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75. 075화
진성은 대치 상황이 계속되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밭에 가서 세린이하고 정령들과 함께 밭 관리하면서 힐링을 느끼려고 했는데 그걸 방해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어이~ 동혁, 우리가 처리해 줘?”
제임스라는 외국인 헌터가 계속해서 동혁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동혁은 괜찮다고 했지만 동혁도 슬슬 짜증이 나는 터라 결국에는 ‘제임스,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제임스는 ‘그러게 진작 말하지.’라는 말을 꺼내며 동혁의 앞에 섰다.
“이봐~ 말로 해서 안 통하는 사람인 거 같은데. 한 번 맞고 시작할까?”
“제임스, 진짜 시작할 건가?”
뒤에 있던 고트라는 외국인이 약간 말리는 투로 말했더니 제임스는 ‘원래 이런 버릇없는 놈들은 맞아야 하니 말리지 말라고~’라는 말을 하였다.
“나한테 맞기 전에 동혁 군한테 사과하라고?”
제임스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진성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진성은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하면서 혹시 모를 전투를 위해 인벤에 있던 삽을 꺼내려고 하였다.
저 이동혁이라는 사람을 제외하곤 A랭크만 세 명이었기에 긴장하였다. A랭크 헌터는 얼마나 셀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터라 방심하지 않는 것이다.
완전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누가 먼저 움직여 공격하느냐의 차이랄까?
“그래도 사과를 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
제임스는 쌍권총의 즉, 레인저 계열의 헌터였는데 허리춤에 있는 쌍권총을 꺼내 진성의 얼굴 앞에 마치 난사 스킬처럼 발사하였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총알 30여 발이 진성에게 날아들었고 진성은 가까스로 피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죠?”
진성은 공격이 들어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기습적으로 선방이 들어 올 줄은 몰랐다.
“휘유~ 내 기습을 피하다니……. 역시 보통 C랭크는 아니네.”
제임스는 진성이 절대 평범한 C랭크 헌터는 아니라고 느껴지고 있었다. 제임스의 공격을 피한 진성의 모습에 고트와 존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제임스의 총알을 피하다니!”
“역시 평범한 C랭크 헌터가 아니군…….”
그리고 이동혁 또 한 놀란 표정이었다.
아버지에게 듣기로는 힘만 센 그저 그런 C랭크 농부 헌터라고 들었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제임스의 속사 스킬을 피한다고?
이건 진성이 민첩성이 엄청 높거나 아니면 특별한 스킬이 있는 게 분명하였다. 절대로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제임스는 진성을 떠보기 위해 기습 공격을 한 것인데 진성이 반격을 해오지 않아 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왜 공격을 하지 않지?”
“전 공격할 의사가 없어요. 진짜 전 억울하기 때문에 공격하지 않는 겁니다.”
“웃기고 있군…….”
“방금 공격하신 건 제가 참을 수 있지만, 한 번 더 저를 건드리면 저도 참지 않을 겁니다.”
진성은 최대한 말로 해결하고 싶었다.
제임스는 ‘흐음?’이라는 소리를 내며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이들의 대치 상황 속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까지……!”
“음?”
제임스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진성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시우였는데, 박성현과 시우의 강력한 경호원 헌터들과 함께였다.
제임스는 시우를 보자마자 ‘이런……. 큰일 났군.’이라는 말을 꺼내었다.
하지만 동혁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피닉스 길드……. 거기까지 하세요.”
“아아, 죄송합니다. 현성기업의 차남 이시우 님.”
제임스는 시우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거로 보였지만 사실상 도발하는 것이다.
제임스의 행동에 시우 옆에 있던 강력한 헌터들이 약간 발끈했지만, 시우가 별말 하지 않자 가만히 있었다.
“진성의 말대로 그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시우가 옆에 있는 헌터에게 눈짓을 주자 그 헌터는 제임스에게 자료를 넘겨주었다.
제임스가 자료를 받아 들고 살펴보니 이동혁의 아버지가 그동안 누구에게 사기를 쳤으며 갑질했는지 다 나와 있던 것이다.
“큼……. 이거, 이거 저희가 잘못한 게 맞군요…….”
제임스는 ‘젠장. 역시 이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내뱉으며 동혁에게 ‘이봐, 동혁. 그냥 돌아가자.’는 말을 하자 동혁은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하면서 거절하였다.
“동혁……. 이 자료를 봐봐.”
제임스는 그 자료를 동혁에게 건네주었고 동혁은 모든 것을 알아 버렸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아버지가 왜 이리 이렇게 타락해 버렸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아버지의 말만 믿고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진성에게 찾아와 따진 자신이 매우 부끄러워졌다.
“어쩐지 불길하더니만…….”
고트도 왠지 이번 사건이 정말 찜찜했었는데 괜히 따라왔다는 생각이 지금 들기 시작했다.
존 또한 마찬가지였고 제임스도 ‘에이, 좋다 말았네!’라며 속으로 생각 중이었다. ‘이런 자료가 없었으면 저 진성이라는 자와 한 번 싸워볼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이다.
동혁은 진성에게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자세히 알아보고 찾아왔어야 하는데 다짜고짜 화를 냈으니…….”
동혁이 진심으로 사과하자 진성은 짜증 났던 게 조금은 풀렸다.
“다음부터 조심하시면 됩니다. 이 일은 저도 없던 일로 할 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내가 사과할 차례인가?”
동혁의 사과 이후 제임스가 다가와 말했던 것이다.
“동혁을 도와주러 왔다가 이렇게 그냥 가지만…… 기습 공격은 미안하다. 아주 흥미로웠다.”
“뭐가 흥미로운 거죠?”
“최연소 농부 헌터 겸 그리고 빠른 랭크 상승……. 아주 흥미롭더군. 공격한 거는 미안하다.”
일단은 제임스의 사과는 받아주었다. 아까부터 제임스가 반말하는 건 거슬렸으나 외국인들은 흔히 저러니까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진성이었다.
“오해가 풀린 거 같으니 이만 우리는 철수하지.”
제임스는 동료인 고트와 존, 동혁과 함께 자리를 뜨면서 시우를 잠시 쳐다보았다.
“도와줘서 고맙다. 시우야……. 그런데 어쩐 일이냐?”
“어쩐 일이긴……. 내가 너한테 감시인력 붙여 두었는데 그 인력이 피닉스 길드인 걸 알아보더라고. 그래서 나한테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와 봤어. 뭐 할 말도 있고 해서.”
“그래?”
“안 바쁘지? 어딜 가야 한다든가…….”
“아니, 그렇게 바쁜 건 아니고. 밭에 가려고 나온 거라 시간은 있어.”
“그럼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하자.”
“그래…….”
진성은 시우와 성현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시우를 지키는 헌터들은 진성의 집 앞 또는 정원 등에 대기하면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와 거실에 자리 잡았고 시우가 말을 꺼내기 전에 진성이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그나저나,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시우야.”
“어? 뭔데?”
“너 진호 형인가 그 일, 뒤처리 잘해 놨다고 하지 않았냐?”
“어……. 잘 처리했지. 그런데 왜?”
“아니, 내가 어디서 들은 건데 현성기업에서 진호 형이 지방으로 좌천당하고 후계자 후보에 너랑 막내가 올라갔다면서? 그게 사실이냐?”
진성의 말에 시우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어……. 맞아. 어디서 들은 것인지 몰라도 꽤 구체적으로 알고 있네?”
“그냥 아는 커뮤에서 들었어.”
“이제 차기 후계자 후보로 다시 되었고 경쟁하는 사이지. 막냇동생이랑은…….”
“그럼 진호 형은 어떻게 되는데?”
“좌천당했어도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하나 봐, 회장님이.”
“음? 그래…….”
“이거 말고 궁금한 거 더 있어?”
“아니……. 없는 거 같아. 그래서 오늘 찾아온 목적이 뭐야? 아까 할 말이 있다면서.”
“아, 일단 성현이 얘기를 들어 봐.”
시우와 진성이 잠깐 대화하는 도중에 성현은 잠자코 아무 말 없이 그 둘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언제나 떠들기를 좋아하는 성현이가 말이 없다? 그건 문제가 있는데…….
“진성아……. 사실대로 말할게. 그 진호 형 때문에 내가 암살을 당할 뻔했거든? 그것도 혈귀한테…….”
“진짜로?? 진호 형이 진짜 암살 의뢰를 했단 말이야?!”
“사실이야…….”
옆에서 시우가 사실이라고 말하자 진성은 조금 충격받았다.
도대체 무슨 일로 성현을 죽이려고 한 것인지 매우 신경이 쓰였지만 성현의 이어지는 말에 집중했다.
“그때 혈귀한테 죽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시우가 보낸 헌터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나는 내가 정령사가 된 것도 운이라고 생각하거든? 솔직히 내 실력은 C랭크만도 못해. 아무리 C랭크 이상 실력의 실력자라고 나와 있지만…….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성현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죽을 뻔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심경의 변화가 찾아온 듯 보였다. 웃음기 싹 뺀 아주 진지한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성현이가 힘을 기르겠다고 말하면서 공방에서 정령의 제어력 등을 익히면서 수련을 거듭하게 되면 진성과 시우를 거의 못 만나게 될 거 같으니 이해해달라는 말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시우가 자세히 말해 주지 않아서 몰랐던 내용이었다.
그런 큰일이 있었다니……. 얘기 좀 해 주지.
“그래서 그런 일이 있어서 시우 너도 후계자 후보로 들어간 거고?”
“그래, 맞아……. 난 후계자가 되는 게 정말 귀찮았거든. 자유롭게 살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힘이 있어야 할 거 같더라. 내가 가만히 내 자유만을 찾아서 있으니까 진호 형이 나를 만만하게 보고 너희 둘을 공격한 거 같아. 일종의 위협이지.”
진성은 오늘 시우와 성현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럼 좌천당한 진호 형은 지금 어떤데?”
“일단 진호 형이 관리하던 회사들 일부를 빼앗겼는데, 정신을 차렸는지 대전지부 가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더라고.”
“그럼 정신 차린 게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모르겠다. 진호 형은 약간의 열등감이 있거든……. 나한테 말이야.”
“잘 되겠지, 시우야.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래. 잘돼야지.”
“그래서 성현이는 수련에 들어가는 거고 시우 너는 후계자 후보에 있으면서 기반을 다지려고?”
“그래.”
“응원할게…….”
“고맙다, 진성아.”
“아니, 나는 한 게 없는데 뭐……. 너희 둘이 진짜 고생이다. 나는 그저 너희 둘의 뒤에서 보호받는 존재 같네.”
진성은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였다. 이런 일을 진작 알았더라면 어떻게든 도움이라도 줬을 텐데.
시우의 다 잘 해결됐다는 말에 안심하기만 했던 게 매우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너희 둘이 그렇게 결심했다고 하니…… 나도 보여줄 게 있어.”
진성은 결심했다. 원래 부모님께 먼저 보여 드릴 셈이었는데 이제라도 속 사정들을 얘기하는 친구들을 보니 자신도 세계수의 존재와 세린이 그리고 정령들 등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보여줄 게 있다니?”
“뭔데? 진성아?”
호위하는 헌터들은 잠시 대기하라고 했고, 성현과 시우는 진성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진성과 시우 그리고 성현은 진성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3만 평의 밭의 입구에 도착하였다.
둘은 평범한 작물과 비닐하우스를 보며 진성이 뭐를 보여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