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56. 056화
“한심한 놈! 그만 나가 봐.”
이진호는 이경찬 회장의 목소리에 ‘예, 죄송합니다. 회장님.’이라고 말하며 회장실을 나갔다.
회장님에 대한 분노보다 회장님이 자신보다 더 아끼는 그 이시우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더더욱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진호는 회장실에서 나왔고 마주친 건 회장실 앞에 서 있던 이복동생 이시우였다. 진호는 시우 옆을 지나가면서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앞으로 조심해라, 이시우!”
“……!”
진호는 화가 잔뜩 나서 시우를 지나쳐 갔고, 시우는 회장실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회장님 전속 비서실장이 시우에게 말했다.
“시우 도련님, 이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시우는 회장실에 진입하자마자 아버지인 이경찬 회장이 한숨을 내쉬는 걸 보았다.
이경찬 회장은 회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차남 이시우를 바라보았다.
“그래, 시우야. 왔구나.”
진호를 상대할 때와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진호하고 대화할 때는 화가 난 얼굴이었는데, 시우가 들어오자 차분해진 것이다.
“네, 아버지 혹시 블랙마켓에 있었던 일. 다 들으셨나요?”
“그래……. 다 들었다.”
“……형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알고 있다. 하지만 진호가 자꾸 선을 넘으려고 하는구나. 혹시나 진호가 계속해서 너를 건드릴까 봐 조치를 해 놨다.”
“어떤 조치를요?”
이경찬 회장이 조치해 놨다고 하자 좀 불안해지는 시우였다.
“시우 네게 시리우스 팀을 붙여 줬다.”
“……그 팀을요?”
이경찬 회장이 말하는 시리우스 팀이란, 현성기업에는 수많은 헌터팀 중 뒤처리를 깔끔하게 잘하는 팀 중 하나였다.
경호, 암살, 선동, 레이드 등 모든 것이 가능한 A랭크들로만 이루어진 헌터 팀이었다. 현성기업의 휘하 무력 헌터팀 중 3위라고 해야 할까나?
“시리우스는 앞으로 네 것이다. 시우야. 시리우스 팀장한테는 이야기를 다 해 놨다.”
“…….”
어차피 거부해도 아버지는 강제로 주실 거다. 받을 수밖에……. 잘된 일이다. 진호 형이 어느 정도까지 방해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들에 대해 방어 수단이 갖춰진 것이니까…….
시리우스 팀은 총 A랭크 헌터 열 명과 AA랭크 헌터 한 명으로 이루어진 헌터 팀이었다.
“시우야. 조심하거라……. 내 정보에 의하면 진호가 하운드 팀과 사천 팀에게 충성을 받아 냈으니…….”
현성기업에서 실력으로 따지면 하운드 팀과 사천 팀은 약했지만, 정보력과 침투 능력 그리고 인원이 가장 많은 팀이었다.
“네, 아버지…….”
“그래. 이만 가서 쉬어라.”
“네,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버지도 편히 쉬세요.”
“그래.”
정말 진호와는 대화부터 달랐다. 시우와의 대화는 매우 차분하고 걱정을 보냈는데 진호와의 대화는 항상 화부터 내고 꾸지람을 주었다.
이미 현성기업에서도 파벌이 생기고 있었는데 시우가 차기 후계자를 포기하자 중립 세력이 무수히 생겼고, 진호에게 붙는 몇 개의 산하 기업들도 생겼다.
이진호가 차기 후계자 후보이지만 확실하게 정해지지는 않았다. 장남인 이진호, 차남인 이시우, 막내 이진우가 있었다. 막내야 아직 어리기 때문에 파벌은 없었지만, 장남인 진호보다 차남인 시우를 더 잘 따랐다.
“후우……. 진호 형. 제발 선 넘지 말기를.”
회장실에서 나온 시우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회장실 앞에는 여전히 비서실장과 경호원 헌터들이 있었는데 시우가 나오자 비서실장이 다가왔다.
“시우 도련님. 회장님과 이야기는 잘 끝내셨습니까?”
“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설마 진호 도련님이 거기까지 선을 넘겠습니까?”
“아저씨도 잘 알잖아요? 진호 형의 그 집착을…….”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차기 후계자 후보이고 쓸데없는 짓을 하면 본인도 손해가 된다는 것을 잘 알 테니 선을 넘지는 않을 겁니다.”
“선을 안 넘길 바라야죠……. 그럼 저는 이만 집으로 돌아갈게요.”
“네, 도련님. 돌아가는 길부터 시리우스 팀이 도련님을 호위할 겁니다.”
시우는 비서실장과의 대화를 끝내고 현성기업 본사를 나오는데 입구에 시리우스 팀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리우스 팀장이 시우에게 말했다.
“도련님. 앞으로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시리우스 팀의 팀장은 AA랭크 어쌔신 헌터다. 이렇게 앞에서 대화하는데도 존재감이 옅었다. 엄청난 은신 스킬이었다.
“네……. 오랜만이네요. 서길수 팀장.”
“앞으로 저희가 도련님의 보조를 맡게 되었습니다. 편하게 명령만 내려주시면 됩니다.”
서길수 팀장은 굉장히 현성기업의 이경찬 회장의 라인이었는데 충성심이 꽤 강했다.
서길수 팀장의 아버지도 현성기업의 임원으로 있으면서 이경찬 회장의 충실한 심복이었다.
“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서길수 팀장.”
“네, 도련님.”
시우는 얼결에 시리우스 팀을 받게 되었지만 꽤 카리스마 있게 말했다.
그 모습에 시리우스 팀원들과 팀장은 속으로 ‘역시 차기 후계자는 시우 도련님이 어울리는군.’ 하였다. 그에 반해 이진호는 후계자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시우는 시리우스 팀과 같이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진호는 집으로 돌아와 부하 직원들 즉, 하운드 팀과 사천 팀에게 모든 정보를 보고 받고 있었다.
“강진성과 박성현의 정보가 모두 이 파일에 들어 있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파일에는 강진성은 헌터로 각성한 지 얼마 안 됐지만, C랭크로 빠르게 치고 올라왔고 가야리에서 3만 평의 토지를 가졌다고 한다. 자금력도 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박성현은 주로 연금술사 공방에서 상주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며 블랙마켓 등을 자주 돌아다닌다고 적혀 있었다.
정령사 헌터이며 랭크는 B~A랭크로 추측되며 헌터 랭크로는 B라고는 하지만 아마 더 상위 실력일 거라고 쓰여 있었다.
“이것뿐인가?”
“네, 그렇습니다. 혹시 모를 변수로 좀 더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블랙마켓에서 이승룡이라는 그 헌터는 쓸모가 있어 보여서 세뇌 중입니다.”
“그딴 버러지를 사용해서 어디에 써먹을 생각인가?”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버러지라도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
하운드 팀 팀장은 웃으며 얘기하였다. 이승룡 헌터를 세뇌하고 계획 일부에 써먹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세뇌가 다 돼가니 바로 투입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네가 다 알아서 하고……. 꼬리를 밟히는 일은 없어야 된다. 알겠나?”
“물론입니다, 도련님. 믿고 맡겨주십시오.”
하운드 팀 팀장과 진호는 무슨 계획을 세우는지 알 수가 없었으나 분명한 건 시우 주변 인물들 즉, 강진성과 박성현에게 해를 끼치려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일을 모르는 진성과 성현은 그 시각 잠을 자거나 일을 하는 중이었다.
“크크크……. 시우 녀석, 두고 보자……. 주변 인물들이 불행해져 봐야 나에게 울며불며 매달릴 테니까.”
진호는 하운드 팀 팀장과 같이 하하하 웃으며 미래를 상상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 * *
블랙마켓에 갔다 온 진성은 집에 오자마자 뻗었는데 아침이 되었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끄응……. 일어나야지.”
몸이 아픈 건 아니었지만 오늘도 늦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일어나야 했다.
“어으……. 일단 씻자.”
진성은 일어나서 한 번 기지개를 켜고 씻고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문자 알림이 울렸다.
“어? 누구지…….”
폰으로 문자 확인해 보는데 저번에 농부 헌터들 모임에서 친해지고 폰번호 교환한 임하준 헌터였다.
문자 내용에는 저번에 자기에게 시비를 걸었던 이형만 헌터가 가야리 밭을 방문하고 확인해 본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그 꼰대 아저씨는 왜 오는 거지?”
어제 블랙마켓 사건(진호 형이 시비를 건 것)도 그다지 기분이 별로였는데 오늘도 일이 터지네……. 어제랑 오늘 운이 더럽게 없네.
“하준 씨에게 전화해 봐야겠다.”
뚜르르르르-
신호음이 한두 번 가더니 뚜둑 소리가 나며 임하준 헌터가 받았다.
“아까 보내주신 문자 잘 봤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죠. 이게?”
-아, 진성 씨! 그게 다름 아니라. 저희가 이게 앱 단체방이 있는데 이승룡 아저씨가 갑자기 형만 아저씨한테 진성 씨 언급하면서 거기 확실하게 하는지 검사해 봐야 하지 않냐고 하면서 찾아간다고 그러더라고요.
“이승룡 헌터는 또 누구죠?”
-아, 그게 그날 모임에 오지 않았던 분이긴 한데 진성 씨를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단체방에서 형만 아저씨를 꼬드기더라고요.
“……그래서 그 형만 아저씨는 언제 온대요?”
-아마 지금 출발했으니까……. 곧 도착할 겁니다……. 아마 엄청난 꼰대 짓을 할 게 분명하니 대비하세요……. 죄송합니다. 여기까지밖에 못 도와 드려서.
“괜찮아요. 이렇게 정보라도 주신 걸 감사하게 여겨야죠.”
-형만 아저씨가 무슨 짓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하세요, 진성 씨.
“네, 알겠습니다…….”
통화가 끊기고 진성은 조금 짜증이 났다.
아니, 자기 할 일이나 하지……. 왜 내 땅에 와서 무슨 행패를 부리려고??
“금방 온다고 했으니까……. 내 집으로 오려나? 아니면 내 땅으로 오려나?”
분명 내 땅 위치까지 알고 오는 게 분명한데……. 일단 주변에 사는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진성이 말하는 주변 이웃은 한 명밖에 없었다. 최근에 이사를 온 A랭크 셰프 헌터 차현민 헌터였다.
진성은 빠르게 작업복으로 환복 후 차현민 헌터에게 문자를 보냈다. 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러자 빠르게 전화가 왔다.
“네, 여보세요?”
-진성 씨~ 도움이 필요하시다면서요?
“아……. 네네. 일단 설명부터 해 드릴게요.”
진성은 농부 헌터들 모임 이야기부터 오늘 들은 정보까지 다 얘기를 하였다.
-당연히 도와 드려야죠. 일단 상황을 보니까 시비를 걸러 오는 게 분명합니다. 마침 오늘 제가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진성 씨 밭 구경하는 겸 저도 따라가도 되죠?
“네, 되죠!”
A랭크 셰프 차현민 헌터가 옆에 붙어 있으면 꼰대 짓을 하더라도 크게 못 할 것이다.
차현민 헌터는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유명한 헌터였기에…… 존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진성인 ‘인맥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는 걸 보여줄 참이었다. 물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는 게 더 좋았지만…….
“아마 곧 온다고 하니까……. 일단 우리 집 오실래요?”
-물론이죠! 일단 끊고 곧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진성 씨.
“넵.”
차현민 헌터와 통화를 끝낸 후, 진성은 자신의 든든한 아군인 차현민 헌터가 꼰대 이형만 헌터를 어떤 식으로 저지할지 궁금해졌다.
한 5분이 지났을까? 초인종이 울렸다.
“어? 벌써 오셨나…….”
초인종 인터폰을 보는데 얼굴이 바로 찌푸려진 진성이었다.
현관문 앞에는 바로 이형만 헌터와 그를 따르는 헌터 세 명 정도가 어서 열라는 식으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열지 말까?”
진성이 이렇게 1분 정도 고민하고 있는데, 바깥에서는 계속해서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고 재촉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애송이~ 어서 문 열라고?”
“하하하, 형님. 저 녀석 졸았나 봅니다. 우리가 올 줄 몰랐나 본데요?”
“강진성 씨~ 어서 나오시죠?”
이형만을 따라온 헌터들의 비아냥대는 말이었다.
이형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진성이 문을 열고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쓰읍……. 어차피 저 사람들 계속 죽치고 있을 테니 열고 나가자.”
진성은 마음을 굳게 먹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이형만과 그를 따르는 헌터 세 명이 씩 웃으며 진성을 바라보았다.
“자 애송이……. 밭으로 안내하시지?”
“……대체 왜 오신 거죠?”
“당연한 걸 묻네? 검사하러 왔지. 진짜로 2만 평을 운영하는지, 그리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말이야.”
이형만 헌터는 거만하게 있었다. 진성은 굉장히 기분이 나빠졌다.
“어서 네 밭으로 안내하게나. 애송이.”
“……보여드리죠.”
진성은 이를 악물었다. 그들을 자신의 밭으로 안내해야 하는 게 기분이 무척 나빴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