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98. 098화
진성은 그들이 준비할 동안 잠을 푹 자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밝아왔다.
“으음…….”
진성은 폰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고 약간 몸을 뒤척이며 일어났다. 잠시 뒹굴뒹굴하며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으나 오늘은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결국 일어났다.
“하아……. 일어나기 싫은데 하필 오늘 할 일이 많네.”
한숨을 내쉬며 오늘의 할 일을 잠시 생각해 보고 있었다.
일단 먼저 씻고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은 진성은 제일 먼저 해야 일을 하기로 하였다. 그것은 바로 집 주변이 어지러웠던 것을 복구하는 일이었다.
침입자들이 정원 쪽 또는 집 근처에 발로 흙을 얼마나 파헤쳤는지 사방이 구덩이였다.
“일단 이것부터 정리해야지.”
진성은 인벤에서 삽을 꺼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크고 작은 구덩이들에 흙을 덮어서 잘 정리하였고 그 작업이 끝나고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오전 8시…….”
진성은 간밤의 전화 내용이 생각이 났다.
오전 9시부터 삼보 일보를 습격하고 일을 정리해 준다는 성 비서의 말이 떠오른 것이다.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빠르게 정리하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오후 6시 내로 일이 끝난다면 바로 성 비서에게 보고를 받고 이 씨 아저씨를 찾아갈 생각을 했다.
“일단 집 주변 일은 끝난 거 같고……. 이제 밭으로 가야 하나?”
아직 오전 8시밖에 안 돼서 ‘천천히 갈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시스템의 알림을 보고 바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그 알림 내용은…….
-세계수의 과거 주민 종족이 강진성 님의 밭에 곧 도착합니다. 강진성 님,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세요.
“으음? 드디어 찾아오는구나? 빨리 가야겠네. 아, 천천히 가려고 했는데.”
과거 주민이라……. 과연 어떤 종족일까?
진성은 자신의 밭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집과 밭의 거리는 걸어서 불과 13분이었기에 게을러진 거일 수도 있다.
진성은 느긋하게 걸어 밭에 도착하였고, 밭 안쪽으로 들어온 진성은 자신의 넓은 3만 평의 밭을 보며 이젠 이 넓은 땅에 적응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넓은 땅에 적응하지 못하였는데 이젠 익숙해지고 있던 것이다.
“곧 온다고 했지? 세계수 앞에 가 있어야겠네.”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 진성은 세린이와 정령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아무래도 새로 온 종족이 오는 걸 느낀 모양이다.
진성이 세계수 앞에 도착하자 정령들과 정령어로 얘기하고 있던 세린이가 진성에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하였다.
“아빠!”
“그래, 세린아~ 잘 잤니?”
“네!”
진성은 아직 작지만 사랑스러운 세린이를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러곤 세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린이는 헤헤헤 거리면서 진성의 손길이 좋은지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즐거워하는 게 느껴진 것이다.
“세린아. 오늘 과거 주민이 찾아온다고 하던데, 혹시 짐작이 가는 종족이 있니?”
“아뇨. 모르겠어요. 아빠!”
“그래? 과연 어떤 종족일까?”
진성은 같은 인간종족일까? 아니면 신비스러운 엘프? 그것도 아니면 드워프?
모든 걸 생각해 보았지만, 짐작이 가지 않았다.
뭐, 곧 도착하면 알게 되겠지…….
진성은 잠시 세계수에 등을 기대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스템의 알림이 다시 한번 더 떴다.
-세계수의 과거 주민인 ??족이 강진성 님의 밭으로 들어옵니다. 밭의 주인인 진성 님에게 적대감이 없습니다. 오히려 호감을 느낍니다.
“드디어 도착했나 보네.”
진성은 기대하면서 세계수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종족일지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진성의 눈앞에 망토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린 약 30여 명의 신비스러운 인물들이 나타났다.
그중 한 명이 그들 앞으로 나와 진성에게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세계수의 주인 강진성 님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저는 우드 엘프족의 아이린이라고 해요.”
“우드 엘프?”
“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엘프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세계수의 과거 주민이라는 게 엘프인 건가요?”
“저희 종족뿐만 아니라 다양해요. 저희가 선발대로 온 거랍니다.”
아이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엘프는 그 말을 하면서 진성에게 적대감이 없다는 표시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망토를 벗었다. 엘프라 그런지 천상의 미를 가진 아름다운 엘프였다.
하지만 진성은 그 미모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감흥이 없다랄까? 자신과 세계수를 도와줄 종족이다 보니 그런 사심이 들지 않은 것이다.
“역시 세계수의 주인 강진성 님이네요. 보통 다른 인간들은 저희를 보면 흑심을 품는데……. 진성 님의 마음은 아주 깨끗하네요.”
“조금은 흔들렸지만, 세계수와 나를 도와줄 종족이니 사심을 품지 않기로 한 것뿐인데요?”
“그게 대단한 거예요! 아무튼, 다시 정식적으로 소개할게요. 저를 따라온 종족은 우드 엘프이며 저는 그중 우드 엘프에서도 하이 엘프 성녀 아이린이라고 해요!”
“하이 엘프?!”
설마 엘프 중의 최상위 그 하이 엘프라고? 저 아이린이라는 엘프가 하이 엘프 성녀라니…….
“선발대로 저희 30여 명 말고도 진성 님의 영토 바깥에 100여 명이 더 있어요.”
“그럼……. 여기서 마을을 일구고 살아갈 건가요?”
“시스템 님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세요~”
하이 엘프 성녀 아이린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성은 바로 시스템을 호출했다.
그러자 시스템도 기다렸다는 듯이 진성에게 말하고 있었다.
-세계수의 과거 주민, 첫 번째 우드 엘프는 진성 님에게 꽤 도움이 될 존재입니다. 첫 번째 종족을 만나보셨으니 우드 엘프들이 살아갈 땅을 드리겠습니다. 이 땅을 진성 님이 밭으로 활용할지 우드 엘프들의 땅으로 인정해 주실지는 알아서 판단하시길 빕니다.
-강진성 님의 인벤에 보상이 지급 되었습니다.(보상:5,000평 땅 교환권×1)
“5,000평을 준다고?”
어차피 자신은 3만 평을 밭으로 활용하기에는 충분했으니 엘프들이 살아갈 땅으로 주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시스템이 자신에게 선택지를 주었지만, 자신은 엘프들의 땅으로 인정해 줄 것이었기에…….
“아이린이라고 했죠?”
“네, 진성 님. 편하게 말하세요. 저희는 세계수의 주민이니까요. 그리고 진성 님의 백성이나 마찬가지예요.”
“아……. 그럼 아이린이라고 부를게.”
“네, 진성 님.”
아이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미의 종족 엘프……. 아니, 하이 엘프라 그런지 눈부신 미소였다. 저 미소에 적응이 안 된 터라 눈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아이린은 자신의 얼굴을 피하면서 말하자 강진성이라는 존재가 귀엽게 느껴져 푸훕 하고 웃을 뻔하였다.
“아무튼…… 땅은 마련해 줄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줄래? 아이린.”
“네, 진성 님.”
진성은 인벤에서 아까 시스템에게 보상을 받은 5,000평의 땅 교환권 한 장을 꺼내 그 자리에서 찢었다.
그러자 빛이 나면서 진성의 코앞에 어디에 이 교환권을 사용할지 지정해 달라는 표시가 떴다.
진성은 자신의 밭에서 가장 가까운 야산 쪽을 지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그곳으로 선택했고, 진성의 북쪽 즉, 세계수와 가장 가까운 야산 쪽에 새로운 평지 5,000평이 생겼다.
“자, 여기를 너희의 거주지로 쓰면 될 거 같아. 아이린.”
“네, 감사합니다. 진성 님.”
아이린은 같이 따라온 우드 엘프 중 한 명에게 진성의 바깥 경계선에서 대기하는 모든 엘프를 새로 생긴 5,000평의 땅으로 옮기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 한 명의 엘프는 재빠르게 진성의 밭을 나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약 100여 명이 넘는 엘프들을 모두 데리고 진성의 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들의 거주지가 되는 곳으로 그들을 이동시켰다.
“저희에게 거주지가 되는 땅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성 님.”
“시스템에게 받은 교환권을 쓴 것뿐이니까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아니요! 시스템 님에게 받은 교환권을 자신의 땅으로 쓰지 않고 저희에게 내려주신 건 저희를 인정하신다는 거니까요. 역시 세계수의 진정한 주인은 강진성 님뿐인 거 같아요.”
하이 엘프 성녀 아이린이 진성을 추켜세우자 진성은 약간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었다.
딱히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어차피 시스템이 준 교환권이니 자신은 그걸 쓴 것뿐이다. 아주 적절하게 말이다.
“그럼 저희는 저 땅을 저희만의 거주지로 꾸밀게요. 진성 님.”
“그, 그래. 열심히 해!”
“네, 진성 님. 그럼 이만.”
아이린은 진성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을 호위하는 30여 명의 엘프들을 데리고 세계수 북쪽 거주지로 들어가 자신들만의 낙원을 꾸미기 시작하였다. 인원은 대략 150명이 넘어 보였는데 정확한 수는 모르겠다.
“저 거주지도 정보창이 있으려나?”
진성은 호기심이 생겨서 저 땅의 정보창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살펴보다 새로운 아이콘이 생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이건가?”
그 새로운 아이콘을 눌러보니 세계수의 주민목록이라는 것이 떴고 그 세부적인 것을 보니 엘프 거주지라는 목록이 나왔다.
“있긴 하네……. 한번 봐야지.”
엘프 거주지라는 창을 띄워 보니…….
[이름:우드 엘프 거주지
규모:5,000평
인구:165명
등급:B+
상태:생긴 지 얼마 안 된 땅이다. 하지만, 세계수의 버프를 일부 받아 약간 기름진 상태의 땅이다.
시설물:건설 중인 집 40채(건설 시간까지 조금 걸릴 듯하다.)]
“오! 이렇게 나오는구나? 그나저나 165명이라……. 이만한 인구가 여기에 사는구나!”
밭 북쪽에 엘프들이 거주하고 나중에는 세계수의 과거 주민이 다 찾아오면 북적거리지 않을까? 그리고 디펜스 퀘스트 때 분명히 자신에게 도움이 될 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시간을 살펴보니 벌써 낮 1시가 넘어가고 있던 것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쪽은 일이 잘 처리되어가고 있을까?”
진성이 말한 삼보 일보 그쪽 일이었다.
진성이 엘프들을 만나 정신없이 이쪽 일을 하고 있을 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 * *
즉, 몇 시간 전. 오전 9시, 삼보 일보 앞에서는 검찰 쪽 인원들과 성 비서가 이끄는 헌터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이, 친구~ 오래간만이야?”
검찰 쪽 수사팀 팀장이 성 비서에게 말을 건넸다. 성 비서 또한 그 팀장에게 말을 하였다.
“그래. 오랜만이네. 잘 지냈냐?”
“그럼~ 잘 지냈지. 그나저나 이번 건은 너희가 처리해도 되었을 일 아니냐? 굳이 우리 검찰까지 협조해도 되는 거냐?”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지. 안 그러냐? 재원아.”
둘은 오래전부터 친구였는데 한 명은 한울기업의 비서로 취직하고 다른 한 명은 검찰 쪽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벌써 서로를 도와가면서 일을 처리한 지 10년이 넘었던 터라 검찰 쪽에 들어간 친구는 벌써 팀장 직위까지 올라왔다. 다 성 비서라는 친구 덕에 성과를 올려 빠르게 진급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검찰과 한울기업은 꽤 친해져서 서로 정보 공유까지 했다.
원래는 그러면 안 되지만 한울기업이 검찰에게 제보한 특별한 정보들이 워낙 많았기에 검찰 쪽에서도 한울기업을 좋게 보고 있었고, 한울기업 성 비서와 박 팀장이 친한 걸 알게 되자 검찰 쪽에서 아예 전담반을 만든 것이다.
“그래. 이번에는 삼보 기자가 누굴 건드렸냐?”
“우리 도련님을 건드렸지.”
“도련님? 누굴 말하는 거냐?”
박재원 팀장은 친구가 누굴 말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친구에게 성 비서가 말을 하였다.
“누구긴. 강 팀장님 아드님이지.”
“아하. 그 양반, 다시 차기 후계자로 복귀한 거냐?”
“어. 맞아.”
“크으……. 그 양반이 한울기업 후계자가 되는 게 낫지. 그 부회장 양반은 글러 먹어서 안 돼!”
“그래, 우리 강 팀장님이 제일 잘 어울리긴 하지.”
“아무튼, 그럼 그 양반과 그 도련님을 건드린 게 삼보란 말이지?”
“어, 맞아.”
박재원 팀장은 친구인 성 비서와 얘기를 나누었다.
삼보의 기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오늘 엄청 깨질 것이다. 참으로 불쌍한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