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58. 058화
진성은 집에 오자마자 바로 씻고 저녁을 챙겨 먹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오늘 아침에 이형만 일행 때문에 불쾌함이 있었지만 금방 마무리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시스템이 요즘 또 조용하네. 또 큰 퀘스트를 준비하는 건가?”
설마 바로 5차 디펜스를 준비하는 건 아니겠지?
디펜스 스케일이 커지고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 4차 디펜스 때만 해도 두더지 팔라딘이나 족장이 나올 줄이야…….
“내일은 밭에 가서 집중적으로 관리해야겠다.”
새로운 땅에도 관심을 둬야 하니까 새로 생긴 1만 평에 무얼 심을지 고민을 밤새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때 시간은 오후 7시가 조금 넘어갈 때였다.
* * *
“좋아. 다들 준비됐지?”
가야리 공터에는 이승룡 헌터를 포함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스물다섯 명이나 있었다.
다들 밭에 불을 지를 준비들을 하거나 혹시 모를 목격자 또는 밭의 주인이 나타나면 제거할 생각을 가졌다.
“승룡 씨? 준비됐습니까?”
“네, 얼른 가시죠.”
용병대장은 부하들을 쭉 보면서 명령을 내렸다.
“겐조! 너는 애들 몇 명 데리고 승룡 씨랑 움직여라!”
“네, 보스.”
겐조라고 불린 일본인 헌터는 용병 중 세 명을 데리고 이승룡에게 붙었다.
나머진 용병 대장을 따라 목표인 곳으로 가려고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있었다.
“자, 다들 후딱 해치우고 가자.”
“네, 대장!”
“빨리빨리 해치우자고요!”
“불 지르는 거야 식은 죽 먹기죠.”
용병들의 각자 한마디였고, 용병대장은 껄껄 웃더니만 웃음기 짝 뺀 표정으로 돌아갔다. 이제 일이 시작되니 말이다.
그들을 데리고 강진성의 밭으로 향했다. 가야리 공터에서 강진성의 밭까지 도보 거리로는 약 21분이 걸렸다.
꽤 거리가 있었지만, 일부러 이 공터를 선택한 것은 주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헌터가 되면 주변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는데 최대 10분 거리 안팎이었다. 그래서 용병대장은 신중하게 21분 거리를 선택한 것이다.
현재 시각은 오후 7시 47분. 주변은 엄청 어두웠고 가야리 안쪽 마을만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샤샤샥 소리와 함께 약 25명의 무리가 빠르게 강진성의 집을 지나 밭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여기가 우리가 불을 지를 곳이란 말인가? 승룡 씨?”
“여기가 맞습니다.”
“확실한 거겠지?”
“물론입니다.”
용병대장이 밭을 한번 쭉 보니 대략 3만 평 크기였다.
“3만 평에다가 불 지르기 놀이라…….”
“어서 빨리하시죠! 대장”
부대장의 재촉에 대장은 약간 망설였지만 돈 받고 하는 일이니 불 지르고 타는 것까지 보고 떠나면 될 듯싶었다.
“자, 다들 기름통에 있는 기름을 뿌려라!”
용병대장의 말에 신속하게 움직이는 용병들이었다. 가지고 온 기름통을 열어 기름을 뿌리려고 하는데 밭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진동이 울리면서 작물들이 용병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대, 대장! 작물들이 살아 있습니다!!”
“뭐라고? 각자 무기로 잘라내!!”
용병대장이 작물들이 공격하면 맞대응하라고 하자 용병들은 침착하게 각자의 무기로 작물들의 가지나 줄기들을 베어 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고라니가 나타나 용병 두 명을 몸통 박치기해서 날려 버렸다.
“으아악!”
“내 팔!!”
용병 두 명은 나가떨어져 굴러나갔고,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용병들은 ‘뭐, 뭐야?’ 하며 당황했는데 자세히 보니 몬스터 고라니였다.
“저 녀석부터 처리해!!”
“내 블레이드 맛 좀 봐라!”
한 용병이 대검을 꺼내 고라니에게 휘둘렀으나 고라니는 가볍게 피했다. 고라니가 사방을 에워싸고 공격을 해대자 용병들은 당황할 뿐이었다.
용병대장이 주변을 둘러보니 용병들은 힘겹게 싸우고 있었고 벌써 쓰러져 기절한 대원들도 몇몇 보였다.
“제길……. 대체 이 밭은 뭐야? 이봐, 승룡 씨! 이런 말은 없었잖아!!”
“저, 저도 모릅니다!”
“젠장.”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었다.
“이 방법은 안 쓰려고 했는데……. 지원군을 부를 수밖에.”
용병대장은 인벤에서 구슬을 꺼내 땅에 던졌다. 그 자리에 검은 텔포가 생성되며 텔포 안에서 알 수 없는 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략 숫자는 100여 명이었다.
“대장, 무슨 일 있습니까?”
텔포에서 나온 다른 용병이 상황을 묻자 용병대장이 현재 상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텔포에서 나온 지원군들은 혹시나 해서 대기 시켜둔 용병대장의 지원부대였다.
“저것들, 다 처리해!!”
“네, 대장!”
지원부대 대장은 100여 명을 이끌고 강진성의 밭에 침입하였다. 밭 입구에서 싸우다가 기절한 대원들을 회수하거나 고립된 대원들을 구해서 같이 싸우기 시작하자 집에서 자는 강진성에게 경고 알림이 뜬 것이다.
집에서 잠시 자고 있던 진성은 놀라 ‘뭐, 뭐지?’라고 말하며 알림을 확인했다.
-알 수 없는 무리가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의 밭을 침입하였습니다. 숫자는 약 100!
“알 수 없는 무리??”
진성이 바로 일어나 집에서 나가려는데 그때 시스템이 한가지 퀘스트를 줬다.
-긴급 C급 퀘스트
알 수 없는 무리들을 격퇴하십시오.
보상:정체불명의 씨앗×1, 만병초, 맨드레이크, 벌집, 황금 보리 등급 1단계 상승
실패 시:3만 평의 땅 중 2만 평 소멸
“야! 소멸은 너무하잖아!”
이거 무조건 격퇴하라는 얘기네……. 2만 평 소멸이라니. 내가 얼마나 열심히 키웠는데……. 물론 정령들의 도움과 세린이의 도움을 받았지만.
“대체 누가 침입한 거지? 도둑들? 아니지……. 100명 이상 도둑들은 에바인 거 같은데……. 뭐야?”
진성은 빠르게 집에서 나오면서 인벤에서 목장갑을 챙겨 손에 착용 후 밭으로 달려갔다.
밭으로 가까워질수록 전투의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진성은 최고 속력으로 밭으로 달려갔다.
단 40초 만에 밭에 도착한 진성은 밭 입구를 보니 쓰러져 있는 헌터들과 밭 입구에서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싸우는 100명 이상의 헌터들과 맞서 싸우는 고라니와 자신의 작물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중 제일 눈에 띄는 인물은 이승룡 헌터였다.
“아니?! 저 아저씨는……. 대체 왜??”
밭으로 다가와 생각하는 진성에게 긴급한 알림이 한 번 더 떴다.
[이름:농부 헌터 강진성의 땅
규모:30,000평
등급:SS (세계수의 가호)
상태:최고의 상태를 가진 기름진 땅이다.
특징:SS등급 이상의 땅이다. (내구도 300 저하) 무엇을 심든 최소 A등급의 작물이 탄생한다.
시설물:1,000평짜리 비닐하우스 5개 동]
“내구도 깎인다……?!”
진성은 주먹을 꽉 쥐고 밭 입구로 달려가 먼저 보이는 헌터들을 때려눕혔다.
“어이쿠!”
“뭐, 뭐야?”
“누구냐!!”
진성의 주먹 한 대로 날아간 헌터는 몰려 있던 헌터들의 중앙에 명중했고 약 10여 명이 쓸려나갔다.
용병들은 갑자기 나타난 헌터에 대해 ‘누구냐고! 왜 우리를 방해하는 거냐? 죽여 버리겠다’는 둥 진성을 위협했다.
“누구냐고? 밭의 주인이다! 덤벼!”
“밭의 주인이라고? 그럼 저 녀석이 강진성이군! 얘들아. 쳐라!!”
용병대장이 말에 C랭크 헌터 20여 명이 진성을 둘러쌌다. 진성은 딱히 두렵지 않았다. 자신이 일반 C랭크 헌터들에 비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이얍!”
겐조라는 헌터가 일본도로 진성의 뒤통수를 베어 버렸다. 하지만 진성은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진성은 바로 주먹으로 겐조의 몸을 한 대 쳤다.
빠각!
소리와 함께 겐조는 쿨럭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겐조!! 이 자식이!”
한 일본인 헌터가 마력 권총을 꺼내 진성을 겨누고 쏘았다.
탕탕탕탕.
4발의 총알이 진성을 향해 날아왔고 진성은 가볍게 피했다.
“민첩이 높은 헌터인가? 하지만 다구리엔 장사 없지!”
마력 권총을 쏘던 헌터는 주변 18명 헌터에게 눈짓을 주자 헌터 대부분이 활과 석궁, 공기총 등등을 꺼내 진성을 겨누고 쏘아 댔다.
사방에서 총알, 화살, 볼트 등이 날아오자 진성은 어떻게든 피하면서 포위한 헌터들을 주먹으로 쳐서 기절시키거나 날려 버렸다.
“평범한 헌터가 아니군!”
용병대장은 싸움을 지켜보면서 진성의 움직임, 즉 패턴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일정한 움직임이 없어서 그런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대체……. 저 헌터는?”
평범한 농부 헌터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용병 대장은 이승룡 헌터를 힐끔 쳐다보았는데 이승룡 헌터 또한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그럼 승룡 씨도 모른다는 이야기인데……. 하운드 녀석들이 직접 제거하지 왜 우리한테 이런 어려운 의뢰를?”
진성이 열심히 원거리 헌터들을 쓰러뜨리고 있을 때 밭 입구 쪽에서는 세린이 정령들을 지휘하고 작물들을 움직여서 침입한 적들을 전력으로 막고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 고라니는 몸통 박치기로 적들을 기절시켜 나가고 있었다.
용병들이 점점 밀리고 있었다. 이들은 하수 용병들도 아니었는데 정말 어이없게도 밀리고 있었던 것이다.
“평범한 밭이 아니잖아!”
“대, 대장! 크윽.”
“사, 살려줘!”
용병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어느새 서 있는 용병은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전투 시간은 겨우 10분이 지났는데 절반이 쓰러진 것이다.
“씁……. 이번 의뢰는 실패군……. 후퇴해야 하나?”
용병대장이 후퇴를 진지하게 생각하자 옆에 있던 이승룡 헌터가 ‘안 된다고! 이 의뢰는 마쳐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진성은 원거리 헌터들을 다 쓰러뜨린 후에 용병 대장이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대체 당신들은 누구죠?”
“알 거 없다. 애송이!”
진성은 애송이라는 말에 화가 조금 났다. 안 그래도 이형만 헌터 일행도 아침부터 자신을 애송이라고 불렀는데, 저 헌터한테까지 들으니까 화가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냥 다 쓰러뜨려 드리죠!”
“어디 해 볼 수 있으면 해 봐라!”
용병대장은 주변에서 싸우고 있던 한 헌터에게 ‘그걸 써라!’라고 외치자 그 헌터는 품속에서 무슨 약병을 꺼내 복용하였다. 그리고 그 헌터는 몸이 붉어지고 점점 거대해졌다.
“아니……. 저건? 광폭화!”
이승룡 헌터가 알아보자 용병대장은 ‘맞소! 광폭화지……. 어차피 의뢰가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이상 이거라도 써 보겠다.’는 말을 하자 이승룡 헌터는 ‘당신들 미쳤군!’이라는 말을 했다.
진성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광폭화가 뭐지?’라고 하며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런 진성에게 친절하게 답변을 주는 시스템이었다.
-광폭화는 헌터의 능력치를 극대화해서 폭주하게 합니다. 폭주의 끝에는 폭발만 남아 있습니다. C랭크 헌터가 광폭화를 거치고 폭발을 하게 되면 주변 일대는 불바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강진성 님의 밭으로 치자면 약 300평 이상의 밭이 불바다가 됩니다.
“그, 그거 위험한 거잖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광폭화를 저지할 수 있는 헌터가 주변에 있으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랭크가 높은 연금술사 헌터 또는 마법사 헌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적어도 B랭크 헌터가 있어야 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냐?”
-없습니다.
진성이 광폭화 하는 헌터를 바라보며 썩은 표정을 짓자 용병대장은 그 자리에서 껄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다 같이 죽어보자고? 어차피 이번 의뢰 실패한 이상 우리도 살아남기 힘드니까.”
“당신, 미친 거 아니야??”
이승룡 헌터는 이 미친 용병대장에게 벗어나려고 했지만, 용병대장의 부하 두 명이 이승룡 헌터를 포박하였다.
하운드 팀은 이 용병들을 주로 부려 왔는데, 용병 헌터들 세계에서는 하운드 팀의 퀘스트를 진행하다 실패하게 되면 소리소문없이 처단당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어차피 죽은 목숨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쩐지 퀘스트가 너무 쉽다 했어…….”
용병대장은 하운드 팀에서 들은 퀘스트는 어느 농부 헌터의 밭을 불태우라는 것뿐이었다. 너무 쉬운 퀘스트에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되물었던 것이다.
하운드 팀에게 들은 건 어떤 멍청한 농부 헌터가 도련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거였다.
그러므로 최소 20명의 용병을 이끌고 가서 퀘스트를 완수하라고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