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68. 068화
성내미 터널 뒤처리는 시리우스 팀 전원과 한소율이 하였다. 그때의 시각은 새벽 3시가 넘어갈 때쯤이었다.
* * *
한편, 하운드 팀은 이번엔 진성이 아닌 박성현에게 습격 인원을 보냈다.
성현은 오늘은 왠지 공방에서 밤을 지새우고 싶었던 터라 공방에 혼자 남아 근무 중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혼자는 아니었다. 공방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도 몇 명 있었고 공방 별관 쪽에는 숙식을 하며 공방에서 일하는 연금술사, 마법사 헌터도 몇 명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늦은 시간이라 잠을 자고 있었고 깨어 있는 건 박성현과 일부 경비원들뿐이라고 해야 할까?
“흠……. 이 재료는 이현 씨한테 물어봐야겠는걸?”
성현은 연금술사 공방 지하 3층에서 어떤 재료를 보며 연구 중이었는데 혼자서는 도통 힘들 거 같아 그 재료를 옆으로 치워 두고 다른 연금술사 이름을 언급하며 중얼거렸다.
“벌써 이 시간인가? 슬슬 나도 자러 가 볼까?”
시간을 보니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연금술사 공방 내부는 엄청 조용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이 시간까지 남아 있어 봤네! 다른 동료분들은 일찍 퇴근했는데.”
연금술사 공방에 퇴근 시간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아무리 늦어도 다들 12시 또는 12시 30분에는 무조건 퇴근했다.
이 공방에서 숙식하는 이들은 대다수 당직 근무거나 교대 근무 또는 일부 손님들이었다.
“오늘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성현은 오늘따라 기분이 묘했다. 워낙 감이 좋은 터라 그 감 때문에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많았기에 조금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공방 안이 워낙 안전하다 보니 크게 신경 안 쓰기로 하였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10분만 더 작업하고 별관으로 이동해야겠다.”
성현은 마무리 작업을 하였고, 주변 정리까지 말끔하게 한 다음 이동하려고 하고 있었다.
자신을 감시하는 인원이 있다는 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타겟이…… 곧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장님.”
아주 멀리서 검은 형체의 인원이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성현을 감시하는 연금술사였는데 공방 소속은 아니었고, 별관에 미리 손님 자격으로 들어와 있었다.
공방에서는 손님들이 워낙 많이 방문하다 보니 자세히 조사해 보지 않고 받았던 것이다.
“알파3은 대기해라.”
“네, 대장님.”
성현을 멀리서 감시하는 인원은 무려 B랭크 연금술사 헌터였는데 실력은 거의 A랭크에 근접한 경지로 알려졌다.
성현이 뭘 하는지 어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여 보고하고 있던 것이다. 바깥의 인원과 교신하는지는 몰랐지만.
“타겟이 이동합니다……. 별관 정원 쪽 방향인 것 같습니다.”
“알파3, 계속 추적해라!”
성현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헌터가 성현의 동선을 파악해 보니 별관 쪽이 확실했다.
그래서 대장에게 보고를 올렸고, 추적 명령으로 인해 은신 아이템을 사용하여 성현의 뒤를 쫓았다.
눈치채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고 조용히 움직였다. 성현이 별관 정원의 코너를 돌았고, 그를 추적하던 헌터도 그대로 이동했다.
코너를 돌자마자 바로 앞에 멈춰 서 있는 성현과 부딪힐 뻔했다.
성현은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는데 그럼에도 성현이 말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아까부터 내 감이 알려주더라고요……. 슬슬 나오시죠?”
성현의 말에 잠깐 몸이 얼어붙었으나 그 헌터는 숨을 죽이고 계속해서 성현을 주시했다. 비록 바로 앞에 서 있지만, 성현은 감으로 눈치챘다고 하니 정확한 위치는 모를 것이 분명했다.
약 3분을 박성현 앞에서 숨죽이고 있었는데 성현이 손을 움직여서 바로 앞에 있는 그를 밀었다.
바로 기습을 당한 터라 손길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 은신이 풀려 버렸다.
“제가 아까 나오라고 했죠? 그런데 나오지 않으시니 밀었습니다.”
“어떻게 알았지?”
“제가 아까 말했잖아요. 감으로 알았다고요…….”
“말도 안 돼! 감으로 위치까지 맞췄다고?”
“네! 저는 그게 되던데요?”
말도 안 된다. 감으로 위치까지? 정령사 애송이가 정령으로 위치를 찾은 것도 아니고 감으로??
연금술사 헌터는 굉장히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당신 말고도 저 감시하는 인원들, 꽤 있죠? 이왕에 다 나오라고 해 주시죠? 대체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꽤 많은 인원이 오신 거 같은데…….”
“……!!”
아니, 대체 어떻게 안 거지? 자기야 들켜도 상관은 없었으나 다른 인원들까지 감지해 내다니……. 이건 괴물이다. 절대로 일반 평범한 헌터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 성현의 말에 그 연금술사 헌터 말고도 반응하는 이가 있었다. 이진호에게 의뢰를 받은 용병팀 대장이 손뼉을 치며 은신을 해제하고 나타난 것이다.
“대, 대장님!”
“수고했다……. 어차피 들킨 이상 여기서 승부를 봐야겠군.”
성현을 감시하던 연금술사 헌터는 대장이 은신을 해제하고 나타나자 놀랐다. 하지만 대장은 괜찮다고 말하며 씩 웃으며 성현에게 말했다.
“보통 애송이가 아니군? 감으로 때려 맞췄더라……. 그 정도 감이면 어쌔신 직업이 더 어울릴 텐데 아쉽구만.”
“당신은 누구고 왜 저를 습격하려는 거죠?”
“뭐, 친절하게 대답해 주지……. 우리의 고용주님이 너를 마음에 안 들어 하셔서 한 번 혼내주라고 하더군.”
“고용주가 누군지 몰라도 사람 잘못 본 거 아닌가요?”
“글세……. 우리야 돈을 받은 상태라…….”
성현은 왠지 이곳에서 전투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딱 봐도 저 용병대장이라는 자는 강해 보였다. 자신의 경지보다 더 실력이 높아 보였다. 최소 B랭크? 아니, A랭크 이상이다……. 대체 이런 실력을 갖춘 자가 왜 용병을 하는 거지?
“그래, 머리 열심히 굴리라고……. 어차피 여기서 못 빠져나갈 테니까. 크크크.”
용병대장은 성현이 보는 앞에서 아주 느긋하게 자신의 장비를 꺼내고 있었다.
붉은색 검이었는데 굉장히 날이 잘 서 있었다. 그런데 그 붉은색 검이 어딘가 낯이 익었던 것이다.
“호오? 내 검을 어디서 본 적이 있나 보군.”
“혹시 당신은…….”
“그래, 애송이.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거다.”
성현은 처음으로 얼굴이 조금 찡그려졌다. 하필 최악의 상대를 만났다. 그 용병대장은 바로 AA랭크 혈귀 박동규였다. 무려 A랭크 헌터 일곱 명을 살해하고도 안 잡혔다는 그…….
“크크크. 어때? 내 정체를 알아도 싸울 건가? 아, 물론 죽이지는 않을 거야……. 운 좋으면 식물인간 되겠지만…….”
“하필 혈귀라니…….”
성현은 고용주가 누군지 몰라도 자신에게 원한이 꽤 큰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혈귀를 자신에게 보낼 줄이야……. 이거 큰일인데?
혈귀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 장담은 못 하지만 어떻게든 이겨야 했다. 문제는 혈귀 및 헌터 최소 14명은 더 있는 거 같은데…….
이거 어떻게 하지?
“자, 골라보라고……. 선택권은 줄 테니까.”
혈귀 박동규는 팔짱을 끼고 성현에게 두 가지의 선택지를 주었다. 저항하지 않는다면 아프지 않게 식물인간을 만들어 주고 저항하고 싸운다면 아주 잔인하게 죽일 거라고 말했다.
“시간은 그래……. 10분을 주지. 잘 생각해 보라고 애송이 크크크.”
혈귀는 자신의 앞에서 고민하는 성현을 보며 웃었다. 혈귀 뒤의 부하들도 은신을 해제하고 나타났다. 무려 혈귀 포함 15명의 인원이 성현을 포위하고 있었다.
고민하는 시간이 점차 지나가고 있었다. 혈귀 쪽은 성현이 어떤 선택을 하든 즐거울 거 같다는 표정이었다. 역시 살인귀다웠다.
“자,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선택이라……. 둘 다 절망적이지만…….”
“절망적이지만?”
“당연히 싸워야지! 샐러맨더!!”
성현은 샐러맨더를 소환해서 혈귀 쪽에 불꽃을 날렸다. 혈귀는 회피를 하고 말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크크크. 이거 재밌겠는걸?”
“대장, 괜찮겠소?”
“뭘 말이냐?”
“아무래도 여긴 너무 이목이 쏠릴 거 같은데 도주로 생각하면…….”
부대장이 혈귀에게 말하자 혈귀는 상관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우리가 언제 그런 걸 신경 썼나? 닥치는 대로 부수고 죽이는 게 평소인데.”
“뭐……. 그렇긴 하지만…….”
혈귀와 부대장이 서로 얘기하면서 회피하는 동안 성현은 운디네 까지 소환하였다. 두 정령이 성현을 보호하며 주변을 감시하였다.
“호오? 정령사라고 들었지만, 샐러맨더와 운디네 크기를 보니……. 보통 애송이는 아니구나!!”
샐러맨더가 무지막지하게 컸던 것이다.
보통 엄청 작은 편인데 저렇게 크다니……. 정령력이 우수하다는 이야기군.
“자! 나를 즐겁게 해 봐라. 애송이!!”
혈귀는 크게 웃으며 먼저 달려들었다. 혈귀 부하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저 성현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원 모양으로 싸움터를 만들었다.
그 위치는 관 가기 전의 정원이었는데 거기서 싸움을 벌이는 데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혈귀 부하 중 A랭크 마법사가 결계를 쳐둔 터라 같은 A랭크가 아니면 눈치를 못 채기 때문이었다.
현재 공방에서 제일 높은 경지의 헌터는 B랭크 두어 명뿐이었고, 그마저도 별관에서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었다.
“크윽……. 역시 혈귀.”
혈귀가 휘두르는 붉은색 검은 엄청 예리하여 살짝 스쳤음에도 옷이 찢어진 것뿐만 아니라 팔까지 베였다. 이미 한쪽 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혈귀가 들고 있던 붉은색 검에 성현의 피가 맺혀 있었는데 혈귀가 검을 핥으며 성현의 피 맛을 보고 있었다.
“으음~ 정령사의 피 맛은 좋군.”
“미친…….”
그 날카로운 붉은색 검에 혈귀가 혀를 갖다 대도 상처가 나질 않았다.
“자자, 더 즐겁게 해 보라고?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샐러맨더!!”
성현은 샐러맨더에게 저 혈귀에게 강력한 불꽃 한 방을 쏘라고 속으로 외치자 샐러맨더는 엄청난 불꽃을 내뿜으며 혈귀를 공격해 나갔다.
혈귀는 붉은색 검을 휘두르며 불을 배어나겠다. 그 불꽃 때문에 정원이 불에 타고 있었다. 하지만 혈귀는 불길을 아주 쉽게 막아내고 있었다.
“운디네! 나에게 물의 장벽을!!”
자신의 옆에 있던 운디네에게 물의 장벽 즉, 방어막을 씌워달라고 요청하자 운디네는 성현의 요청대로 물의 방어막을 생성해 주었다.
“그래……. 어차피 너는 여기서 죽을 운명이니 수단과 방법을 다 써서 날 이겨봐라!!”
혈귀는 즐겁다는 듯이 성현과 싸우고 혈귀 부하들은 뒤에서 지키면서 한마디씩 하였다.
“대장님이 오늘따라 즐겁나 보군.”
“그러게……. 저 정령사 헌터는 참 아쉽게 됐어……. 조금만 더 있으면 상위 헌터로 갈 것 같았는데.”
“어차피 저 녀석을 구하러 올 놈은 없어! 내가 만든 이 결계는 우수하니까.”
성현은 점점 혈귀에게 밀렸다. 역시 AA랭크 헌터라 아직 C랭크인 자신과 실력 차이가 너무도 컸다.
몇 차례 공방 끝에 성현은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아무리 물의 방어막을 펼쳤다지만 붉은색 검은 방어막을 아주 간단하게 베어서 성현의 몸에 상처를 내었던 것이다.
“겨우 이 정도라니……. 역시 C랭크라서 그런가?”
혈귀는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성현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피가 묻어 있는 붉은색 검을 쥐고 쓰러져 있는 성현에게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라니……. 미안하다, 진성아……. 시우야…….”
운디네와 샐러맨더가 다가오는 혈귀를 막기 위해 공격했지만, 너무 간단하게 막혔고 혈귀는 두 정령을 베어 버렸다.
그 붉은색 검은 마치 정령들까지 대미지를 주는 듯 보였다. 운디네와 샐러맨더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없어졌다. 죽지는 않았지만 역소환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