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74. 074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며 부모님과 식사를 마쳤다.
“차현민 헌터는 사람이 좋아 보이더구나.”
식사를 마치고 부모님과 잠깐 얘기 중이었는데 아버지가 차현민 헌터에 대해서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그렇죠? 저도 저분한테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아까 내가 화장실 갈 때 잠깐 대화 나눠보니까 꽤 괜찮은 사람이더구나. 진성아, 사람은 잘 보고 만나야 하지만 저 사람은 기본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니 잘한 거다.”
즉 아버지는 차현민 헌터를 지인으로 둔 것을 잘한 거라고 칭찬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좀처럼 칭찬을 잘 안 주는 성격이신데 오늘 기분이 좋으신지 칭찬을 다 하시네…….
엄마도 차현민 헌터 팬이기도 하고 아까 차현민 헌터가 잠깐 VIP 방에 와서 아는 사이라면서 이것저것 얘기하자 진성을 다시 본 듯 즐거운 표정이셨다.
“그건 그렇고, 이 집 참 맛있구나! 확실히 채소들과 고기 품질이 매우 좋아.”
아버지의 흔한 감상평이었다.
“가격도 싸요! 어떠세요? 확실히 오길 잘했죠?”
“그래. 여태까지 가본 식당 중 최고구나.”
식사를 마치고 얘기를 하는데 직원 한 명이 노크를 하고 들어와 디저트를 주고 간 것이다. 이번 디저트도 저번에 진성이 먹었던 이름 모를 차였다.
그렇게 잠시나마 차 타임을 가진 진성과 부모님은 잘 먹고 간다며 식당을 나와 차현민 헌터에게 인사를 하였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또 오십시오.”
“네~ 잘 먹고 갑니다.”
“아! 진성 씨. 그 저번에 다른 채소들하고 과일들 처리하고 싶다고 하셨죠?”
“네네……. 안 그래도 꽤 많거든요.”
“일단 저희 식당에서 어느 정도 가져가고 남은 건 제가 아는 동기들에게 얘기해서 납품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러면 감사하죠.”
진성은 차현민 헌터와 간단히 대화를 한 후,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출발 준비를 하였다.
“저……. 아버지, 엄마.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그래, 뭐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니?”
부모님은 진성의 말을 기다렸다.
진성은 자신의 밭에 있는 세계수와 세린이 그리고 정령들에 존재에 대해서 다 말하려는데 아버지의 폰이 울려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버지가 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전화를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대체 무슨 일이시길래 안 좋은 표정을 지으시는 거지?
“엄마~ 아버지. 요즘 무슨 일 있으세요?”
“걱정할 필요 없단다. 아들~”
엄마와 아버지가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던 것이다.
어디선가 전화가 올 때마다 부모님은 한숨을 내쉬며 그날 일을 못 하시기도 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엄마…….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돈 관련 문제는 제가 해결해 드릴게요.”
“돈 문제는 아니야…….”
“그럼 뭐예요?”
엄마는 진성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통화를 끝내고 차로 돌아온 강찬성이 아내 대신 말을 꺼냈다.
“네가 알 필요 없다. 그저 사소한 일이니까.”
“……??”
진성은 더 궁금해졌다. 하지만 아버지가 인상을 쓰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니……. 일단 지켜봐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진성아, 아무래도 집에 급히 가야 할 것 같다.”
“네……. 그럼 바로 집으로 바로 갈게요.”
“네가 아까 말하려던 것은 지금 급히 말해야 하는 일이냐?”
“아, 아뇨?”
“그럼 일단 집에 데려다주거라.”
“네, 알았어요…….”
진성은 임진리 마을로 향하며 뒷좌석을 슬쩍 보았는데, 아버지 표정이 꽤 심각하였다. 엄마는 차분하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어서 너무나도 궁금했다.
돌아가는 길은 조금 차가 막혀 20분이 조금 넘어서 임진리 마을로 진입하였다.
“오늘 점심은 잘 먹었다. 진성아, 이만 가 보마.”
“아들~ 조심히 집에 가고 밥 잘 챙겨 먹어야 돼?”
“네네, 들어가세요.”
아버지와 엄마 마을회관에서 내려서 집으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신 건 5년 전 이후 두 번째이신데…….”
돈 문제는 아니라고 했으니 인간관계 문제이신가? 어떤 나쁜 지인이 부모님을 괴롭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마구 들어서 진성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결국 부모님께 세계수랑 정령들 그리고 세린이는 못 보여드렸네……. 뭐 어쩔 수 없지.”
진성은 오후 3시가 된 것을 확인하였다.
“이제 나도 집에나 가야겠다.”
진성이 마을회관에서 차를 몰고 떠나는 걸 지켜본 이가 있었는데 바로 이 씨 아저씨였다.
“저놈 출발하는구만……. 그러면 약 10분 내로 집에 도착하겠지?”
이 씨는 바로 외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혁아! 아까 아침에 나를 밀친 그 헌터, 지금 집에 돌아가는 중이라더구나.”
-어? 그래요……. 오늘 제가 바로 해결해 드릴게요. 곧 출발합니다.
이 씨는 아들 동혁과 통화 중인데 아들 쪽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 ‘많이 바쁜가 보다?’라는 말을 하자 동혁이 대답하였다.
-아뇨……. 바쁘기보다는 제가 이번에 들어간 길드가 피닉스 길드라는 곳인데 거기서 이번 사건에 대해 도움을 준대요. 아무래도 저를 혼자 보내기는 그런가 봐요. 아까 대강 설명했거든요.
“오! 그러니? 아무튼, 동혁아 조심하거라. 그 농부 헌터가 비록 C랭크라고 해도 꽤 힘은 있어 보이니.”
-걱정 마세요, 아버지. 겨우 C랭크한테 제가 당할 거 같아요?
“그래. 알았다…….”
-그쪽에서 순순하게 사과한다면야 폭력은 안 쓰겠지만……. 아무튼, 잘 끝나길 바라야죠.
“그래……. 그럼 꼭 전화해 줬으면 좋겠다.”
-네, 기다리세요. 금방 해결하고 오랜만에 방문할게요.
아들 동혁이와 통화가 끝난 이 씨는 씩 웃었다.
피닉스 길드를 들어가다니…….
아무리 일반인인 이 씨라도 헌터 길드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국내 피닉스 길드는 대한민국 소속이 아닌 미국 길드다.
AAA랭크가 길드장이며 그 밑으로는 AA랭크 2명, A랭크 20명, B랭크 50명, C랭크 400명 등 많은 길드원을 보유하고 강력한 곳이었다.
미국 내에서 상위 5위 길드인데 거기서 아들의 사정은 들었는지 선뜻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다.
“흐흐흐, 이거 일이 잘 풀리겠는데? 아들 혼자만 가면 그래도 걱정이 좀 들었는데……. 피닉스 길드라…….”
그런 대형 길드에서 도와주겠다고 하는 거 보니 B랭크 헌터 동혁이 그들에게는 꽤 가치가 있었나보다. 미래를 생각해서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이니.
“강 씨, 어디 두고 보자고.”
이 씨는 마을회관 쪽에서 아주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진성아 집에 도착해 보니 3시 20분밖에 되지 않은 터라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잠깐 쉬다가 출발하려고 했다. 딱 밭에 가서 4시간만 있다가 오려고 하였다.
“오늘 점심도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제 이 퀘스트만 잘 끝나면 되는데.”
정령 나무가 성장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새로운 정령이 나올까? 아니면 다른 식으로 변화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성장만 하는 것일까? 라는 것을 다양하게 생각 중이었다.
“잠시 헌터 커뮤 30분간 아이 쇼핑 좀 하다가 가야겠다.”
정확히 4시쯤에 밭에 가서 8시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헌터 커뮤에 접속한 진성은 홈피 내부가 바뀌어 있는 걸 확인했다.
거기에 실시간 챗방도 생긴 걸 확인하고는 호기심에 입장하였다.
커뮤에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서 진성은 손님3173으로 닉네임이 떴는데 나중에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방에서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궁금해 들어와 본 것이다.
-손님3173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A급법사:어서 오세요~
-하늘지기:새로운 분 오셨네 안녕하슈~
-손님3173:네 안녕하세요
진성은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 후, 잠시 잠수 즉 눈팅을 하면서 대화 내용을 훑어보았다.
타 길드 비리라든가 아카데미 얘기라든가 또는 국내 S랭크 헌터는 누가 될 것인가 등등의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하늘지기:그나저나 다들 그거 들었수?
-A급법사:어떤 거요? 하늘지기님
-하늘지기:그 현성기업 차기 후계자 이진호 실장인가 그 사람 좌천되고 후계자 후보 다시 재편성한다고 공지 올라왔더라고
-A급법사:그래요?
-속초전사:아 그거 저도 들었어요! 이번에 차남하고 막내가 새롭게 도전한다고 그러더라고요…….
-하늘지기:아무튼 장남이 일을 너무 못했는지 현성기업 내부에서 들은 건데 욕 무지하더라고
-속초전사:하긴 장남인가 그사람 헌터도 아니긴 한데 헌터들한테 갑질 하고 자기가 뭐 잘난 거 마냥 그러던데 좌천돼서 꼴 좋네요 ㅋㅋㅋ
-김수영팀장:현성기업이라…… 흥미롭네요
하늘지기라는 사람이 꺼낸 현성기업의 후계자 편성이라는 말에 다들 웅성거리며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진성은 ‘어라? 이 내용은 시우가 얘기한 적 없는데? 그냥 잘 해결됐다고만 했던 거 같은데……. 나중에 한 번 자세히 물어봐야겠네!’라고 생각했다.
한동안 그 챗방에서 분위기를 살핀 뒤, 챗방에서 나가지 않은 채로 커뮤 신규 글을 좀 더 구경한 뒤에 노트북을 덮고 방에서 나왔다. 슬슬 4시가 다 돼가고 있던 것이다.
“이제 슬슬 나가야겠다.”
진성은 인벤에 쓸모없는 것들을 랜덤 교환 상자에 한 개씩 넣어 처리하겠다는 생각과 세린이에게 더 잘해 줘야겠다는 생각,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 앞에 외국인 세 명과 한국인 한 명이 서 있던 것이다. 마치 자신을 기다린 것처럼 말이다.
“음? 무슨 일이지??”
진성은 그들은 처음 보는데 그들은 마치 자신을 알고 있다는 듯이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뭐 하는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정문 앞에 죽치고 있으니 일단 나가서 물어봐야겠다.”
진성은 대문 밖으로 나가 그들과 마주했다. 그들 중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진성에게 말했다.
“C랭크 농부 헌터 강진성 님 맞으신 가요?”
“네……. 제가 맞는데 무슨 일이시죠?”
“그 다름이 아니라……. 임진리에 거주하시는 이봉준이 제 아버지인데 아까 아침에 아버지한테 연락이 와서요. 댁이 아버지를 밀치고 했다면서요?”
“아, 이 씨 아저씨네 그 외아들이구나……. 일단 밀친 거는 맞습니다. 제가 사과도 드렸구요.”
“사과를 제대로 안 받았다고 하는 거 같던데요? 그리고 아버지에게 그동안 몹쓸 짓 많이 했다고 들은 거 같은데…….”
“아니……. 전 그런 적 없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진성은 무슨 이런 X 같은 일이 있나? 하면서, 이 씨 아저씨가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아들한테 자기 유리한 대로 말했나 보네, 라고 하면서도 좀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뭐, 밀친 건 사실이지만 사과는 했고 끝난 일인데…….
“이봐, 동혁……. 사과받기는 힘들 거 같은데?”
“제임스……. 나서지 마세요. 제가 해결할게요.”
제임스라는 남자는 ‘뭐 그러시던가.’라고 말하며 담배나 피우고 있었다.
제임스 옆에 있는 존과 고트는 동혁을 위해 바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피닉스 길드 간부로서 A랭크들이었다.
“오해라고요?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 보세요. 누가 당신의 아버지를 밀치고 사과 대충하고 떠나면 이해가 가나요?”
“…….”
이 남자의 말이 일리가 있긴 했다.
하지만 평소에 이 씨 아저씨가 자신 또는 부모님 그리고 마을 주민들에게 워낙 갑질과 뒤통수, 사기 등을 많이 해서 감정적으로 그다지 안 좋은 상태였기에 밀친 거였는데, 이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이야…….
“그래서 저한테 원하는 게 뭐죠?”
“공식적으로 제 아버지한테 가서 사과해 주세요. 그리고 마을 주민분들에게도 사과하세요.”
진성은 그 말에 발끈해서 이 씨 아저씨가 평소에 어떤지 다 말했지만 동혁은 이젠 거짓말까지 하느냐면서 진성을 더욱 안 좋게 보며 분노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할 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