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63. 063화
마지막 손님이 와서 남은 맨드레이크들을 구매하자 하루 만에 100개를 전부 판매한 게 되어 버렸다.
“하루 만에 100개가 다 나갈 줄이야…….”
설마 100개를 하루 만에 다 판매할 줄이야……. 개당 30만 원에 판매해서 그런가?
명성도가 엄청 오를 것이 분명했다. 이름을 밝히고 판매한 것은 아니었으나 조금이라도 조사하면 언제든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될 정도였다.
어차피 역 공무원한테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 이름 정도야 얘기할 수 있었다. 나머지 집 주소 같은 것은 알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맨드레이크 전문 판매자로 유명해지는 거 아닌가??”
잠깐 상상을 했는데 그렇게 되면 농부 헌터가 아니라 약초꾼 헌터라고 믿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어떤 농부 헌터가 맨드레이크를 이렇게 대량으로 팔까? 약초꾼 헌터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100개의 맨드레이크를 팔았기 때문에 다들 농부 헌터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이미 판매 글에 농부 헌터라고 밝혔으니 대량의 맨드레이크를 판매한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할 것이다.
“일단 슬슬 정리부터 하고 맨드레이크 후기들은 집에 가서 봐야지.”
판매하면서 헌터 장터 후기를 잠깐 확인했는데, 개당 30만 원에 싸게 샀다며 많은 분이 후기를 올린 것을 보았다.
진성은 테이블과 의자를 치우고 뒷정리를 말끔히 하고 문산역 민원실에 테이블과 의자를 반납하였다.
“테이블과 의자 잘 썼습니다~ 수고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
진성은 민원실 공무원에게 테이블과 의자를 반납하고 인사를 하고 민원실을 나섰다.
민원실 공무원은 진성을 대단하게 보았다. 여태까지 판매 신청을 하는 헌터들은 많았는데 하루 만에 물건을 다 판매하고 가는 헌터는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진성은 맨드레이크를 다 판매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맨드레이크를 구매한 손님들이 전부 현금으로 계산을 했기 때문에 집에 가기 전에 ATM에 들러서 입금해야 했다.
“오늘 번 돈이…… 3,000만 원이구나.”
개당 30만 원에 팔았으니 3,000만 원이 맞았다. 맨드레이크의 적정 가격인 100만 원으로 팔았다면 1억 원을 벌었겠지만, 진성은 돈보다 명성도가 중요해서 싸게 팔았던 것이다.
물론 명성도도 중요하지만, 맨드레이크를 싸게 구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개당 30만 원으로 많이 낮춘 것이었다.
그걸 본 일부는 ‘바보 아닌가?’라고 놀리겠지만 상관없었다. 미래를 생각하고 싸게 판 것이다.
“역 안에 ATM이 있었지?”
진성은 민원실 근처의 ATM에 들러 3,000만 원을 헌터 계좌에 입금하고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오후 7시 20분이었다.
“이제 뭐 하지? 그냥 집에 갈까?”
딱히 할 게 없어 고민을 하던 차에 문득 현민 씨가 생각나서 연락을 해 보았다.
뚜르르르-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현민 씨가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아! 진성 씨!.
“네, 안녕하세.요 현민 씨.”
-네, 무슨 일로 전화해 주셨나요?
“혹시 오늘 영업하세요? 현민 씨 식당에 한번 들르고 싶은데…….”
-네, 지금 영업 중입니다. 오세요. 어차피 제 식당은 밤 10시까지 합니다.
“혹시 자리 있나요? 아니면 예약해야 한다든가.”
-하하하, 자리는 남아 있습니다. 자리가 없더라도 VIP로 예약해 드리면 되고요.
A랭크 셰프 차현민 헌터는 이사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이미 가야리에 뷔페식당을 열었고 가야리 전체 그리고 전국에 차현민 헌터가 가게를 열었다는 소식은 뉴스에까지 나올 정도였다.
전국 각지에서 차현민 헌터를 보려고 또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전국에서 찾아왔고, 어느새 가야리 최고의 식당이 되어 버렸다. 단 며칠 만에 말이다.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차현민 헌터의 식당은 항상 최고 품질의 재료만 썼기 때문에 다들 믿고 먹는 것이다.
게다가 뷔페에서 판매하는 채소들의 원산지를 세세하게 표시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안심하고 먹었다.
그렇게 차현민 셰프의 가게는 인기 많은 식당이 되어 버렸다. 규모는 약 300평 정도 되었고, 가격대도 적당했다.
헌터들 또는 외국인 손님 등 차현민 헌터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중 차현민 헌터의 제자들도 있었고 말이다.
“식당이 궁금하기는 했는데 어떤 식으로 되어 있을까?”
대강 소문으로 듣긴 했는데 그 식당이 궁금해서 현민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어봤던 것이다.
이왕 시간이 남으니 오늘 예약되면 좋고 안 되면 시간이 되는 날에 가 보려고 전화해 봤는데 자리가 있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저녁은 거기서 해결해야지.”
진성은 기대감을 품고 문산역 주차장에 주차해 두었던 자신의 차에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터에 차현민 헌터가 운영하는 식당 주소를 찍고 목적지로 향했다.
한편, 차현민 헌터는 요즘 매우 바빠서 식당을 열자마자 진성에게 열었다고만 말하고 초대를 못 하고 있었다.
진성이 먼저 연락해 방문하겠다고 하여 식당에 일하는 매니저에게 방 한 개를 예약하라고 말했다.
이 뷔페는 홀과 방이 있었는데 방 형식으로 되어 있는 곳은 가족들과 VIP들을 위한 곳이었다. 홀은 오픈 형식이었다.
이 뷔페식당에는 차현민 헌터 외에 매니저 그리고 직원을 포함하여 약 15명이 일하고 있었다.
보통 차현민 헌터는 사무적으로 전화를 받기 때문에 웃으면서 통화를 하는 모습에 다들 통화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상대방이 누구길래 스승님이 저렇게 웃으면서 통화를 하지? 라고 말이다.
“스승님, 상대방이 누구길래 그렇게 기분이 좋으신가요?”
한 제자가 궁금함을 못 참아서 물어봤다. 제자들은 모두 20대 초반이었다.
다른 제자들은 ‘저 녀석, 또 궁금함이 도졌나 보네.’ 하면서, 절레절레 ‘참을성이 없구만.’ 하면서도 스승님이 과연 말해 주실까? 라는 표정들이었다.
“지금 판매하고 있는 상추와 루콜라를 키우신 농부 헌터분이란다.”
“네?”
제자는 잘못 들었나 했다. 보통은 제자들이 상대방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얘기해 주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다들 그 사실을 알기에 이번에도 얘기하지 않으시겠지, 하고 물어본 거였는데, 답변을 하실 줄이야……. 그리고 상추와 루콜라라……. 그건 누가 봐도 굉장히 맛있어 보이고 최상급 품질이었다.
그런 상추와 루콜라를 키워낸 사람이라니! 대단한 사람이 우리 가게에 오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 제자였다.
“대단한 분이 오시네요? 스승님.”
“물론 대단한 분이지……. 나와 나이 차도 별로 안 나는데 예의도 바르고 보기 드문 사람이지.”
스승님이 저렇게까지 얘기하시다니 궁금하다. 스승님이 인정한 사람이 몇 없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였기에 다른 제자들과 질문을 한 제자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조금 있다가 온다고 하니 확인해 보면 되겠지.
“자, 궁금하겠지만, 일들 하세.”
총괄 매니저가 다가와 차현민 헌터의 제자들에게 얘기했다.
제자들은 ‘아차, 아직 우리는 일하는 중이었지.’ 하면서 각자 맡은 구역으로 떠났다.
“매니저? 현재 몇 팀, 몇 명이 남았지?”
“네, 사장님. 현재 손님은 9팀, 17명이 홀에 남아 있습니다. 방들은 현재 비었고요.”
“그래? 이따가 중요한 손님이 오니까 방 좋은 곳으로 안내해 주고 손님의 계산은 내가 결제할 거니까 안내만 잘 해 주게, 매니저.”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총괄 매니저는 차현민 헌터와 같이 일해온 지 6년이 넘은 터라 일 처리를 깔끔하게 잘했고 사장님이 무엇을 하든지 간에 절대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만큼 사장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차현민 헌터가 오후 7시 20분쯤에 진성에게 전화를 받았으니 앞으로 15분 또는 20분 후에 진성이 식당에 도착할 것이다.
총괄 매니저는 미리미리 식품을 채워놔야겠다며 각 구역을 돌며 부족한 채소들을 채우도록 지시하였다. 부족한 코너는 지시하자마자 빠르게 채워졌다.
“좋아, 완벽하군.”
총괄 매니저는 꼼꼼하게 코너를 돌면서 채소와 고기 상태를 살펴보았고 특이한 점이 없었기에 넘어갔다.
아무리 좋은 품질이라도 해도 가끔 불량이 섞어서 나오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했다. 불량인 것들은 채소로 보자면 시들시들한 것들이고 고기로 보자면 냄새가 나는 것들이었다.
총괄 매니저가 모든 준비를 마쳤고 차현민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고 중요한 손님인 강진성이 뷔페식당의 문 앞까지 도달하였다.
“오! 여기가 현민 씨의 뷔페식당인가?”
건물을 통째로 쓰시는구나…….
원래 상가건물이었다고 하는데 현민 씨가 식당 개업하기 전에 상가 전체 리모델링을 하면서 고쳤던 것이다.
뭐, 상가 주인은 이제 현민 씨니까. 그나저나 300평 규모의 식당이 가야리에 생길 줄이야…….
“슬슬 들어가 보자.”
진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현민 씨가 운영하는 뷔페식당에 입장하였다. 자동문이 열리면서 직원이 나와 인사를 하였다.
“네, 어서 오세요. 손님.”
“네, 안녕하세요~ 제가 아까 예약을 했었는데요.”
“혹시 성함이?”
“네, 강진성입니다.”
“아! 사장님의 손님이시군요? 이쪽으로 오세요.”
직원이 친절하게 진성을 안내하였다.
홀을 지나치고 홀 반대편의 방 쪽으로 안내하였는데 방은 꽤 아늑하고 좋았다. 진성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모든 직원이 보았다.
다들 각자 한마디씩 하였는데…….
“저분이 스승님이 말한 그분?”
“그러게. 겉으로만 봐도 성실하게 생겼네.”
“사장님의 중요한 손님이구나. 저분이!”
“자자, 다들 일하시게.”
직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강진성을 쳐다봤는데, 그걸 본 총괄 매니저가 다가와 말하자 다들 일하기 시작하였다.
진성은 좋은 방으로 안내되었고, 총괄 매니저가 직접 방 안으로 들어와 뷔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손님. 가격은 메뉴판에도 나와 있지만 1인당 어른 기준으로 1만 2천 원입니다.”
“굉장히 싸네요? 여기에 나오는 채소들이나 고기들은 최소 상급 품질로 알고 있는데.”
“네, 그렇습니다. 사장님은 고객님들을 위해 항상 이 가격을 고수하고 계십니다.”
“남는 게 별로 없으실 텐데…….”
“하하, 괜찮습니다. 손님.”
진성은 가격을 듣고는 놀랐다.
1만 2천 원이라니……. 너무 싸게 파시는 거 아닌가? 거기에 식사 시간제한도 없고, 이거 너무 손해 보는 장사하시는 거 같은데…….
진성은 조금 걱정이 들었으나 현민 씨가 운영하는 가게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 헌터이니 자기만의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하시는 거겠지, 라며 그러려니 했다.
총괄 매니저는 혹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벨을 눌러달라며 하고는 방에서 나갔고 진성은 뷔페를 돌아보기 위해 방을 나서려는데 차현민 헌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언제 오셨습니까? 진성 씨.”
“아, 현민 씨!”
진성은 반갑게 현민 씨를 불렀다.
“누추한 제 식당에 와서 식사하고 가시니다니, 감사합니다, 진성 씨.”
“누추하다니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 차현민 헌터의 식당인데요!”
“하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현민 씨, 아까 제가 식당에 들어오는데 직원분들의 교육이 엄청 잘되어 있더라고요.”
진성의 직원을 칭찬하는 말에 현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직원들을 잘 교육한 보람이 있군요.”
분명 다른 손님들도 같은 말을 했겠지만 다른 손님들이 말한 것보다 자신이 인정한 사람이 말해 주니 더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