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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03화 (103/209)

제103화

103. 103화

진성은 판교에 있는 부모님 저택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난 후에 집으로 곧바로 돌아왔다. 그곳에 있다간 할아버지가 이것저것 물어볼 거 같아서 도망친 게 더 맞는 말일지도…….

“오늘 할 일이 뭐가 있더라? 아니, 할 일이 없어도 엘프들 거주지 상황 봐야 하니까.”

어제 이후로 진행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 확인할 겸 진성은 집에서 작업할 옷으로 갈아입은 뒤 자신의 밭으로 돌아왔다.

엘프들이 살기 시작하니까 더욱 밭이 시끌벅적한 느낌이었다. 엘프들이 오기 전에는 정령들과 세린이만 있어서 조용했었다.

자신의 밭 북쪽에 살기 시작한 엘프의 숫자는 비록 160여 명이지만, 자신이 퀘스트를 진행해 나갈 때마다 새로운 종족들이 추가되고 밭을 중심으로 해서 마을이 하나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진행이 되었을까?”

밭 안쪽으로 들어와 거주지를 보기 전에 별다른 특이사항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특별한 일은 없는 거 같았고 세린이와 정령들이 틈틈이 돌아다니면서 작물들을 보살피다 보니 자신이 할 일이 없는 거 같았다.

그래서 곧장 밭의 북쪽에 있는 엘프들의 거주지로 들어오면서 거주지 정보창을 켜보았다.

[이름:우드 엘프 거주지

규모:5,000평

인구:165명

등급:B+

상태:생긴 지 얼마 안 된 땅이다. 하지만, 세계수의 버프를 일부 받아 약간 기름진 상태의 땅이다.

시설물:집 40채, 대장간 1채, 상점 2채]

“오, 완성됐나 보네.”

“네, 완성됐어요. 감사합니다. 진성 님.”

진성의 말에 아이린이 대답을 했다. 진성은 아이린에게 이 이후로 할 일이 더 있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이젠 더 이상 없다고 하였다.

“그럼 아이린. 방문은 언제부터 해야 하는 거야? 정해진 시간이라도 있어?”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일단 저와 같이 다니시면 세계수의 다음 퀘스트를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지금 당장 출발해도 문제는 없지만……. 진성 님은 시간이 되세요?”

“나?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까 바로 움직일 수는 있지…….”

“그럼 첫 출발로 대한민국 정부부터 방문하기로 해요.”

“그런데 아무 준비 없이 이렇게 바로 가자고?”

“네, 시스템 님이 정부 담당 기관에 먼저 알림을 보낼 거라고 하시네요.”

“그래?”

“네, 진성 님.”

시스템 녀석. 은근히 엘프들을 신경 많이 써주나 보네. 불친절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나름 챙겨주기도 하네. 그동안 보아온 모습으로는 엄청 불친절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나한테만 그러는 건가?

진성이 이렇게 시스템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잠깐 하고 있을 때……. 시스템은 아이린의 말대로 대한민국 정부 공무원 중에 헌터이자 고위 공무원인 한 인물에게 알림을 보내었다.

알림의 내용은 간단하였다. 몇 시간 후에 엘프 사절단이 청와대를 방문할 테니 준비하라고 말이다.

그 알림을 받은 그 인물은 깜짝 놀라 바로 청와대에 방문했다. 대통령에게 알리려고 말이다.

“각하! 엘프 사절단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에 출입하자마자 알렸다.

그 말에 관심을 보이는 대통령은 ‘그런가? 그럼 몇 시쯤이지?’라고 물어봤고, ‘그건 잘 모르겠으나 아마 저녁 전에는 방문할 거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대통령은 잘 알겠다고 하며 그들을 모시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가서 준비하라고 지시하였다.

그 공무원이 나가자 대통령의 얼굴은 평범한 표정에서 일그러져 사악한 웃음을 짓는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흐흐흐. 엘프 사절단이라. 일단 초면이니 우호적으로 보여야 하겠지……. 안 그런가? 조은성 헌터.”

언제 그 방에 있었는지 은신 스킬을 해제하고 나타난 조은성 헌터는 대통의 말을 맞장구쳤다.

“물론입니다. 각하! 어느 정도 신뢰감을 쌓으며 그들을 도와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납치 계획을 세우면 됩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대통령은 조은성 헌터와 엘프 사절단을 공격하여 납치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대통령의 지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그저 엘프 사절단을 모시는 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통령과 조은성의 계획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럼 조은성 헌터. 엘프 사절단을 호위해 주는 병력을 자네들이 맡게나.”

“오? 그래도 됩니까? 각하.”

“그래. 경호원들에게는 잘 말해 둘 테니 당분간 자네가 고생 좀 하게나.”

“맡겨만 주십시오. 각하.”

조은성 헌터는 대통령과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용병업체 사장까지 겸하고 있었다.

청와대 안쪽까지 자신의 부하를 들여보내지는 못했지만 이미 대통령과 자신은 한통속이었고 외부 호위 건은 거의 자신의 부하들이 메꾸게 되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몇 공무원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되거나 좌천이 되었다.

그런 일이 자주 생기자 고위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는 바람에 거의 청와대 내외부는 점차 썩어가고 있었다.

한편 이런 계획이 일어나는 줄 모르고 있는 진성 쪽에서는…….

“그럼 아이린. 언제쯤 출발할 거야?”

“진성 님은 준비 다 되셨나요?”

“나야 준비는 거의 끝났지……. 아! 혹시 모르니까 나 말고 호위 병력이 더 필요해?”

“진성 님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아무래도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 더 있으면 좋을 거 같긴 해요.”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려줄래?”

“네, 진성 님. 천천히 하세요.”

아이린과 이야기를 하다 생각난 게 있어 엘프 거주지에서 나와 성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 성 비서……. 저를 위해 준비한 헌터 팀이 있다고 했잖아요?”

-아, 그 팀 말입니까? 필요하십니까?

“네, 제가 다름이 아니라…….”

성 비서는 아버지가 믿어도 된다고 말할 정도의 인물이라고 했으니 이번 일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간단히 설명했다.

성 비서는 진성의 말에 아주 놀라워했으나 더 묻지 않고 ‘알겠습니다. 곧 진성 님 집 앞에 집합시켜놓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도련님. 20분만 기다려주십시오.

“네, 감사해요. 성 비서.”

-감사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도련님을 모시는 헌터 팀이니 마구 부리셔도 됩니다.

성 비서가 그렇게 말했지만, 진성은 마구 부릴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자신에게 배정된 헌터들이라곤 하나……. 자신은 사람을 마구 부리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도련님, 그들이 호위하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기시면 꼭 알려 주셔야 합니다.

“네, 알았어요. 성 비서.”

-그럼 잘 갔다 오시길 바랍니다.

“네.”

성 비서의 통화가 끝나고 진성은 다시 거주지로 들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린에게 20분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자신 또한 인벤에서 장비를 점검하였다.

아무래도 이 복장으로 가기는 좀 그랬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장비를 점검하려는 것도 있었다.

뭐, 서울이고 청와대니까 큰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사건이 생길지 몰라도 준비는 해 두는 것이다.

진성이 준비를 한창 하고 있을 때…….

* * *

성 비서는 도련님과의 통화가 끝나자 바로 해당 헌터 팀에게 첫 일이 생겼으니 모든 장비를 갖춰서 도련님의 집 앞으로 가라고 지시를 내렸다.

“철저하게 도련님이 하는 지시대로 진행하게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성 비서님.”

지시가 끝나자 성 비서는 바로 회장님에게도 보고하였다.

한울기업의 회장 강재환은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 진성이 그런 요구를 했단 말이지?”

“네. 아무래도 도련님은 시스템의 선택을 받은 게 분명합니다.”

“그래. 시스템이라.”

회장은 잠시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현재 진성에게 파견 나가 있는 팀이 그 팀인가?”

“네,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그 팀이 맞습니다.”

“팀장은 이한나 헌터고?”

“네, 맞습니다. 회장님.”

“그래. 이한나 정도가 진성을 보호하는 게 맞지. 아니, 도와주는 게 맞지.”

회장이 이한나 헌터를 진성 쪽으로 배치한 이유는 진성이 한울기업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S랭크가 호위하는 인물은 대체 정체가 뭘까? 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면 기자들과 사람들은 진성이 누구인지 조사할 것이고 결국에는 한울기업 회장의 손자라는 게 밝혀지게 될 것이다.

진성은 농사하며 평범하게 살고, 모임도 나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회장과 성 비서의 계획에 따라 이렇게 유명해지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아니, 진성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말로만 그렇게 농사나 지으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마지막 발언을 한 게 아닐까?

아마 진성은 조금 혼란스러울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에 한울기업의 도련님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아무튼 잘 진행해 보게 성 비서. 그리고 진성의 앞길을 방해하는 녀석들은 모두 치워 버리고.”

“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그래. 그럼 나가 봐!”

“네, 회장님. 이만 가 보겠습니다.”

성 비서는 보고가 끝나자마자 회장실에서 나왔다.

과연 회장이 말한 그 팀이라는 헌터들은 누구인 걸까? 팀장은 이한나 헌터였지만 그 외 인물들은 진성이 전혀 모르는 인물인 것은 확실하였다.

* * *

성 비서의 지시 아래 가야리 마을에 사무실을 냈던 한울기업의 소속 헌터들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오직 진성의 지시로만 움직일 그런 존재들이었다. 인원은 총 15명이었지만 한울기업에서 키워진 존재들이었고 최소 B랭크에서 A랭크들로 이루어진 헌터들이다.

팀장은 국내에서 주가를 엄청 올리고 있는 S랭크 정령사 이한나였다. 이한나는 진성의 디펜스 퀘스트 덕분에 S랭크로 올라온 헌터였고, 진성을 보좌하는 헌터 팀으로 자진해서 들어갈 정도였다.

“자, 다들 준비됐죠?”

“네, 팀장님.”

이한나 헌터는 한 번 더 그들에게 장비를 점검하라고 지시하였다. 아무리 청와대로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위험이 생긴다면 진성만 빼내서 탈출시키려고 하였다. 서울이 아무리 안전하다지만 사건은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법이다.

방심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각성의 시대는 안전권인 수도권도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중무장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인벤에는 거의 전투하러 가는 헌터들처럼 각종 무기가 가득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한나 팀장님.”

“그럼 출발하도록 하죠.”

가야리 사무실에서 나온 팀원은 대략 이한나를 포함한 10명의 인원이었다. 나머지 6명은 사무실을 지키며 대기할 생각이었다.

만약 인원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텔포를 해서 그쪽으로 출동할 것이다. 그것에 대한 예비대 인원들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했다.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사무실 쪽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SUV 네 대를 이끌고 진성의 집으로 출발하였다.

딱 봐도 아주 비싸 보이는 SUV 네 대가 가야리에서 나오는 걸 일부 주민이 목격하였는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들은 진성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고 진성은 약속한 20분이 다가오자 아이린에게 말했다.

“아이린. 이제 가자.”

“네, 진성 님.”

진성의 밭에서 진성의 집까지 이동하는 인원은 아이린과 엘프 전사 두 명 그리고 진성. 이렇게 네 명뿐이었다.

진성은 집 앞에서 헌터팀이 합류한다는 것과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을 말했다.

아이린 일행과 진성은 밭에서 나와 집에 도착하였고, 집 앞에 주차되어 있는 SUV 네 대를 발견했다. 그중 제일 앞에 나와 있던 이한나 헌터를 본 진성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 설마 저를 보좌하고 하는 팀의 팀장이 한나 씨였나요?”

“네, 맞아요. 진성 씨. 아니, 도련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아니……. 편하게 부르셔도 되는데.”

아무래도 보는 눈이 많다 보니 이한나 헌터는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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