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71. 071화
“일단 당장 수확 가능한 것 중에서는 일부는 경매장에 올리거나 차현민 헌터에게 납품하거나 해야겠네.”
아니면 저번에 문산역에서 맨드레이크를 판매했던 것처럼 즉석 판매하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였으나 그래도 꽤 많은 양이 남을 것 같았다.
“진짜 대량으로 여러 가지 키워도 문제구나……. 마땅한 판매처가 없네.”
진성이 보통의 농부였었으면 대형마트들과 계약해서 납품했겠지만, 한두 가지만 기르는 게 아니었고, 다른 농부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른 작물들을 많이 키우고 있었기에 평범하게 납품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친구인 시우 또는 차현민 헌터에게만 시스템에게 선택받아서 작물 등을 빠르게 키울 수 있게 되었다고 얘기는 했지만, 이 얘기를 다른 농부 헌터들에게 얘기했다간 큰 논란만 생길 것이다.
일단 대부분은 믿지 않을 것이었다.
시스템에게 선택을 받아서 빠르게 작물을 키울 수 있다?
물론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아마 대다수 농부 헌터들은 왜 저런 새파란 젊은 애송이한테 그런 능력을 주었느냐면서 시스템을 욕하거나 진성을 향해 수많은 질투와 시기가 들어올 것이 분명하였다.
그렇게 되면 일부는 진성의 부모님에게 찾아가서 물어보는 등 아주 귀찮게 할 것이다.
그리고 즉석 판매도 자주 하면 의심을 사게 되니 블랙마켓이나 경매장에 익명으로 대량등록하거나 아니면 친한 차현민 헌터에게 납품을 하거나 시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그냥 블랙마켓이나 경매장에 익명으로 등록해서 절반 정도 판매하고 나머지는 차현민 헌터 또는 시우에게 납품해야겠다.”
저렇게 해도 남는다면야 날 잡아서 역 앞이나 문산 시장에서 즉석 판매 신청을 하면 되었고, 그렇게 했는데도 남으면 자신이 먹으면 그만 아닌가?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오늘 밭 좀 점검하고 살펴봐야지.”
아무리 세계수의 버프가 걸려 있는 밭이라곤 하나 진성이 꾸준하게 밭을 점검하는 이유는 작물에게 큰 관심 즉 사랑을 주기 위해서다.
정령들과 세린이가 틈틈이 관리한다곤 하지만 그래도 가서 작물들에 관심을, 즉 사랑을 주었고 어떻게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으려고 했다.
물론 정령들과 세린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키우는 작물들이었으니 관심이라도 주는 게 맞았다.
“이제 슬슬 밭에 가 볼까?”
아까 시우의 전화로 더 이상은 방해가 들어오지 않을 거라 했으니 이제 자신의 밭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면 되었다.
“지금 시간이…….”
진성은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면서 시간을 확인했는데 오전 8시가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밥은 대충 먹고……. 아! 점심에는 오래간만에 부모님하고 외식해야겠다.”
진성은 틈틈이 문자를 보내며 부모님과 연락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을 못 뵌 지 꽤 돼서 오늘 시간이 되니 함께 외식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일단 전화라도 해야겠지? 오늘 시간 되시려나 모르겠네…….”
진성은 아버진 자신의 전화를 잘 받지 않으니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음이 시작되자마자 받으셨다.
역시 빠르게 받으시네…….
-아들~ 웬일로 이 시간에 전화했니?
“엄마~ 다름이 아니라 요즘 얼굴 못 본 지 좀 오래됐고 해서……. 혹시 점심쯤에 시간 되세요?”
-오늘 나갈 일이 없어서 시간을 될 거 같아. 아들~
“네, 그럼 점심에 외식 한 번 해요! 제가 좋은 식당 하나 알거든요.”
-그래, 알았어~
“네, 그럼 제가 13시 되기 전에 제 차로 모시러 갈게요.”
-응~ 알았어, 아들.
“네, 그럼 이따 봬요.”
엄마와 간단하게 통화를 끝낸 진성은 차현민 헌터가 운영하는 뷔페식당에 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일단 예약해야겠네……. 혹시 몰라. 평일이어도 예약 꽉 찰지도 모르니까.”
차현민 헌터가 운영하는 그 뷔페식당은 워낙 유명해져서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항상 꽉 찼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헌터 커뮤에서도 예약 안 하면 못 먹는다고 할 정도였다.
그곳의 채소 코너는 진성의 농장처럼 A급 품질인 채소들만 선별해서 내놨고 고기들도 마찬가지였다. 고기들은 대부분 차현민 헌터와 그 제자들이 조리해서 나왔다.
“현민 씨한테 연락 한 번 해야겠다.”
진성은 엄마와 통화가 끝난 뒤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차현민 헌터도 일어난 지 얼마 안 됐는지 빠르게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음……. 여보세요?……. 진성 씨! 무슨 도움이 필요하셔서 전화해 주셨나요?
“네! 도움이라기보다는 오늘 13시나 14시쯤에 제가 부모님 모시고 식사하려는데, 마침 현민 씨가 운영하는 뷔페식당 생각나서요. 혹시 오늘 예약될까요?”
-네, 물론입니다. 저번처럼 방 쪽으로 예약드 리겠습니다.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아, 그건 그렇고 저번에 식사 잘하고 가셨다고 한 거 제 직원들에게 들었습니다.
“네, 진짜 맛있게 먹고 갔어요~ 거기에 제 식사비도 안 받으시다니……. 좀 미안해지더라고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진성 씨가 납품해 주시는 채소들 덕분에 제 식당이 더 빛나고 있으니까요.
차현민 헌터는 이런 품질의 채소들을 키워낸 진성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었다. 농사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농사에 진심이 보였던 것이다.
마음가짐이 덜된 농부가 기르는 작물들은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오지 않는다.
작물들에게 신경을 안 쓰는지 일부가 변색이 되거나 시든 부분이 있음에도 판매하는 농부 헌터들을 봐온 차현민 헌터였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현민 씨.”
비록 세계수라는 버프를 받아 품질이 월등히 높아졌지만 어찌 되었든 상추와 루콜라는 진성이 키운 작물들이다.
-그럼 13시 또는 14시에 오시는 걸로 알고 예약해 드리겠습니다. 진성 씨. 그럼 그 시간대에 뵙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현민 씨.”
차현민 헌터와도 전화가 끝났고 진성은 휘파람을 불며 아침을 간단히 먹은 후 자신의 밭으로 향했다.
자신의 땅 같지도 않은 3만 평의 드넓은 토지를 보며 감탄했다.
“이젠 3만 평의 주인이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 10만 평의 주인……. 그리고 마지막에는 몇십만 평이 되어 있을까?”
세린이와 정령들은 오늘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작물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진성도 오늘은 워낙 기분이 좋아서 더욱 작물들에게 관심을 줘야겠다며 맨드레이크들에게조차 다가가 꼼꼼하게 관리해 주고 있었다.
맨드레이크들은 ‘저 인간 갑자기 왜 이러지?’라는 표정들이었는데, 진성이 그동안 맨드레이크들을 차갑게 대했기 때문이었다.
진성의 입장에서는 다른 작물들에 비해 맨드레이크들을 쓸 곳이 마땅치 않아서 그랬던 것인데 맨드레이크들 입장에서는 차별이 느껴졌던 터라…….
진성이 다가와 관리를 해 주려고 하자 무서웠던 것이다.
“너희 내가 관리해 주니까 기뻐서 부르르 떠는 거구나?”
진성은 오해하고 있었다. 맨드레이크들은 진성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항의는 하지 않았다. 항의하면 또 험하게 자신들을 굴릴 것 같았기에…….
“맨드레이크도 이제 100개가 넘네.”
그중 일부는 플래티넘 등급이 되어 있었는데 혹시 모를 퀘스트 즉, 세계수의 파편 퀘스트가 또 있을지 몰라서 맨드레이크들을 놔두고 있었다. 분명 필요해질지 몰라서 키워보는 것이었다.
맨드레이크와 황금 보리, 벌집 등의 정보창을 열어 확인한 뒤에 세린에게 말을 걸었다.
그저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인사였다.
“세린아~ 오늘도 특별한 일은 없지?”
“네! 없어요. 아빠.”
세린이는 언제봐도 귀여웠다. 자신도 점점 자연스럽게 아빠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 세린이가 아빠라고 불렀을 때 약간의 절망감과 부담스러움이 가득하였는데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걸까? 오히려 세린이에게 사랑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세린이 뒤에 있던 작은 정령들 즉, 4대 속성 정령들도 성장할 때마다 커지고 있었는데 정보창을 보니 정령 나무에서 가장 늦게 나온 녀석들도 중급 정령으로 되어 있던 것이다.
“정령 나무도 한 번 더 레벨업 시키면 다른 속성 정령이 나올 것 같은데…….”
이번엔 어떤 정령이 나올지 조금 기대가 되는 진성이었다.
정령 나무도 성장하면서 세계수처럼 커지고 있었는데 어디까지 자랄지 궁금해졌다.
세계수는 벌써 자신의 키를 훌쩍 넘었고 4m? 아니, 5m 이상은 더 자라겠지……. 정령 나무도 그렇게 되려나?
“궁금하니 성장 촉진제 써봐야겠다!”
진성은 세린이와 정령들을 데리고 정령 나무 앞으로 왔다. 그리고 정령 나무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정령 나무 Lv.10
등급:플래티넘
생각:성장 촉진제 감사염~
특징:지구에서 단 두 그루밖에 없는 정령 나무입니다. 첫 번째 정령 나무는 서울에 있으며 엄중히 보호받고 있습니다.(4대 속성의 정령들 외에 다른 속성의 정령들도 태어납니다.)]
“현재 레벨 10인데……. 성장 촉진제가 먹힐지 모르겠네?”
세계수도 어느 순간부터 성장 촉진제가 안 되었고 퀘스트로 성장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번의 세계수 파편 퀘스트 같은 걸로 말이다.
“아직 10레벨이라서 촉진제 먹히겠지, 뭐……. 한 번 써봐야지.”
진성은 인벤에 있던 성장촉진제 한 병을 꺼내 정령 나무에게 부었다.
정확히 말하면 뿌리 쪽에 부었고 잘 스며드는 걸 확인하였다. 한 병을 다 쏟아붓자 알림창이 하나 떴는데…….
-성장 촉진제 1병을 정령 나무에게 사용하셨습니다. 성장 촉진제가 더 이상 정령 나무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역시……. 얘도 퀘스트인가?”
성장 촉진제 한 병을 다 부었음에도 저런 알림이 뜨는 거로 봐선 분명 시스템이 퀘스트를 주리라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퀘스트 알림이 떴다.
-C급 퀘스트
정령 나무를 다음 단계로 성장시키자!
1. 마력 7,000을 정령 나무에게 주입.
2. 맨드레이크 플래티넘 등급 1개, 황금 사과 1개, 세계수의 수액 소량 필요.
3. 정령사의 정령력 일정량 주입 필요.
“뭔가 간단해 보이기는 하는데……. 1, 2번은 그렇다 쳐도 3번은??”
정령사의 정령력은 뭐지? 친화력 같은 건가? 정령사라……. 내가 데리고 올 수 있는 정령사는 성현이밖에 없는데?
그런데 성현이는 내 밭에 정령 나무가 있는 걸 모르는데……. 이걸 이야기해 줘도 되려나?
외부인보다는 친구가 믿을 만하지만 고민이 되는 진성이었다.
“마력은 지금 줘야겠다…….”
진성은 빠르게 끝내려고 정령 나무 기둥에게 손을 갖다 대니 ‘마력 7,000을 정령 나무에게 주입하시겠습니까?’라는 알림이 떴고, 진성은 바로 진행했다.
현재 진성의 마력량은 광폭화였는데 한동안 정령 나무에게 마력을 빨리고 나니 500만 남았다.
“마력 대부분을 주입하니까 뭔가 몸이 무거워졌네.”
약간의 활기가 없어진 걸 느낀 진성이었다. 마력이야 잠자면 금방 회복되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이제 2번이…….”
진성은 세계수 근처에 있던 맨드레이크 중 플래티넘 등급 한 개를 쑥 뽑았다.
뽑힌 맨드레이크는 ‘이제 자신 차례인가?’라는 걸 직감했는지 비명을 지르며 거부했지만, 진성은 몇 대 때려서 기절시켰다.
“이제 얘랑……. 황금 사과 한 개 하고 세계수의 수액인가?”
황금 사과는 3일 후에 수확이 가능했는데……. 어차피 시간은 남아도니 이건 잠시 보류해야겠다.
인벤에 저번에 사둔 유리병이 몇 개 있었는데 그중 한 개를 꺼내 세계수 앞으로 다가갔다.
수액이라면, 세계수에게 상처를 내야 하는데 음……. 어떻게 하지?
함부로 손대기가 좀 곤란한 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