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87. 087화
“야! 시스템! 뭘 주길래 이렇게 뜸 들이는 거야?”
진성은 계속 불안한 표정으로 시스템에게 물어봤지만 시스템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시스템이 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강진성 님. 선물을 고르느라 늦었습니다.
“조, 좋은 선물이지?”
-그렇습니다. 받으시면 매우 기뻐서 비명을 지르실, 그런 선물입니다. 아마 저한테 고마워하실지도 모릅니다.
“그, 그래? 나쁜 선물만 아니면 돼!”
저렇게 시스템이 말하니 분명 좋은 선물이겠지……. 과연 어떤 선물일까?
-지금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그래, 줄 거면 빨리 줘!”
진성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스템이 줄 선물이 뭘까?’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A급 디펜스 퀘스트 (강제 퀘스트)
중급 농부로 전직해서 열심히 하는 강진성 님에게 헌터 랭크 1단계 상승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5차 디펜스는 종합 전투가 될 것입니다.
메뚜기, 진딧물, 두더지, 비둘기, 참새 등 약 10만 마리가 강진성 님의 밭을 공격합니다. 그들은 진성 님에게 선발대를 보내고 모두 실패하자 연합구성을 하였습니다.
내일 오전 9시부터 10만 마리가 쳐들어옵니다.
혼자서 막기 힘들다면 최대 2인 이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상:헌터 랭크 1단계 상승 및 정령 나무, 세계수 1단계 상승
실패 시:한동안 밭 전체 복구 불가능, 헌터 1단계 하락, 레벨 40 하락
“…….”
진성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좋은 선물이라고 들은 거 같은데? 내가 잘못 본 건가? 이게 좋은 거라고??
“시스템, 이게 좋은 거냐? 날 얼마나 말려 죽일 셈이야?”
-보상이 빵빵하니 제가 최대한 잘 드린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상? 그래, 그건 좋아……. 그런데 실패도 너무 큰데?”
-강진성 님이 실패하지 않도록 취한 조치 중 하나입니다.
“아니. 그래도 너무 하잖아! 밭 전체 복구 불가능이라니? 레벨이야 다시 올리면 되지만 헌터 1단계 하락??”
진성은 어이가 없었다. 어쩐지 시스템이 한동안 조용하더니만……. 이런 대형 퀘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네. 그리고 A급 퀘스트라고? AAA급 퀘스트가 아니고? 아니, 진짜 너무하네…….
-강진성 님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분이니까요.
“하아……. 너 진짜!!”
진성은 입에서 육두문자가 쏟아질 뻔했지만 퀘스트야 이미 나왔고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2인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 그러면 인원수 최대치는 어디까지야?”
-최소 2인에서 최대 5인까지입니다.
“와……. 5인의 도움을 받고 그 10만 마리를 막으라고? 내 체력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
10만 마리를 어떻게 막아? 진짜 미친 거 아닌가…….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아니, 병을 더 많이 주는 거 같은데.
“진짜 내가 할 말은 많은데 참는다. 어차피 항의해 봤자 시스템 너는 들어주지도 않을 것 같고.”
-잘 생각하셨습니다. 강진성 님! 이제 즐겁게 디펜스 준비를 하세요!
“뭔가 너, 목소리가 신이 난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엄청 고생하는데.”
시스템은 날 이번에 엄청 고생시키려고 작정한 거 같았다.
제길……. 두고 보자, 시스템.
“일단 파리지옥 더 만들어야 하나?”
-파리지옥 및 다른 것들은 금지하겠습니다. 지금 있는 것들로만 방어하시길 바랍니다.
“야! 그러면 어떻게 막아? 상식적으로 다른 것들은 더 동원하게 해 줘야지!”
-지금 있는 것들로도 충분한 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 도움 5인까지 혜택을 드렸으니 현재 가진 것들을 동원해서 막아내시길 바랍니다.
일단 내가 가진 것들이 뭐가 있지? 세린이하고 세계수의 경비요정들이랑 6대 속성 정령들, 그리고 일부 특수 작물과 파리지옥 정도인가?
“일단 친구들한테도 도움 요청하고 경매장에 있는 몬스터 고라니 녀석한테도 도움받아야겠다.”
진성은 이렇게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라며 바로 두 친구 녀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물론 상황 설명을 하였다. 시스템에게 디펜스 퀘스트라는 걸 받았는데 최대 5인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말을 하자 두 친구는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이제 경매장에 있는 그 녀석이 무리를 이끌고 도와주면 될 거 같은데…….”
진성은 디펜스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일단 경매장에서 일하는 강한이를 찾아갔다.
“강한아~ 한 가지 도움이 필요한데…….”
“무슨 도움 말씀입니까? 강진성 님.”
“그게……. 저번에 네가 디펜스 퀘스트 한 번 도와준 적이 있잖아. 이번에도 도와줄 수 있냐?”
“흠……. 안 될 거 같습니다. 제가 무리를 떠난 지도 오래되었고 이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니까요.”
“아니면 너 혼자라도…….”
“그것도 안 됩니다.”
“왜 안 되는데?”
“방금 시스템 님에게 연락이 머릿속에 울렸는데 절대로 강진성 님을 도와주지 말라고 하십니다.”
“아니……. 시스템 진짜.”
원래 이 고라니 강한이는 날 도와줄 생각은 있었던 거 같은데 시스템이 퀘스트에 참가 못 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아……. 이 녀석만 참가해줘도 엄청난 전력인데!! 그걸 막아 버리네.
“그럼 남은 세 자리는 어떻게 채우지?”
진성이 혼자서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고라니 강한이는 진성을 내버려 두고 자신의 할 일을 찾아 떠났다
진성은 경매장 구석에 서서 계속해서 생각하였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그다지 없었다.
차현민 헌터는 요리계열이라 전투하는 건 약할 테고……. 그러면 시우에게 물어봐서 3인 추천해 달라고 해야겠다.
“진짜……. 내가 이렇게 인맥이 없었나?”
차현민 헌터와 두 친구뿐이었다.
인맥이라곤 겨우 3명이라…….
참 우울한 상황이었다.
진성은 빠르게 시우에게 다시 연락하였고 지금 세 자리가 더 남아 있는데 추천할 만한 헌터가 있냐고 하자 시우는 꽤 쉽게 대답하였다.
-그래? 세 자리 남았다고?
“어……. 시우야, 살려줘.”
-그럼 AAA랭크 한소율 헌터와 이인우 헌터 데려올게. 물론 둘 다 입은 무거우니까 네 디펜스 퀘스트에 관한 건 어디에도 발설하지 않을 거야.
“진짜 고맙다, 시우야.”
-아, 그리고 이제 한 자리 남았지?
시우가 또 누군가를 추천하려고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기대하고 있었는데 진성의 예상과 다른 말이 나왔다.
-한울 회장님께 부탁하면 어떨까? 거기에도 AAA랭크 3~4명 있는 걸로 알거든.
“아! 그 방법이 있었네.”
진성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시우가 말해 주었다.
그래 한울기업에도 강력한 AAA랭크가 있었지? 박준범 헌터도 나름 강해 보였으니까……. 할아버지께 얘기해 봐야겠다.
-그럼 내일 오전 8시까지 갈게.
“어……. 진짜 고마워.”
-전투 경험 쌓는 거니까……. 아마 우리 빼고는 내가 데려오는 이인우 헌터랑 한소율 헌터는 좋아할걸?
“아……. 그래?”
-나도 솔직히 디펜스 퀘스트, 그거 궁금하기는 하거든……. 얼마나 힘들길래 네가 도움을 요청하는지 그런 생각이 좀 들어서.
“진짜 힘들어.”
-수고하고, 내일 보자. 진성아.
시우와 통화를 마친 진성은 한숨을 내쉬며, 일단 네 자리는 채웠으니 남은 건 한 자리를 채우기 위해 바로 한울기업 회장님 즉, 할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는 신호음이 울린 지 3초도 되지 않아서 전화를 받았다.
-그래, 웬일이냐? 진성아.
“네……. 저, 그게 회장님.”
-회장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할아버지라고 불러줬으면 좋겠구나.
“네, 할아버지……. 제가 부탁이 좀 있어서요.”
-어떤 부탁? 그래 손자가 처음으로 하는 부탁이니 들어 주마.
“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진성은 디펜스 퀘스트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남은 한 자리를 채울 강력한 헌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울기업 회장인 강재환은 손자의 퀘스트를 듣자 매우 흥미로워하였다. 손자가 시스템에게 선택받은 것과 그런 능력들을 지녔다니 신기했던 것이다.
그리고 디펜스 퀘스트라……. 전투 경험 쌓기에는 아주 좋아 보였기에 손자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마침 한울기업에서 파견 나갔다가 돌아온 AAA랭크 헌터 마녀 김혜영과 정령사 이한나 그리고 몽크 심우빈이 대기하고 있었다.
박준범 헌터는 저번 부상으로 회복 중이었기에 참여는 못 시킬 거 같았다.
-그럼……. AAA랭크 정령사 헌터 이한나를 보내줄 테니 잘해 보거라.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오냐, 허허허.
* * *
손자와의 통화를 끊은 후 한울기업 회장인 강재환은 바로 비서에게 얘기해 AAA랭크 헌터 이한나를 회장실로 불렀다.
성 비서의 후임으로 들어온 비서는 차 비서였는데 일을 아주 잘했다. 눈치도 매우 빨랐고 말이다. 바로 회장님이 시키신 대로 이한나 헌터를 호출하였다.
이한나와 김혜영은 같이 대련 중이었는데 호출을 받자 회장실로 올라갈 준비를 하였다.
“한나? 또 파견 가려나 보네.”
“네, 언니. 아마도 그런 거 같아요.”
“잘 갔다 와~ 어디로 파견 가는지 모르겠지만, 후기 얘기해 주고.”
“네, 언니! 일단 갔다 올게요.”
대련장에서 정령사 헌터 이한나가 떠나자 마녀 김혜영은 휘파람을 불며, 어디론가 떠났다.
대련장은 조용해졌다.
이한나는 파견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회장실로 향했다. 회장은 단기 파견이라는 소리와 함께 제 손자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했다.
“회장님 손자분을 제가 도와 드리면 되는 건가요?”
“그래! 가서 전투 경험 더 쌓는다고 생각하고 갔다 오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회장도 한나에게 간단히 이야기해 주었다. 이한나 헌터도 입이 무거운 편이므로 심부름을 다녀왔다고 둘러댈 것이다.
“이 주소로 가면 되고 가서 내 손자를 잘 도와주게나.”
“네, 회장님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언제 실망하게 해 드린 적 있나요?”
“그건 그렇지.”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회장님.”
“그래, 수고하게나.”
회장실에서 나온 이한나는 회장님의 손자를 도우라는 말에 조금 호기심이 들었는데 회장님이 이런 부탁을 한 적도 없었을뿐더러, 차남의 아들을 도와주라는 얘기는 처음이었다.
장남은 곤란에 빠지든 말든 도와주지 말라고 했지……. 회장님의 마음속 진정한 후계자는 그 차남이 아닐까 하였다.
즉, 이번에 차남의 아드님을 도와 드리면 썩은 동아줄이 아니라 진정한 황금 동아줄을 잡게 되는 것이다.
“혜영 언니에게도 살짝 얘기는 해 둬야겠네.”
한울기업에서 같이 성장해 온 마녀 김혜영과는 무척이나 친했기에 그녀에게도 알려 줄 참이었다.
일단 내일 디펜스 퀘스트를 끝낸 후에 말해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무기 점검을 하기 위해서다. 정령사지만 단검이나 여러 투척 무기 등을 호신용으로 쓰기 때문이다.
이한나 헌터는 국내 정령사 중에 1위의 실력자였고 무려 4대 속성의 정령들에게 선택받은 인재였다.
전 세계에서 4대 속성의 정령들에게 선택받은 정령사는 오직 이한나뿐이었다. 그나마 미국과 영국에서 3대 속성 정령사들이 두세 명 존재했다.
그렇게 이한나 헌터가 집에서 준비하고 있을 때쯤.
시우 쪽에서도 이한나 헌터와 마찬가지로 다들 철저하게 준비 중이었다.
이인우 헌터와 한소율 헌터는 시우 도련님에게 모든 상황을 전해 들었고 오히려 전투 경험을 더 쌓을 수 있다는 말에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이인우 헌터는,
“와, 10만 마리요? 진짜 힘들겠지만 재밌겠네요. 흐흐.”
이런 반응이었고, 한소율 헌터는 별말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인우 헌터에게 잔소리를 할 뿐이었다.
“가서 폭주하지 말고 도련님도 지켜야 해!”
“에이, 알고 있어요. 누나! 당연히 0순위는 시우 도련님이죠.”
하지만 전투를 워낙 좋아하는 이인우였기에 아마 말은 저렇게 하지만 전투에 미친 듯이 빠질 것이다.
한소율은 너무 이인우를 잘 알고 있기에 더는 말은 하지 않았다. 혼자서라도 시우 도련님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호위할 예정이었다. 날뛰는 건 인우가 다 해 주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