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70. 070화
아버지란 단어는 오직 시우에게만 허락된 단어였다.
진호는 회장님 앞에서 공포심으로 가득한 얼굴이었고 현성기업의 회장은 그런 진호를 굉장히 한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경고했건만……. 아무 죄도 없는 시우를 건드리다니……. 아무래도 차기 후계자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이진호 실장은 아무래도 내 경고를 무시했으니 확실한 벌을 줄 수밖에 없겠군.”
회장은 작게 중얼거렸지만 바로 앞에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진호에겐 아주 잘 들렸다.
회장이 자신의 자리에 있는 어떤 버튼을 누르자 약 10초도 안 돼서 회장실 안으로 어떤 인물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그래. 손호준 비서실장! 이진호 실장이 현재 관리하고 있는 회사가 어디 어디지?”
비서실장은 회장의 갑작스러운 발언에도 당황하지 않고 바로 얘기하였다. XX 물산, XX 컴퍼니 등등 대략 열 개 정도 되는 기업들의 이름이 나열되었다.
비서실장의 말을 들은 회장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다시 눈을 뜨고 말했다.
“그럼 물산과 컴퍼니를 제외하고 다 빼게…….”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회장은 이 자리에 비서실장만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진호는 그들 사이에서 이미 투명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이진호 실장은 좌천입니까?”
비서실장이 떨고 있는 이진호를 잠깐 쳐다보고 회장에게 말했는데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XX 물산이 있는 대전지부로 좌천시키라고 말했다. 모든 짐을 거기로 옮기라는 얘기였다.
“네, 그럼 당장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렇게 하게 비서실장. 아, 그리고 밖에 아직 시우가 있는 거 같은데 이진호 실장이 나가는 즉시 데려오게.”
“네, 회장님.”
시우는 이진호의 처우가 어떻게 될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회장실 밖에서 기다린 것이다.
“그럼 회장님. 저는 이만 나가서 대기하겠습니다.”
비서실장은 조용히 나왔고, 회장은 이진호를 다시 쳐다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진호 실장……. 이번 사건으로 공식 차기 후계자 단일 후보에서 경쟁자가 늘어났음을 알고 있게.”
원래는 이진호만 후계자 후보로 등록돼 있었는데 이진호가 계속해서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차남과 막내에게도 공정하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진호가 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회장이었지만 너무도 큰 사건을 저지른 터라 차남 시우와 막내 진우에게 억지로라도 기회를 줄 셈이었다.
두 명 다 다투고 싶지 않아서 진호에게 양보한 것이었는데 진호가 결국 큰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회장님. 마지막 기회를 주십시오…….”
“그 기회는 저번에 내가 줬을 텐데? 안 그런가? 이진호 실장!”
이진호는 ‘회장님이 진짜로 화가 나신 거구나……. 그 망할 시우 녀석하고 그 친구들 덕분에 내가 이렇게 당하는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하운드 팀하고 혈귀가 실패할 줄이야……. 비록 내가 대전으로 좌천당하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 돌아와야겠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그만 나가 봐! 한심한 놈…….”
회장은 이진호가 꼴도 보기 싫었다. 빨리 대전에나 내려가라고 하루의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이진호는 회장실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미스릴 팀과 시리우스 팀, 비서실장은 이진호 실장에게 전혀 동정의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쌤통이라는 표정이랄까…….
이미 본사 직원의 절반 이상이 진호 실장을 안 좋게 보고 있었다.
진호는 회장실 앞 대기실에 시우가 있음에도 전혀 시비를 걸지 않고 힘없이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시우 도련님. 이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손호준 비서실장님.”
비서실장은 회장실을 한 번 똑똑 두드렸고 안에서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어주었다.
“그래, 시우야……. 집에 안 가고 왜 기다린 것이냐?”
“네, 아버지. 왠지 아버지가 또 하실 말이 있을 거 같아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그래……. 진호는 대전으로 좌천시켰으니. 다시는 너를 방해하는 일은 거다.”
“네, 아버지…….”
“아,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진호에게 크게 실망했으니 너와 진우에게 차기 후계자 후보 기회를 공정하게 주려고 하는데 혹시 할 생각은 있는지 궁금하구나.”
“결국 그렇게 되는 건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후계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해야 할 거 같아요…….”
“그래, 잘 생각했다!”
회장은 이번에도 시우가 거절할 줄 알고 조심스럽게 말해 본 건데 다행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조금은 기뻤다.
“진우는 아마 귀찮아할 거 같지만, 그 녀석에게도 공정하게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 진우는 하지 않을 거예요……. 학생이라…… 자유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뭐, 그 녀석이 그렇긴 하지…….”
막내 이진우는 이런 거에 크게 관심이 없는 터라 거절할 게 분명하였다. 아니, 오히려 시우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고자 할지도 모른다.
진우는 어렸을 때부터 이복형인 시우를 더 잘 따랐고, 친형인 진호를 매우 싫어했다.
“아무튼, 발표는 아침에 할 테니……. 회사 몇 개를 너에게 맡겨 보고 싶구나.”
진우는 후계자 경쟁을 하지 않을 게 뻔해서 이경찬 회장은 시우를 밀어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우가 바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자 회장은 시우가 드디어 차기 후계자에 대해 결심이 진짜 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지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럼 이제 볼일이 끝난 거 같으니 이만 돌아가서 쉬어라.”
“네, 아버지도 편히는 못 쉬겠지만 쉬세요.”
시우가 회장실에서 나가자마자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결국 시우 도련님께서 결단을 내리신 겁니까? 회장님.”
“그래……. 앞으로 손호준 실장이 시우를 잘 챙겨 주게.”
“물론입니다. 회장님. 역시 후계자 자리는 시우 도련님이 제일 잘 맞습니다.”
중립이어야 할 비서실장을 포함해 현성기업 본사 직원들 대부분이 시우를 지지하였다.
진호가 단일 후보였을 때는 재미없게 흘러갔는데, 직원 대부분의 지지를 받는 진정한 제왕의 그릇을 가진 시우가 본격적으로 차기 후계자 경쟁에 뛰어들기로 했으니 현성기업은 앞으로 아주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비서실장은 아주 기대가 되는 표정이었다.
“그래. 이만 집에 가야겠군……. 아침 발표는 비서실장 자네가 잘 처리해 주게.”
“네, 회장님 맡겨주십시오!”
회장실 안에서 비서실장과 회장이 대화를 거의 마무리할 때쯤…….
시우는 시리우스 팀의 호위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미스릴 팀은 회장님을 호위하며 돌아갔다.
시우는 본가가 아닌 회장인 아버지에게 받은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아파트로 돌아갔고, 회장은 자신의 부인과 진우가 거주하고 있는 본가 저택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 * *
새벽 5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진성이 자는 동안 많은 일이 펼쳐졌다. 진성은 잠을 잘 잤지만, 친구들은 그날 고생을 심하게 하였다.
시우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시간이 조금 흘렀고 아침이 되었다.
오전 7시 30분이 되었고, 진성은 잠을 잘 자고 일어났다.
“벌써 아침이구나. 10분만 더 자고 싶은데.”
그래도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니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머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시우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어? 시우 전화네.”
시우 전화를 받아보니…….
-진성아 잘 해결됐다.
“뭐를?”
-저번 블랙마켓 사건 때부터 너 밭 침입자 사건까지 등등 잘 해결했어.
“그래? 잘됐네……. 그거 해결하면서 뭐 어려운 일이나 다칠 만한 일은 없었고?”
-어……. 없었어.
“흐음……. 그래?”
-앞으로 진호 형이 너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 내가 이번에 제대로 해결했으니까.
“고생했겠네……. 아무튼, 고맙다. 시우야.”
시우는 진성이 조금 의심하듯이 물어봐서 사실대로 말할 뻔했다. 물론 해결한 것은 맞지만 조금 피해를 보긴 하였다.
그리고 진성에게 괜한 걱정 끼치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사실을 감춘 것이다.
-혹시라도 진호 형이 또 이상한 짓 하거나 그런 묘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어~ 그래, 알았어.”
시우와의 통화가 끝난 진성은 아까 시우가 조금 말을 더듬으면서 말해서 의심이 들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시우가 잘 해결했다고 확실하게 얘기했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수면 열매 수확하는 시기가 거의 다 돼갈 텐데?”
진성은 그동안 잊고 있던 한 달에 한 번 있는 수확의 날이 생각나 정보창을 띄워 보기로 했다. 시간이 며칠 남았는지 보기 위해서다.
[이름:농부 헌터 강진성의 땅+1강
규모:30,000평
등급:SS (세계수의 가호)
상태:최고의 상태를 가진 기름진 땅이다.
특징:SS등급 이상의 땅이다. 1강으로 강화가 된 땅이다. 최소 A+등급의 작물이 탄생한다.
시설물:1,000평짜리 비닐하우스 5개 동 +수면, 주렁주렁, 포션 나무]
“여기에서 수면 나무랑 다 열어 봐야지.”
진성은 시설물에서 수면 열매 나무 등의 정보창을 다 열어 보았다.
[이름:수면 열매 나무 Lv.MAX
등급:중급(레어)
생각:불면증으로 고생하고 계신다고요? 이 열매 한 개를 먹으면 매일매일 잠이 잘 옵니다.
특징:효과 50일 지속(잠이 잘 옵니다.)]
[이름:당뇨 열매 나무 Lv.MAX
등급:중급(레어)
생각:이 열매 한 개면 1~2기 당뇨는 제압됩니다!
특징:당뇨 말기가 아닌 이상 웬만한 초기 중기 당뇨 증상을 파괴합니다.]
[이름:포션 생산 나무 Lv.MAX
등급:중급(레어)
생각:드디어 나도 레어다!
특징:1초당 체력 30 상승.]
[이름:파워 주렁주렁 열매 나무 Lv.MAX
등급:고급(유니크)
생각:흑채 따윈 필요 없어! 이 몸이 최강인 것이다!
특징:이 열매의 즙을 짜서 머리에 매일 한 번(2일간) 뿌리기만 한다면 풍성해진다!(아직도 흑채로 해결하세요? 이젠 파워 주렁주렁 열매가 있습니다!)]
“엥? 내가 잘못 봤나?”
모두 MAX 레벨로 표시되어 있었고 등급도 올랐던 것이다.
파워 주렁주렁 열매 나무야 원래 MAX였지만 나머지는 다 등급이 상승해 있고 레벨도 최대레벨이었다.
수면 열매는 효과가 20일 더 늘어나 있었고 포션은 1초당 체력 30 증가로 10이 더 늘어나 있던 것이다.
“내가 알림을 꺼놔서 그런가? 알아서 잘 성장하나 보네. 얘들이.”
진성은 열매들의 수확까지 남은 시간이 3일이 남았다는 것을 알았다.
“3일 후면 수확이라……. 아직 돈도 많이 남았지만, 이번 것은 부모님께 더 드리고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한테 선물로 좀 증정해야겠다.”
수확해야 하는 작물들도 꽤 많이 쌓여 있었는데 이걸 다 어디에 처분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중 일부는 차현민 헌터에게 납품하면 되겠지만 그래도 꽤 많은 작물이 남는 터라…….
“뭐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세계수의 버프가 걸려 있어서 썩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