릿속이 꽤 복잡해졌다.

그저 방 안에 누워 잠시 그런 것들을 잊어버리고자 하였지만 어둠의 씨앗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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