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69. 069화
“이제 넌 끝이다.”
혈귀 박동규는 붉은색 검으로 성현을 마무리하려고 거의 앞까지 도달했다.
성현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마지막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잘 가라. 애송이!”
혈귀는 검으로 성현을 베었다……. 아니, 뭔가에 막혔다고 해야 할까? 챙! 이라는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음?”
다른 검이 자신의 검을 막고 있자 혈귀는 그 검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들어 올렸다.
“누구냐?”
혈귀는 그에게 물었다.
그는 아주 차가운 얼굴로 혈귀에게 말했다.
“내가 누구냐고? AAA랭크 헌터, 미스릴 팀 팀장 이인우인데?”
“이인우?!”
혈귀는 이름을 듣자마자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AAA랭크라고? 정말 그 유명한 이인우라니. 이런, 상황이 매우 어렵게 됐는데?
“왜 나를 막는 거지? 인연이 없을 텐데. 그리고 저 박성현과 무슨 관계지?”
“내가 말했을 텐데……. 미스릴 팀이라고.”
미스릴 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현성기업에 회장 직속에 미스릴 팀이라는 헌터팀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자신을 막으려고 온 모양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저 박성현을 처리하는 거였는데……. 너무 시간을 끈 모양이다.
아무리 자신이 AA랭크라고 하지만 그 상위 단계 AAA랭크와는 확연히 실력 차이가 존재했다.
이거,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이대로라면 임무는 실패였다……. 이 혈귀가 임무에 실패한다?
“하필 그 이인우라니…….”
혈귀는 쉽사리 공격하지 못했다. 이인우는 판타지 소설의 경지로 따지면 소드 마스터 중급의 경지였다. 그런 그를 이길 수 있을지가…….
“제길……. 고용주님이 이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지원군이 올 거라고.”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혈귀는 잠시 뒤를 돌아 아직 관전 중인 부하들을 보았다. 부하들은 죄다 A랭크들이었기에 협공하면 이기지는 못해도 상처는 입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잔머리 굴리는 거 같은데……. 한 번 해 보든가?”
아주 여유롭게 혈귀를 쳐다보는 인우였다.
그 모습에 혈귀는 ‘나보다 운이 좋아 빠르게 성장한 헌터 따위가!’라며 속으로 욕을 했다.
“아니면 나랑 1대1로 붙어 보든가?”
인우는 혈귀가 어떤 행동을 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AA랭크와의 싸움은 진짜 오래간만이었기에…….
혈귀는 부하들에게 눈치를 주었다. 한꺼번에 공격하라고 말이다. 부하들은 혈귀의 의도를 눈치채고 바로 인우에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성현은 인우와 혈귀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스릴 팀 헌터들이 다가와 성현을 안심시켜 주었다.
“괜찮으신가요? 움직이실 순 있고요?”
“아, 아뇨……. 보시다시피 온몸이 상처투성이라……. 큭.”
미스릴 팀 헌터들은 성현에게 힐을 걸어 천천히 치유해 주었다.
“그런데…… 누가 보내신 건가요?”
성현은 곤란에 빠진 자신을 도와줘서 고맙지만 누가 보냈는지 궁금했던 터라 그 정체불명의 헌터들에게 물어보자 헌터들은 현성기업 소석 헌터 팀이라고 대답하였다. 성현은 시우가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부는 성현을 치료하고 일부는 팀장의 싸움을 지켜보며 내기를 했다.
“야야, 박 대리. 10분 안에 끝난다에 10만 원 건다.”
“에이……. 이 과장님, 10분이라뇨. 5분도 안 돼서 끝날걸요?”
“둘 다 틀렸습니다. 팀장님은 단 1분 안에 끝내실 겁니다.”
팀원들은 이인우가 진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었다. 오히려 내기하고 있을 뿐.
성현은 그것을 보면서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헌터들에게 걱정스럽다는 말을 했더니 그 헌터들조차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간단하게 끝날 겁니다.’ 하고 말했다.
성현은 그래도 ‘혈귀가 AA랭크 실력자며 부하들도 모두 A랭크 실력자인데 아무리 AAA랭크 혼자라고 하지만 모두의 협공을 당해낼 수 없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이인우 헌터가 움직이고 단 1분도 안 돼서 싸움이 끝나는 걸 볼 수가 있었다.
“세상에…….”
아주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혈귀의 부하들은 모두 달려들어 공격했지만, 이인우 헌터는 검을 몇 번 휘두르는 것으로 모두 베어 버렸다. 그리고 남은 건 창백해진 혈귀뿐이었다.
“음……. 19초나 걸렸네…….”
인우는 아무래도 수련이 부족한 거 같다며 ‘임무가 끝나면 폐관 수련이라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잠깐 빠졌다.
혈귀는 그 모습을 보고 더욱 화가 났다.
감히 이 혈귀님 앞에서 여유롭게 다른 생각을 한다고? 아무리 AAA랭크라고 하지만 너무한 거 아닌가?
“감히 이 혈귀님 앞에서 여유를 부린다고?”
“……?”
인우는 갑자기 화를 내는 혈귀가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아 혈귀를 잠깐 쳐다보았다.
혈귀 입장에서는 아주 분노할 정도였다. 마치 자신을 얕보는 거라고 느껴졌기에…….
“뭘 그렇게 화를 내?”
인우는 아예 말까지 놓고 있었다. 인우는 누가 봐도 20대였고, 혈귀는 30대 후반으로 알려져 있다. 아까부터 반말을 사용하는 인우에 더욱 분노한 혈귀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죽어라!!”
혈귀의 붉은색 검이 인우에게 재빠르게 날아왔으나 인우는 아주 간단히 피한 뒤 혈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이익!!”
혈귀는 이미 분노에 잠식되어 칼을 아주 단순하게 휘둘러 허점이 너무 많이 보였다.
그걸 일일이 지적하면서 혈귀를 놀리는 인우였다.
“너무 크게 휘두르는데? 이건 짧게 휘둘러야지!”
인우는 혈귀를 놀리면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전투를 시작한 지 37초가 넘어가고 있었다.
“음……. 이제 슬슬 쓰러뜨려 볼까?”
혈귀는 게거품을 물며 두 눈이 빨개진 상태였고 인우는 편하게 공격을 피하면서 슬슬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여간 팀장님……. 빨리 끝내시지.”
“그러게 말이야.”
“이거 마무리하고 회식이나 가자고.”
미스릴 팀원들은 팀장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걱정을 하나도 안 하고 있었다. 그저 빨리 팀장이 싸움을 끝내고 회식하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랄까.
그때 한 팀원이 멀리서 팀장에게 외쳤다.
“팀장님! 슬슬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부팀장님에게 호출 문자가 오는데요?”
그 말에 인우는 부팀장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빨리 처리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혈귀를 깔끔하게 베어 버렸다. 혈귀는 단 일 검에 치명상을 입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인우는 중얼거렸는데.
“아……. 부팀장 누나한테 혼나겠네……. 아, 그리고 박동규라고 했던가? 이번엔 살려주지만……. 또 이런 의뢰 맡으면 각오해.”
혈귀는 치명상을 입고 기절하기 직전이었지만 인우의 목소리를 아주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화가 났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자, 다들 철수하자구요.”
인우는 혈귀를 베고 성현이 있던 자리로 돌아와 팀원들에게 슬슬 마무리 정리하라고 하자 팀원들은 빠르게 주변 정리를 하고 있었다.
혈귀를 비롯한 적들은 텔포 아이템을 사용해 이진호의 별장 앞으로 보내 버렸다.
인우는 성현의 앞으로 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더 이상의 습격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만 철수할 테니까 그쪽도 일단 집으로 돌아가세요.”
“네…….”
인우는 팀원들의 주변 정리가 끝나자 성현을 먼저 집으로 보내고 그 자리를 떠났다. 미스릴 팀은 정원에서 전투가 일어난 적이 없던 것처럼 원상복구 했다.
성현은 ‘뭐 현성기업의 헌터팀이 무슨 조치를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갔고, 미스릴 팀은 박성현 집에 감시인력만 남긴 후, 이진호 실장의 집으로 텔포를 했다.
이미 진호의 집 앞에는 부팀장 한소율과 이시우 그리고 시리우스 팀이 대기 중이었다.
한소율은 팀장이 너무 늦게 오자 팀원에게 빨리 정리하고 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너…… 왜 이리 늦게 왔어?”
인우는 완전 차가운 표정으로 인우를 노려보는 부팀장 한소율에게 진정하라고 하며 말했다.
“부팀장……. 아니, 소율 누나, 진정해! 내가 늦은 이유가 무엇이냐 하면……. 적 헌터가 AA 랭크 혈귀더라고, 그래서 놀면서 상대하다 보니 늦었어. 하하.”
“……너 정도 실력이면 10초면 끝나잖아!”
“아……. 미안하다니깐.”
소율은 옆에 있던 시우에게 팀장 대신 사과하였다.
“죄송해요……. 시우 도련님. 제가 모자란 팀장 대신 사과드릴게요.”
“괜찮아요. 그건 그렇고 성현이는 무사한 건가요?”
시우가 묻자 이인우 헌터가 ‘네, 물론입니다. 도련님! 깔끔하게 처리하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럼 적 헌터들은요?”
“아아, 그자들은 죽이지 않고 진호 실장의 별장으로 보냈습니다. 아마 살아 있을걸요?”
“이제 진호 형만 잡으면 되겠군요.”
진호의 집 앞에는 이미 많은 헌터들이 포위하며 빨리 나오라고 압박하고 있었는데 도통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확실히 안에 있는 거 맞죠?”
“네, 도련님. 확인해 보니 진호 실장은 안에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도망치지 못하게 이 구역 전체에 마법 결계를 쳐놓은 상태입니다,”
시우는 진호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여러 번 갔고 뚝 소리와 함께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왜 전화했냐?’라는 말이 들리며 자신은 아무 죄가 없는 말을 하였다.
“진호 형……. 회장님이 형 데리고 오라고 했어.”
-무슨 소리야? 얌전히 있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시려고?
“형……. 난 이미 다 알고 있어……. 왜 내 친구들을 습격했어?”
-아니, 이해가 안 가는 얘기만 하네! 내가 네 친구를 습격할 이유가 없는데, 하…….
“형이 계속 그렇게 발뺌하니 더 이상 묻지 않을게.”
-아니, 발뺌이 아니…….
뚝.
시우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옆에 있던 시리우스 팀에게 말했다.
“진호 형, 집으로 들어가서 체포하세요.”
“네, 도련님.”
서길수 팀장은 직접 시리우스 팀을 이끌고 이진호 실장의 집의 문을 폭파하고 쳐들어갔다.
안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는데 이진호 실장의 집을 지키는 경호원들과 다툼이 있는 듯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시리우스 팀이 이진호 실장을 강제로 시우 앞으로 데려왔다.
“야!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감히 나를!!”
“입 닥쳐!”
시우는 웬만하면 욕도 입에 담지 않을 정도인데 진호에게 바로 욕을 했다. 시우가 욕하는 걸 처음 본 터라 시리우스 팀과 미스릴 팀원들 모두가 놀랐다.
“저 시끄러운 입 막고 끌고 가세요.”
“네, 도련님. 다들 들었지?”
서길수 팀장은 팀원을 시켜서 반항하는 이진호 실장 입에 재갈을 물리고 질질 끌고 갔다. 그리고 텔포를 이용해 다 같이 현성기업의 본사에 도착하였다. 그때가 새벽 5시가 다 돼가는 시점이었다.
회장님은 회장실에서 이진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은 차분한 얼굴이었으나 속으론 아주 분노하고 있었다.
회장실 안으로 진호와 시우만 입장하였고 나머지 헌터들은 그 앞에서 대기하였다.
회장은 재갈이 물린 진호에게 쯧 혀를 한 번 차고 옆에 있던 시우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봤다.
“네, 아버지. 괜찮아요.”
“그래……. 너는 이만 쉬러 가거라. 나머지는 차차 이야기하자꾸나.”
“네, 아버지…….”
시우가 나가고 진호만 홀로 그 방에 남았다. 아니, 회장님과 같이 있으니 혼자는 아니었지만, 시우가 나가자마자 공기가 바뀌었다. 현성기업의 회장은 굉장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진호야. 내가 경고했을 텐데……. 사고 치지 말라고.”
입에 재갈이 물린 진호는 말을 하지 못해 회장이 재갈을 풀어주었다.
“그, 그게 아버지.”
“내가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느냐?”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급히 말을 고치는 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