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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82화 (82/209)

제82화

82. 082화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과 손님분들께서 기다리십니다. 오직 강진성 님만 들어 오실 수 있습니다…….”

“여긴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봐, 진성아.”

“그래.”

“안쪽에서 무슨 일이 있다면 꼭 이걸 누르고.”

시우는 진성에게 뭔가를 건네주었다.

진성은 호출기처럼 생긴 것을 회장실 앞쪽에 섰다. 비서가 회장실의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들여보내라는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들어가시죠! 손님.”

회장의 비서는 문을 손수 열어주며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하였다.

진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안쪽 방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가 보니 부모님과 그리고 한울기업의 회장이란 사람이 보였다.

회장은 부모님과 대화 중이었다가 진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알은체를 했다.

“그래. 어서 오게나, 강진성 군.”

“지, 진성아?”

“아들?”

부모님이 무척 당황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이곳으로 올 줄 몰랐다는 듯이 말이다.

“왜 이리 당황하세요? 걱정돼서 마음을 먹고 쳐들어온 건데.”

부모님이 꽤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진성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자신은 마음을 단단히 준비하고 쳐들어온 건데,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까 강제로 끌려온 것도 아닌 거 같고……. 대체 뭐지?

“자, 이쪽으로 앉거라. 강진성 군. 다 설명해 줄 테니까.”

“회, 회장님.”

아버지가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회장은 그저 호탕하게 웃으면서 진성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유하였다.

진성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자…….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한울기업의 회장은 기억을 더듬어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때는 진성이 태어나기 전 즉, 진성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이었는데…….

회장은 차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진성의 아버지 강찬성은 원래 한울기업의 차남이었고, 지금의 현 부회장 장남보다 믿음직스럽고 후계자의 재목에 잘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후계자라는 스트레스와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강찬성은 혼자 늦은 시간까지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강도를 만나 지갑과 폰을 털렸던 것이다.

연락 수단이 없었던 강찬성은 결국 집까지 걸어가기로 하였다. 걷다 보니 힘들어 편의점이 있는 건물 앞에서 주저앉아 쉬다가 깜빡 잠들었다.

몇 시간 뒤…….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그 건물 편의점에서 일하던 한 여성이 찬성에게 따뜻한 음료와 담요를 주었고…….

그게 인연이 돼서 엄마와 연애하고 집안의 반대를 뿌리치고 나와서 살았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아, 그럼? 한울기업의 회장님이 제 할아버지예요??”

“그래……. 미안하다. 속일 생각은 없었다. 진성아.”

찬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진성에게 거듭 미안하다고 말했다. 엄마도 마찬가지로 진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회장은 진성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 가만히 지켜보았다.

“한울기업 회장이……. 할아버지였다니…….”

만약 아버지가 한울기업의 후계자가 되었다면 엄마를 만나지 못했을 테고 자신도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뭐……. 괜찮아요. 어차피 지금 알아도 바뀌는 건 없잖아요?”

진성은 담담하게 부모님과 회장이 있는 곳에서 말한 것이다. 회장은 ‘호오?’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진성을 보았다.

회장은 속으로 ‘저 녀석……. 보통 다른 녀석들 같으면 왜 이제야 말을 했느냐며 엄청 따졌을 텐데……. 아주 차분한 녀석이구만.’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다. 진성아.”

“그럼 회장님이 아니라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나요?”

“그래……. 그렇게 부르렴.”

회장은 진성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할지 무척 기대감이 높아졌다. 돈을 요구할까? 아니면 집? 그것도 아니면 후계자 자리? 너무도 궁금해졌다.

늦게라도 알았으니 분명 요구하는 게 있을 것이다. 사람은 욕심이 있으니까.

“할아버지……. 이제 제 부모님을 괴롭히지 마시고 보내주세요. 아버지가 한울기업을 나온 이상 이제 거의 남남 아닌가요? 저도 모르는 척할게요. 그저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거든요.”

더는 이 일로 부모님을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었고, 자신 또한 이 일을 잊겠다는 말이었다.

진성은 그저 평소처럼 부모님과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이었다.

“……하하하.”

한울기업의 회장은 진성의 말을 이해하고는 한동안 크게 웃었다.

회장이 웃자 진성은 ‘갑자기 왜 저러시지?’라는 생각이었다.

“역시……. 찬성의 아들이군. 찬성아! 아들을 잘 키웠구나?”

“네……. 아버지.”

“그래. 욕심도 없고 딱 찬성이랑 닮았어……. 이러면 내가 더 욕심이 생기는데.”

“아버지, 또 무슨 말을 하시려고?”

찬성은 불안해졌다. 저렇게 말씀하신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자신이 형에게 후계자 자리 넘겨주고 한울기업을 나갔을 때였다.

아버지에게 자신을 더는 찾지 말라고 당당히 나간 후에 자신을 직접 찾아와 저런 비슷한 소리를 했던 것이다.

그때는 강하게 거절했지만, 하필 진성이 찾아온 날에 또 저런 말씀을 하시다니……. 진성에게 뭘 원하시는 거지??

“그래……. 진성아, 욕심이 없어 보이니 이 할아버지는 매우 흡족하구나. 누구와는 다르게 아주 욕심이 없어 껄껄껄.”

찬성은 아버지가 누굴 말하는지 정확히 알았다. 바로 장남인 자신의 형이었다. 아주 욕심이 많았던 터라…….

“찬성아.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한울기업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되니 후계자 자리에 도전해 보고 싶진 않으냐?”

찬성은 아버지의 진심을 느꼈다. 진성과 아내는 찬성의 결정을 존중했다.

회장은 찬성의 가족이 매우 부러웠다. 찬성이 자신을 매우 잘 따르나, 그에 비해 장남은 너무 욕심이 많았다.

“후…….”

찬성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진지하게 생각 중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계속 임진리에서 살아도 되긴 했다. 아들도 각성하여 헌터가 되었고, 아무 기반도 없었지만 잘해 내고 있었다.

진성은 모르겠지만, 아들 관련으로 이상한 사람들이 집을 찾아오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그때마다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서 쫓아내거나 자신의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해결해 왔었다.

아들에게 이런 건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마을 주민들에게 신신당부를 해 놔서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들이 성장하면 할수록 더욱 소문이 퍼져 귀찮게 하거나 해코지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아버지가 얘기하는 후계자 자리를 받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비록 과거의 자신은 후계자 자리에 스트레스를 받아 집을 나왔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도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버지…….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후계자 도전이냐? 아니면 이대로 돌아가는 것이냐?”

“후계자 자리에 도전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잘 생각했다. 아들과 아내를 생각하면 해야지!!”

한울기업의 회장 강재환은 너무도 기뻤다.

그동안 끈질기게 연락하고 호출해서 잘 타이르며 설득해도 후계자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됐는데, 진성이 찾아오도록 유도를 했던 게 신의 한 수가 되었던 것이다.

이제 욕심 많은 장남을 제치고 찬성이가 기반을 다지면서 자신의 뒤를 이으면 안심하고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비록 찬성이 집을 나간 지는 좀 되었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아직도 찬성을 지지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찬성을 지지하는 일부 직원이 현재 한울기업의 유호진 이사라든가 한울 물류의 사장 이호재가 있다. 장남은 그들을 매우 싫어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 된다. 자세한 건 따로 전달할 테니까.”

회장은 그 말을 하며 회장실에 있던 호출기를 눌러 밖에 있던 비서를 불렀다. 비서가 급히 들어왔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성 비서! 찬성이 가족들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발표 준비하게.”

회장의 말에 성현준 비서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확정입니까?”

“그래! 그리고 성 비서, 자네가 내일부터 찬성이 비서를 맡게! 할 수 있지?”

“그럼 회장님 비서는 누구로 생각하십니까?”

“자네가 적당히 똘똘한 녀석으로 보내!”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나가고 나서 각 층 담당하는 헌터 팀장들이랑 준범이 오라 그래!”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강찬성과 가족들은 성 비서의 안내로 회장실에서 나왔다.

진성이와 그의 부모님이 밖으로 나오자 시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다 해결됐냐?”

“어……. 일단 설명은 내가 내일 해 줄 테니까 일단 돌아가 볼게.”

“그래……. 조심히 돌아가고.”

“어……. 오늘 일 진짜 고맙다. 시우야.”

“뭐 이 정도로……. 친구 아니냐?”

시우와의 대화를 끝낸 후,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성 비서와 함께 텔포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성 비서는 주소는 이미 다 등록이 돼 있으니 그저 타고 가시면 된다고 하였다.

“고맙네, 성 비서.”

“다시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강 팀장님.”

“언제 적 직위를 부르는 건가?”

“다시 돌아오셨으니 전력으로 모시겠습니다.”

“거참…….”

진성은 들어보니 성 비서라는 분과 아버지가 예전부터 친한 사이였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유독 친한 지인분들에게 저렇게 말씀하셨는데, 성 비서라는 사람도 아버지와 무척 친한 사이였나 보다.

“아무튼……. 이만 돌아가겠네. 성 비서.”

“네, 다음에 뵙죠……. 아니,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성 비서와의 대화가 끝난 찬성은 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성아. 몸 조심히 들어가고……. 오늘 잘했다.”

찬성은 잘했다면서 아들인 진성의 등을 두드렸다.

아버지가 이런 적은 거의 없는데……. 애초에 칭찬을 하시는 분이 아닌데?

기분이 묘했다.

“먼저 돌아가마.”

“아들~ 내일 연락 줄게.”

“네, 엄마! 아버지도 들어가세요.”

“오냐!”

부모님이 먼저 텔포 시스템을 타고 돌아갔고 그 자리에 성 비서와 진성만 남았다.

“자, 이제 도련님 차례입니다. 돌아가시죠.”

“도련님이라뇨……?”

“이제 강 팀장님이 후계자 자리에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그 아드님이신 강진성 님이 도련님이 되십니다.”

“도, 도련님이라는 호칭은 낯간지러운데요…….”

“하하하, 차차 익숙해지실 겁니다. 아무튼,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하죠.”

“네…….”

진성은 일단 자신도 집으로 돌아갔다.

* * *

성 비서는 다 돌아간 걸 확인한 후에…… 그 방에서 나와 호출 아이템과 어떤 아이템을 꺼내 동시에 눌렀다.

그러자 기절해 있던 팀장들과 박준범 등이 깨어났고 허겁지겁 11층으로 올라왔다.

다들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회장실에서 부른다는 것은 크게 잘못했거나 잘했거나 둘 중 하나인데 지금 이 경우는 잘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잔뜩 긴장을 한 채 회장실로 줄줄이 입장하였다.

“그래……. 준범이도 왔고 김 팀장, 한 팀장, 이 팀장, 다 왔구만.”

AAA랭크 박준범 헌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겨우 일반인 회장한테 말이다. 대체 무슨 관계이길래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그가 떨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박준범 헌터 뒤에 있는 각층을 담당하는 헌터 팀장들도 다들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다들 왜 몸을 떨고 있는 건가?”

회장은 모르는 척 말했는데 다들 속으로는 ‘대체 회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하는 거지?’ 이런 생각들뿐이었다.

이미 회장실까지 침입자를 침범하게 하였으니 할 말이 없던 것이다.

“준범아…….”

“네, 넵. 회장님.”

“아무리 AAA랭크 김혜영하고 이한나가 파견 나가 있다지만, 너무한 거 아니냐?”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실력에 자신이 있던 게 아니었느냐?”

회장은 아주 엄청난 포스를 풍기며 헌터인 박준범을 압도하고 있었다.

일반인이 헌터를 압도한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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