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77. 077화
두 친구가 떠나는 걸 지켜보던 진성은 그 둘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시간은 늦었지만 세린이와 정령들과 시간을 조금 더 보내다가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세린아~ 오늘도 특이사항은 없지?”
“네, 아빠!”
“오늘 조금 놀랐겠지만, 저 두 명은 내 친한 친구야! 밭에 대해서나 너희에게 대해서나 어디 가서 함부로 얘기하는 친구들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
“저는 괜찮아요, 아빠!”
“요즘 내가 너무 같이 못 있어 줘서 미안해, 세린아……. 다시 게을러진 것 같거든.”
“아빠,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세린은 아빠가 자신을 너무 걱정해 주는 게 기뻤다. 그래서 항상 괜찮다고 얘기했던 것이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아! 그리고 나중에 내 부모님도 보여 드릴 생각이니까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
“네!”
진성은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9시가 다 돼갔다.
이런……. 슬슬 집에 갈 타이밍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세린이가 밭에 이상은 없다고 말했지만, 다시 한번 더 자신이 확인하고 가는 게 더 편했던 터라 밭 전체를 한 번 둘러보기로 하였다. 어차피 30분도 안 걸리니까 금방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흐음……. 비닐하우스 작물들도, 밭작물들 상태도 이상 없네.”
진성은 밭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꼼꼼하게 확인하였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세린이와 정령들의 관리와 세계수의 버프 때문에 작물들에게 생기가 넘치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 다 A급 품질이었으니 말이다.
“잡초하고 가벼운 쓸데없는 돌들도 없는 거 같고……. 이제 슬슬 돌아가 볼까?”
진성은 마지막까지 전체 점검을 마친 뒤 세린이와 정령들이 모여 있는 세계수 앞으로 돌아와 작별 인사를 하였다.
“세린아~ 내일 일찍 와서 밭에 있는 일반 작물들 다 수확할 거니까 준비해 두렴.”
“네! 아빠.”
내일은 일반 작물들을 몽땅 수확해서 차현민 헌터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차현민 헌터가 주변 셰프들도 소개해 준다고 했으니까 아무리 못해도 90% 이상은 납품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빠르게 수확만 하고 차현민 헌터를 만날 것이다.
“후……. 빨리 집에 돌아가자. 가을도 끝나가서 그런지 많이 쌀쌀하네.”
진성은 밭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데 입김이 나오고 있던 것이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겨울에는 뭐 하고 지내야 하지?”
물론 현재 밭이 세계수의 버프 덕분에 작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지만, 왠지 겨울은 그저 노닥거리면서 쉬고 싶은 진성이었다.
초기에는 진성이 밭을 열심히 관리했고 작물로 열심히 심었는데……. 정령들이 생기고 세계수의 주민들 즉, 경비요정들이 생겨나자 점점 일이 편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진성은 마치 말년 병장처럼 아주 느긋하게 밭을 오가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어오. 왜 이리 추우냐?”
진성은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후딱 들어왔다. 손을 포함해 몸 전체가 조금 차가워졌다. 파주 자체 날씨가 가을만 넘어가면 다른 지역에 비해서 꽤 쌀쌀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엄청나게 추운 일부 지역과 비교하면 따뜻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추운 건 같았다.
“오늘 딱히 커뮤에서 볼 것도 없고……. 그냥 잠이나 잘까?”
진성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주 따뜻한 물로 샤워를 간단하게 마치고 나와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바나나 우유를 꺼내 먹었다.
“크으……. 역시 샤워 이후에는 바나나 우유지!”
진성은 바나나 우유를 마시고 나서 방으로 들어와 시간을 확인해 보니 9시 정각이었다.
“바로 이대로 자긴 뭔가 그렇단 말이야…….”
샤워를 하고 나니 잠이 조금 깨버린 것이다.
샤워하기 전에는 잘 생각만 가득하였는데 샤워하고 나서 바나나 우유를 마시고 나니까 뭔가 이대로 자기엔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일단 폰으로 커뮤 들어가서 챗방 보다가 자야겠다.”
진성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서 폰을 꺼내 헌터 커뮤니티로 접속하였고, 챗방에 입장하였다. 이미 입장한 상태라서 입장하였습니다는 뜨지 않았다.
챗방은 이 시간에도 꽤 활발하였다. 접속한 인원이 대략 307명이 있었는데 일부는 잠수 중이거나 일 중이었고 나머지는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음? 무슨 대화를 하는 거지?”
-하늘지기:그나저나 그거 들었습니까?
-A급법사:어떤 거요? 하늘지기님
-하늘지기:국내 S랭크 헌터가 최초로 나올지 모른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거요
-A급법사:S랭크 헌터요? 물론 아시아권에서는 S랭크가 없다지만……. 어디서 들은 이야기예요?
-하늘지기:저번에도 제가 제 직업 비스름하게 얘기했지만…….제가 사실 아카데미 훈련 교관인데 다른 동료하고 얘기 중에 잠시 빠져나왔다가 화장실 가는데 화장실 앞에 아카데미 학장하고 어떤 인물이 서서 대화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화장실 가려고 돌리는 순간 그 얘기가 들렸습니다. 국내 최초 S랭크에 근접한 인물이 2명이나 있다고…….
-A급법사:그게 진짜예요?!
-김수영팀장:하늘지기님이 아카데미 교관이었다는 것부터가 믿기 힘든데……. S랭크는 좀 오버 아닐까요?
-약장수:그래 오버지! 하늘지기 거짓말하지 마라! 아직 S랭크 나오려면 한참 멀었는데 무슨……. 쯧쯧
-김말이:사실일지도……. 이미 국내 AAA랭크만 7명인데. 그중 S랭크에 근접한 인물이 나왔겠죠
-하늘지기:아무튼 저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카데미 교관인 거 인증 가능합니다만?
-김수영팀장:그럼 갠챗으로 인증해보세요
-약장수:나도 갠챗 줘봐 하늘지기야!
-하늘지기:이따가 갠챗 드리겠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으로 대화 중이었다.
S랭크라고? 누구일까?
현재 AAA랭크는 국내에 7명 존재했는데 저번에 봤던 현성기업의 이인우라는 헌터였고 그리고 같은 기업의 AAA랭크 한소율이 존재했다.
다른 5명 중 한 명은 마녀라고 불리는 김혜영이라는 헌터가 있었다.
나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음지에서 활동하는지 정보가 부족한 인물들이었다.
이인우와 김혜영만 계속해서 커뮤에서 또는 뉴스에서 언급되고 나머지 세 명은 마치 없는 사람처럼 다들 언급을 자제하고 있었다.
“S랭크가 나올 때가 되긴 했지……. 미국은 S랭크 한 명 있던데…….”
최근에 미국에서 S랭크라고 공개된 인물이 한 명 있었는데 직업은 테이머였다.
몬스터를 테이밍할 수 있는 헌터였는데 공개된 내용을 보니까 20살이었고, 벨라라는 이름이었다. 미국 모 재벌가의 손녀라고 한다.
“영국에서도 S랭크에 근접한 사람이 줄리엣이라는 이름의 공주였던 거 같은데…….”
미국에서 S랭크 한 명이 나옴으로써 주변 국가들이 미국에게 아부를 떨었고 영국에서도 조만간 S랭크가 나올 것이라고 발표를 하자 영국 주변 나라에서도 영국에 아부를 떨었다.
그만큼 S랭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갈렸다. S랭크는 혼자서 AAA랭크 10명을 이겨버리는 존재였기에…….
물론 S랭크가 초보자면 AAA랭크 세 명조차 이기기 힘들 것이다. 경험의 차이랄까?
가끔 C랭크에서 S랭크로 올라오는 헌터들도 있었고 바로 각성하자마자 A랭크 이상이 되는 헌터들도 있었기에 밑바닥부터 올라오느냐, 아니면 처음부터 상위권이냐 그런 차이였다.
“에휴……. 나는 언제 B랭크 되냐? 성현이도 이제 B랭크인데…….”
물론 다른 친구인 시우는 자신과 같은 C랭크였지만 그 친구야 집이 워낙 잘 살고 호위하는 인물들이 최소 A랭크 이상이었다.
자신은 시우와 비교하면 별거 없었다. 그저 3만 평의 땅 주인? 물론 능력치는 이미 먼치킨이지만, 그래도 랭크가 C냐, B냐의 차이가 꽤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차이였다. 아무래도 C랭크 헌터들은 엄청나게 많았고 B랭크 헌터는 C랭크에 비해 수가 꽤 적기 때문이다.
“자꾸 랭크 생각하니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냥 자자.”
시스템이 랭크도 적절하게 올려주겠지만, 그게 언제냐가 문제였다.
자신도 하루빨리 B랭크가 돼서 주변에 자랑하고 싶었는데 여전히 C랭크에 머물러 있으니 조금은 실망감이 들고 있었다.
진성은 비록 밑바닥에서 각성해 한 달도 안 돼서 C랭크로 올라왔는데도 욕심이 나서 그런가? 더 상위권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고 있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진성은 복잡하게 생각했던 생각들을 떨쳐 버리고 잠이나 자야겠다며 폰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가을의 아침은 언제나 쌀쌀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쌀쌀해진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아침이 밝아오자 진성은 크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
“끄응……. 이제 일어나야지……. 수확하려면 빨리 가야 돼!”
황금 사과 같은 작물들은 이제 하루만 더 지나면 수확할 수 있었기에 오늘은 일반 작물들. 즉 퀘스트로 받지 않은, 자신이 모종이나 씨앗을 구매해서 기른 일반 작물들을 몽땅 수확할 것이다.
“일단 차현민 헌터한테 연락은 해 놔야지……. 이따 저녁에 봐야겠다.”
진성은 씻기 전에 차현민 헌터에게 ‘납품 관련 문제로 이따 저녁에 시간 가능한가요?’라고 문자를 보내자 약 30초 뒤에 답장 문자가 왔던 것이다.
“오후 6시쯤 시간이 되시나 보구나!”
진성은 문자 내용을 확인한 뒤 다시 답장을 보냈다.
‘오후 6시에 저의 집 앞에서 보시죠!’라고 보냈고, 답장 문자에도 ‘네 그때 뵙죠!’라고 문자가 왔었다.
“이제 씻고 밭에 가서 몽땅 수확해야지……. 새로운 작물들도 해 봐야 하니까.”
지금 있는 일반 작물들을 모두 수확하면 아마 밭이 텅텅 비어 버릴 것이다. 그 비어 버린 땅에 다시 비료를 뿌려 땅을 한 번 섞고 새로운 다른 작물을 심을 것이다.
진성은 오늘 작물들을 다 납품하고 새로운 작물 심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 휘파람을 불면서 옷을 갈아입고 인벤 창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준비를 단단히 마친 뒤 밭으로 향했다.
“뭐 놓고 온 거는 없겠지?”
밭으로 가는 길은 발걸음이 아주 가벼워졌다. 아무래도 전체를 수확하는 거였기에 수확하고 나서는 매우 힘들겠지만, 납품해 번 돈으로 현재 밭 주변의 땅을 모두 구매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진성은 빠르게 밭에 도착하였고, 진성을 기다리던 세린이와 정령들과 마주쳤다.
“어? 세린아……. 마중을 나온 거니?”
“네, 아빠!”
세린이 활짝 웃으면서 말하자 진성은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자, 가자……. 우리들의 전장으로!”
진성이 그 말을 내뱉자 세린이와 정령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성의 뒤를 따라갔다.
드디어 전체 수확 작업이 시작되었다. 아, 물론 일부 특별한 작물들은 수확 시기가 하루 더 남아서 내버려 뒀고, 이미 다 자한 일반 작물들을 수확하는 작업이었다.
진성은 세린이와 정령들과 힘을 합쳐 비닐하우스부터 작업을 이어 나갔다. 정신없이 수확하고 있었는데, 빠르게 하다 보니 절반 이상이 끝났다.
“시간이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하였는데 겨우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엄청나게 집중하여 수확하였는데 속도가 점점 붙어서 초고속으로 작업했던 것이다.
정신없이 수확하고 땅 정리하는 반복된 작업을 체감상 1시간도 안 한 거 같은데 절반 이상이나 끝내 버릴 줄이야…….
“벌써 절반 이상이나 했다고? 분명 1시간 아니, 2시간도 안 한 거 같은데??”
진성은 ‘이 정도면 작업의 신인데? 잠깐 상태창 좀 확인해 봐야겠다.’며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분명 이 정도 작업량이면 체력이 엄청 마이너스되어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