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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60화 (60/209)

제60화

60. 060화

“지금 몇 시지?”

친구들이 돌아가고 시간을 확인해 본 진성은 깜짝 놀랐다. 벌써 10시가 넘어갔기 때문이다.

“아까 세린이한테 약속했으니까 일단 밭에 다시 가 봐야겠다.”

진성이 집에서 나와 밭으로 빠르게 다시 돌아왔는데 열심히 세린이가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밭을 세세하게 점검하다 진성을 발견하고 곧장 날아왔다.

“아빠~”

“그래, 세린아. 밭 복구는 아까 다 끝났다고 했지?”

“네!”

“혹시 특별한 사항 있니?”

진성은 자신의 밭이 걱정되기도 해서 확인차 다시 물어봤다. 세린이가 밭의 복구는 다 끝났고 특별한 사항은 없다고 하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휴우……. 그렇구나, 다행이네.”

“걱정 마세요. 아빠! 밭은 튼튼하니까요.”

“그래그래……. 아, 맞다. 시스템. 이제 보상 줘야지!!”

깜빡하고 잊을 뻔했다. 보상을 받는 일이 남아 있던 것이다.

-긴급 C급 퀘스트(완료)

알 수 없는 무리들을 격퇴하십시오.

보상:정체불명의 씨앗×1, 만병초, 맨드레이크, 벌집, 황금 보리 등급 1단계 상승

실패 시:3만 평의 땅 중 2만 평 소멸

-퀘스트를 잘 완료하셨으니 보상을 지급합니다. 인벤을 확인해 보세요.

“그래. 얼른 줘.”

인벤에 들어온 보상을 확인해 보았다. 정체불명의 씨앗이 1개 들어오고 알림창에는.

-만병초, 맨드레이크, 벌집, 황금 보리의 등급이 1단계 상승하였습니다. 레어 등급에서 유니크 등급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이제 플래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금방 오르네.”

이 정체불명의 씨앗은 뭘까? 내일 아침에 와서 심어 보면 알겠지……. 오늘은 너무 늦은 시각이었고 내일 와서 작업해 볼까?

그런데 인벤을 보니까 웬 현금들과 장비들이 가득하네? 이거 대체 뭐지? 내 것은 아닌 거 같은데.

-아까 진성 님을 공격하던 무리의 장비와 돈입니다. 알림창을 확인해 보세요.

“아! 그 알림창?”

저번에 4차 디펜스 할 때 획득 알림창을 잠시 꺼두었었다. 진성은 상태창을 열어서 설정에 들어가 알림창을 다시 켜 보았다.

-용병 이하늘이 기절하였습니다. 현금 30만 원을 획득하였습니다.

-용병 김상식이 기절하였습니다. 레어 등급의 저주받은 단검을 획득하였습니다.

-용병 겐조가 기절하였습니다. 레어 등급의 마력이 깃든 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

-용병…….

…….

등의 알림이 무수히 많이 떴던 것이다.

아, 이래서 인벤에 모르는 것들이 가득하였구나! 일단 이 알림 메시지는 다시 꺼 놔야지.

-C급 퀘스트를 잘 막아내셨으니 보상받은 씨앗을 꼭 새로운 땅에 심으시길 바랍니다.

“그래, 알았어. 시스템.”

아주 친절한 녀석이네! 어디에 심으라고 얘기까지 해 주고. 요즘 매우 조용하긴 했는데……. 대형 퀘스트를 준비하는 건 아니겠지?

시스템이 항상 조용히 있다가 나타나면 큰 퀘스트를 주고 갔었다. 그래서 괜스레 불안해지는 진성이었다.

“세린아, 그럼 아빠는 내일 아침에 올 테니까! 아침에 보자~”

“네,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세린이도 잘 자고~”

진성은 아침에 와서 씨앗을 심어 보기로 하였고 세린이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남기고 밭에서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밭 입구에 몬스터 고라니 녀석이 서서 진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또 침을 뱉으려고?”

그 말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고라니였다.

“아, 그래! 아까 C급 퀘스트하기 전에 위기에 빠진 내 밭 구해 줘서 고맙다! 고라니야.”

고라니는 계속해서 멀뚱멀뚱 진성을 쳐다보며 길을 막고 있었다.

“너, 대체 원하는 게 뭐냐? 이름을 지어 줄까? 고라니야, 라고 부르긴 좀 그러니까 앞으로 네 이름은 라니다!”

진성의 여전한 작명 센스없는 이름 짓기에 시스템이 태클을 걸었다.

-여전히 센스가 없으시군요. 강진성 님.

“뭐? 이 정도면 간단하고 부르기 쉽잖아! 봐봐. 라니도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은데?”

고라니는 진성에게 다가와 고맙게도 또 퉤엣 소리와 함께 침을 뱉어주고 도주하였다.

진성은 고라니가 다가오자 자신의 이름을 지어줘서 고맙다는 그런 걸 표현할 줄 알았는데 역시나 침을 뱉고 도주하였다.

“야! 침 좀 그만 뱉어!!”

-푸훕.

“뭐야? 시스템이 방금 웃었어?”

시스템마저 진성을 웃는다.

아, 이런 망할 고라니와 시스템 같으니라고!

진성은 인벤에서 수건을 꺼내 얼굴에 있던 침을 닦아내었다.

“저 고라니 녀석은 왜 자꾸 침을 뱉는 거지?”

-몬스터 고라니는 아무래도 진성 님을 많이 좋아해서 침을 뱉는 것 같습니다.

“에이……. 그건 아닌 듯.”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집에 돌아가서 자야 하는데. 벌써 12시가 다 돼가네.

“빨리 돌아가야지.”

진성은 밭의 입구를 막고 있던 고라니가 사라지자 바로 집으로 떠났다.

집에 도착한 진성은 세수하고 방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다.

“아, 평화롭게 지내고 싶은데. 오늘도 그렇고 저번 블랙마켓 때도 그렇고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미래에 대한 걱정이 슬며시 들었다.

명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이 생기면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아, 몰라 잠이나 자자!

진성은 어느 순간 잠들어 버렸다.

* * *

평일의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밤늦게 잠들었으나 진성은 늦잠을 자지 않고 일어났다. 늦잠을 자도 상관없었으나 정체불명의 씨앗이 궁금했던 터라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든든히 먹은 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휘파람을 불며 밭으로 향했다.

“자, 오늘도 열심히 일해 보자.”

오늘도 밭을 보니 정령들과 세린이가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잡초를 뽑고 비료를 뿌리고 있었고, 물의 정령 다프네가 작물들에 물을 주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세린아~ 아빠 왔어.”

“아빠~”

세린이는 진성의 어깨 위에 살며시 앉았다. 그런 세린이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는 진성이었다.

“오늘은 어제 시스템에게 보상받은 씨앗을 심어 볼 거야. 세린아.”

“네! 기대돼요.”

“그래. 심어볼까?”

“네!”

진성은 어깨 위에 올라탄 세린이와 함께 새로 생긴 1만 평의 기름진 땅으로 향했다.

“이걸 중앙에 심어볼까? 시스템이 넓은 땅에 심으라는 이유가 있을 거란 말이야.”

“중앙에 심어 봐요. 아빠!”

“그래. 세린이 말대로 중앙에 심을게?”

진성은 정체불명의 씨앗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이 씨앗 자체가 상급 농부에게 권한이 있는지 중급 농부인 진성은 확인이 불가했다.

중급 농부인데도 못 보다니…….

“자, 딱 여기가 중앙이네.”

진성은 중앙에 땅을 조심스럽게 파내고 씨앗을 넣고 파낸 흙을 다시 그 위에 덮었다.

이 새로운 땅도 세계수의 버프가 들어가긴 했지만, 비료와 영양제 등은 따로 주어야 했다. 물론 물도 줘야 하고 말이다.

“이제 확인해 볼까?”

[이름:정체불명의 씨앗

등급:레어

특징:상급 농부의 권한이 필요합니다.]

‘뭐지? 남은 시간도 안 나오고?’라는 생각을 딱 하는데 갑자기 씨앗 심은 곳에서 진동이 울리더니 변화하기 시작했다.

세린이가 ‘아빠, 이곳에서 벗어나요!’라고 외치자 진성은 ‘뭔가 큰 녀석이 나오는구나.’ 하고는 아주 멀리 떨어졌다.

빛이 나면서 변화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근거리가 아닌 터라 눈뽕은 당하지 않았다. 땅의 진동이 점차 심해졌고, 진성은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았다.

땅의 흔들림과 빛은 5분 정도 지속되었는데 진동과 빛이 줄어들면서 변화가 이루어졌다.

“엥? 씨앗에서 이런 게 나온다고?”

진성은 당연히 작물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대체 이건……?

진성의 눈 앞에 펼쳐진 건 거대한 호수였다.

무슨 씨앗에서 호수가 나오냐?

진성이 호수를 살펴보았는데 그 크기가 1만 평에서 3,000평 정도를 차지하는 듯 보였다.

“그래, 정보창 열어 봐야지.”

[이름:마르지 않는 호수

등급:레어 (1등급)

특징:절대로 마르지 않는 호수입니다. 무한적으로 물이 나옵니다. 이 물은 약수로도 활용이 됩니다. 호수가 존재함으로써 정령들과 작물들이 행복해합니다.

효과·효능:피로감을 완화시켜 주며, 고혈압에 아주 좋습니다.]

“말 그대로 이걸 마시면 피로감을 완화시켜 주고 고혈압에도 좋다고?”

이 호수의 물을 팔아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네.

“그건 그렇고 호수가 나오다니……. 여전히 상식 밖이구나.”

씨앗에서 호수가 나올 줄이야…….

“이젠 호수 다음에 뭐가 나올까?”

다음 퀘스트가 기다려지는 진성이다.

분명 신기한 씨앗을 또 줄 거란 말이야……. 이제 호수가 생겼으니 물의 정령 다프네가 덜 고생하겠네.

안 그래도 물을 주는 작업을 다프네가 다 하다 보니까 물을 재충전할 곳도 없었던 터라 쉬어 가면서 하고 있었다. 이젠 여기서 보충하면서 작물들에게 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호수 3,000평에 썼으니 이제 7,000평 남은 건가?”

진성은 남은 땅에 뭐를 심을지 고민하는데 시스템이 진성에게 새로운 퀘스트 알림을 주었다.

-C급 퀘스트(선택)

마르지 않는 호수의 물을 직접 2만 평의 전체 작물들에게 뿌려 주세요. 정령들의 도움 없이 직접 작업하세요.

보상:맨드레이크, 만병초, 벌집, 황금 보리

등급 1단계 상승

“선택이라지만 이거 무조건 하라고 주는 거잖아?”

당연히 무조건 해야지. 빠르게 1단계 더 올려준다는 건데 웬일이냐. 시스템……. 어려운 거 주는 줄 알았는데 굉장히 비교적 쉬운 거 주네.

“정령들 도움 없이 나 혼자 하라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좋아. 2만 평이야 내가 종일 고생하면 다 줄 수 있지!”

세린은 진성이 퀘스트를 받자 정령들에게 하던 일을 멈추라고 지시했고 진성은 오래간만에 인벤에 잠들어 있던 물뿌리개를 꺼내 10t의 호숫물을 담았다.

“이거 몇 번 왔다 갔다 해야겠다.”

진성은 물뿌리개를 가지고 황금 보리가 심어진 땅부터 시작해서 조심스럽게 작물들에게 뿌려 나가고 있었다. 정령들과 세린이는 뒤에서 힘내라고 말하며 응원 중이었다.

“후우……. 아무리 내가 체력이 많다지만 역시 힘든 건 힘드네.”

어느새 물주기 작업을 한지 4시간이 지나가 있었고 상태창 체력을 보니 1,000이 줄어들었던 것이다.

“오늘 밤까지는 끝낼 수 있을까?”

진성은 그 말을 하며 다시 작업에 집중하였다. 이 작업만 다 끝나면 세계수의 성장 재료가 완성되는 셈이다.

거기에 굳이 성장 촉진제를 안 써도 재료를 흡수시키면 아마 더 큰 성장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성장 촉진제는 다른 작물에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진성은 몇 시간을 더 작업하였다.

“후우, 몇 시간이 지났지?”

작업을 아침에 시작한 거 같은데 어느새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아까 4시간 지났는데 벌써 8시간 작업 중이라고?”

8시간째구나……. 그런데 내가 어느 정도까지 했더라?

진성이 2만 평의 밭을 둘러보니 호수의 물을 준 곳은 작물에서 푸른 빛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략 5천 평 남았구나……. 혼자 하니까 진짜 힘드네……. 정령들과 세린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매일매일 이렇게 관리해 주는 정령들하고 세린이는 엄청 힘들었겠지……. 내가 너무 무심했네! 매일 와서 대충 작업하고 갔었는데 다시 초심을 찾아야겠어. 아! 그래서 시스템이 일부러 혼자 하는 작업을 퀘스트라는 명목하에 시킨 게 아닐까?

“그런 큰 뜻이 있었구나, 시스템?”

-강진성 님은 다시 초심을 찾으셔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형 퀘스트를 준비했습니다.

“그래……. 초심이라…….”

그래, 너무 대충하는 감이 있었어! 양심에 많이 찔리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진성은 남은 5천 평의 땅에 빠르게 물을 뿌리기로 하였다.

그렇게 2시간이 더 지났을까? 모든 작업이 끝나자 진성은 지쳐서 세계수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체력 소모가 심하네……. 2만 평.”

체력이 많은 나조차 이런데 일반 농부 헌터는 아마 죽을지도? 아니, 그보다 혼자서 절대로 못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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