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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89화 (89/209)

제89화

89. 089화

영등포 시장을 지나 영등포역으로 온 진성은 텔포 기계를 찾았고 목적지를 자신의 집으로 설정해 두고는 바로 텔포를 타고 집에 도착하였다.

“그래도 오늘 화염방사기 괜찮은 거 빌려 왔으니까 그나마 덜 걱정 되네.”

이 화염방사기로 수많은 몬스터들을 통구이로 만들면 될 거 같았다.

“장비 점검을 좀 해야겠다.”

인벤에서 삽과 곡괭이 등을 꺼내 깨끗이 닦고 장비에 문제가 있는지 검사하였다.

다행히 관리를 잘한 덕분인지 아무 문제는 없었다.

“그래도 내일 잘 막아내면 헌터 랭크도 오르니까 좋기는 한데……. 문제는 수가 엄청나다는 건데…….”

시스템에게 10만 마리라고 들었지만 실제로 보면 얼마나 많을까? 말이 10만 마리지……. 실제로 보면 새까말 정도로 몰려오지 않을까?

최대한 밭에 들어오지 못하게 저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령들과 세린이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려고 오는 친구들을 포함한 다섯 명의 헌터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진성이 걱정이 너무나 많아 오늘 밤은 잠을 꽤 설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각한 고민을 하던 진성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고 그제야 점심과 저녁을 거른 걸 알았다.

“아, 맞다. 점심을 안 먹었구나……. 저녁도 그렇고. 일단 먹고 보자.”

진성은 저녁을 먹고 씻고 방 안에 들어와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집에서 자지 말고 밭에 있는 이동식 목조주택에서 자야겠어.”

오늘은 걱정에 밤을 새울 것만 같아 결국 자신의 밭으로 향했다. 정령들과 세린이와 목조주택에서 잠을 청하거나 밤을 새워야 할 판이었다.

이 늦은 저녁 시간에 밭에 도착한 진성은 이제 싹을 틔우고 나온 작물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강화 유리 하우스 반대편에 있는 목조주택에 들어갔다.

정령들과 세린이가 아직 잠을 자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세린아? 잠이 오지 않니?”

“아빠! 이 시간에는 무슨 일이에요?”

“내일 디펜스 퀘스트라서 걱정에 잠이 안 와서…….”

“걱정 마세요. 아빠! 이번에도 잘 막아낼 거예요.”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

세린이는 긍정적으로 말했다. 진성은 세린이 말처럼 무사히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껏 심은 작물들에서 싹이 나오고 있었는데 내일 디펜스 퀘스트 때 몬스터들에게 그 씨앗들이 불타고 짓밟히면 어쩌나? 라는 생각이 나고 있던 것이다.

물론 다시 심어서 키울 수도 있지만, 정령들과 세린이와 함께 고생해서 한 작업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번 퀘스트로 몬스터들을 다 막지 못하겠지만, 작물에 피해가 안 가도록 최대한 막으려는 진성이었다.

“내일은 어떻게든 막아 보자. 세린아.”

“네, 아빠! 세계수와 다른 나무들도 다 도와준다고 했어요!”

“그래……. 휴우.”

목조주택 와서도 걱정이 너무 많았지만 세린이와 얘기를 하면서 조금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였고, 세린이의 긍정적인 생각에 마음의 안정을 찾고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조용하게 자는 진성에게 이불을 덮어준 세린이는 다른 정령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보냈다.

* * *

다음 날.

대망의 디펜스 퀘스트 날이 찾아왔다. 곤히 자고 있던 진성은 갑작스러운 알람에 바로 일어났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전 7시였다.

“어라? 내가 알람을 맞춰놓고 잤던가?”

분명 진성의 기억에는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잤던 거 같은데……. 음?

“아빠! 알람은 제가 설정해 놨어요.”

“아? 그러니? 고마워. 세린아.”

“네!”

“이제 슬슬 씻고 준비해야겠다. 세린아, 내 친구를 포함해서 다섯 명의 헌터가 오전 8시쯤에 밭에 도착한다고 했거든 입이 무거운 사람들이라서 너와 세계수 그리고 내 밭에 대해서 사방으로 퍼뜨리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안심해.”

“네, 아빠!”

진성은 세린이에게 짧게나마 설명해 주고는 목조주택 1층에 있는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양치를 하였다.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슬슬 오전 8시가 되기 10분 전이었다.

목조주택에서 다 같이 나왔고 세린이는 정령들을 데리고 밭을 한 번 더 둘러보며 파리지옥들과 함정 버섯 그리고 해바라기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된 거 같은데?”

진성은 시간을 확인하면서 초조하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8시가 딱 되기 1분 전일 때, 하나둘 진성의 밭 입구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8시가 되자 마지막으로 두 친구도 도착하였다.

“왔냐?”

“어…….”

진성은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도착한 사람들을 보았다. AAA랭크 헌터 한소율, 이인우, 한울기업의 헌터 한 명 그리고 B랭크 헌터 박성현, C랭크 헌터 이시우 이렇게 총 다섯 명이었다.

진성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퀘스트의 시작은 오전 9시부터였기에 약 55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인우와 한소율 헌터는 그나마 안면이 있었지만, 한울기업의 헌터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한울기업의 헌터가 진성에게 먼저 다가오면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성 도련님 맞으시죠?”

“아, 네! 그리고 도련님은 빼셔도 돼요. 제가 불편하거든요.”

“아! 그럼 진성 씨라고 부를게요.”

“네.”

“한울기업 소속 AAA랭크 정령사, 이한나라고 해요 잘 부탁해요. 진성 씨.”

“아…….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이게 진성과 이한나의 첫 통성명이었다.

성현은 아까부터 옆에서 이한나를 보고 있었는데 AAA랭크 정령사라고 들으니까 더욱 흥분한 표정이었다. 그 이유는 같은 정령사라 동경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성현은 초면임에도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 저기 저도 정령사인데 혹시 4대 속성 다 계약하셨나요?”

성현이 약간 더듬거리면서 말하자 시우와 진성은 놀란 표정이었다.

언제나 자신 있게 말하던 친구였는데 저렇게까지 더듬거리면서 말한다고? 저 녀석도 더듬거릴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네. 4대 속성과 전부 계약했죠.”

“아. 부럽네요. 저는 물과 불 속성밖에 계약 못 해서요.”

“열심히 수련하고 전투 경험을 쌓으면 언젠가 저처럼 4대 속성과 계약할 거예요.”

“가, 감사합니다.”

성현은 그녀의 말에 앞으로 더욱 수련에 정진해서 그녀처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오? 누나, 들었어요? 같은 AAA랭크라는데요?”

“들었어.”

“강할까요?”

“그건 모르겠고. 오늘은 도련님의 친구분을 도와주러 온 건 맞지만, 우리에겐 최우선 순위가 도련님이야! 그건 알고 있지?”

“아~ 그럼요, 누나.”

이인우와 한소율의 대화였다.

“진성아. 슬슬 이들에게도 너의 밭을 보여 줘야지.”

진성은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잠시 집중해 달라고 말하고 밭의 설정창을 열어 투명장막을 걷었다.

이들에게 자신의 밭의 상황을 보여 주기로 하였다. 그래야 어디를 방어할지 위치를 잡을 수 있기에.

“잠시만……. 이거 세계수예요?”

이인우가 세계수에 다가가 물어봤다.

“네.”

“헐……. 님, 정체가 뭐임?”

이인우는 그 나무가 세계수인 걸 확인하자마자 진성을 괴물 보듯이 하는 것이다.

세계수가 실제로 있을 줄이야…….

“인우야. 그거 실례인 거 알지?”

“아. 죄송해요, 님.”

“괜찮아요.”

한소율의 지적에 인우는 바로 진성에게 사과했다.

“시우에게 미리 들었겠지만……. 제 밭은 이렇거든요. 아무튼, 여기서 보신 건 아무에게도 말하시면 안 돼요.”

“네, 걱정 마세요. 도련님께 들었어요.”

“에이, 물론이죠……. 저는 이런 거 말하고 다니지 않는 아주 입이 무거운 사람입니다. 하하하.”

한소율 헌터야 입이 무거워 보였지만 이인우 헌터는 뭔가 나사가 빠졌다고 해야 하나?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것 같이 생겼지만, 시우가 데려온 헌터였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 그리고…….”

진성은 밭 전체를 점검하고 돌아온 세린이와 정령들은 소개했다. 그러더니 모두가 놀랐다.

친구들이야 4대 속성 정령들은 보긴 했는데 다른 속성의 정령들이 더 추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AAA랭크 정령사 헌터 이한나 또한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무려 6대 속성의 정령과 같이 있는 진성이 ‘사실은 회귀한 S랭크 헌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대, 대단하네요.”

한나는 진성과 함께 있는 6대 속성의 정령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어둠과 빛의 정령이라니……. 4대 속성이 끝인 줄 알았는데.

한나는 그저 눈에 들기 위해 좀 신경 써서 진성을 도울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구 들기 시작하였다.

이거, 단순히 황금 동아줄이 아니라 다이아 동아줄 아닐까? 한울기업의 다음다음 후계자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강진성이라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그가 국내 S랭크 그 이상을 넘어설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야, 진성아. 어둠과 빛의 정령은 대체 어떻게 계약한 거냐?”

“아……. 그 저번에 정령 나무 퀘스트한 적 있거든 그거 완료하니까 어둠과 빛의 정령이 생겼어”

“헐……. 진짜 부럽다. 너 정령사 했었어도 된 거 아니냐? 이 정도면 일반 농부 헌터가 아니라 정령사인데?”

“정령사였으면 좋았겠지. 하지만 이미 직업이 정해져 버린 터라 좀 아쉽긴 해.”

“크으……. 각성을 늦게 한 이유가 있네.”

친구 성현이는 매우 부러워했다.

6대 속성 정령들이라니……. 거기에 저 세린이라는 정령은 세계수의 정령왕이 아니던가? 대체 시스템에게 얼마나 사랑받는 거지?

“진짜 세계수의 정령왕까지 있고……. 너무 부럽다. 인마.”

“세계수의 정령왕이라뇨?”

한나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해서 성현에게 물었다.

“아, 저기 진성의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요정같이 보이는 여자애 보이죠?”

“네.”

“그녀가 바로 세계수의 정령왕이에요.”

“진짜로요?”

“네! 확인해 보세요. 아니, 진성에게 물어보는 게 더 빠를걸요?”

한나는 정말 세계수의 정령왕인지 물었고, 진성은 세린이의 정보창을 열어 한나에게 공유해 주었다.

[이름:강세린 Lv.50

등급:세계수의 정령왕

생각:우웅?

특징:세계수의 정령왕이다. 모든 속성의 정령왕들보다 더 상위 개체다.]

“지, 진짜네요…….”

한나는 엄청난 것을 본 터라 할 말을 잃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진정한 헌터는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강진성이라는 사람이지 않을까? 이 사람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시스템이 얼마나 밀어주는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잠깐 동안 넋을 놓은 그녀였지만, 다시 차분하게 생각하였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번 디펜스 때 자신의 활약을 보여줘야 했다. 강진성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한울기업의 부회장? 그 사람은 가망이 없다. 헌터도 아닌 부회장이었기에 헌터들을 자신의 도구로 여길 줄 만 알지, 헌터들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그런 부회장이 후계자가 된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강진성의 아버지인 강찬성이 차기 후계자가 된다? 그게 나을 것 같았다. 같은 헌터이기에 헌터들의 마음을 잘 알 거 같기 때문이다.

“진성 씨.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한나는 진성을 뒤에서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갑자기

그녀가 비장한 표정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자 진성은 조금 의아했다.

그렇게 다들 진성의 밭과 정령들에 대해 감탄하였다.

“이제 시작까지 10분도 남지 않았네요.”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지나가 버린 것이다.

진성은 이제 슬슬 다들 준비하라고 말했다. 두 친구는 긴장하였고, 한소율 헌터는 시우를 지킬 준비를 하고 이인우 헌터는 몬스터들과 혈전을 벌일 생각에 웃고 있었다. 이한나 헌터는 정령들을 소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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