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59. 059화
그래도 혹시 몰라서 지원 병력 100여 명까지 준비시킨 용병대장이었다. 신중한 용병대장이 이렇게까지 준비했음에도 지금 이 상황으로 봤을 땐 실패였다…….
‘엄청난 곳을 건드려 버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마구 들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 이러고도 가족들이 무사할 줄 알아?”
이승룡은 포박당한 채로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용병대장에게 외쳤다.
“크크크. 가족들은 이미 대피시킨 뒤다……. 아무리 그놈들이라고 해도 못 찾아.”
이승룡 헌터와 용병대장의 말을 들어보니 분명 뭔가 모종의 배후가 있는 것 같았다.
대체 누가? 왜? 내 밭을 공격하라고 한 거지……. 분명 원한 살 만한 사람은 없는 거로 기억하는데.
“여기서 죽든지 도망치든지 알아서 해라!”
용병대장은 자신을 믿고 몇 년을 함께한 부하들에게 말했지만 단 한 명도 떠나지 않았다.
“저희는 끝까지 갑니다. 대장!”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죽는 상황이니 끝까지 해 봅시다!”
부하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자 이승룡 헌터는 ‘저런 미친것들!’이라며 욕을 하고 있었다.
“강진성이라고 했나? 애송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광폭화를 막아봐라!!”
“대체 배후가 누구죠? 저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말해 줄 거 같은가?”
“…….”
광폭화가 돼가는 헌터는 점점 근육질로 가득한 괴물처럼 변해서 진성에게 달려들었다. 진성에게 펀치를 날렸는데 엄청난 바람 소리가 났다. 저거 맞으면 왠지 아플 거 같았다.
“용케도 피했군……. 하지만 우린 죽을 각오를 했다. 광폭화한 저 친구가 폭발하면 어차피 다 죽는데……. 어떻게 할 건가?”
용병대장은 웃으면서 진성에게 말했다. 진성은 광폭화 헌터를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면서 멀리서 지켜보면서 웃는 저 용병대장에게 화가 났다.
밭 입구에서는 아직도 진입하지 못한 용병 헌터들이 기름통을 꺼내 밭 주변에 뿌리려고 했지만, 고라니와 세린 그리고 정령들의 방해로 이도 저도 못 하고 있었다.
세린이는 아빠가 고전하고 있자 빠르게 이 사람들을 처리하고 도와줘야겠다며 해바라기와 함정 버섯을 불렀다.
해바라기는 밭 입구를 향해 해바라기 탄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함정 버섯은 포자 폭발 스킬을 써서 적들을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웬 커다란 해바라기와 버섯이 나타나자 일부 용병 헌터들은 버섯을 먼저 공격하였다. 포자 폭발을 쓰려던 함정 버섯이 공격을 맞아 자리 고정에 실패하고 뒤로 넘어졌다.
“좋아! 저 해바라기도 처리하자!”
하지만 해바라기는 함정 버섯이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자리 고정에 성공했고, 해바라기 탄이 두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밭 입구에 있던 약 50여 명의 헌터들에게 쏟아졌다.
마치 미니건처럼 수많은 커다란 씨앗들이 그들 머리 위로 쏟아졌다.
“아악!”
“조, 조심해!! 으윽.”
“크아아악.”
“끄르르륵.”
입구에 있던 50여 명의 헌터들은 해바라기 탄을 맞고 쓰러졌다. 민첩성이 높은 헌터들만 간신히 피했다.
세린이는 해바라기에게 다가와서 엄지척을 했고, 해바라기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이파리를 세게 흔들어 댔다.
“대, 대장 밭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밭 입구에서 살아남았던 일부 용병들이 도망쳐 나와 용병대장에게 보고했다.
“……역시 실패군.”
이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밭의 모습에 아까부터 실패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현실이 되니 씁쓸했다.
“이제 광폭화뿐인가…….”
“대장, 이제 끝인 거 같습니다.”
지원부대 부대장도 뭔가 포기한 말투였다.
“어차피 끝났으니 광폭화 약 저희도 먹습니까?”
“약 몇 명분 남았지?”
“딱 10명분입니다.”
“흐음…….”
용병대장은 주변을 둘러보니 고작 간신히 서 있는 부하들은 15명뿐이었다.
광폭화된 부하까지 합치면 16명이었지만 광폭화 약은 10개뿐이고……. 그러면 5명이 남는데. 이걸 먹어야 되나? 라는 고민이었다.
진성은 싸우면서도 밭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광폭화가 10명이나 되면 곤란했다. 이 한 명조차 간신히 막고 있는데.
광폭화 헌터가 10명이 더 늘어난다? 상황이 엄청 복잡해진다.
“어떡하지?”
“크르르르륵.”
광폭화가 계속 진행 중인 헌터는 이미 이성을 잃었고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진성을 공격 중이었다. 진성이 곤란함을 느끼고 고전하는데 어디선가 광폭화 헌터에게 공격이 날아왔다.
“어? 뭐지…….”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보니까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자신의 위기를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 성현이와 시우가 온 것이다.
“여어~ 살아 있냐, 진성아.”
“괜찮아?”
“어……. 아니, 어떻게 알았냐?”
“아, 그건 말이야 시우가 알려주더라고.”
“……?”
무슨 말이지…….?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일단 해결하자.”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하게 저 광폭화 헌터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라고 말해 주었다.
시우는 알겠다며 자신을 따라온 헌터팀이 이들을 모두 수거하고 처리할 거라고 말했다.
“시리우스 팀장……. 시작하세요.”
“네, 도련님.”
진성의 주변에서 은신을 풀고 시리우스 팀이 나왔다.
진성은 인기척이 감지됐었는데 이들이었구나 하였다. 시리우스 팀에 A랭크 마법사와 연금술사가 있던 것이다.
그들은 신속하고 광폭화 헌터를 포박하고 뭔가를 주입하였다. 그러고는 포박한 채 내버려 두고 다른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광폭화 약을 먹기도 전에 하나둘 당하고 있었다.
“근데 시우야, 저 사람 포박 한 채로 놔둬도 되냐?”
성현이가 물어보자 시우는 괜찮다고 말했다.
“광폭화 곧 풀릴 거야.”
“그래? 그럼 이제 다른 녀석들만 처리하면 되는 거네?”
“응.”
진성은 속으로 안심하였다. 광폭화 문제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쉽사리 공격을 못 하고 피하기만 했던 것이다.
용병대장과 이승룡 헌터는 이시우와 시리우스 팀을 보자 몸을 떨었다.
용병대장이야 현성기업의 도련님 얼굴들은 다 알고 있었고 이승룡 헌터는 세뇌당해서 자신이 하운드 팀 팀원이라는 생각하고 있기에 이시우를 인지했던 것이다.
“팀장님 남은 적은 저기 15명뿐입니다.”
“그래……. 처리해라.”
“네, 팀장님.”
시리우스 팀은 빠르게 그들에게 다가가 광폭화 약을 못 먹게 저지하고 기절시키거나 포박하였다.
용병 대장이 시리우스 팀장에게 맞서 싸웠으나 단 10초 만에 제압되었다. 하긴 C랭크가 AA랭크 헌터를 이기긴 어려웠다.
“큭……. 제길.”
“조용히 해라!”
용병대장은 제압당했고 다른 용병들도 제압당하거나 기절하였다. 이미 용병대장 부하들에게 포박된 이승룡 헌터만 아등바등 빠져나가려고 하였지만, 빠져나갈 순 없었다.
“도련님, 모두 제압이 끝났습니다.”
시리우스 팀장이 이시우에게 다가와 보고하였다.
“수고하셨어요.”
“네, 도련님.”
“이자가 하운드 팀의 끄나풀인가요?”
“네, 도련님.”
시리우스 팀원들이 이승룡 헌터와 용병대장을 시우 앞으로 끌고 왔고 시우가 이 둘을 보며 시리우스 팀장에게 물었다.
“이승룡이라는 자는 확실히 세뇌되어 있습니다.”
“그럼 세뇌를 풀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 대리! 세뇌를 풀어라.”
이 대리라 불린 마법사 헌터가 다가와 이승룡 헌터에게 무언가 억지로 먹였다. 나자 이승룡 헌터는 마치 인형처럼 가만히 있었다
마법사 헌터는 주문을 외우듯이 뭔가를 말하며 이승룡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기를 주입하고 있었다. 이승룡 머리에서 환한 빛이 나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이 점점 줄어들었고, 이승룡 헌터는 기절해 버렸다.
“그래……. 이 대리, 누구 짓인지 알아냈나?”
“네, 세뇌 해제했습니다. 확실히 하운드 팀의 박 대리가 세뇌를 건 게 확인되었습니다.”
“박 대리였군. 역시…….”
“도련님, 하운드 팀의 박 대리 짓입니다.”
시리우스 팀장은 시우에게 보고하였고, 시우는 중얼거렸다.
“진호 형……인가.”
진성을 건드렸다는 것은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한 거나 마찬가지다. 선을 넘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 자신의 이복형은 선을 넘었다.
“제길……. 승룡 씨, 세뇌였어?”
용병대장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몰랐으나…….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자신들도 하운드 팀 때문에 제대로 함정에 빠진 것이니까. 광폭화 약을 못 먹고 끝나다니.
“모두 수거하고 처리하세요.”
“네, 도련님.”
시우는 진성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주기로 하였다. 진성은 ‘잠깐만!’이라고 외치며 밭을 확인해 봤는데 어느새 전투의 흔적은 모두 없어지고 복구가 되어 있었다.
세린이에게 급히 물어봤다.
“세린아, 괜찮니?”
“네, 아빠! 모두 복구 끝났어요!”
“휴우……. 다행이구나! 아무래도 밭을 좀 더 강화해야겠어.”
“아빠! 세계수에 성장 촉진제 써서 10레벨만 더 올리면 새로운 스킬이 생겨요!”
“오? 그러니? 알았어. 일단 아빠가 친구하고 얘기하고 올 거니까 잠시만 기다려줄래?”
“네, 아빠!”
진성은 이 밤중에 격렬하게 전투를 할 줄은 몰랐다고 중얼거리며 다시 시우와 성현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진성아, 집에 가서 설명해 줄게.”
“어, 알았어…….”
진성은 친구 두 명을 데리고 집으로 떠났고, 시리우스 팀은 전투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웠다.
용병대장과 용병들 그리고 기절한 이승룡 헌터는 모두 포탈을 열어 그곳으로 옮기고 팀원 두 명을 남긴 채 모두 떠났다.
팀원 두 명은 시우 도련님의 호위였는데 강진성의 집 근처까지 이동한 후에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진성은 집에 도착한 뒤 친구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일단 저번 블랙마켓 때 사건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성현과 시우에게 들은 이야기는 블랙마켓 때 진호 형이 진성과 성현의 정보를 파악하려고 뒷조사를 했으며 이승룡 헌터를 세뇌하여 이형만 헌터를 꾀어서 진성을 일차적으로 찌른 거라고 한다.
그리고 진성부터 제거하려고 계획을 짰고 밭을 모두 불태운 다음에 성현이 거주하는 연금술사 공방도 태우려고 했단다.
시우는 느낌이 안 좋아 시리우스 팀에게 진호를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렸고 그러다가 계획 일부를 듣게 되어 추적하다 보니 이미 진성의 밭이 공격당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시리우스 팀과 성현을 대동해서 찾아온 거라고 한다.
대충 이러한 내용이었다.
“결국 내 이복형이 일을 저질렀다……. 미안하다, 진성아.”
“괜찮아……. 다만 선을 넘었다는 거네?”
“그래…….”
“혹시 그 이복형이 내 부모님 거주지를 노리진 않았어?”
“오직 너하고 성현이만 노린 거야.”
“다행이네……. 진짜 부모님까지 노렸으면 나……. 못 참고 쳐들어갔을 수도…….”
“이번 사건 나한테 맡겨 줘. 내가 마무리까지 할게. 진성아, 성현아.”
시우는 거듭 미안하다고 하였다.
성현이야 피해받기 전에 알게 되었고, 진성은 이미 일부 피해를 받긴 했지만, 시우를 믿기로 하였다.
“다만…… 그 이복형이 계속해서 나를 노린다면……. 그때는 알지?”
“그래. 내가 최대한 막아 볼게.”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에휴.”
진성은 자다가 공격받은 거라 정신이 없긴 했는데 시우가 다 해결한다고 했으니 일단 맡겨보자는 생각이었다.
“일단 시간도 늦었고 하니까……. 나 먼저 돌아간다, 진성아.”
성현은 공방에 가서 할 일이 많았기에 먼저 떠났고 시우는 진성에게 너무 미안해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괜찮아! 시우야. 어차피 큰 피해도 받지 않았으니까……. 네가 잘 해결만 해 주면 돼.”
“그래…….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해결해 볼게.”
“그래, 해결되면 알려주고~”
“어. 이만 간다.”
시우마저 진성의 집에서 떠났다. 정말 오늘 하루는 복잡했다. 이게 뭔 난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