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화
101. 101화
대한민국의 어둠을 장악하고 있는 AA랭크 헌터 조은성은 어서 자신의 눈에 그 엘프들이 보이길 조용히 기다렸다. 때를 봐서 그들을 납치하려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우드 엘프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 안에도 헌터 공무원들도 꽤 많았기에 그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대통령 귀에도 들어갔는데 대통령 또한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무능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저 현상 유지만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 비서실장. 그들이 언제쯤 방문한다는 소식은 없었는가?”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비서실장에게 엘프들이 언제 방문하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비서실장이라고 해도 엘프들이 어디에 사는지, 어디에 머무르는지 알 수 없는 터라 그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각하. 아직 접촉을 해 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그럼 어쩔 수 없지. 혹시나 접촉해 온다면 극진하게 모시게나.”
“네, 각하!”
대통령의 나가라는 손짓에 비서실장은 급히 물러갔고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나가자마자 인자한 눈빛에서 음흉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쓸모없는 자로군…….”
방금 나간 비서실장에게 하는 소리일까?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나간 그 문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각하. 그래도 엘프들이 찾아오지 않습니까?”
대통령 옆에서 은신 스킬을 풀고 나타난 헌터가 대통령에게 말했다.
“그래. 다행히 제 발로 찾아와서 그나마 낫지. 안 그런가? 조은성 헌터.”
은신을 풀고 나타난 조은성 헌터는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던 걸까? 자신에게 묻는 대통령에게 대답하였다.
조은성 헌터는 아까 명동에 있었지만, 대통령의 호출에 텔포 아이템을 쓰고 이곳 청와대로 온 것이었다.
“각하.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나저나, 조은성 헌터. 엘프라는 자들을 납치 가능한가?”
“물론입니다. 제 실력 알지 않습니까? 각하.”
“그래. 믿고 기다리겠네! 허허허.”
남들 앞에서는 아주 인자한 대통령은 그였지만 사실 속은 썩어 있는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겉으로 깨끗한 이미지인 척해왔지만, 그의 뒤처리를 해 주는 건 언제나 조은성 헌터였다.
아주 오래된 관계인지 꽤 둘은 친해 보였다. 이들이 친하다는 건 썩어빠진 일부 고위 공무원들만 알고 있었고 대부분은 모르고 있다.
그저 열심히 하는 대통령 이미지였던 것이다.
“믿고 기다려주십시오! 각하 적당한 때를 봐서 엘프를 납치해서 대령하겠습니다.”
“그래, 아주 좋군. 좋아.”
음흉한 눈빛의 대통령과 사악한 미소를 짓는 조은성 헌터였다.
이런 꿍꿍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진성과 아이린은 대한민국 정부부터 방문할 예정이었다.
소설 속에서만 나오는 엘프가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생겼다는 것에 일부 북미 쪽 헌터들은 배가 아팠지만, 어쩌랴. 그저 그들의 방문을 얌전히 기다려야 했다.
한편 진성 쪽은, 아이린과 엘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남아 있던 게 생각났다.
“그래. 이 씨 아저씨네 방문 좀 해야지…….”
방문해서 경고할 셈이었다. 이 씨 아저씨의 계획은 실패하였기에 그거 가지고 그 아저씨를 압박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가서 경고하고 끝낼 셈이었다.
그럼에도 또 그런다면……. 아마 더는 그 아저씨를 봐주지 않을 것이다.
“세린아! 잠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어디 좀 갔다 올게. 아마 못 올 수도 있어!”
“네, 아빠~ 다녀오세요.”
세린은 아빠가 무슨 일을 처리할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기에 그에 관해서 묻지 않고 미소를 지어 주며 다녀오라고 했다.
“세린아, 아이린이 뭔가 필요하다고 하면 도와주지 않을래?”
“네, 아빠. 걱정 마세요!”
세린은 씩씩하게 말했다. 그런 세린이에게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진성은 밭을 떠났다.
엘프 거주지는 엘프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작업을 하는 중이었고, 세린은 그들을 감독하면서 몇 가지 도움을 주고 있었다.
밭에서 나온 진성은 이 씨 아저씨 일을 처리하고 엘프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였다.
아무래도 세계수의 과거 주민인 그들에게 도움을 주면 세계수 관련된 퀘스트를 더 진행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그들의 우호도를 신뢰 이상으로 만들면 언젠가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지 몰랐기에 도움을 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임진리에 후딱 다녀와야겠다.”
그렇게 빠르게 집에 도착하였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정원에 주차된 자신의 차에 시동을 걸고 임진리로 출발하였다.
임진리로 가는 길은 언제나 막히지 않아 좋았다.
그 길 주변이 논과 산이 많아서 고라니나 멧돼지가 심심찮게 도로로 내려와 차에 치여 죽는 경우가 있어 조금 위험했다.
“빨리 갔다 와서 쉬든가 해야지…….”
임진리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기에 간단하게 경고만 하고 올 생각이었다.
약 10분을 달려 어느새 임진리 마을 회관에 도착하였고 회관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후우…….”
진성은 차에 내리면서 숨을 한 번 내쉬었는데 입김이 나오고 있던 것이다. 이제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조금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던 것이다.
진성은 공터에서 발걸음을 돌려 이 씨 아저씨 집으로 향했고, 금방 아저씨네 집에 도착했던 것이다.
“이 시간에 계실는지 모르겠네.”
이 씨 아저씨의 대문을 두드렸고 ‘저 진성인데요.’라고 외치며 대문을 열고 들어갔던 것이다.
마침 이 씨는 아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진성의 말이 들리자 자신이 했던 짓이 찔리기 시작했다.
아들이야 아버지가 잘못한 일이었기에 ‘결국 찾아왔구나.’하고는 혹시 모를 싸움에 대비하고 있었다.
“제가 왜 찾아왔는지 아시죠? 아저씨.”
“그, 그렇지.”
“먼저 사과하시면 조용히 넘어갈게요.”
이 씨 아저씨 아들은 싸움 나는 줄 알고 말릴 준비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진성이 먼저 사과를 요구하자 싸움이 일어나진 않을 것 같아 안심했다.
“그…… 미안하다. 진성아. 내가 그동안 갑질한 것과 여러 가지 미안하구나.”
꽤 순순히 사과하는 아저씨였다. 진성은 분명 아저씨가 한 소리하면서 언성 높일 줄 알았는데, 사과를 빨리하고 인정하자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평소에는 무슨 소리냐 하면서 억울하다는 말부터 꺼냈는데, 이렇게 쉽게 사과를 하다니…….
진짜 자기가 잘못한 거에 대해 반성하셨나? 하고 진성은 생각하였다.
“사과하셨으니 별말 하지 않을게요……. 다만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저, 진짜 가만히 안 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마.”
“반성하신 것 같으니 더 이상 말은 안 할게요.”
진성은 이 씨 아저씨가 제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자 다시 보게 되었다. 마치 예전 성격으로 돌아오신 것 같았다.
진짜 초반에 저 아저씨를 알았을 때는 이렇게 막장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이 씨 아저씨는 매우 친절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무튼, 싸우지 않고 일이 잘 풀렸기에 진성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 씨 아저씨 집을 나섰다.
“건강 잘 챙기시고요. 아무튼, 저는 이만 갈게요.”
“그. 그래. 나중에 보자 진성아.”
“네……. 그럼 이만.”
진성이 나가자 이 씨는 한숨을 푹 내쉬며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밥을 다 먹은 후라 그저 조용하게 앉아서 쉬었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별말 하지 않고 그저 아버지 곁에 남았다.
이번 일은 자신도 잘못했지만, 아버지도 잘못한 부분이 많았다.
두 부자는 조용히 앉아 생각하였다.
“이제 대강 해결됐으니까……. 오늘은 이만 갈까?”
진성은 다시 마을 회관으로 돌아왔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진성은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와 잠시 노트북을 켜고 약간 넋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였다.
“일단 내용을 정리하자면, 엘프 성녀 아이린을 호위 겸 따라다녀야 하고……. 그 외는 뭐가 있을까?”
요즘 레벨업을 안 한 지 오래되었지만, 딱히 불만은 없었던 터라, 그저 시스템이 자신을 막 굴리지 말고 적당히 굴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시스템이 초반에는 자신에게 엄청 말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좀 조용해져서 조금 불안했다.
이러다 갑자기 대형 퀘스트를 줄 때가 많았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성 비서가 부모님 댁에 한 번 가 보라고 했었지?”
지금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각이었던 터라 일단 부모님에게 전화를 드린 후 내일이나 일찍 방문해 볼까 하였다.
진성이 부모님에게 전화하려던 찰나,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시지?”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전화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불안해졌다.
“여보세요……?”
조심스럽게 할아버지 전화를 받았다.
-그래, 진성아. 밥은 먹었고?
“네, 할아버지…….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내일 오전에 판교에 있는 네 부모님 저택에 일찍 찾아오거라. 같이 밥이나 먹자꾸나. 할 말도 있으니까.
“아……. 어차피 내일 가려고 했었어요. 할아버지.”
-그래? 아무튼, 아침 일찍 찾아오너라. 오전 7시에 오면 더 좋고!
“네, 알았어요. 할아버지.”
간단한 통화를 끝낸 진성은 별일이 아니어서 불안한 감정이 사라졌다.
자신이 할아버지라는 존재를 안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어서 조금 거리를 두고 있던 것 같다.
“내일 오전 7시라……. 그럼 오늘 일찍 자야겠는데? 알람을 오전 5시 30분에 맞추고 일어나야겠네.”
내일 가서 할아버지와 부모님과 식사라…….
부모님과 식사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어서 어색하지는 않겠지만, 할아버지도 있는 자리라 꽤 어색할 것 같았다.
“노트북 켜고 뭔가 하려고 했었는데 전화 때문에 까먹었네……. 그냥 잠이나 자자.”
진성은 노트북을 다시 끄고 잠자리에 일찍 들었다. 자기엔 시간이 꽤 이른 시간이었지만 내일 일찍 판교에 있는 부모님 저택에 방문해야 했기에 일찍 자기로 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든 지 얼마 안 돼서 진성은 푹 잠에 빠져 버렸다. 피곤했던 건 아니었지만, 이불에 들어가 몸이 따스해지자 잠이 왔던 것이다.
그렇게 진성은 내일 오래간만의 부모님과 즐거운 식사를 할 수가 있었기에 기대하면서 잠을 잤다.
* * *
다음 날.
어느새 아침 5시 30분이 되었고, 진성의 폰에서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진성은 이불 속에 있으면서 ‘나가기 싫어. 5분만…….’ 거리며 늦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부모님과의 식사 약속이 있는 터라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끄응……. 5시 30분에 일어나는 건 좀 오랜만이네……. 요즘은 거의 7시쯤에 일어났었던 거 같은데.”
진성은 게을러져서 7, 8시에 일어나 천천히 밭에 가 일을 봐 왔다.
“오늘은 철저하게 깨끗하게 씻고 가야지.”
자신의 밭을 방문할 때는 간단하게 씻었는데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 구석구석 깨끗하게 하고 갈 생각이었다.
30분을 들여서 몸을 깨끗하게 씻은 진성은 화장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부모님 저택의 위치를 알리는 성 비서의 문자를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