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96. 096화
“내일 구경이나 해 봐야지…….”
진성은 챗방 내용을 보다가 씻고 잠이나 자야겠다며 방에서 나와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잠자리에 누웠다.
노트북은 잠시 절전상태로 돌린 상태였고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잠이 들기 시작하였다.
진성이 잠에 빠져들 이 시각, 진성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리가 진성의 집을 알아내고는 접근하고 있었다.
진성은 그런 줄도 모르고 잠들기 직전이었다.
눈이 점점 감기고 있던 진성에게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B랭크 헌터가 되면서 조금 민감해진 걸까? 집 밖에서 안 좋은 기운이 느껴져 눈을 떴다.
“뭐, 뭐지?”
진성은 확인차 나가 보기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서 계속 소리가 들리자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적이 처음인지라 혹시 야산에서 몬스터가 여기까지 내려온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부엌 쪽 창문을 소리가 나지 않게 살짝 열어 틈을 만들어 바깥을 살펴보았다.
그 틈새로 보니 정체불명의 인원들이 무기와 중무장 장비를 껴입고 자신의 집을 포위하고 있던 것이다. 말소리도 아주 작게 들렸다.
“분명 여기가 맞는 거겠지?”
“네, 조사해 보니 여기가 그 강진성이라는 놈의 집이 맞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그런 작은 말소리들이 들렸다.
자신을 찾아 집까지 포위한 이들이 누군지 알 수 없었던 진성은 틈으로 정체불명의 그들의 말투나 얼굴 형태를 보며 자신이 아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들 중 아주 낯이 익은 얼굴의 형태와 말투 그리고 특유의 몸짓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까 아침에 치킨 가게에서 만난, 군대에서 자신을 엄청 괴롭혔던 이우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의뢰한 이들인지 아니면 지인들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해코지하고자 온 건 분명하였다.
진성은 자신의 밭으로 유인해서 자신의 작물들에게 혼쭐나게 할 생각을 하며 밖으로 튀어 나갈 준비를 했다.
“밭으로 유인해서 작물들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물론 혼자서 제압할 수도 있지만 정령들과 세린이에게 도움을 받아 더 편하게 제압하려고 했다.
진성은 현관문 앞에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진성의 집을 포위한 그들 중 한 명은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 중이었다. 아주 작은 소리로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문 따기를 하고 있던 것이다.
덜컥.
“응?”
문 따기를 시도하던 길드원 한 명은 문 따기에 성공하지 않았는데 문이 열리자 동료를 부르려고 옆을 돌아보았다. 순간, 문이 열렸다.
퍼억.
그 소리와 함께 문 따기를 시도하던 길드원은 조금 튕겨서 넘어졌고 진성이 황급히 나와 밭으로 도주하였다.
“길드장님! 저 녀석 도주합니다!!”
문 따기에 실패한 길드원이 외치자 다들 도망치는 진성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쓰러진 길드원도 무기를 들고 진성을 쫓았다.
“젠장, 눈치를 챘구만……. 역시 우진이를 쓰러뜨린 놈답군!”
“그러게 말입니다. 길드장님!”
길드장과 부길드장은 짧은 대화를 나누며 도망가는 진성의 길목을 차단하려 했다.
진성을 쫓는 인원은 약 10여 명? 아니, 20명에 가까웠다.
C랭크 한 명을 잡으러 간다는 말에 길드원 일부는 불만을 쏟아냈다. B랭크인 자신들이 왜 C랭크 한 명 잡으러 가야 하느냐는 말을 했지만 A랭크인 길드장과 부길드장도 함께 간다고 하자 불만이 사라졌다. 그만큼 그놈이 중요하다는 말이었기에…….
“빨리 잡아야 한다!”
길드장의 말에 다들 속도를 올렸다. 진성을 따라 도착한 곳은 밭이었다.
그 밭 안쪽에 진성이 서 있었다.
“크크크. 멍청한 놈!”
“여기 막다른 곳 아닌가?”
진성의 밭은 야산에 둘러싸인 곳이었기에 입구는 한곳밖에 없었다.
진성 때문에 투입된 인원은 길드 절반 이상의 전력에 해당하는 19명이었다.
“어이~ 강진성. 이제 막다른 길인데?”
우진은 검 한 자루를 뽑아 들고 서 있는 진성에게 비웃음을 날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고 있었다.
진성이 무표정으로 서 있자 길드원들은 포위되어 두려움에 떠는 걸 감추려는 거 아니냐면서 비웃기 바빴다.
“보복이 올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치사하네! 이우진!”
진성은 그들 중 앞으로 나와 자신을 비웃는 우진에게 반말을 쓰며 도발하였다. 우진은 어린 강진성이 반말을 쓰자 화가 났다.
“뭐라고? 미쳤나 이게……. 반말을 쓴다고?”
감히 일반인 애송이 주제에……. 이 위대한 헌터한테 도발을 해? 군대에서는 자신에게 눈도 못 마주쳤던 놈인데……. 이거 조금만 만져주려고 했는데 오늘 참교육에 들어가야겠어…….
“길드장님. 저한테 맡겨주세요. 1대1로 박살을 내겠습니다.”
“그래. 우진아, 네가 잘 마무리해라 우리는 저 녀석이 이 바깥으로 못 도망가게 포위망을 할 테니.”
“네,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진성은 밭에서 혼자 그들을 상대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저 사람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기다리고 있던 작물들과 정령들, 세린이에게 신호를 줄 참이었다.
대강 얘기를 들어보니 이우진 혼자 자신을 상대하려는 게 보이는 터라 신호를 주지 않고 자신도 1대1로 싸울 생각을 했다.
“어이~ 강진성이. 나랑 한번 붙자! 물론 난 안 봐줄 거지만.”
“후회할 텐데?”
“누가 후회한다고? 너 일반인이나 다름없지 않냐?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제일 낮은 경지일 게 분명한데 크크크.”
“난 경고했다…….”
“경고 같은 소리 하네! 어디서 까불어?”
우진은 표준 장비였는데 검과 방패 즉, 전사 계열의 헌터였다. 우진이 진성이 든 무기가 삽밖에 없는 걸 보고 건설 계열의 헌터라고 생각했다.
삽 가지고 자신을 상대한다고? 어림도 없었다.
“넌 진짜 상대 운도 없다. 나를 만난 게 말이야.”
진성은 우진이 계속 덤비지 않고 계속 말만 하자 한마디 날렸다.
“싸우려면 빨리 붙던가?”
“뭐야?!!”
우진은 진성이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쳐다보며 겁을 내지 않고 들어오라 말하자 더욱 분노하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몇 대 때려야 잘못했다고 빌려나 보다.
“오냐. 들어가 주마! 후회나 하지 마라!”
“그쪽이야말로…….”
우진은 그대로 진성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진성의 눈에는 우진의 동작이 아주 느리게 보여 하품하며 간단하게 피하고 있었다.
우진은 검을 휘둘렀지만, 진성이 피하자 분노에 가득 차 마구 휘두를 뿐이었다.
우진은 왜 자신의 공격이 안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진성이 일반인인 줄 알아서 길드장에게 거짓으로 보고했지만, 아까 진성이 도망칠 때 보니 길드원 선배 중 B랭크 헌터가 못 쫓아갈 정도여서 최소 D랭크는 되지 않을까 추측했다.
이 생각은 우진뿐만 아니라 싸움을 지켜보는 다른 길드원들과 길드장 그리고 부길드장 또한 하고 있었다.
우진에게 C랭크라고 보고받았는데 진성의 몸동작을 보자 C랭크 중 제일 강한 C랭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이익!!”
우진은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진성은 그의 공격을 여전히 간단하게 피해 내며 이것밖에 안 되느냐는 눈빛으로 봐주었다. 그에 우진은 더욱 화가 났지만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되지 않았다.
“공격 진짜 느리네.”
진성의 말에 자존심에 점점 금이 가고 있었다. 겨우 저런 낮은 랭크한테 자신의 헌터 자부심이 망가지고 있었다.
“피하지 말고 싸워!!”
우진은 진성에게 공격을 하면서 외쳤지만, 진성은 ‘싫은데?’라고 말하며 우진을 놀렸다.
싸움을 지켜보던 부길드장은 길드장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도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흠……. 끼어들기 애매하지만, 저러다가는 결판이 나질 않으니 애들보고 준비하라고 해!”
“네, 길드장님.”
부길드장은 뒤쪽에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던 길드원들에게 전달하였다. 우진이 고전을 하고 있으니 포위해서 저놈을 잡거나 다치게 하라고 말이다.
그 말에 지루하게 포위망을 형성하며 서 있던 길드원들이 눈을 빛내며 자신의 장비들을 점검했다. 언제든지 진성에게 뛰어나갈 준비들을 하고 있던 것이다.
진성은 우진을 피하면서도 포위하고 있는 길드원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는데 그들이 아까와는 달리 약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무기를 꺼내는 게 포착되었다.
즉, 자신을 공격한다는 얘기였다.
“아무래도 공격이 슬슬 들어오겠네.”
“헉헉, 무슨 소리냐……. 강진성!”
우진은 너무도 지쳤다. 공격을 한 지 20분도 안 되었는데 체력이 바닥났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까보다 공격이 더 느려진 것이다.
진성이 갑자기 딴소리하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말했지만, 진성은 그 말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따가 상대해 줄 테니까 거기 쓰러져 있으라고.”
“그게……. 뭔 소리……. 커윽.”
진성은 우진을 삽으로 쳐서 옆으로 치웠다. 우진은 삽 한 방에 나가떨어져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미 힘든 터라 풀썩 쓰러졌던 것이다.
우진이 쓰러지자마자 포위하고 있던 길드원들이 모두 진성에게 달려들었다.
진성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길드원들을 보자 인벤에 있던 호루라기를 꺼내 불었고, 정령들과 세린, 그리고 맨드레이크 등이 진성의 곁에 모였고, 진성을 공격하려는 무리에게 달려들었다.
“으악! 이게 뭐야!”
“맨드레이크가 공격한다! 피해!”
“뭐, 뭐야?!”
길드원들은 갑자기 난데없이 진성이 아닌 다른 것들이 공격하자 당황하였다.
“막아! 막으라고!”
길드장은 검으로 맨드레이크들을 베었으나 이미 플래티넘 등급의 맨드레이크들은 길드장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비명으로 그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으아! 내 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길드원들은 작물들에게 얻어터지기 시작했다.
길드장과 부길드장, 일부 B랭크 길드원들만 맨드레이크와 정령들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고 있었고, 나머지 C랭크 이하 길드원들은 맨드레이크 군단에게 잡혀서 비명에 기절하거나 맞고 있었다.
쓰러져 있던 우진은 비명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길드원들이 작물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성을 공격하지도 못한 채 맨드레이크 또는 나무들에 당하고 있자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진성이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내가 말했잖아……. 후회할 거라고.”
“이 자식이!”
우진은 일어나려고 했으나 이미 다리는 후들거리고 힘이 거의 없던 터라 진성을 공격하지 못하였다. 자신이 속한 길드가 진성과 작물들에게 당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렇게 1시간도 안 돼서 전투는 끝났고, 길드장과 부길드장 또한 세계수에게 잡혀서 엉덩이를 사정없이 맞고 기절한 상태였다.
우진을 제외한 18명은 세계수에게 엉덩이를 사정없이 맞았고 세계수가 열은 포탈 때문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세상에 이런 밭이 있을 줄이야. 우진은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쳐들어왔나? 하면서 진성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이제 너만 남았네?”
진성의 말에 더욱 오들오들 떨어대는 우진이었다.
진성은 그런 우진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다, 다가오지 마!”
“아까는 자신만만해하더니만…….”
우진도 세계수에게 맡겨서 ‘엉덩이 맴매한 다음 쫓아낼까?’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