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88. 088화
각자 진성을 도울 준비할 때쯤. 진성도 집으로 돌아와 디펜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였다.
“내일 엄청나게 힘들 거 같은데……. 종합 디펜스라니!!”
이번에 시스템이 작정하고 굴리려나 보다.
몬스터가 한두 종류가 아니라 여태까지 자신의 밭에 침략한 애들 전부 다 투입하다니…….
그리고 몬스터끼리 연합을 해? 약 10만 마리라고 했지만, 물량도 그렇고 분명 강한 개체들도 나올 텐데. 너무 걱정되네.
“나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진성은 인벤을 열어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다시 분류해 봤지만 쓸 수 있는 건 삽과 곡괭이 마력 총과 연발 새총이었는데, 10만 마리를 막는 데 쓴다고 치면 아마 도중에 부서질 것 같았다.
“아……. 이거 어떻게 하지?”
내일은 그저 체력의 싸움인가?
개체수가 압도적이라서 고민이 되는 것이다.
“아, 미치겠다……. 내일 잘 막을 수 있을까? 저번 두더지 팔라딘 때도 조금 버거웠는데…….”
능력치가 꽤 높은 진성은 무엇보다 자신의 밭이 크게 입을까 봐 걱정되는 것이다. 분명 10만 마리를 다 막아내지 못할 것이기에.
10만 마리가 정직하게 정면에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사방에서 몰려들 텐데……. 모든 방향에서 막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피해는 볼 거 같아서 여러 가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성현이가 일하는 공방에 가서 화력 강한 거로 구매해야겠다.”
집에서 디펜스 고민을 하던 진성은 옷을 대충 입고 정원으로 나와 도착지를 자신의 친구가 거주하며 일하는 영등포 연금술사 공방으로 지정하고 텔포를 탔다.
텔포를 타는 데 적응이 안 된 터라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이 조금 있었다.
“우욱……. 진짜 적응을 빨리하든가 해야지…….”
텔포를 타고 3분 만에 영등포 시장 근처에 도착하였고, 저번에 갔던 길을 간신히 생각해 내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연금술사 공방 건물 앞에 도착해 성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1분 후, 평범한 건물의 투명장막이 걷히고 연금술사 공방이 드러났다.
진성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바로 앞에 성현이 있었다.
“갑자기 공방에는 어쩐 일이냐? 디펜스는 잘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 그게, 나도 강력한 무기가 필요해서 너희 공방이 생각나더라고.”
“아아! 우리 공방에 무기 품질이 좋은 것도 많고 화력 강한 것도 많긴 하지. 그래. 내가 무기 몇 개 보여 줄 테니 나 따라와.”
성현은 진성에게 그렇게 말한 뒤, 어디론가 향했고 진성은 얌전히 친구의 뒤를 쫓아갔다.
도착한 곳은 지하 2층의 무기 연구소라는 방 앞이었다.
“여기가 새로운 무기들도 있고 테스트하는 곳이거든. 아직 테스트 중이지만 강력한 무기들이 많아서 보여 주려고.”
성현은 무기 연구소의 문을 열면서 쫓아오던 진성에게 말했고 진성은 성현이 문을 열어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엄청난 넓이의 평야 지대가 나왔고, 거기에서 수많은 연금술사 헌터들이 각종 무기를 테스트하고 있던 것이다.
화염방사기 그리고 마력 총 등 여러 가지를 꺼내 표적지에 쏘면서 실험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일반 방이 아니잖아?”
“크크크. 역시 너도 놀라는구나? 이 방은 좀 특별해……. 시스템이 만들어 준 그런 방이랄까?”
“그래?”
“뭐, 그렇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강력한 무기라고 했지?”
“어. 화염방사기 같은 거면 좋고.”
“잠시만…….”
성현을 따라 평야 지대의 공터에 도착했다. 성현이 땅을 만지니 갑자기 작업대가 생기고 그 옆에 미완성 무기들 또는 테스트가 덜 끝난 무기들이 솟아올랐다.
“여기가 내 작업실 중 하나거든? 화염방사기라, 잠시만.”
성현은 그 솟아오른 무기들을 뒤적거리면서 화염방사기 몇 개를 꺼내 살펴보더니 엄청 평범하게 생긴 화염방사기를 보여 주었다.
“이게 평범하게 보여도 레어급 화염방사기야.”
“진짜 레어야??”
“그래. 다른 화염방사기들은 겉모습만 화려하지 실속이 거의 없거든. 내가 개발한 게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화력 시범을 보여줄게.”
성현은 아무래도 시범을 보여줘야 더 확실할 거 같아서 주변에 어슬렁거리고 있던 연금술사 수련생에게 표적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주변에서 쉬고 있던 수련생들이 빠르게 움직여 포획되어 있던 일부 흉포한 몬스터들이 갇힌 우리 몇 개를 가져왔다.
“그래. 표적은 저기 멀리에 놔두고 풀어놔!”
“네, 알겠습니다.”
수련생들이 낑낑거리며 우리를 더 멀리 옮겼고 리모컨의 스위치를 누르고 멀리 떨어졌다.
우리 잠금장치가 풀리자 그 안에 있던 몬스터 10여 마리가 튀어나와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자유를 되찾으니 인간들에게 분노가 더욱 켜져 눈앞에 바로 보이는 진성과 박성현을 보자 흥분하여 달려들기 시작했다.
“자……. 어서 와라! 통구이 맛을 보여주마!”
“성, 성현아? 그 화염방사기 진짜 믿을 만한 거지?”
“에이. 걱정 마! 내가 바로 보여줄 테니까.”
성현은 그 평범한 화염방사기를 들고 달려오는 몬스터들에게 쏠 준비를 했다. 몬스터들이 거리를 좁혀 달려오고 있었다.
“성현아? 그런데 안 쏘냐?”
“아……. 미안. 이게 사거리가 조금 짧아. 이게 문제점이라.”
“대체 얼마나 짧길래?”
“아무튼 기다려 봐 봐. 곧 이 무기의 화력을 보여 줄 테니까!!”
성현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일단 알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지금도 아주 가까운데 사거리가 얼마나 짧길래 아직도 쏘지 않는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점점 몬스터들은 가까워졌다. 대략 전방 15m 거리였고 곧바로 코앞까지 올 기세였다.
“자, 간다!!”
성현은 마력을 화염방사기에 주입하였고 화염방사기가 가동되자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푸르릉 소리만 날 뿐 화염방사기는 작동이 되지 않았다.
“어라? 이거 왜 이러지??”
“서, 성현아!!”
몬스터들은 그러는 사이, 엄청 가까워졌다. 진성은 삽으로라도 싸워야 할 것 같아 인벤에서 미리 삽을 꺼냈고 바로 때릴 준비를 하였다.
“아……. 내가 안전장치를 안 빼뒀구나? 미안.”
“저, 저런…….”
“자! 이번엔 진짜로 간다!!”
성현은 안전장치를 빼고 화염방사기를 정면으로 조준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화르르륵이라는 큰 소리가 나면서 푸른색 불길이 몬스터들에게 날아들었다.
몬스터들은 피하려고 했으나 이 화염방사기의 범위가 넓어 불을 피하지 못했고 그 자리에서 통구이가 되어 버렸다.
“크으……. 이거지!!”
성현은 ‘역시 우수하네!’ 이러고 있을 뿐이었다.
“…….”
진성은 할 말이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어쨌든 위력을 보여준 셈이었기에…….
“자 어때? 쓸 만하지!”
“어……. 그런데 이거 마력은 얼마나 넣어야 해?”
“아마 한 번 충전에 200 정도일걸? 그러면 연속으로 쓴다 치면 약 3분은 쓸 수 있을 거야.”
“3분? 너무 짧은 거 아니야? 저번에 내가 가지고 있던 화염방사기는 5분은 가던데?”
“에이, 그건 일반 등급 짜라잖아. 그리고 그거 가성비 안 좋아!”
“그, 그래.”
아무래도 성현은 이 화염방사기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듯 보였다. 물론 자신이 만들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금 그래 보였다.
“일단 이 화염방사기 빌려줄게. 아직 테스트를 많이 거쳐보지 않았지만 아까 화력 봤지? 충분할 거야.”
“……알았어.”
“아, 그리고 하나 더 추천하자 면은……. 잠시만.”
성현은 쌓인 무기들 속으로 걸어가 또 무언가를 열심히 찾았다.
한 20분을 뒤졌을까? 아주 평범해 보이는 삽을 꺼내 들었다.
“이건 내가 만든 거긴 한데……. 아주 뛰어난 삽이지. 흐흐.”
“아무리 봐도 평범해 보이는데?”
“어허……. 이 삽은 특별하단 말이야. 이것도 보여 줘야겠네.”
성현은 아까와 같이 수련생들에게 몬스터 오크 한 마리를 이쪽으로 데려오라고 하였고, 수련생들은 오크가 갇혀 있는 우리 한 개를 이쪽으로 끌고 왔다.
“아까와 같이 저기에 풀어 놔!”
“네……. 허억허억.”
“어오. 힘들어.”
수련생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큰 우리를 아까와 같은 장소에 놔두고 멀리 떨어서 스위치를 눌러 오크가 우리에 나올 수 있게 하였다.
덜컹 소리와 함께 우리의 문이 열리자 오크 또한 두리번거리면서 나왔다. 잠시 자유를 만끽한 오크는 주변을 훑어보다 인간들을 발견하고 크게 포효하였다.
“저 녀석, 활기차네.”
“그래서 삽으로 뭘 보여주려고?”
“조금만 기다려봐 봐. 아주 재밌는 걸 보게 될 테니까.”
성현은 그 평범해 보이는 삽을 들고 오크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진성은 일단 따라갔다.
“어이~ 못생긴 오크!!”
성현은 포효하는 오크에게 다가가 시비를 걸었고 오크는 자신에게 뭐라고 한 인간을 쳐다보았다.
성현은 계속해서 시비를 걸었다. 일부러 도발하는 것이다. 도발을 알아들은 것인지 오크는 굉장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좋아, 좋아. 이대로 날 공격하라고!”
성현은 삽을 손에 꽉 쥐고 준비했다.
하지만 진성은 지금도 성현의 무기에 대해 의심 중이었다. 아까 화염방사기야 확실히 공격용으로 좋았지만……. 삽은 일반적인 삽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자자, 들어와! 못생긴 오크 녀석!”
작은 인간이 계속해서 도발하자 오크는 주먹으로 냅다 후려갈겼다. 하지만 성현은 피했고 꽉 쥔 삽의 어딘가를 누르니 삽이 갑자기 변화했다. 일반 삽에서 뭔가 터보 부스터가 달린 삽으로 변한 것이다.
성현은 그 삽에 마력을 쏟아부었는데 삽에 달린 부스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엄청 빠른 속도로 성현과 함께 날아가고 있었다. 친구는 그 삽으로 정확히 오크 머리를 때렸고 오크는 저 멀리 날아가 죽어 버렸다.
“어때? 이게 내가 만든 부스터 삽이야!”
“…….”
진성은 더욱 할 말을 잃었다. 괴상한 삽을 만들어 낸 성현을 그저 안타까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뭐야? 이거 내가 만든 재밌는 삽인데 왜 그런 눈이야?”
“아니……. 그냥 취향이라고 생각할게.”
“그래서 어때? 이 삽도 쓸 거면 빌려 주고.”
“아니! 나는 화염방사기면 충분해.”
“쳇! 이 삽이 그 화염방사기보다 더 멋진데. 그걸 몰라주네!”
성현은 투덜거리며 자신의 작품을 모르는 진성에게 보는 눈이 없다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성현이 어떤 물건을 만드는지 알아버린 진성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역시 예전부터 특이한 녀석이라서 그런지 물건도 괴상한 것들만 만든다.
“화염방사기 내구도는 어때?”
“평범하게 보여도 내구도는 좋아. 유니크 급은 될걸? 그거 만드신 분이 연금술사 AA랭크 분이야.”
“그래서 어느 정도인데?”
“음……. 험하게 쓴다고 쳐도 아마 6개월은 쓸걸? 내 예상이긴 하지만…….”
“레어 장비들이 평균적으로 몇 개월이었는데?”
“음……. 3~8개월 정도였지.”
“그래? 6개월이면 무난하네.”
“그래. 그거 험하게 써도 상관없어. 어차피 정식 무기도 아니니까 내일 가서 화끈하게 쏘면 돼!”
“아무튼 고맙다. 성현아.”
“그래, 무기 잘 쓰고 내일 돌려주면 돼. 나는 무기 잔뜩 챙겨가야겠네. 그 디펜스 퀘스트인가, 10만 마리가 온다면서? 그러면 내가 만든 무기 다 시험해 보려고. 흐흐흐. 부스터 삽 말고도 재밌는 물건 또 있거든.”
이 녀석은 10만 마리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고 실험할 생각만 가득 차 있네……. 참 여러모로 대단한 녀석이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그래~ 내일 오전 8시에 봐.”
진성은 친구 성현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연금술사 공방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