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화
104. 104화
이한나 헌터 뒤에 한울기업 소속의 헌터들 10여 명이 더 있었다. 그에 이한나 헌터가 보는 시선들이 있어 도련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한나 헌터 혼자였다면 말을 놓았겠지만……. 아무래도 주변 시선이 있는 터라 어느 정도 이해를 해 줘야 했다.
“그럼 이한나 헌터……. 준비는 모두 끝난 건가요?”
“네, 도련님 SUV 네 대를 끌고 왔으니 2호 차에 탑승하시면 될 거 같아요.”
“네, 그럼 아이린과 일행들은 모두 2호 차에 탑승하도록 하죠.”
“네, 도련님.”
이한나 헌터는 뒤에 있던 헌터들을 지휘해서 배치를 마쳤고 진성은 집에 들어가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2호 차에는 이미 아이린과 엘프 전사 두 명이 탑승해 있는 상태였다. 엘프들은 그저 마차로 인식하고 탑승한 듯한데……. 조금 신기해하고 있었다.
하긴 저 엘프들의 세계에서는 SUV 아니, 자동차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기껏 해 봤자 마차 정도?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나도 얼른 탑승해야겠다.”
아이린을 포함한 엘프들이 2호 차에 탑승해 있는 걸 본 진성은 잠깐 생각하다가 급히 2호 차에 탑승하였다. 보조석에 앉은 상태였다.
운전사는 이한나 헌터가 아닌 A랭크 헌터로 보이는 자였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진성을 처음 보는 데도 전혀 긴장을 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성과 나이가 거의 비슷해 보였다.
진성이 탑승하자 운전석에 있는 그 헌터 어깨에 있는 무전기에서 슬슬 출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선두는 1호 차 그리고 2호 차 순이었다.
SUV 1호 차가 출발하자 줄줄이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아이린은 철로 된 마차는 처음 본다면서 탑승감도 좋고 굉장히 문명이 발달한 곳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비행기나 이런 거 보면 더 놀랄 텐데…….”
진성은 아이린이 더 놀랄 만한 게 더 많을 것이라며 아이린의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었다.
“진성 님. 청와대라는 곳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아마……. 빠르게 가도 1시간 정도일걸요?”
아이린과 진성의 대화에 운전석에서 운전하는 그 A랭크 헌터는 그 둘의 대화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운전에만 집중하였다.
역시 한울기업 소속의 헌터라고 해야 하나? 그저 맡은 임무에만 집중했다. 엘프라는 종족에 의문을 표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SUV 네 대는 자유로를 타고 청와대가 있는 종로구로 달리고 있었다.
도로에 SUV 네 대가 줄지어 달리는 광경이 흔치 않아서 그런지 도로에 있던 차에 탑승인 몇몇이 넋 놓고 쳐다보기도 했다.
SUV 네 대는 자유로가 그다지 혼잡하지 않아 금방 빠져나왔고 청와대에 더 빨리 도착할 듯했다.
아이린은 진성에게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봤다. 많은 질문에도 진성은 하나하나 답변을 해 주었다.
한편, 청와대 쪽에서는 한창 엘프들의 방문일정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식사와 등등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청와대 바깥을 감시하는 일부 국정원 요원들이 수상한 SUV 네 대가 청와대 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알려왔다.
그들이 엘프들이라는 추측이 생긴 비서실장은 그들이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 달라고 지시를 하였다. 물론 엘프들이 진짜 탑승해 있는지 검문도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다.
진성과 엘프들이 탑승해 있는 SUV는 결국 청와대 입구에 도착하였고, 검문소에서 청와대 방문일지를 적고 들어왔다.
“청와대를 들어온 건 처음이네…….”
진성은 청와대를 지나가면서 가끔 보거나 TV에서나 봤지, 직접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아이린은 ‘이곳이 청와대인가요?’라고 물었고, 진성은 맞다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진성의 일행을 호위하는 이한나를 비롯한 헌터 팀은 청와대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공무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나와 그들을 환영해 주었다. 비서실장은 그들을 잠시 스캔해 보았고, 엘프 세 명 외에 진성을 비롯한 헌터가 12명인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곤 엘프들에게 다가와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헌터분들은 이 앞에서 대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아이린과 엘프 두 명만 데리고 가려고 하자 아이린이 ‘잠시만요!’라고 말했다.
비서실장은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아이린을 쳐다보았는데 아이린은 옆에 있던 진성을 가리키며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하였다.
“흠……. 엘프님들. 저 사람을 특별히 데리고 가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네! 제 일행이고 정말 중요한 분이에요 그분을 데리고 가는 게 허락되지 않는다면 저희는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흐음……. 알겠습니다. 잠시 신분 조회 좀 하겠습니다.”
비서실장은 진성의 앞으로 가서 신분증과 헌터 라이센스를 요구했다. 대조를 해 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워낙 가짜들도 많았던 터라……. 절차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조회하겠습니다.”
비서실장은 시스템이 만든 아이템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즉석 신분 조회기였다. 그것을 이용해 조회했는데 한울기업 회장의 손자로 나오자, 깜짝 놀라 진성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한울기업 강재환 회장님의 손자분이십니까?”
“네. 그런데요?”
“아아, 손자분이시라고 진작에 말씀해 주시지…….”
비서실장이 조금 떨면서 얘기하자 진성은 좀 의아했다.
한울기업은 정부가 하는 사업에 투자도 많이 하고 있고 기부도 많이 했던 터라 나름의 영향력이 있다. 그래서 한울기업과 관련된 인물이라면 잘해 주라는 대통령 각하의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분은 조회되셨으니 같이 들어가셔도 됩니다.”
비서실장은 라이센스랑 신분증을 진성에게 돌려주었고 진성은 ‘네, 감사합니다.’ 말하고는 아이린 일행과 같이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이한나 헌터와 그녀의 팀원들은 청와대 주차장에 기다리기로 하였다.
청와대 인물들도 이한나 헌터는 다들 알고 있는 터라 동경 또는 부러움 등을 나타내며 멀리서 이한나 헌터를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한나 헌터가 청와대까지 오다니……. 저 엘프하고 무슨 관계지?”
“자네, 그거 못 봤어? 비서실장님이 깜짝 놀란 그 인물분이 한울기업 회장의 손자라고 하더라고. 아마 그 손자분의 호위차 따라온 거 같은데?”
“한울기업이라…….”
“한울기업의 도련님까지 온 거 보니까 꽤 중요한 일인가 본데?”
그런 말들이 이한나에게도 들렸지만 그녀는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주변을 살짝 경계하고 있었다. 이렇게 얘기하는 이들은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들이었다.
이한나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SUV 차량 상태를 점검 중이었다.
대통령과 조은성 헌터는 비서실장의 안내에 따라 엘프들이 집무실로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아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은성 헌터는 그저 대통령의 지인 자격으로 청와대를 온 터라 다른 공무원들은 그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주 오는 사람이라 그런지 큰 적대감이 없었다.
“조은성 헌터, 들었나?”
“네, 각하……. 드디어 엘프들이 온다는군요. 아마 곧 5분 후면 집무실에 도착할 거라고 합니다.”
“그래. 그런데 엘프들과 같이 온 남자가 신경이 쓰이는군.”
“각하께서 걱정하는 게 그 남자 때문입니까?”
“그래. 그저 다른 인물이었다면 걱정은 안 할 텐데……. 하필 한울기업 강 회장의 손자라 뭔가 안 좋은 기분이 드는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강재환 회장의 손자라도 각하께 위해를 끼칠 인물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그저 엘프하고 무슨 관계일지, 저는 그게 궁금합니다…….”
“일단 지켜보세. 이따가 대면하고 대화해 보면 무슨 관계인지 알 수 있겠지.”
“네, 각하.”
대통령과 조은성 헌터는 그저 엘프들이 빨리 집무실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엘프들처럼 진짜 천상의 미를 가진 이들인지 너무도 궁금했던 것이다.
물론 엄청난 미녀들이라고 전달받긴 했는데 그들 기준과 자신의 기준은 너무도 달랐기에 직접 보고 판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5분이 지나자 집무실 입구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대통령이 들어오라고 말하자 비서실장이 먼저 들어오고 아이린 일행에게 뒤따라 들어왔다.
아이린 일행이 들어오자 대통령은 말로만 듣던 엘프들의 미모에 속으로 감탄하였다.
조은성 헌터 또한 ‘역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미모가 아니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했고 말이다.
“각하. 디저트라도 내올까요?”
“그래. 강 비서실장. 차와 디저트를 내오게.”
“네, 알겠습니다. 각하.”
비서실장은 조용히 나가고 아이린이 대통령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님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허허,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하늘이라고 합니다.”
“제가 왜 방문하였는지는 아시나요?”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도움이 필요해서 그런 거 아닙니까?”
“네, 맞아요.”
아이린과 대통령은 대화를 해나갔고, 조은성 헌터와 엘프 전사 두 명 그리고 진성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그저 조용히 있던 것이다.
아이린은 먼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엘프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인간들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고 거주지는 있으니 그저 인간들과 같이 교류하면서 여러 지식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이하늘 대통령은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속으로 아주 음흉한 마음을 품었다.
아이린은 그 더러운 욕망을 이미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르는 척 대화하면서 도움을 주는 대신 엘프들이 인간들에게 도움을 줄 것은 대한민국의 헌터들의 전투 경험을 상승시켜 주겠다고 하였다. 엘프들의 전투방식을 조금 전수해 주겠다고 말이다.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국의 헌터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말하며 엘프들의 도움도 받겠다고 하면서 이야기가 잘 끝나고 있던 것이다.
“그나저나……. 뒤에 있는 분이 바로 강 회장의 손자 강진성 군인가?”
대통령은 아이린과 이야기가 잘 끝나자 매우 흡족해하면서 이번에는 진성 쪽을 물어본 것이다. 진성은 바로 답변하였다.
“네. 제가 강재환 회장님의 손자 강진성입니다.”
“강 회장의 손자 중에 이렇게 멋진 손자가 있다니 처음 알았군.”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허허, 괜찮은 친구구만.”
대통령은 진성의 호의를 끌어내려고 겉으로 인자한 모습으로 그의 경계를 무너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진성은 왠지 그에게서 안 좋은 기운이 풍겨서 그저 평소처럼 하던 대로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진성에게 시스템의 알림이 떴다.
-퀘스트:다가오는 어둠
등급:AA 이상!
특징:이하늘 대통령의 마음에 어둠의 씨앗이 심어져 있습니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시스템의 선택을 받은 자를 집어삼키려는 사악한 자들입니다. 어둠을 대비하십시오.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퀘스트가 뜬 것이다.
진성은 대통령과 대화하면서 뜬 알림에 놀라 몸을 떨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대통령과 말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갔다.
대체 이 퀘스트는 무엇일까? 갑자기 어둠의 씨앗이라니……. 등급도 AA급 이상이라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아무래도 대통령을 조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성이 그런 마음인 줄 모르고 이하늘 대통령은 허허허 거리면서 진성과 짧은 대화를 끝내려던 참이다.
그러는 와중에 다시 한번 집무실에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아까 나갔던 비서실장이 들어와 디저트와 차를 가져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