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85. 085화
계속해서 스스스슷 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그 신기한 식물은 밭에 피해 가지 않을 녀석이었기에 내버려 두기로 했다.
강화 고라니 녀석이 심어 두고 간 녀석이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그저 내버려 두기로 한 것이다.
“그나저나, 저 정체불명의 씨앗은 호수처럼 이상한 게 나올 것 같은데…….”
72시간이나 남은 터라 그 기간 동안 다른 일을 찾아서 해야 했다. 시간이야 금방 지나가니까 3일 후에 와보면 씨앗에서 뭐가 나오는지 알 것이다.
“오늘은 집에 가기 전에 밭 한번 정리하자!”
진성의 땅은 전체 수확을 거치면서 정리를 대충해 작은 돌들과 작은 잡초들 때문에 많이 지저분했다. 이놈의 잡초들은 뽑아도 또 생겨나니 미칠 지경이었다.
“잡초가 또 있네……. 빨리 뽑고 집에 가서 쉬어야지.”
진성은 잠시 쉬고 있다가 널려 있는 잡초와 작은 돌을 보자 바로 작업을 개시하였다.
저것들을 싹 다 정리하려면 아무래도 2~3시간은 걸릴 듯하였다. 3만 평의 땅이라서 그런지 작업하기가 막막하였지만. 어쩌랴, 자신의 땅인 것을…….
“세린아! 아빠 좀 도와주지 않을래?”
“네!”
세린이와 함께 진성은 3만 평의 땅에 고개를 내민 작은 잡초들과 돌 그리고 수확할 때 떨어진 잔여물 등을 치우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성의 인벤에는 잡초와 돌이 쌓여만 가고 있었다.
분명 본격적으로 치우기 전에도 돌을 꽤 주워서 버린 거 같은데 수확하고 나서 그런가? 땅이 조금 파이면서 또 땅에 묻혀 있는 작은 돌들이 나와 진성을 반기는 것이다.
잡초들의 씨앗은 언제나 바람을 타고 날아와서 진성의 땅에 정착해 싹을 틔웠다.
“끝나지 않는 반복 작업이네……. 후우.”
-더 열심히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강진성 님.
“어우! 깜짝이야!”
진성은 중얼거리면서 작업 중이었는데 갑자기 시스템이 말을 걸자 놀랐다.
안 그래도 열심히 작업하는데 더 열심히 하라니……. 놀리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참 애매하였다.
“야, 시스템! 안보이냐? 열심히 하고 있잖아!”
-더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강진성 님.
“에휴……. 너랑 말싸움하다가는 계속 저 말만 할 거 같으니, 그래. 알았다…….”
하여간 시스템 녀석은 어떻게든 날 굴리려고 한단 말이야…….
그런데 요즘 디펜스 퀘스트를 주지 않네……. 보통 같으면 내가 정신없을 때 줄 텐데. 웬일이지?
진성은 꽤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심할 때가 가장 기습하기 좋은 때였다. 시스템은 진성이 언젠가 아주 크게 방심할 때 디펜스 퀘스트를 줄 것이다.
하지만 디펜스를 진행할수록 진성도 성장하기에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좋은 거지만 그는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디펜스는 엄청난 체력과 심력을 소모하였기 때문이다.
진성은 약 2시간 동안 세린이와 작업을 끝마치고 세계수 근처에서 쉬고 있었다. 땅이 어마어마하게 넓은 터라 엄청 고생했다.
“3만 평도 이렇게 힘든데, 10만 평이면……. 끔찍하네.”
이제 새로운 것들도 심어야 하는데. 일단 상추와 허브는 기본적으로 심고 세계수의 버프가 있으니까 열대과일들도 모종을 구매해서 심어 볼까?
진성은 열대과일 파파야 또는 코코넛 등을 심을 생각을 했다. 모종과 나무는 비싸겠지만 그래도 돈은 넘쳐났기에 구매하는 게 어렵진 않다.
“이번에는 진짜 더 다양하게 해 봐야지.”
허브, 수박, 딸기 등은 주력으로 계속하고 나머지는 계속해서 바꿔볼 생각이었다.
다양하게 해 보고 경험해서 시야를 넓힌 다음에 상급 농부로 딱 전직하면 더 새로운 것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 된 듯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나마 빛의 정령이 있어서 그런지 밭의 주변 환경은 엄청 밝았지만…….
“점심도 안 먹었는데……. 저녁이라도 가서 푸짐하게 먹어야지.”
진성은 오래간만에 배달 음식을 시켜 먹어야겠다. 뜨뜻한 부대찌개가 너무 땡겼던 터라 바로 가자마자 주문할 생각이었다.
“세린아. 아빠, 내일 올 테니까 내일 보자.”
“네~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진성은 세린이를 한번 쓰다듬고는 밭을 떠났고, 세린은 밭을 떠나는 진성이 자신의 눈에 안 보일 때까지 지켜보다가 아빠가 안 보이자 정령들을 통솔해서 강화 유리 하우스 반대편에 있는 목조주택으로 떠났다. 이젠 그곳에서 자고 놀고 다 하고 있었다.
한편 진성은 밭으로 내려오면서 아까 시스템이 말한 경매장 NPC 얘기가 떠올라서 조금 기대가 되었다.
NPC라는 존재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시스템과 정령들뿐만 존재하였기에 더욱 기대되었다. 어떤 NPC를 경매장에 보낼지 시스템의 센스를 지켜보겠다는 진성이었다.
“사람일까? 아니면 오크나 고블린류?”
NPC의 정체를 맞추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뭐, 아침에 보면 누군지 알겠지…….”
진성은 집에 들어와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고 배달 어플을 찾아 부대찌개를 주문하였다.
일반 주문을 하려고 했으나 배가 너무 고팠던 터라, 텔포 배달로 주문했다. 텔포 배달은 가격이 비싸지만, 음식이 식지 않고 그 온도를 유지하기에 텔포 배달로 주문했다.
“4분이면 오네?”
텔포 배달이야 일반 배달과 다르게 전국 음식점에 주문할 수 있다.
일반 배달은 집 주변 음식점밖에 안 되지만, 텔포 배달은 전국 음식점 어디에서나 주문할 수 있었기에 배달비가 비싸도 많이들 주문한다.
일반 배달의 배달비는 3~7천 원이면 되었는데 텔포 배달은 기본 최저 가격이 거리가 가까우면 5천 원이었고 부산과 서울 거리라면 7만 원 이상이 들었다.
배달비가 음식값보다 비쌌는데도 돈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은 텔포 배달은 선호하였다.
“자, 4분 동안 한울 커뮤나 들어가서 새로운 소식들 있나 봐야지.”
진성은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아주 자연스럽게 한울 커뮤에 들어갔다. 그리고 회원가입이나 해야겠다며 회원가입을 진행하였고, 폰인증과 본인인증을 거쳤다.
닉네임 설정에서 살짝 머뭇거렸으나 무난하게 초보 농부로 설정하였다. 이제 손님 계정이 아닌 자신의 진짜 본인 계정으로 접속하게 되었다.
“회원 가입하니까 포인트? 이런 것도 있네.”
회원 계정으로 보니 포인트 창이 있었는데 커뮤에 접속해서 물건을 사고팔거나 출석 등을 하면 포인트가 쌓이는데 포인트 샵에서 포인트를 사용하여 여러 가지 물건 구매가 가능하였다.
“회원가입은 기본적으로 포인트 2,000 주는구나.”
2,000 정도면 포인트 샵에서 간단한 과자, 라면 등의 기프티콘을 구매할 수가 있었다. 전국 편의점 또는 작은 마트에서조차 쓸 수 있었다.
“챗방도 닉넴이 교체되어 있겠네?”
아직 부대찌개가 오려면 2분 정도가 남았다.
챗방에 들어가 본 진성은 챗방 인원이 더 많아진 것을 보았다. 이전에 자신이 손님 계정으로 들어갔을 때는 접속자 수가 100명 미만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300명이었다. 자신의 닉네임도 ‘초보 농부’로 교체되어 있었다.
챗방에서는 얘기를 한창 하고 있었는데 한울기업에 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던 것이다.
-A급법사:그럼 한울기업의 후계자 구도가 바뀐다는 말씀이신가요? 연구원23님
-연구원23:네, 지금은 원래 부회장이 후계자로 인식되어 있었는데 아까 2시간 전쯤에 발표가 나왔습니다. 뉴스로는 곧 밤 9시에 나올 듯합니다
-A급법사:어? 그럼 연구원23님은 한울기업 관계자겠군요……. 그런데 이거 이렇게 일찍 소문내도 괜찮으신가요?
-연구원23:괜찮습니다. 어차피 곧 다들 알게 될 사안이라서 저는 징계 안 먹습니다
-하늘지기:직급이 높으신 분이거나 아니면 일부러 이렇게 흘리는 한울기업의 홍보부 쪽 직원인가 보네요
-연구원23:뭐 직위는 높은 건 맞지만……. 아무튼, 이번 후계자 부회장뿐만 아니라 원래 있었던 차남이 다시 도전하게 되어서 구도가 바뀌는 겁니다.
-초보농부:다들 무슨 얘기들을 하고 계신 거예요?
진성은 앞에 내용을 거의 못 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물어볼 겸 그리고 후계자 얘기를 보니 자신의 아버지 얘기인 것 같아서 모르는 척 챗방에 있는 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 물었다.
-하늘지기:새로운 분이 오셨군.
-A급법사:어서 오세요
-S급정령사:어서 오세요, 초보농부님
-연구원23:어서 오세요
-SSS급관종:어서 오시게나 크크크
-고라니에게치여버렸어:어서 오세유유~
-A급법사:그냥 한울기업 새로운 후계자 구도 얘기나 하고 있던 거에요, 초보농부님
-초보농부:아아…… 그렇군요
-A급법사:그저 정보 공유하고 있는 거니 관심이 있으시면 대화에 참여하세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정보 얘기하니 눈팅하셔도 되고요!
-초보농부:네, 알겠습니다~
진성은 한동안 그들이 한울기업 후계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인터폰 벨 소리가 울리자마자 부대찌개를 받아 와 거실에 차려놓고 밥과 함께 먹었다.
“역시 부대찌개는 언제 먹어도 꿀맛이네.”
특히 밭에서 작업하고 와서 먹으니 더 꿀맛이었다.
30분간 밥을 천천히 먹고 주변을 치운 뒤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챗방에서는 아직도 한울기업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9시에 뉴스에서 발표한다고? 보고 잘까??”
9시가 되려면 1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보고 잘까? 이런 깊은 고민이 들었다. 어차피 자신은 항상 10시 넘어서 잠을 자기 때문에 보고 자도 상관은 없었다.
“일단 9시까지 기다리다가 졸리면 자야겠다.”
진성은 챗방을 조금 더 지켜보다가 챗방을 잠시 내리고 한울 커뮤에서 다른 이슈를 찾아서 보고 있었다.
S랭크 헌터 임박이라는 기사를 또 본 것이다.
“슬슬 우리나라에서도 S랭크 헌터가 나올 때가 되긴 했지.”
누가 나올까? 저번에 봤던 박준범 헌터? 아니, 그 사람은 아직인 거 같고……. 한소율 헌터? 흠……. 아니면 이인우 헌터?
진성은 AAA랭크 헌터를 세 명이나 만나봤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 중에 차기 S랭크 헌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머지 AAA랭크 헌터들도 있지만, 본 적이 없는 터라…….
커뮤에서 다른 이슈들과 정보들을 검색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9시로 맞춰 두었던 알람이 울렸다.
“뉴스 봐야지!”
진성은 거실로 잠시 나와 TV를 틀었고 23번 채널을 틀었다. 뉴스가 시작되었고 한울기업의 중대 발표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화면에서는 어떤 기자가 이 추운 밤에 오들오들 떨면서 한울기업 본사 앞에 서서 열심히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 곧 발표가 나온다고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잠시 1분간 정적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한울기업 후계자에 도전하는 건 기존에 있던 차남 강찬성 씨라고 합니다. 원래는 후계자의 자리를 포기하고 살고 있었는데 심경의 변화가 와서 이번에 다시 후계자 자리에 도전한다고 합니다. 차남 강찬성 씨는 회사 내부에서도 인망이 두터웠던 거로 파악됩니다. 앞으로 부회장 강찬호 씨와 차남 강찬성 씨의 싸움이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라는 말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이제 이 뉴스로 아버지 강찬성은 임진리 마을에 소문이 날 테고…….
저택으로 이사 가시려나?
진성은 아침에 부모님께 전화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단 TV를 끄고 화장실로 가서 양치질을 한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진짜 아버지는 한울기업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이구나…….”
진성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 후계자 자리에 아버지가 도전함으로써 앞으로 자신이 하는 농부 헌터의 일이 변하지 않겠지만 삶의 질은 바뀌려나?
일단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잠이나 자자.”
진성은 노트북을 끄는 걸 깜빡하고는 잠자리에 누워 잠을 잤다.
챗방에서는 한울기업의 후계자 얘기를 한창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