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81. 081화
박준범 헌터는 한소율이 단 두 번의 칼질로 40여 명의 A랭크 헌터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는 ‘너 대단하구나?’라는 말을 하였다.
“반말인가요? 초면인데…….”
“아하하, 미안……. 내가 이렇게 생겨도 나이는 너보다 많을걸?”
박준범 헌터의 얼굴은 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그보다도 나이가 많다는 것은? 최소 30대 또는 40대라는 이야기인데…….
“설마 동안인 건가요?”
“그래그래. 내 얼굴이 이렇게 생겼지만, 나이는 40대라고?”
한소율은 그의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여유 부리는 것은 자신을 쉽게 이길 수 있기에 그러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한소율 헌터는 검을 꽉 쥔 채 박준범 헌터를 노려보고 있었고 박준범 헌터는 폰 게임을 하며, 힐끔힐끔한 소율 헌터를 보고 있었다. 여유가 넘치는 것이다.
한소율 헌터는 이렇게 무시당하는 기분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계속 노려보지 말고 한 번 공격해 보든가??”
“…….”
한소율 헌터를 계속 도발하는 박준범 헌터였다. 하지만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박준범 헌터의 실력은 모르겠지만, 꽤 강한 걸 알 수가 있었다. 감이지만…… 쉽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잠깐 대치 상황이었다.
“하암……. 지루하네! 언제까지 노려볼 거야?”
박준범 헌터는 일부러 하품하는 걸 보여주며 계속해서 한소율 헌터가 먼저 덤비도록 유도 중이었다. 결국, 한소율 헌터가 먼저 움직였다.
한소율은 가볍게 움직였고, 박준범 헌터는 가볍게 피해냈다. 하지만 그의 핸드폰은 반으로 잘려 나갔다.
“아……. 게임하고 있었는데! 너무한 거 아니냐?”
“당신이 먼저 도발했거든요?”
“그래……. 이제 전투할 마음이 든 거야?”
“네.”
“그럼 어서 덤벼보라고? 내가 오죽하면 심심해서 폰 게임을 하고 있었을까?”
“계속해서 도발하는데, 후회할 거예요!”
“그래, 어서 덤벼!”
한소율은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라 어서 이자를 처리하고 10층으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검을 휘둘러 그의 몸을 두세 번 베었다.
휙휙휙.
준범이 아주 가볍게 피했기에 한소율은 더욱 속도를 올려 베어 나갔다.
한쪽은 치열하게 공격을 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계속 피하고 있었다. 그가 계속 피하자 그녀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진짜 느리네, 느려……. 너 진짜 AAA랭크 맞냐?”
피하면서도 계속 도발을 하는 준범이었다.
그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서길수가 말했다.
“역시 박준범 헌터군요……. 이건 한소율 부팀장이 불리할 듯싶습니다. 경험의 차이랄까, 저는 그게 보입니다. 도련님.”
“그런가요?”
“네, 방금 저희 팀원이 그에 대해서 알아보니까 꽤 대단한 헌터 같습니다. 혼자서 AAA랭크 던전을 클리어할 정도라고 합니다. 역시 전투 경험의 차이가 다릅니다.”
“한소율 부팀장의 빠른 공격을 간단히 피하는 거 보니 실력의 차이라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한소율 부팀장이 불리합니다.”
시우와 서길수 팀장의 대화가 들린 것인지는 몰라도 한소율은 점점 더 공격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이젠 평범한 C~B랭크 헌터들은 거의 못 보는 속도였고 A랭크 이상들만 간신히 보일 정도였다.
시간이 점차 지나갈수록 한소율의 공격 속도는 점차 느려지고 있었다. 체력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박준범 헌터가 뛰어났다.
“이제 포기하는 거냐?”
“허억, 허억.”
한소율 헌터는 전투가 오래 지속될수록 점차 체력적으로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에 반면에 박준범 헌터는 힘들어하는 한소율을 보면서 씩 웃고 있었다. 아직도 여유가 흘러넘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끝이야? 진짜 같은 AAA랭크 맞냐? 아니, A랭크 급인 거 같은데.”
박준범 헌터가 계속해서 그런 말들을 할 때마다 상처가 되고 있었다. 확실히 박준범 헌터와 전투 경험의 차이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나 심하게 차이가 날 줄이야…….
“당신은 인성이 참 안 좋은 거 같네요.”
“……??”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박준범 헌터는 그를 쳐다보았다. 박준범 헌터는 현성기업의 차남 이시우를 알고 있었다.
“아이고……. 기사 납시었네!”
“도, 도련님! 가까이 오지 마세요!”
한소율 헌터는 시우가 박준범 헌터에게 다가가 도발을 걸자 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우는 괜찮다고 말하며 박준범 헌터 코앞까지 걸어가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한소율 헌터가 당신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호오?”
“아무리 서로 실력이 차이가 나지만 존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같은 AAA랭크 아닌가요? 당신은 처음부터 강했나요?”
“흐흐흐, 맞는 말을 하는군. 그래, 나도 약한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말이야…….”
박준범 헌터는 그 말을 하고 난 후 씩 웃으면서 어떠한 행동을 취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한소율 헌터와 서길수 헌터는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소리쳤다.
“도련님! 피하세요!!”
“도련님!!”
“이미 늦었어! 으하하.”
박준범 헌터는 강력한 주먹 한 방을 시우에게 날렸다. 분명 공격력이 들어간 소리였다. 빠각, 이라는 소리가 들렸고 시우는 반격도 못 하고 날아가 버렸다.
“어디서 C랭크 따위가 어르신이 말하는데 끼어들어? 하위 랭크 녀석이!”
서길수 팀장은 쓰러진 시우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입가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진성도 시우에게 다가가서 인벤에 있던 포션을 꺼내 먹였다.
“당신……. 아니, 감히 시우 도련님을?!”
“으음?”
한소율 헌터는 분노하였다. 그리고 아주 빠른 속도로 박준범을 베었지만, 박준범은 또 피했다.
“거참, 느리다니까……. 윽.”
박준범 헌터는 말을 하다 제 몸을 내려봤고, 몸이 베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배에 생긴 깊은 상처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내렸다.
“이거, 이거, 잠자는 사자를 깨운 건가?”
“시우 도련님을 때린 당신을 베겠습니다.”
“그래……. 제발 좀 베어 봐라! 나도 슬슬 진심으로 가주지!”
박준범 헌터는 직업이 공개된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 직업이 공개될 판이었다. 방금 한소율이 검으로 베었는데 굉장히 아팠던 것이다.
자신도 못 피할 정도였으니.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위험할 듯싶었다.
박준범 헌터는 광전사였는데 몸의 일부를 봉인 해제하였다.
박준범이 으으으으, 소리를 내면서 몸 전체가 빨간색 기운으로 가득해졌는데 꽤 위험해 보였다.
“서, 설마 저건?”
시리우스 팀원 한 명이 직업을 알아본 것이다.
“팀장님! 저건 광전사입니다!!”
“뭐라고? 광전사?”
“히든 직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준범 헌터가 광전사라니…….”
“그 히든 직업, 위험한가요?”
시우가 포션의 치료를 받고 일어나 그 팀원에게 물어보았다.
“네, 그렇습니다. 폭주 패시브가 있는 걸로 아는데, 그걸 쓰면 어떻게 S랭크의 힘을 낼 수가 있다고 합니다. 시스템에게 들은 거니 확실합니다.”
“빨리 처리해야겠네요?”
“네, 도련님.”
시우는 아까 박준범 헌터의 공격의 여파가 남아 있었지만 큰 소리로 한소율 헌터에게 외쳤다.
“한소율 부팀장! 난 괜찮으니까 저 박준범 헌터를 지금 쓰러뜨려요!!”
그 말을 들었는지 한소율 헌터는 분노하여 아까의 기세로 가만히 서 있는 박준범 헌터를 향해 여러 번 베어 갔다.
박준범 헌터는 피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몸에 상처가 늘어가고 피를 흘려도 반격을 하지 않았다.
“흐흐흐흐흐흐흐.”
이상한 소리만 내고 있었다. 공격을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베어지는 상황인데도 웃고만 있었다.
한소율 헌터는 벌써 그를 5분째 공격했고 그가 쓰러지지 않자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
박준범 헌터는 봉인 해제 즉, 폭주 예열이 끝났는지 몸 상태를 한번 살펴보고는 말했다.
“일단 치료 좀 해 볼까?”
박준범 헌터는 또 다른 스킬 활성화를 속으로 외쳤다. 그러자 몸 전체를 밝은 하얀색 빛이 감싸면서 전체 회복이 되었다. 사기적인 스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흐흐흐흐……. 어떠냐?”
박준범 헌터는 표정이 굳어진 한소율 헌터와 이시우 일행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자자, 한꺼번에 덤비라고?”
한소율 헌터가 검에 모든 마력을 주입하고 박준범 헌터의 품속으로 파고들어서 길게 베었다.
박준범 헌터는 피하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공격을 맞는 것처럼…….
“……겨우 이 정도냐?”
생채기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한소율 헌터의 검에 금이 가고 있었다. 완전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박준범은 부회장의 부탁도 있었으나 저 강진성이라는 녀석을 아주 짓밟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올라가게 하는 것보다 망가뜨리는 게 부회장한테 더 즐거운 일이 아닐까?
“그쪽에서 안 오겠다면……. 내가 가지!”
박준범 헌터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첫 번째 표적은 강진성이었다. 저 녀석부터 날려 버리고 그 주변을 다 쓸어 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지, 진성아 피해!!”
“괜찮아……. 막을 수 있어!”
“흥! 애송이 녀석! 넌 여기서 끝이다!!”
박준범 헌터의 단단한 주먹이 강진성을 향해 날아왔다.
진성은 박준범 헌터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자신의 주먹으로 박준범 헌터의 얼굴을 때려서 그를 날려 버렸다.
“크아악.”
박준범 헌터는 날아가 9층 벽에 박혔다. 분명 아주 약하게 때린 것 같았는데 박준범은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다시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다들 그 상황이 어리둥절하였다. 한소율 헌터는 엄청 고전했는데 겨우 C랭크 강진성의 주먹 한 방에 저렇게 나가떨어진다고?
“진, 진성아……. 너 정체가 뭐냐?”
“뭐긴 뭐야? 시스템에게 선택받은 헌터지.”
“너 사실 AAA랭크 이상 아니야?”
“아니? 나 C랭크 맞아……. 그저 능력치가 평범하지 않을 뿐이지.”
“…….”
“아무튼, 이제 해결됐으니 가자……. 빨리 내 부모님 구출하자고.”
“어……. 그래.”
서길수 팀장도 참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으나……. 그저 특별한 헌터라고 생각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소율 부팀장을 부축하였다. 그리고 진성에게 받은 포션을 한소율 부팀장에게도 주었다.
시우 일행은 그대로 10층으로 올라갔다. 박준범 헌터는 허무하게 강진성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져 기절한 상태였다.
“뭐, 뭐야 박준범 헌터님이 졌단 말이야?”
“말도 안 돼!!”
시우 일행이 10층에 도착하자 그곳을 지키던 헌터들은 혼란에 빠졌다.
분명 밑층에는 박준범 헌터가 있었을 텐데 그를 쓰러뜨리고 올라왔다고?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A랭크라고 하지만 AAA랭크 한소율을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다들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는데 뒤에서 어떤 헌터가 나와 말했다.
“길을 내어주세요.”
“……??”
다들 그 헌터를 쳐다보니 한울기업의 또 다른 은둔 헌터 AA랭크 성기사 김도준이었다.
“김도준 헌터님! 그래도 정말 됩니까? 부회장님이 아시면 경을 칠 텐데요?”
“상관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10층을 지키고 있던 헌터들은 모두 시우 일행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시우하고 일행은 그들을 지나쳐서 11층으로 향했다.
진성이 김도준 헌터 옆을 지나가자 진성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돌아오신 걸 환영해요.”
“……??”
진성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했지만 김도준 헌터는 그 말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면서 길 안내까지 해 줄 정도였다.
“왜 그래? 진성아?”
진성이 김도준의 말을 듣고 잠깐 멈칫하였으나 시우가 묻자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는 11층으로 향했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 드디어 11층에 도달했다.
회장실 앞에는 비서 한 명과 그 앞을 지키는 헌터 다섯 명이 있었는데 전혀 싸울 의사가 없어 보였다.
비서가 앞으로 나와 그들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