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99. 099화
“자, 이제 슬슬 들어가자고.”
박재원 팀장은 친구인 성 비서에게 말했고 성 비서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서 쉬고 있던 한울기업의 헌터 팀에서 눈짓을 주었다.
근처에 서성이던 이들의 눈빛이 바뀌면서 그중 네 명은 삼보 일보 건물 네 군데의 방향에서 망을 보듯이 서 있었고 나머지는 정문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였다.
검찰 쪽 인물들도 대략 10여 명이 되었는데 그들도 박재원 팀장을 따라 정문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래.”
성 비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정면의 삼보 일보 검문소를 지나치면서 그곳을 제압하였다.
검문소에 있던 경비들은 ‘당신들 누구야?!’라고 외쳤지만, 검찰 인원 두 명이 ‘검찰입니다.’라고 소속을 밝히자 경비들은 얌전하게 가만히 있었다.
“여긴 제압되었습니다. 팀장님!”
“그래, 들어가자!”
삼보 일보 검문소에서 긴급호출 같은 게 상부로 오지 않은 터라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성 비서 일행은 박재원 팀장 일행과 같이 진입하였다. 1층에서도 일부 경비들이 그들을 제지했으나 빠르게 제압되었다. 1층 경비들도 긴급 호출기를 누르려고 했으나 그럴 새도 없이 빠르게 제압된 상황이었다.
1층에 잠깐 혼잡한 상황이 일어났고, 업무차 들어온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수군거렸다.
“저 사람들 뭐죠?”
“그러게요…….”
“자세히 보니 검찰 같던데요?”
“검찰이 삼보 일보 습격할 만한 이유가…… 설마 비리 사건?”
다들 단단히 잘못 짚고 있었다. 검찰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한울기업을 도와주려는 목적이었고, 겸사겸사 콩고물을 얻어먹는 것뿐이었다.
검찰이 한울기업에 그동안 받아먹은 정보가 많은 터라 이렇게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1층, 2층은 제압되었습니다. 팀장님!”
“편집장과 장우혁 기자 등은 현재 어디 있지?”
“알아본 바로는 4층 회의실에 삼보 간부들까지 다 모여 있는 듯합니다.”
팀원의 말에 박재원 팀장은 옆에 있던 성 비서에게 말을 하였다.
“아무래도 오늘 낼 뉴스 때문에 다 같이 회의하는 듯한데? 어떻게 할 거냐?”
“당연히 지금 쳐들어가서 막아야지.”
“좋아. 일단 검찰이 먼저 들어갈 테니까 뒤에서 따라오라고.”
“알겠다.”
“자, 다들 4층으로 가자!”
“네, 팀장님.”
박재원 팀장은 자신의 팀원들을 데리고 빠르게 3층도 확보하고 4층 회의실 문 앞까지 당도하였다. 중간에 막는 무리도 있었으나 검찰 쪽이라는 걸 증명하니 다들 막지도 못했다.
“여기가 회의실인가?”
“네, 팀장님. 여기에 다 모여 있다고 합니다.”
“그래.”
박재원 팀장은 팀원들에게 눈치를 주었고 팀원 두 명이 회의실 문을 열었다.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자 회의를 한창하고 있던 간부들이 죄다 문 쪽을 쳐다보았다. 그중 한 간부가 그들을 보며 외쳤다.
“뭐야? 회의 중에 감히 들어오다니! 너희 어느 부서야?!”
간부 한 명이 씩씩거리면서 그들에게 외치고는 그들 앞으로 나왔다. 간부의 눈에는 그들이 얼어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비웃는 얼굴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희 부서가 어디야? 감히 중요한 회의하는데 들어와?’라고 크게 말했다.
하지만 박재원 팀장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는 옆에 있던 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체포해!”
“네, 팀장님.”
팀원 다섯 명이 신속하게 움직여서 회의실 문 쪽을 막아 버리고 아무도 못 나가게 하였다. 그리고 아까 그들에게 다가와서 뭐라고 하던 간부는 이미 제압된 상태였다.
회의실에 있던 장우혁 기자는 박재원이 검찰 쪽인 걸 알고 있었다.
“펴, 편집장님! 검찰입니다.”
“뭐라고?!”
장우혁은 작게 말했어야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그 목소리를 들은 박재원 팀장이 씩 웃으면서 ‘얘들아, 저 녀석들이 목표다!’라고 말했고, 팀원 두 명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잠시 저희랑 동행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장우혁 기자, 김희동 편집장.”
“허억…….”
“…….”
둘은 무슨 일로 자신들이 동행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동안 해먹은 게 많은 터라 잘못 말하면 다 들통이 날지도 몰랐기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편집장과 장우혁 기자가 순순히 그들과 동행하려고 하자 일부 간부들은 들고일어나서 어디서 검찰 따위가 행패를 부리느냐며 뭐라고 항의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성 비서가 헌터 팀을 데리고 들어오자 삼보 간부들은 죄다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아니, 당신은?”
한 간부는 몹시 두려움에 떨었다. 한울기업도 관련되어 있는 거였다니……. 그러면 이건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저 얌전히 있을 수밖에…….
섣불리 움직였다간 저 악마 같은 성 비서가 자신의 과거 비리까지 검찰에게 다 까발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다른 간부들도 약점 한두 개는 성 비서에게 잡혀 있던 것이다.
“크, 크흠.”
“흠흠.”
성 비서가 등장하자 간부들 모두가 조용해졌다.
박재원 팀장은 어이가 없었다. 방금 자신들만 있었을 때는 그렇게 목청이 터져라 따졌으면서 약점을 쥐고 흔드는 존재인 성 비서가 나타나자 다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져 버린 것이다.
“거참, 어이가 없네…….”
진짜 어이가 없었다. 친구 한 명의 존재로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하지만 성 비서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이다.
‘역시 자신의 오랜 친구는 달라…….’라는 생각을 했다. 저 친구가 만약 자신처럼 검찰 쪽이나 경찰직을 했다면 엄청난 인물이 되었을 거라는 라는 생각도 들었다.
“팀장님! 이들을 전부 검찰로 이송할까요?”
“아니. 다른 간부들을 내버려 두고 저기 저 두 사람만 이송해!”
“네, 알겠습니다.”
장우혁 기자와 김희동 편집장이 잡혀서 나갔고 박재원 팀장도 성 비서에게 나가자고 했다. 성 비서는 기분이 좋지 않은 터라 재원에게 정보를 주겠다고 말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그냥 너희 검찰 쪽에 도움 되라고 정보 던져준다.”
“뭔데?”
“그게…….”
재원의 귀에 속닥거리며 몇 가지 말해 주자 재원의 눈이 커졌다.
장우혁과 김희동만 잡아가려고 했는데 남아 있는 이들도 약점이 상당했던 것이다.
회삿돈 횡령이나 거래처의 뒷돈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거기에 친구가 이들의 자료까지 보내준다고 하니 증거는 충분할 듯싶었다.
“그러니까 다 잡아가라고. 재원아.”
“고맙다. 나중에 밥 한 끼 쏘마.”
“그래.”
재원은 편집장과 기자를 데리고 나간 인원을 제외하고 남은 인원에게 지원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팀장님. 인원은 얼마나 지원하라고 할까요?”
“그냥 있는 동원할 수 있는 인원 다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팀원이 바로 인원 지원을 요청했다.
“팀장님. 대략 20분 걸린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잠시 대기해야겠군.”
회의실에 남은 간부들은 검찰 인원이 안 가고 남아 있자 더 불안해졌다.
그런 그들에게 박재원 팀장이 다가와 말했다.
“그냥 가려고 했는데, 첩보가 들어와서 당신들도 죄다 연행할 테니까 기다리라고?”
“뭐, 뭐야?!”
“이건 감금에 협박이라고!!”
자신들의 약점을 알고 있는 성 비서가 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반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성 비서가 자신들의 약점을 눈앞에 있는 팀장에게 말하고 갔을 줄 꿈에도 모를 것이다.
재원은 가만히 있던 이들이 갑자기 따지고 들자 조금은 화가 났다.
아니, 친구인 성 비서는 무섭고 우리는 안 무섭다는 건가? 하……. 참나.
“거, 화나게 하지 맙시다?”
“뭐라고? 정부의 개 주제에!!”
어떤 간부가 과격하게 말하자 박재원 팀장 옆에 있던 팀원들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변해 그들을 노려보았다.
“뭐, 뭐야! 그렇게 노려보면 우리가 쫄 줄 알고?!”
“마, 맞아!! 우리를 풀어주란 말이다!”
“아……. 진짜 시끄럽네.”
박재원은 위에서 쪼아대는 것도 있어서 참고 있는데, 별것도 아닌 범죄자들이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까부니 조금씩 화가 올라오고 있었다.
“한 형사. 다른 인원, 몇 분 후에 오지?”
“네! 팀장님. 아마 7분 후에 도착할 듯합니다.”
“그래?”
“넵.”
한 형사는 조금 불안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팀장이 꽤 화가 난 거 같았기 때문이다.
팀장님은 본래 불같은 성격이다. 언제 사고를 칠지 몰라 동료들은 급발진하려는 팀장을 막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팀장은 화가 났을 뿐 급발진하려는 모습은 안 보였다. 그저 꾹 참고 있는 거 같았다.
재원은 그저 참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어디까지 시험하는지 몰라도 일단 참고 보자는 생각이라…….
이 간부들이 계속해서 항의하면서 따지면 아예 엎어버릴 생각도 있긴 하였다. 그전에 빨리 지원군이 도착해야 했다.
박재원 팀이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한편 편집장과 기자는 검찰이 아닌 다른 곳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이미 두 명을 끌고 가던 검찰 인원은 성 비서의 헌터 팀에 인계해 주고 다시 삼보 일보 건물로 돌아왔다.
그 둘은 느낌이 더 안 좋아졌다. 전혀 모르는 인물들이 자신을 끌고 가니 더욱 공포심이 들었던 것이다. 보니까 검찰 인원도 아닌 거 같은데……. 이들이 자신들을 끌고 가는 이유가 뭔지 너무도 궁금하였다.
“…….”
성 비서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참다못한 장우혁 기자가 말을 꺼냈다.
“대체 당신들은 누구고, 왜 우리를 끌고 가는 겁니까?”
“누구냐고?”
“딱 봐도 검찰 쪽 인원은 아닌 거 같은데……. 이거, 잘못하면 당신들 끝나는 거 알아?!”
장우혁은 나름 허세를 부리며 그들에게 강하게 나왔다. 편집장은 속으로 장우혁 기자를 응원하고 있었다.
성 비서는 더 이상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저 엄청 굳은 표정으로 폐공장으로 이동했다.
“서, 설마 우리를 죽이려고?!”
“그건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다만 좀 아플 테니까.”
“뭐라고?!”
성 비서는 이들이 왜 끌려가는지 전혀 짐작을 못 하자 조금 화가 났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조금 해야 할 듯싶었다.
겁만 주려고 폐공장을 선택한 건데……. 이렇게 말해도 모르면 진짜 고문을 할 수밖에……. 자신이 데리고 온 헌터 팀 중에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팀원이 두 명이나 존재했던 터라 정신적 고문은 가능할 듯하였다.
“아무래도 모르는 거 같으니 설명해 드리죠.”
성 비서는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가 설명을 하였다. 왜 당신들이 끌려왔는지를…….
강진성의 이야기가 나오자 장우혁 기자와 김희동 편집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함정에 몰아넣을 인물이 다름 아닌 한울기업의 차기 후계자 중 강찬성이라는 인물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계획했던 것을 그대로 진행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매장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제 자신들이 잘못한 게 뭔지 알았나?”
성 비서의 말에 잡혀 온 그 둘은 소름이 돋았지만, 자신들은 실행하기 전이었고, 이렇게 잡혀 온 게 기회를 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리를 어떻게 하고 싶은 겁니까?”
“그래. 어떻게 해 줄까? 고문을 원하나? 아니면 기회를 줄까?”
“기, 기회를…….”
“기회라. 그럼 내가 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할 텐데?”
“하, 하겠습니다!”
김희동 편집장은 바로 그대로 엎드렸다. 살고 싶었다. 편집장 자리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장우혁 기자 또한 엎드렸다. 살아야만 했다. 한울기업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김희동 편집장이야 한울기업을 잘 모르겠지만, 자신은 너무 잘 알았다.
“그럼 어떻게 할 거지? 장우혁 기자.”
성 비서는 김희동 편집장보다 왠지 자신들을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장우혁 기자에게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