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57. 057화
“자, 자 어서 안내하라고. 애송이.”
이형만 헌터가 재촉을 하고 있었고 그 아저씨를 따라온 다른 세 명의 인물도 히죽히죽 웃으며 진성을 보고 있었다.
진성은 매우 기분이 나빴다. 이 세상엔 왜 이리 남의 일에 참견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이형만 헌터 뒤에 있던 이승룡 헌터는 진성의 얼굴이 찌푸려진 것을 보고 해냈다는 표정이었다.
“아, 좀만 기다리세요! 동행할 한 분이 있으니까요.”
“그게 누군데? 우리보다 중요한 사람이냐? 애송이!!”
“네, 엄청 중요하죠……. 그리고 애송이 아니거든요? 저에겐 강진성이라는 이름이 있어요.”
“흥! 웃기고 있네. 그래봤자 애송이는 애송이다.”
이형만과 진성은 작은 말다툼 중이었는데 그들 사이로 잠깐 끼어드는 인물이 있었다.
“어이쿠……. 좀 늦었네요. 이제 왔습니다. 진성 씨.”
“아! 현민 씨~ 괜찮습니다.”
진성의 찌푸려진 표정을 풀고 새로 나타난 인물을 보며 반갑게 인사를 하자 이형만 일행은 ‘이 사람이 누구지?’라는 생각으로 그를 살펴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름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셰프 중 한 명인 A랭크 차현민 헌터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당신은? A랭크 셰프 차현민 헌터?!”
“네, 맞습니다.……. 당신들이 진성 씨에게 다짜고짜 찾아와 밭을 보여달라고 한 거 다 들었습니다!”
A랭크 셰프 차현민 헌터가 이형만 일행들을 노려보면서 힘주어서 말했다.
일반인이 보면 그저 화난 말투였겠지만 같은 헌터들이 느끼기에는 꽤 힘이 가득한 말투였다.
강한 기운이 느껴졌기에 이형만과 그 일행은 약간 비틀거렸다.
“애송……. 아니, 진성 군은 정말 이분의 지인인가?”
물론 차현민 헌터가 진성을 아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조금 의심이 들어서 진성에게 물어봤지만, 진성이 ‘네!’라고 깔끔하게 대답해 버리니……. 이승룡 헌터 또한 망했다는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이형만은 계속해서 자신을 노려보는 차현민 헌터 때문에 강진성을 애송이 대신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뭐, 파트너 같은 관계고……. 지인 맞는데요?”
진성은 웃음을 꾹 참고 이형만 헌터에게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그 말을 들은 이형만 헌터는 낭패라는 얼굴이었다.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바로 들이닥치긴 했는데 하필 저 유명한 셰프 헌터와 지인일 줄이야……. 그리고 우리가 방문한다는 것을 분명 알려준 녀석이 있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잡히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자, 그럼 진성 씨~ 이분들에게 밭을 보여주고 끝내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네, 맞아요. 현민 씨.”
“자자, 그럼 갑시다. 이형만 헌터.”
이형만 헌터는 차현민 헌터가 자신의 이름을 아는 건 둘째치고 자신을 지목해서 부르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왠지 오늘은 운이 더럽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형만을 따라온 이승룡 말고도 다른 두 명도 큰일 났다는 표정이었다. 차현민 헌터의 지인을 건드리면 최악의 상황이 오기 때문이었다.
차현민 헌터의 제자들에게도 찍힐 거고 차현민 헌터와 친한 셰프 지인들 즉, 전 세계 요리사들에게 찍히게 되는 셈이었다.
“그래……. 갑시다.”
이형만은 힘없이 대답했다. 진성은 그걸 보고 더 속으로 웃었고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진성의 집에서 이동해서 진성의 밭인 3만 평의 토지 입구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형만과 그의 일행 눈에 수많은 작물과 유리 하우스며, 비닐하우스 등에서 최후의 낙원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자 이형만은 속으로 ‘졌다……. 이건 진짜 농부의 모습이다.’라며 진성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승룡 헌터는 ‘이건 꿈이야.’ 하면서 ‘이건 환상인 게 분명해!’라고 현실 부정을 하고 있었다.
경악의 표정을 짓는 그들을 보며 진성은 말했다.
“자~ 이게 저의 3만 평 토지입니다. 인증됐죠?”
“자, 잠깐 3만 평?! 자네 저번에 2만 평이라고 하지 않았나?”
“네, 그사이에 1만 평 더 늘렸죠! 왜요?”
“말도 안 돼……. 자네 괴물인가??”
진성은 이형만 헌터가 왜 놀라는지 알았다. 하긴 C랭크 농부 헌터라고 해도 혼자서는 최대 5천 평 정도 커버가 가능했고, 그 이상은 여러 명이서 커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C랭크 혼자서, 그것도 3만 평을 운영한다? 솔직히 다른 헌터들에게 물어봐도 다 말도 안 된다고 얘기할 것이다.
“진성 씨……. 역시 당신은 특별한 분이었군요.”
차현민 헌터가 진성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흔한 C랭크 헌터라고 느꼈지만, 채취 퀘스트 때 남들은 며칠을 밤새우며 고생해야 찾을 수 있는 약초들을 단번에 찾아내는 걸 보며 평범한 헌터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냥 남들보다 조금 특이한 헌터가 아닐까요? 저는…….”
“진성 씨, 저는 많은 헌터들을 봐왔지만, 진성 씨처럼 특별한 헌터는 보지 못했습니다.”
차현민 헌터는 강진성 헌터가 크게 될 인물이라 생각하여 더더욱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성은 이형만 헌터 일행을 슬쩍 보았는데 다들 넋을 놓은 채 자신의 밭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무튼, 진성 씨. 이처럼 곤란한 일이 생길 때 언제든지 저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현민 씨.”
역시 인맥의 중요성이란…….
진성은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더 바깥에서 활동하며 인맥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시스템 때문에 명성도는 계속 올라갈 거고 그 일로 또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이나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형만 헌터처럼 태클 거는 인간들이 많아질 게 뻔했다.
어차피 그렇게 될 거면 자신도 차현민 헌터 같은 유명한 분들 즉, 괜찮은 분들을 인맥으로 만들어서 자신을 보호해야 할듯싶었다.
물론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 녀석들도 각자 바쁘니…….
“진성 군…….”
진성이 잠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형만 헌터가 다가왔다.
“……?”
‘설마 또 다른 시비를 걸려고 말을 건 건가?’라는 생각이었는데 이형만 헌터의 이어진 말은 전혀 다른 거였다.
“미안하네……. 내가 어리석었네. 그동안 시비를 걸고 태클 건 거 정말 미안하네.”
그 자존심 높은 이형만 헌터가 진성에게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고 하고 있었다.
의외의 결과랄까?
저번에 농부 모임에서 친해진 임하준 헌터에게 들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았다.
“오해가 생길 수도 있죠……. 사과 받아들이겠습니다.”
진성이 깔끔하게 용서하자 이형만 헌터는 고맙다고 말하며 일행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차현민 헌터는 진성이 그들을 용서해 주자 역시 바른 청년이라고 생각하였다.
“오늘 동행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현민 씨.”
“그 정도야 언제든지 말하세요. 진성 씨.”
차현민 헌터 또한 돌아가자 진성은 밭 안쪽으로 들어왔다. 아까 그 일행이랑 왔을 땐 작물들만 있었는데 그들이 가고 진성만 남자 정령들과 세린이가 나타났다.
“아빠! 아까 그 사람들은 누구예요?”
“아아……. 그냥 아는 사람들이야. 신경 안 써도 돼.”
“네!”
“오늘 특별한 사항은 없었지?”
“네, 없었어요.”
오늘도 내 밭은 평화롭네……. 역시 집도 평화롭지만 내 밭에서 있는 게 더 좋다.
진성이 밭을 점검할 때쯤……. 이형만 헌터 일행들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형만이 일행들에게 이야기했다.
“다들 이제부터 강진성 군한테 시비 걸지 말게나 알겠지?”
“네, 형님!”
“물론이죠……. 진짜 2만 평……. 아니, 3만 평을 혼자 할 줄은 몰랐네요.”
“…….”
다른 두 일행은 알겠다고 말하며 했지만, 이승룡 헌터는 표정이 크게 안 좋았다.
그런 이승룡에게 이형만은 말했다.
“승룡아……. 너도 그만 인정해라……. 물론 나도 너처럼 의심을 많이 했지만……. 진성 군은 진짜야…….”
“네……. 형님.”
“그럼 다들 각자 할 일 하러 가자고!”
이형만과 다른 일행은 서로 각자 집으로 가거나 자신의 밭으로 떠나고 그 자리에 남은 건 이승룡 헌터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겠어. 전화를!”
이승룡 헌터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였다.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상대방이 받았다.
“아? 접니다. 이승룡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실패입니다…….”
-흠……. 역시 간단하게 안 되는군……. 그럼 지령 하나 내리지……. 이따가 문자로 지령이 갈 테니까 그 근방에서 대기해라.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그렇게 통화가 끊기고 이승룡 헌터는 고개를 돌려 진성의 밭이 있는 방향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쉽게는 안 끝날 거다……. 애송이 녀석!”
이승룡 헌터는 그 근방에서 담배를 피우며 지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30분이 지났을까? 문자 알림이 떴다.
문자 내용은 ‘그쪽으로 너를 도와줄 헌터 20여 명이 갈 것. 그들이 도착하고 밤쯤에 강진성 헌터의 밭을 모두 불살라 버릴 것’이라고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
“불이라……. 재밌겠는데??”
이승룡의 두 눈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하하하 웃을 뿐이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그 겁많은 이승룡 헌터의 모습이 아니었다. 현성기업의 하운드 팀에게 납치당한 이승룡 헌터는 온갖 세뇌를 당했고 자신이 하운드 팀의 팀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밭 태우는 재미는 어떤 쾌감이 올까? 흐흐흐.”
벌써부터 이승룡의 상상 속에는 3만 평이 모두 불에 태워지고 강진성이 피눈물을 흘리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에 기분이 좋아졌다.
과연 그의 뜻대로 될지는 두고 봐야 되었다.
“다른 팀원들 오기까지 어디 죽치고 기다려 볼까?”
그 공터에는 이승룡의 차가 한 대 있었는데 그는 차에 침낭과 라면 끓여 먹을 장비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 그래서 차에 다가가 트렁크를 열고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라면은 X라면이지!!”
공터에는 자신 말고 아무도 없었기에 끓여 먹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그가 라면을 끓여 먹고 쉬는데, 공터에 봉고차 다섯 대가 나타나서 공터에 주차하고 2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내려 이승룡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승룡 씨, 라면 더 없소?”
“아아, 왔구만……. 라면이야 많지.”
그들은 하운드 팀이 고용한 용병 헌터들이었다. 대부분 C랭크 또는 D랭크들이었다.
외국인들도 가득했는데 그중 불법체류자들이 가장 많았다. 불법체류자 헌터들은 돈이 있어야 음지에 숨어들어 살 수 있기에 돈이 되는 임무라면 가리지 않는다.
남의 밭만 태우면 각자 500만 원씩 들어오는데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지금 시간이 오후 4시니까 7시 넘어서 움직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이승룡은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말했고 그 대장 격인 용병이 부하들에게 ‘라면 먹고 쉬다가 7시쯤에 간다!’라고 말했다.
부하들은 자유시간이라는 말에 그 공터를 벗어나지 않고 족구를 하거나 책을 보거나 라면을 먹거나 다양하게 자유시간을 만끽하였다.
“역시 바깥에서 먹는 라면은 최고지!”
“그러게 말이여~”
“하……. 빨리 돈 벌어서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네.”
라면을 먹는 용병들의 각자 한마디였다. 후루룩 소리만 찰지게 나고 있었다.
그들은 시간을 보내며 오후 7시가 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성은 아무것도 모르고 대충 밭을 둘러보고 세계수의 그늘에서 쉬다가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어디 보자……. 지금 몇 시지?”
진성이 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5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오늘은 작물들 상태만 확인하러 온 터라 집에 일찍 가도 상관없을 듯 보였다.
“세린아~ 아빠는 오늘 일찍 돌아가고 내일 올게. 알았지?”
“네, 아빠! 들어가세요.”
“그래그래.”
진성은 세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