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100. 100화
장우혁 기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아주 잠깐이지만 고민을 했다.
여기서 잘 말해야만 몸 성히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 와중에도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나가 삼보 일보의 중심.
즉, 삼보 기업에 보고를 올리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던 것이었다.
마침 삼보 기업 본사 쪽에 자신의 인맥도 있으니 한울기업에서 파견 나온 이들을 적당히 속여서 빠져나온 뒤 삼보 일보 본사에 전화해 모든 것을 얘기하고 도움을 받으면 될 듯싶었던 것이다.
“그…… 오늘 발표하는 것을 다른 기사로 내보내면 됩니다…….”
“어떤 기사로 말이지?”
성 비서는 아주 흥미로운 얼굴로 장우혁 기자가 생각해 낸 내용을 물었다.
장우혁 기자가 조금 뜸 들이면서 말하는 거 보니 머리를 굴리고 있는 듯했지만, 모르는 척하고 계속해서 물어보고 있었다.
“S랭크가 된 헌터와 접촉해서 단독 인터뷰 같은 걸 내보내면 됩니다!”
“호오?”
좀 뜬금없긴 했지만 S랭크 헌터 단독 인터뷰라……. 겨우 이것밖에 생각 못 하는 인물이라니……. 역시 잠시 이 위기를 넘기고 빠져나갈 생각으로 가득하네. 어떤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 하나 했는데, 이것밖에 안 되는 인물이었어.
성 비서는 뻔히 보이는 장우혁의 행동에 한숨을 내쉬며 말을 하였다.
“그런데 말이야, 장 기자. 지금 다른 생각 하고 있지 않나?”
“아, 아닙니다! 정말로 저는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우혁 기자는 성 비서의 말에 뜨끔하였지만, 진심인 척 죄송하다며 말하고 있었다.
성 비서는 결국 팀원 중 한 명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스킬을 썼다.
그 헌터의 스킬은 지정한 대상의 생각을 잠깐이나마 읽을 수 있다는 건데……. 장 기자의 생각이 전부 그 헌터에게 들렸던 것이다.
해당 헌터는 장 기자의 생각을 모두 읽고 성 비서에게 모두 말해 주었다.
성 비서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차분한 표정이 일그러졌다.
“호오? 그런 생각이란 말이지?”
“네, 확실합니다. 성 비서님.”
“수고했네.”
“네, 성 비서님.”
그 헌터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자리에 남은 건 성 비서와 김 편집장 그리고 장 기자였는데 뭔가 불안해졌다. 그 헌터가 성 비서의 귀에 대고 속닥속닥 이야기한 내용이 너무도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차분한 표정의 그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뀔 수 있는 건가?
“이봐, 장 기자. 날 놀리는 건가?”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까 나에게 온 헌터는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헌터야.”
장 기자는 사기 생각이 들킨 건가 싶어 허억, 숨을 들이켜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옆에서 가만히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희동 편집장은 ‘대체 무슨 소리지?’ 하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장 기자, 자네는……. 글러 먹었군.”
“사, 살려주십시오!”
성 비서는 품속에 있던 호출기를 눌렀고 호출기에 밖에서 폐공장을 지키던 헌터 일부가 안쪽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장 기자가 우리를 놀리는 듯하다. 그러니 저자는 그곳으로 이송해라.”
“아? 그곳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성 비서님.”
헌터들은 ‘사, 살려주십시오!’라고 외치는 장 기자를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었다.
그 무서운 연출에 김희동 편집장은 더욱 겁먹었다.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장 기자가 혼자만 빠져나가려고 했던 것 같았다.
장 기자가 그렇게 끌려 나가자 김희동 편집장은 성 비서의 눈치를 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기 성 비서라고 했나? 난 장 기자와 다르게 협조할 수 있네.”
“아? 김 편집장님이 계셨군요.”
김 편집장은 성 비서가 일부러 저렇게 말하는 걸 알았기에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럼 김 편집장님은 무엇을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자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하겠네…….”
“그럼 좋습니다. 믿고 돌려보낼 테니 오늘 기사로 내보이는 것은 모두 다른 것으로 바꿔주십시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단! 장 기자처럼 빠져나갈 생각하시면 장담 못 합니다.”
“아, 알겠네.”
성 비서는 호출기를 한 번 더 눌렀고 다른 헌터들이 폐공장 안쪽으로 들어왔다.
“김 편집장님은 돌려보내게!”
“네, 알겠습니다. 성 비서님. 어디로 돌려보낼까요?”
“아까 우리가 습격했던 그곳으로 보내게.”
“네!”
헌터들은 김 편집장을 데리고 폐공장을 떠났다. 폐공장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성 비서도 어디론가 향했다.
정확히는 장 기자에게 뭔가를 하기 위해 떠난 듯 보였다.
* * *
한편, 진성 쪽은 세계수 그늘에서 쉬다가 깜빡 잠들었다.
“어라? 내가 어느새 자고 있었구나.”
세계수 쪽으로 걸어가면서 ‘성 비서 쪽은 잘 처리했으려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세계수 아래에 누워 쉬다가 잠이 든 듯 보였다.
“뉴스 같은 거 확인해 볼까?”
물론 성 비서가 잘 처리했겠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뉴스를 찾아보기로 했다.
혹시나 자신이나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 있을지 몰랐던 터라 검색을 해 보았는데 그런 뉴스는 전혀 없었다. 잡다한 뉴스만 가득한 거 보니 아무래도 저쪽에서는 일이 잘 처리되었나 보다.
“다행히 내 얘기는 없네……. 휴우.”
직접 검색해 보고 찾아봐도 아무런 내용이 없길래 안심한 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는데, 폰에서 진동이 울려왔다.
“어? 뭐지…….”
성 비서의 전화여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도련님! 저 성 비서입니다.
“네.”
-일은 잘 처리되었으니 안심하시고 하시던 일 계속해 가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 그런가요?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거 아닌데요. 뭘. 아, 그리고 도련님. 조만간 가야리 쪽에 도련님을 전담하면서 도와줄 헌터 몇을 파견할 겁니다. 그쪽에 사무실을 하나 둘 테니 혹시나 제가 연락을 못 받거나 하는 상황이 되면 거기에 가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이젠 도련님도 슬슬 손발이 되어 줄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하시는 농사일은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다만 곤란한 일이 생기시면 언제든지 꼭 얘기해 주세요.
“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성 비서.”
-그럼 저는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해서 이만 끊습니다. 도련님.
“네, 수고하세요. 성 비서.”
성 비서와 전화가 끝나고, 진성은 일이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제 걱정할 것들이 없어졌으니까……. 다시 원래대로 진행하면 되는 건가?”
이제 진성도 B랭크 헌터가 됐다. 국내에만 해도 1만 명이 넘지만 그래도 B랭크는 대단한 편이다. C랭크는 훨씬 넘쳐나기 때문에 길드에서는 최소 B랭크부터 영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조용한 거 보니까, 또 디펜스 퀘스트 준비하나 보네. 지독한 녀석!”
진성은 구시렁거리면서 세계수를 떠나 엘프들의 거주지에 다시 한번 가 보았다.
아까 자신이 잠이 들기 전에는 한창 거주지를 꾸미기에 바빴던 엘프들이었는데 진성이 지금 가서 확인해 보자 집은 거의 다 지어져 있었다.
하이 엘프 아이린의 지휘 아래 손발이 잘 맞아서 그런지 아주 빠른 시간 내로 완성된 것이다.
그런 진성의 시선이 느껴졌을까? 하이 엘프 성녀 아이린이 진성에게 다가왔다.
“아이린~ 다 된 거야?”
“네, 진성 님. 거의 다 완성된 거 같아요.”
“아, 그런데 아이린.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네가 데려온 엘프들 실력은 헌터 랭크로 치면 어느 정도야?”
진성은 엘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아이린을 포함하면 총 165명인데 그중 전사로 보이는 엘프는 40명이었다.
“보통의 엘프 전사들은 B랭크 정도일 거예요. 저 자신은 AA랭크이고요.”
“AA랭크!”
아이린이 AA랭크, 나머지는 B랭크 이상이라는 건가? 엄청난 전력이잖아? 엘프 전사 중에 정령사도 일부 있는 거 같던데…….
디펜스 퀘스트 때 이들이 도와주면 좀 더 편해질 것 같았다.
“그럼 아이린……. 가끔 내가 시스템에게 받는 퀘스트가 있는데 도와줄 수 있어?”
“네, 물론이에요. 저도 시스템 님이 진성 님에게 내려주는 큰 퀘스트 정도는 알 수 있거든요. 진성 님이 말하지 않아도 도와 드릴 거예요.”
“오! 그거 좋네.”
“그리고 세계수의 과거 주민이 저희뿐만 아니라서 진성 님이 퀘스트를 진행할수록 세계수를 성장시킬수록 전력은 더 많아질 거예요.”
더 많은 전력을 원하면 세계수를 더 성장시키라고 이 말이구나! 세계수의 레벨이 60이니까 70 또는 80 정도가 되면 새로운 종족이 찾아오려나?
“진성 님.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어? 뭔데? 아이린.”
“시스템 님이 아마 곧 전체적으로 전 세계 헌터들에게 알림을 줄 거라고 하시거든요. 그 내용이 전 세계에 엘프들의 출현을 알리는 것인데요. 진성 님의 땅에 거주하겠지만 아무래도 인간들과의 협력을 위해 저희 엘프들이 파견을 나가야 할 거예요.”
“아……. 그런 일이 있구나……. 그러면 내가 구체적으로 뭘 도와주면 될까?”
“시스템 님의 알림이 끝나고 저와 함께 이곳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만나야 해요.”
“내가 같이 가기만 하면 돼?”
“네, 진성 님.”
“뭐, 그 정도야……. 해 줄 수 있지! 알았어. 아이린. 걱정하지 마.”
아이린의 부탁이 어려운 거라도 진성은 해 보는 데까지 하려고 했었는데 그저 같이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쉬운 부탁이었다.
진짜 그 정도면 되는 건가? 호위처럼 따라가면 되는 걸까? 마침 나를 전담하는 헌터 팀도 생긴다고 했으니까 그들에게 부탁을 해 보면 될 거 같네.
“감사해요. 진성 님.”
“뭐,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진성은 아이린과 대화를 끝내고 시스템이 알림을 줄 때까지 같이 기다리기로 하였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시스템의 알림……. 즉 공지가 전 세계 곳곳 헌터들의 눈앞에 떴다.
-시스템이 헌터들에게 간단한 공지로 알려드립니다.
이 지구에 새로운 종족 우드 엘프가 정착하였습니다. 조만간 각 나라를 찾아가니 그들을 적대하거나 납치하는 경우 모든 헌터들의 적으로 인식하겠습니다.
아주 간단한 공지였다. 즉 엘프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시스템의 경고였다. 이런 경고에도 분명히 건드리는 사람이 나올 것이었다.
이 알림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대한민국에서도 실시간 검색에서 1위부터 20위까지 전부 시스템 또는 우드 엘프 관련 단어들만 떴다.
심지어 뉴스에서도 우드 엘프라는 종족이 어떤 성향이고 어떻게 생김새가 생겼는지 등 여러 가지 기사가 떴다.
“이제 바빠지겠네요……. 진성 님.”
아이린은 미소를 지으며 진성을 쳐다보았다. 진성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뭐, 동행하는 것뿐이니까.’라고 말하고 있었다.
* * *
우드 엘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게 반면 일부 범죄조직은 ‘엘프라……. 설마 그 소설 속에 나오는 엄청나게 아름다운 엘프인 건가?’ 하고는 나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범죄조직이야 이미 법을 어겨서 쫓기는 자들이 많았기에 시스템의 경고에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엘프를 납치해서 고가에 팔아버리자는 생각이 가득하였던 것이다.
“엘프라……. 흐흐.”
대한민국의 어둠을 장악하고 있는 AA랭크인 조은성이라는 사내가 명동의 모 빌딩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용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주 좋은 상품이잖아?”
대한민국의 어둠 전체를 주름잡는 밤의 황제 조은성이라는 헌터였다.
휘하에 있는 부하들도 전부 헌터인 아주 큰 조직을 운영하는 그에게는 새로운 종족의 출현이 아주 반가웠다.
새로운 종족을 고가에 사고 싶어 하는 부자들이 많았기에 나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