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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86화 (86/209)

제86화

86. 086화

진성은 기분 좋게 잠에 빠져들었고 노트북 챗방은 여전히 시끌시끌했다.

다음 날. 다시 반복되는 하루가 시작됐다.

진성의 입장에서는 오늘도, 어제도 똑같은 하루일 뿐.

“하암……. 잘 잤다. 어라? 내가 노트북을 켜고 잤네.”

노트북의 화면이 켜져 있는 걸 이제야 확인한 진성은 노트북을 끄고는 화장실로 가서 간단히 씻고 밥을 먹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오늘 시스템이 데려온다는 경매장 NPC는 과연 어떤 종족일까?”

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밭으로 향했다.

시스템이 임시로 데려온다고 했으니 평범한 인물은 아닐 것이 분명했기에 더욱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밭으로 가는 발걸음은 오늘도 가벼웠고, 어느새 자신의 밭에 도착하였다.

밭은 여전히 휑했지만, 이제부터 다시 심으면 꽉 채워질 것이다.

“세린아~ 안녕.”

“네, 아빠! 어서 오세요.”

“그래~ 간밤에는 잘 잤니?”

“네!”

오늘도 평범하게 세린이와 인사를 나누고 짧게 대화하였다. 세린이는 언제나 방긋 웃고 있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세린이의 웃음을 보면 기운이 난다.

“세린아. 그건 그렇고, 경매장에 NPC 들어왔니?”

“네! 들어왔어요. 아빠.”

“그래? 혹시 어떤 종족인지 말해 줄 수 있니?”

“가서 보세요! 아빠! 깜짝 놀라실 거예요.”

“으음?”

세린이가 말해 주지 않자 더 궁금해졌다.

누구길래 내가 깜짝 놀란다는 것일까? 가서 누군지 확인해 보자!

진성은 밭 입구에서 세린이와 함께 강화 유리 하우스 옆에 생긴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안쪽에서 ‘어서 오세요. 강진성 님!’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성은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보았다.

“아니, 너는?!”

진성은 세린의 말대로 진짜 놀랐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길래?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생각지도 못한 몬스터 고라니였다.

“아니?! 너, 말도 할 수 있었냐?”

“아니요~ 시스템 님이 일거리 주신다고 하면서 제가 인간 말을 할 수 있게 조정해 주셨는데요?”

“세상에, 인간 말을 하는 몬스터 고라니라니!!”

잠깐 그 자리에서 살짝 얼어 버렸다가 다시 정신 차린 진성은 이 경매장 1층, 2층 전체 NPC가 전부 몬스터 고라니들인 걸 알아차렸다.

1층에 세 마리, 2층에 두 마리가 있었다. 경매장 총괄은 자신에게 언제나 침을 뱉고 튀었던 그 몬스터 고라니였고, 나머지 고라니들은 몬스터 고라니의 가족들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너, 왜 매번 나한테 침을 뱉고 도망갔냐?”

“아! 그거요?”

몬스터 고라니가 두 발로 서서 인간처럼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좀 적응이 안 되었지만, 그래도 진성은 왜 자신에게 그리 침을 뱉고 달아난 것인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다.

“그건 제 친근감의 표신데요?”

“뭐라고? 난 기분이 나빴는데!!”

“친근감 표시 및 영역 표시인데요?”

“영역 표시라니! 너무하잖아.”

“에이, 그런 건 그냥 넘어가자고요.”

능글거리면서 말하는 저 몬스터 고라니, 진짜 때리고 싶다.

“그리고 너, 이름도 있냐?”

“네 이제 앞으로 절 고강한이라고 불러 주세요.”

“아니, 이름이 왜 그따위야?”

“시스템 님이 내려주신 이름인데요?”

“잠깐……. 그러면 너의 다른 가족들도?”

“네! 1층에 일하는 저 비쩍 마른 녀석 보이죠? 그 녀석은 고약한이라고 제 동생이고요. 비쩍 마른 옆에서 일하는 통통한 녀석은 제 사촌인데 이름은 고수예요. 위층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제 부모님인데 아버지는 고드름, 어머니는 고순자예요.”

몬스터 고라니는 시스템에게 이름 받은 것을 아주 자랑스러워하며 진성에게 각각 가족들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을 들을수록 진성은 표정이 매우 썩어갔다.

“아니, 작명 센스가 너무 없는데? 내가 심한 게 아니었네! 시스템이 나보다 더 심하잖아?”

누가 봐도 대충 이름 지은 게 티가 났다.

아무리 고라니라지만 성만 고 씨고 나머지는 대충 지었잖아? 저 몬스터 고라니야 세니까 ‘고강한’까지는 넘어가겠는데 고약한, 고수, 고드름에 고순자? 이건 너무 심한데?

“진짜 시스템……. 너 장난 아니네. 어떻게 저런 식으로 이름을 짓냐?”

-제가 강진성 님보다 더 낫습니다.

“웃기고 있네!!”

“강진성 님! 시스템 님을 그렇게 함부로 대하시면 안 돼요.”

고강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몬스터 고라니가 진성에게 뭐라 하였다.

세상에……. 시스템이 더 심하다니……. 역시 나는 정상이었어!

진성은 내심 자신이 작명 센스가 최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시스템이 자신보다 더 최악인 걸 알게 되자 안심이 되었다.

“에휴. 시스템이나, 저 고라니나…….”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둘이 아주 똑같다고 말했다.

고라니는 아주 시스템 님이라고 부르면서 딸랑거리고 시스템은 고라니들에게 괴상한 이름 지어주고는 나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하고……. 하여간……. 답이 없다니까.

“아무튼, 경매장 업무 지금 가능하냐?”

“네, 가능합니다. 강진성 님.”

“그래. 아! 그리고 이 열매는 즙 짜야 하는데 너희끼리 할 수 있어?”

진성은 파워 주렁주렁 열매 한 개를 보여주며 말하였다. 그걸 본 강한은 가능하다며 모두 달라고 하였다.

“그래, 여기 있다.”

진성은 인벤에서 주렁주렁 열매 총 200개를 꺼냈고 그걸 받은 강한은 1층에 있던 다른 고라니들과 열심히 열매를 으깨면서 유리병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30분도 안 돼서 유리병 300병을 생산해 내었다.

“어라? 왜 300병이지? 이렇게 많이 나올 리가 없는데.”

“제가 좀 희석했어요. 강진성 님! 정보창 확인해 보세요.”

희석시켰다고? 그렇게 하면 품질이 안 좋아질 텐데?

진성은 일단 정보창을 확인해 보았다.

[이름:파워 모발

등급:레어

특징:매일 한 번, 7일간 뿌리기만 한다면 풍성해진다.

(젊음을 되찾고 싶은 자여! 날 사거라.)]

“아, 희석해서 유니크 등급이 레어로 바뀐 거구나? 원래 매일 한 번, 이틀 동안이었는데 7일로 됐네?”

300병이면 생각보다 많이 나왔는데? 대체 저 녀석들, 이걸 어떻게 제조한 거지? 물어볼까?

“강한아. 너, 이거 어떤 식으로 제조해서 이렇게 나온 거냐?”

“아~ 그거요? 그 경매장 근처에 마르지 않은 호수의 물을 떠 와서 저 즙이랑 섞은 거일 뿐인데요?”

“엥?”

그 호수의 물과 섞으면 저렇게 나온다고? 그럼 포션 제조할 때도 호숫물을 희석하면 그만이네?

“강한아! 그럼 이 포션들도 희석 가능하냐?”

“그건 직접 하시죠?”

“아니……. 그냥 해 주면 안 되냐?”

진성은 인벤에 있던 경매장에서 구매한 포션을 강한에게 주며 말했지만 강한은 시중에서 나온 포션을 귀한 호수의 물로 결합하려는 진성에게 못 해 주겠다며, 한번 해 보라고 말했다. 진성은 저녀석이 왜 저러나, 싶었다.

“시스템 님에게 받은 작물에서 나온 것들이라면 희석해서 좋은 걸로 만들 수 있는데 지금 진성 님이 주신 이 경매장에서 타인이 만든 포션들은 희석해 봤자 쓸모없어요……. 한번 해 보세요. 제 말대로 되나.”

“그냥 해 주기 싫어서 그렇게 말한 거 아니냐?”

진성은 조금 투덜거리면서 강한의 말대로 물뿌리개에 담겨 있던 호수의 물과 다른 빈 유리병을 두 개 준비했다.

경매장에서 구매했던 장인이 만든 포션을 빈 유리병에 나누어 부었고 그다음 물뿌리개의 물을 빈 유리병의 포션들과 결합하고 뚜껑을 닫은 후 흔들었다. 잘 섞은 후에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희석된 장인의 회복 포션

등급:레어

특징:1초당 체력 5 상승]

“원래 1초당 체력 13 상승인데……. 희석됐다고 이 정도로 떨어진다고? 너무 심한데.”

“제가 말했잖아요……. 쯧쯧.”

고라니 고강한은 당황하는 진성을 보며 쯧쯧거렸다. 자신이 분명 말했는데…….

“진짜 시스템이 주는 작물 외에는 희석하면 안 되겠다……. 너무 쓰레기화 되네.”

괜히 포션 하나 버린 느낌이 들었다.

이건 공짜로 다른 이에게 줘도 안 쓸 거 같은데……. 그냥 실험 한번 해 봤다고 치고 저 희석된 포션 두 개는 랜덤 교환 상자에 넣고 돌려야겠다.

“그럼 강진성 님! 이외에 또 다른 물건들 있나요?”

“아! 참 그렇지……. 이 물건들도 다 등록해 줘.”

진성은 황금 사과 다섯 개와 당뇨 열매 다섯 개, 수면 열매 다섯 개를 건넸다.

인벤에 남은 열매들은 많았지만, 이것들은 시우네 공장에 납품할 것들이었다.

“자, 등록 다 되었습니다. 강진성 님.”

“그래. 수고했다.”

진성이 경매장에서 나가려고 하자 고라니 강한이 진성을 불러 세웠다.

진성은 뭔가 빼 먹은 게 있나 하고 강한을 쳐다보았는데 진성의 예상과는 다르게 걸쭉한 고라니의 침이 날아왔다.

“퉤에엣.”

“아악! 이 녀석!!”

“제 친근함의 표시입니다. 진성 님. 흐흐.”

“너, 이거 일부러 한 거지?!”

“아뇨? 아, 저는 일이 생겨서 이만.”

“거기 안 서!”

고라니 강한은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어디론가 도망쳤고 얼굴에 침이 가득해진 진성은 강한을 쫓아가지 못했다.

인벤에서 물뿌리개를 꺼내 얼굴에 있는 침들을 물로 씻어내고 씩씩거리면서 경매장을 빠져나왔다.

“아니……. 쟤는 왜 자꾸 침을 뱉냐? 이해할 수가 없네.”

화가 잔뜩 난 진성에게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아니, 딱 세린이만 다가왔다.

“아빠, 괜찮아요?”

“응, 괜찮아.”

“나쁜 고라니는 제가 혼내줄게요!”

“괜찮아, 세린아.”

진성은 자신을 위해 고라니를 혼내 주겠다고 말하는 귀여운 세린이를 보며 힐링이 되었기에 화난 표정이 풀렸다.

“세린아, 정령들을 모아줄래?”

“네!”

세린이는 자신의 품속에 있는 호루라기를 꺼내 삑 불렀다. 그러자 정령들이 3분도 안 돼서 세린이의 앞에 집결하였다.

4대 속성 외 빛과 어둠의 정령 또한 집합하였고 스스스슷 거리면서 다니는 스슷이도 세린의 앞으로 도착하였다.

“그 호루라기는 뭐니?”

“정령들을 호출하는 호루라기예요!”

“그러니?”

“네!”

“자, 너희를 모이라고 한 건 다름 아니라 이제 다시 밭을 채워야 하니 일거리를 나눠주기 위해서야.”

진성은 인벤에서 각종 모종과 씨앗들을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놨고 정령들에게 간격을 잘 맞춰서 심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물론 자신도 일할 거지만 혼자서는 다 하려면 최소 이틀은 걸릴 거 같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정령들을 집합시킨 것이다.

진성은 나무는 넓은 간격으로 배치하고 다른 작물들은 좁은 간격으로 심으라고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다들 알아들은 거 같아 진성이 ‘자. 이제 출발!’이라고 외치자 정령들은 자신이 맡은 구역으로 씨앗들과 모종들을 심어 나갔다.

“세린아, 우리도 갈까?”

“네, 아빠!”

진성은 세린이와 함께 세계수 근처로 가서 황금 보리와 맨드레이크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비닐하우스 동으로 가서 각종 허브와 수박, 딸기 등 모종을 다시 심었고 물을 주고 주변 정리를 시작하였다.

세린이와 비닐하우스 작업을 한창 할 때쯤, 정령들도 진성이 시킨 대로 씨앗들과 모종들을 심고 주변을 정리하고 물을 주고 주변에 있는 잡초들과 돌을 제거하고 있었다.

작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진성은 가을과 겨울엔 농사하지 않고 쉬고 싶었다. 시스템이 자신을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기에 어떻게든 버티면서 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해야지……. 쉬면서 하면 더 게을러지니까.”

가을 겨울에도 열심히 할 수밖에…….

모든 작업은 5시간에 걸쳐서 끝났고 정령들도, 진성도, 세린이도 힘이 들어 세계수의 아래에서 천천히 쉬고 있었다.

그런 진성에게 시스템이 말을 꺼내었다.

-모든 작업을 끝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강진성 님. 선물 하나 드리겠습니다.

“무, 무슨 선물?”

-받으시면 매우 기뻐서 비명을 지르실 겁니다.

“엄청 불안한데?”

대체 시스템이 뭘 주려고 하길래 비명을 지를 정도라는 거지?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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