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73. 073화
진성의 아버지 강찬성은 아들과 아내를 위해 참기로 하였던 것이다. 평소에는 이 씨와 자주 말다툼하는 편이었으나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 씨는 그걸 보고 강 씨가 자신한테 쫄았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아주 좋아하고 있었다.
“강 씨? 무슨 할 말이 많아 보이는데 다 해 보든가. 흐흐.”
이 씨는 강찬성에게 시비를 걸며 그들이 가는 길목을 막아섰다. 보다 못한 진성이 이 씨에게 말한 것이다.
“저기요? 이 씨 아저씨. 길 좀 내주실래요?”
“뭐라고? 어디서 어른들이 대화하는데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이 씨는 진성에게 꽤 강하게 나갔다. 예전에는 진성에게 아첨하듯이 말했던 이 씨였는데 이제 자신의 외아들이 진성보다 한 단계 높은 B랭크 헌터로 각성했기에 진성을 깔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저씨. 비키시면 안 되나요? 오랜만에 부모님 모시고 외식하러 가는 길인데.”
진성은 한 번 더 이 씨에게 말했지만, 이 씨는 진성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여 더 큰 호통을 치며, 난리를 피우고 있던 것이다.
그 소리에 주변 주민들이 ‘무슨 일인가?’ 하면서 나왔는데 이 씨를 보고 다들 하는 말들이…….
“뭐여~ 또 이 씨가 행패 부리고 있는 거여?”
“이보게, 이 씨! 적당히 좀 해! 강 씨한테 괜한 시비 걸지 말고.”
“하여간, 저 양반은 또 저 난리야. 쯧쯧.”
이 동네 주민의 대다수는 이 씨를 그다지 안 좋게 보고 있었다. 이 씨가 마을에서 사고도 자주 치고 주민들 일부에게 덤터기를 씌운 전적도 꽤 있는 터라 모두가 안 좋아하였다.
그런 주민들의 말에 이 씨는 더욱 열이 받아서 강진성과 그의 부모님에게 뭐라 뭐라 하고 있었다. 결국, 진성은 길목을 막는 이 씨를 살짝 옆으로 밀었다.
“자자, 아저씨. 길목 막지 말자구요~”
진성은 미소를 지으면서 이 씨 아저씨의 몸을 약간 강하게 옆으로 치웠던 것이다. 진성의 부모님이 지나간 후에야 진성도 그 아저씨를 놔주었다.
“어이쿠, 내 몸!!”
이 씨는 강한 악력으로 자신의 몸을 밀쳐 버린 진성을 보며 욕을 한 바가지 하였다.
“이 망할 녀석아! 어른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다니 두고 보자!!”
“아……. 네네.”
진성은 이 씨 아저씨가 예전부터 부모님께 뭐를 빌려 가면 다 고장 내왔던 터라 꽤 불만이 있어서 아저씨를 강한 힘으로 밀어 버린 것이었다.
뭔가 통쾌하다고 해야 하나?
“아이고, 저 녀석이 사람 친다. 엉엉.”
이 씨는 연기를 해 보았지만, 주변 주민들은 쯧쯧쯧 거리면서 다들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진성은 이 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뻔한 연기는 그만하시죠. 방금 제가 밀쳐서 죄송하고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어딜 가! 이놈아!!”
“그럼 몸 건강 잘 챙기세요~”
진성은 바로 그 자리를 떠나 먼저 앞서서 내려가신 부모님께 달려갔고, 이 씨의 연기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주변 주민들도 이 씨가 저러든 말든 다들 신경을 안 쓰는 터라 혼자 남겨진 이 씨는 광분해 아들에게 전화를 바로 걸었다.
뚜루루루.
신호음이 1분간 울렸고, 뚝 소리와 함께 아들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어? 아버지.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지금 바쁘냐?”
-아뇨~
“방금 내가 어이없는 일을 당했는데…….”
이 씨는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였고, 조금 과장을 넣어서 강 씨네 아들이 자신을 밀치고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제압했다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말했다.
그 이야기를 한참 동안 다 들은 이 씨네 외아들 이동혁은 약간 분노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얘기하였다.
-와, 그런 일이 있었어요? 아버지, 괜찮으세요?
“그래……. 몸이 조금 아프지만 참을 만하다.”
-그 강 씨 아저씨의 아들이 C랭크 헌터라구요?
“그래! 자기가 헌터라고 아주 눈에 뵈는 게 없는지 나 말고도 동네 주민들에게 함부로 하더구나.”
-와……. 진짜 어이없네요……. 아버지, 주소 불러보세요. 바로 가서 따지게요.
“그래, 주소가…….”
이 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강진성이 사는 주소를 냉큼 아들에게 알려주었다.
아들은 가서 말로만 따진다고 했지만, 아마 아버지를 위해 위협적으로 제압할지도 모른다.
이 씨는 외아들이 B랭크이기 때문에 진성을 쉽게 제압하고 사과를 받아 내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아들에게 잘 처리해 달라고 말했던 것이다.
-네, 저만 믿으세요. 아버지!
“그래, 동혁아. 고맙구나.”
이 씨네 아들 이동혁은 비록 아버지와 떨어져 지낸 지 오래되었지만, 아버지가 그렇게 나쁘게 변한 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서울로 가서 살 때만 해도 아버지 이 씨는 굉장히 주변에서 평판이 좋은 인물이었고, 자상한 아버지였기에 그 기억만 가지고 있는 동혁은 그 강진성에게 적개심을 불태웠다.
감히 내 아버지를? 가만 안 두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일단 가서 말로 따져보고, 그래도 그 사람이 싹수없게 나오면 손을 봐주리라고 생각하였다.
-아무튼 제가 사과받아내면 알려 드릴게요~ 아버지, 몸 건강히 잘 계세요.
“그래, 동혁아! 나중에 보자꾸나.”
-네. 저 이만 끊을게요!
뚝 소리와 함께 외아들 목소리가 끊기자 이 씨는 흐흐흐 거리면서 ‘강 씨…….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라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씨는 외아들에게 부탁했지만 아까 집으로 인터뷰하러 온 기자 중에 친해진 기자도 있어서 여론조작을 좀 해야겠다며 그 기자에게 이 소스를 던져 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 그냥 던지자! 어차피 강 씨는 그렇다 쳐도 그 아들놈은 평소에 마음에 안 들었어.”
이 씨는 흐흐흐 거리며 아까 인터뷰 왔던 기자 중 한 명의 명함을 꺼내서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삼보 일보 장우혁 기자입니다. 누구시죠?
“아! 저는 그 B랭크 헌터 이동혁의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아까 인터뷰하러 오셨었죠?”
-아하! 이동혁 헌터님의 아버지분이시군요?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
“아……. 그게 말입니다.”
이 씨는 아까 있었던 일을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 자기에게 나름 유리한 쪽으로 외아들과의 통화 때처럼 똑같이 이야기했다.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것참 힘드셨겠습니다.
“혹시 이런 거로 그런 나쁜 헌터에 대한 기사를 올릴 수는 없는가, 해서 전화 건 겁니다.”
-물론 당연히 됩니다.
이미 삼보 일보 기자는 재밌는 특종이 생겼는걸? 하는 생각이 들어서 편집장님께 보고 후에 바로 기사를 내보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C랭크 헌터가 사람을 쳤다? 그 정도는 흥미가 떨어지지만……. C랭크 농부 헌터가 B랭크의 아버지를 폭행하고 그 B랭크 헌터가 복수하러 간다고 하니 아주 재밌는 기사가 나올 듯하였다.
-그럼 제가 편집장님께 전화드려 보고 기사를 내는 게 확정이 되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기자님.”
-당연한 일을 해드리는 겁니다. 그런 나쁜 헌터들은 없어져야 하니까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삼보 일보 기자 그리고 이 씨 외아들 B랭크 헌터 이동혁 등이 강진성을 악질적인 헌터로 몰고 가는 데 성공한 이 씨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자신이 될 것이다.
삼보 기자와 통화를 대강 마무리한 뒤 이씨는 중얼거렸다.
“감히 날 건드려? 가만히 두지 않겠다, 흐흐.”
삼보 일보 기자 장우혁은 바로 편집장님에게 보고했다.
마침 근무지에서 근무 중이었고 편집장님도 퇴근하지 않고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편집장님. 제가 소스 받은 게 있는데…….”
“그래? 장 기자! 한번 말해 봐.”
장우혁 기자는 편집장에게 이 씨의 이야기를 똑같이 전달했고, 편집장은 조금 고민하다가 ‘한 번 기사 만들어 봐! 재밌겠는데?’라고 하면서 허가해 주었던 것이다.
허가받자마자 장 기자는 문자로 이 씨에게 ‘허가되어 바로 기사 낼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보내었고 이 씨는 바로 확인하였다.
“일이 술술 풀리는구먼.”
이씨는 ‘어디 한 번 제대로 당해 봐라!’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기사가 나올 날을 기다렸다.
한편, 이런 계획이 진행되는 줄 모르는 진성은 아버지와 엄마를 모시고 차현민의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들~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거니?”
진성의 엄마는 아들이 데려가려는 음식점이 궁금했던 터라 물어보았는데 진성은 ‘엄마, 도착하시면 알 거예요~’ 하면서 더욱 궁금증을 유발했다.
“아들 대체 어디길래…….?”
“에이, 엄마. 도착해 보면 안다니깐요! 분명 두 분 모두 마음에 드실걸요? 진짜 예약조차 힘든 곳이거든요.”
계속 아들이 안 알려주자 일단 잠자코 기다려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이었다.
과연 어디를 데려가길래 이렇게 비밀을 유지하는 것인지 너무도 궁금했던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약간의 침묵이 유지되고 가야리 안쪽으로 진입한 진성의 차는 어느 건물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13분이었다.
“자, 여기예요!”
진성이 말하는 건물의 간판을 보니 부모님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차현민 헌터가 운영하는 식당 본점이었던 것이다.
물론 가야리에 있다는 것을 지인에게 듣기는 했지만, 설마 이쪽으로 데려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들~ 진짜 여기로 예약한 거니?”
“네, 당연하죠! 차현민 헌터하고는 꽤 친하거든요.”
“그, 그러니?”
진성의 엄마는 차현민 헌터 팬이었는데 설마 아들하고 친할 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진성의 아버지 찬성은 ‘설마……. 그냥 얘기하는 거겠지.’라며 믿지 않았다.
“자자, 들어가요~”
진성이 부모님을 모시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계산대에 있던 한 직원이 진성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오셨군요? 안 그래도 스승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일단 자리 안내해 주세요~”
“네, 이쪽으로 오시죠.”
VIP 방에 안내되어 직원의 설명을 듣는 부모님은 약간 얼떨떨한 듯했다.
아무래도 차현민 헌터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니 그의 식당을 예약하는 것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아마 아들이 진짜 어렵게 예약 잡았나보다, 생각하는 중이었는데…….
진성은 그런 부모님의 생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이 집 진짜 채소들도 싱싱하고 고기도 품질이 좋아요!’라는 말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VIP 방에 차현민 헌터가 들어와 진성에게 인사를 하자 부모님은 ‘진짜로 차현민 헌터와 친한가 보네.’라며 더욱 놀라워하였다.
“진짜 진성이와 친합니까?”
진성의 아버지는 아직도 얼떨떨하여 다시금 물어봤는데 차현민 헌터는 미소를 지으면서 ‘네! 아버님. 아는 사이이고 나름 친합니다. 그리고 제가 진성 씨한테 도움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라고 하자 부모님은 아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아들이 친한 사람이라곤 그 두 친구뿐이었으니……. 이런 유명한 사람과도 친하게 지낼 줄은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이었다.
“자, 이제 진짜 믿으실 거죠? 저 진짜 많이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 만났어요.”
진성은 부모님께 말했다. 예전의 자신이 아니라고…….
“그래, 알았다.”
찬성은 아들이 헌터가 되고 나서 많이 바뀐 걸 인정하였고, 진성의 엄마 혜진도 아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자자, 아무튼 식사들 하십시오.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
차현민 헌터는 분위기를 슬쩍 보고 빠져준 것이다. 아주 멋진 타이밍이었다.
“네, 그럼 현민 씨~ 다음에 얘기해요.”
“네, 진성 씨.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차현민 헌터가 나가고 나서 부모님은 진성에게 어떻게 저분과 만나게 됐느냐 하면서 각종 질문을 쏟아냈다.
진성은 퀘스트하다가 만나게 되었다고 간단히 설명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