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93. 093화
진성은 자신과 두 친구가 S랭크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잠깐 하고 있었다. 그런 날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기분은 매우 좋을 거 같았다.
“S랭크로 올리려면 대신 엄청 굴려지겠지?”
분명 그 악마 같은 시스템은 엄청나게 자신을 굴린 뒤 S랭크로 올려줄 것이다.
이렇게 B랭크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지 않은가? S랭크 수준이면 아마 이것보다 4~5배로 더 힘들 것이 분명하였다.
앞으로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왔다.
“S랭크는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잠이나 일찍 자야지.”
진성은 시스템이 아까 준 황금 사과는 일행들만 먹이고 자신은 먹지 않아서 그런지 체력이 절반으로 떨어져 있었다.
오늘은 그저 집에서 편히 쉬고 내일도 일찍 나가기보단 천천히 나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대형 퀘스트 하나 끝났으니 푹 쉬다가 나가서 밭 관리를 할 생각이었다.
잠자리에 다시 누운 진성은 잠들기 전에 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오후 9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잠이나 자자……. 너무 힘들다.”
라고 말하며 잠자리에 누운 지 3분도 안 돼서 뻗어 버렸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코까지 신나게 골면서 잠을 자고 있었다.
* * *
진성이 그렇게 잠을 자고 있을 때 한편, 다른 곳에서는 진성의 밭을 도와주러 갔다가 본사로 복귀한, 이제 S랭크가 되어 버린 이한나 헌터는 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회장실이 있는 11층에 도달하였다.
회장실 앞에는 비서가 있었는데 이한나 헌터가 보이자마자 바로 회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며 ‘회장님! 이한나 헌터가 도착하였습니다.’라고 외쳤다.
회장실 안쪽에서 들여보내라는 말이 들렸고, 비사는 문을 열어주며 안으로 들어가라 안내했다.
“자, 들어가십시오. 이한나 헌터님. 회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네.”
이한나 헌터는 회장실에 자주 오긴 하지만 오늘처럼 긴장되는 건 오래간만이었다.
아무래도 강진성과 관련되어 있기도 했고, 자신은 S랭크가 되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런지 긴장이 되는 것이다.
아무튼, 그런 생각들을 잠시 접어 두고 이한나 헌터는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회장은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중요한 서류를 보곤 하였는데 오늘도 변함없이 서류 몇 장을 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약 10분. 서류를 보던 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파견은 잘 갔다 왔고?”
“네, 회장님. 완벽하게 도련님의 보조를 맞췄어요.”
“그래. 그 외 특이사항은?”
“회장님……. 사실…….”
이한나는 퀘스트 과정을 간략하게 보고하였고 그 과정이 끝나고 S랭크로 올라갔다고 하자 회장은 읽고 있던 서류를 잠시 책상에 내려두었다.
“그래, S랭크가 되었단 말이지?”
“네, 회장님.”
“앞으로 자네는 내 손자 진성을 보조하는 일을 해 주게나. 그리고 아침에 발표할 것이다. 자네가 S랭크가 되었다는 것을. 라이센스 갱신 준비해 두고!”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회장은 뜻밖의 소리를 들었지만 기분이 아주 좋았다. 자신의 회사 직속 이한나 헌터가 아주 잘해 줬기 때문이다.
진성의 보조를 완벽하게 수행했으며 거기에 S랭크가 되었다? 일석이조였다.
“그래, 일단 알았으니 나가 보고. 가서 푹 쉬게나.”
“네, 회장님.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이한나 헌터는 조심스럽게 회장실에서 나왔고 나오자마자 긴장이 팍 풀려 버린 것이다. 이런 긴장은 참 오래간만이었다.
자신은 각성 후, 바로 A랭크부터 시작하였는데 우연하게 한울기업의 눈에 띄어 회장님과 독대하고 한울기업의 소속 헌터가 되었었다.
그래서 회장님과 독대 시간이 제일 긴장됐었다. 비록 과거 일이었지만 그때의 첫 긴장이 똑같이 또 온 것이다.
이한나 헌터가 나가고 한울기업 회장은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S랭크라……. 드디어 우리 기업에서도 S랭크 헌터가 나왔군.”
아주 좋은 홍보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S랭크와 AAA랭크와는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아직 S랭크를 보유한 곳은 영국과 미국, 일본뿐이었다. 그런데 네 번째로 대한민국에서, 한 명도 아니고 무려 세 명이나 S랭크가 나왔다?
분명 이 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작은 땅덩어리에서 무려 세 명의 S랭크가 나온 것이다.
“아주 재밌게 흘러가는군. 다른 두 S랭크 헌터는 누군지 짐작도 가고…….”
한동안 한울기업의 회장은 즐거운 미래를 상상하며 자리를 지켰다.
* * *
그 상황에 역시나 현성기업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현성기업에서 파견이 나와 돌아온 한소율, 이인우, 이시우는 회장의 호출을 받았고 다 같이 회장실로 들어왔던 것이다.
현성기업의 회장은 한울기업 회장과 다르게 서류작업도 하지 않고 그저 차를 마시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들을 비롯한 두 명의 헌터가 들어오자 반겨 왔다.
“그래. 시우야, 일은 잘 도와준 거냐?”
“네, 아버지.”
“그나저나 S랭크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온 걸 아느냐?”
“네. 이인우 헌터와 한소율 헌터가 S랭크가 되었고, 다른 한 명의 헌터는 이한나 헌터입니다.”
“그래. 말하지 않아도 알 거 같구나. 수고했다. 일거양득으로 이런 결과를 얻다니. 아주 좋구나!”
“네, 아버지.”
“그리고 이인우 팀장, 한소율 부팀장의 S랭크는 아침에 발표할 테니 라이센스 갱신 준비들 하게.”
“네, 회장님. 알겠습니다.”
“흐흐흐. 알겠습니다.”
한소율 부팀장과 이인우 팀장의 각각 대답이었다.
“자자, 다들 돌아가서 쉬게! 시우, 너도 쉬어라.”
“네, 아버지. 저희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그래!”
시우는 두 명의 헌터가 회장실을 나왔다.
“도련님. 도련님도 B랭크 헌터가 되셨으니 갱신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인우 헌터가 시우에게 말을 건넸다.
“내일 같이 하는 것으로 하죠.”
“넵.”
“그럼 가서 쉬세요.”
“네, 도련님. 먼저 가 보겠습니다.”
이인우 헌터는 잽싸게 휙 하고 사라졌고 시우 곁에는 한소율 부팀장만 남아 있었다.
“한 부팀장은 안 가세요?”
“저는 도련님의 호위로 배정돼 있으니 도련님께서 집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 후에 가겠습니다.”
“네……. 일단 가죠! 그럼.”
시우는 한소율 부팀장의 호위를 받으며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 * *
다음 날, 아침……. 불타는 금요일의 아침이 되었다.
오늘 아침은 현성기업과 한울기업의 중대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기자들은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S랭크가 나타난 소식 때문에 바빴는데 국내 2~3위를 각각 다투는 두 개의 대기업 회사가 중대 발표를 한다?
물론 S랭크 헌터 소식보다 더 작은 발표일 수도 있으나 AAA랭크를 비롯한 많은 헌터를 보유하고 있는 두 대기업에서 동시에 발표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기자 중 두 대기업과 친한 기자들은 S랭크 소식보다 그 대기업 소식을 우선했던 것이다.
“발표 10시에 한다고 합니다!!”
기자 한 명이 그렇게 외치자 모여 있던 다른 기자들이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발표길래 이 난리들이야?”
“그러게……. S랭크 소식이 더 중요하지 않나?”
라고 말하며 일부 기자들은 두 대기업의 발표가 별로라는 생각을 했다. S랭크 소식이 더 뜨거웠기에 그쪽으로 신경을 쓰고 있던 일부 기자들이었다.
하지만 대기업과 친한 촉이 있는 기자 몇은 분명 ‘특종감이 나올 것이다.’ 하면서 팀을 나누어 두 대기업의 본사로 향한 것이다.
현성기업과 한울기업 안쪽 회장에서는 여기저기서 몰려온 큰 방송사 기자 또는 작은 방송사 기자들 등 엄청난 인파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오히려 S랭크가 누구인지 추측하는 기자들은 약 20% 안 될 정도였다. 그만큼 두 대기업이 국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다는 이야기였다.
보통 같으면 S랭크 소식이 더 중요하겠지만, 이들 기업과 친한 기자들은 과감하게 누군지 모르는 S랭크 소식을 버리고 이 발표회장에 참가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S랭크 추측하기 바빴던 그 기자들은 대기업으로 몰려간 기자들을 욕하고 있었다.
웅성웅성.
각 대기업 발표회장에게서는 기자들이 소란을 피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란에도 대기업 회장에 배치된 대기업소속의 직원들은 전혀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점차 오전 10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기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두 대기업이 손을 잡았는지? 아니면 각각 경쟁할 물건을 발표하는지, 발표할 내용을 몰랐기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추측하고 있던 것이다.
“선배,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러게 말이다. 두 대기업이 경쟁자기는 한데……. 대체 얼마나 대단한 발표를 하려고 그러는지…….”
“그러게요.”
“무슨 발표인지는 모르지만 내 기자의 감으로는 아주 중요한 거로 생각한다…….”
“후……. S랭크 헌터 출현 소식 수준에 좋은 소식이면 좋겠네요.”
“그러면 꿀이지.”
두 기자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이 기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들도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어떤 기자는 한울 커뮤니티 챗방에 들어와서 중계를 했다.
그곳에서도 다들 의견이 반반으로 엇갈렸는데 대기업 발표보다 S랭크가 누군지 더 찾는 게 이득 아니냐고 말하거나 S랭크 헌터 소식 말고도 중요한 사안이 있기에 두 대기업이 급히 발표하는 게 있지 않냐 하면서 토론하고 있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각 발표회장에서는 중요 인물들이 나와 발표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국내 기자뿐만 아니라 외국 기자들도 몇 있었는데 다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숨죽이고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발표회장이 아주 조용해졌다.
“오늘 중대한 발표를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라는 말로 시작하는 사회자였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발표회장에 있지 않았지만 중계되는 곳에서는 똑같이 말하였다.
“비밀에 싸인 S랭크 헌터의 정체는 바로 우리 현성기업 소속 이인우 그리고 한소율 헌터입니다.”
“베일에 싸인 S랭크 헌터의 정체는 저희 한울기업 소속 이한나 헌터입니다.”
라고 각각 말하고 있던 것이다.
다들 발표를 듣고 약 1분간 자신들이 잘못 들었는지 의문이 들어 조용해졌다.
그리고 한 기자가 적막함을 깨고 질문을 던졌다.
“갱신된 라이센스를 볼 수 있습니까?”
라이센스는 시스템을 통해 갱신되므로 시스템 외에는 절대로 위조할 수가 없다.
그 기자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사회자는 갱신된 라이센스의 정보창을 열어 공유해서 보여 주었다.
그 모습이 국내 기자들 또는 외국 기자들의 중계방송에 전 세계를 타고 여기저기 전파되었다.
한울기업이 운영하는 커뮤에도 다들 적막함이 잠깐 흘렀다. 실검 1위가 S랭크 헌터 또는 그 밑으로 2위부터 10위까지는 현성기업 또는 한울기업 키워드로 바뀌고 있었다.
기자들은 쉴 틈 없이 사회자들에게 질문을 퍼부었고 중계 방송된 다른 나라들도 난리가 났다.
외국 뉴스에서도 [작은 나라에서 귀한 S랭크 헌터가 나오다!]라는 문구로 전 세계 곳곳으로 뉴스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뉴스를 보고 있던 많은 헌터들 또는 사람들이 각자 이런 말을 했다.
“우오. S 랭크의 정체가 저 사람들이었다니.”
“AAA랭크에서 얼마나 노력했으면 S랭크가 되었을까?”
S랭크가 되어버린 이인우, 이한나, 한소율 헌터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보이는 사람들도 가득했다.
AAA랭크도 올라가기 힘든 위치인데 S랭크라니……. 앞으로 저들은 미래가 창창할 것이었다.
* * *
그런 발표로 국내 또는 외국이 시끌시끌할 때쯤…….
진성은 하품하며 잠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때 시간은 오전 10시 40분이 넘어갈 때쯤이었다.
“하암……. 잘 자긴 했는데……. 그래도 몸이 아직도 좀 아프네.”
자신이 자는 동안 발표가 이루어졌는지 몰랐던 진성은 그저 오늘도 같은 불타는 금요일의 시간이구나! 라고 할 뿐이었다.
그저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작업할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집에서 나갈 준비를 마치고 있을 뿐…….
“오늘도 밭에 가서 죽치고 있어야 하나?”
별생각이 없어 보이는 진성이었다.
그저 ‘금요일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나?’ 이런 생각만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