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54. 054화
“자, 이게 메뉴판인데 골라 봐.”
메뉴판을 가져온 성현이 시우하고 진성에게 나눠주었다.
메뉴판에는 소고기 라면, 돼지고기라면 등 7가지가 적혀 있었다.
“성현아. 네가 제일 추천하는 라면은 뭐냐?”
성현이 바로 돼지고기 라면을 추천했지만 진성은 소고기 라면을 골랐다.
“야, 이럴 거면 왜 물어보냐? 결국, 답정너잖아.”
“그냥 물어봤어. 또 돼지고기 추천 하나 해서.”
진성은 이미 성현이가 뭘 추천할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물어본 것은 아직도 돼지고기 파벌인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역시 라면은 소고기 라면이지!
시우도 소고기 라면을 주문했고, 라면 가게 사장님은 ‘손님들~ 약 15분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주방에 들어가셨다.
“여기 면발 뽑는 거 수타야~ 절대 기계 안 쓰거든. 거기에 사장님이 헌터는 아니지만, 예전에 나름 유명했던 분이다.”
“어, 그래? 그럼 성현이 네가 말한 것처럼 엄청 맛있겠네?”
“당연하지. 인마!! 여기는 진짜 내가 추천하는 곳 중 한 곳이야.”
“그런데 성현아. 너 블랙마켓하고 다른 곳에서 유명인사지? 아까도 네가 가이드 안내할 때도 대부분 알아보던데……. 대체 너 정체가 뭐냐?”
“에이……. 정체가 뭐냐니. 그냥 자주 돌아다녀서 그래~ 내가 사교성이 좀 좋아서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고.”
뭐 성현이 말대로 저 녀석은 활발하기도 하고 사교성이 있는 녀석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블랙마켓에 있는 인원 중 거의 절반 이상이 알아본다는 것은 꽤 유명인사라는 얘기다.
대체 저 녀석은 뭘 하면서 다닌 거지?
그렇게 한창 성현이와 얘기하고 시우는 아무 말 없이 폰으로 문자를 보고 있었는데 정확히 15분 뒤에 라면이 나왔다.
라면 그릇은 꽤 커 보였는데 양은 곱빼기 수준이었다.
“자, 라면 나왔습니다~ 맛있게들 드세요.”
라면 가게 사장님은 우리들에게 라면을 직접 가져다줬으며 시우와 진성은 양이 많은 거에 대해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그걸 본 성현이는,
“어때? 냄새도 죽이고 양도 많지? 맛도 내가 보장한다~ 어서 먹어 봐!”
진성은 수저로 국물은 한 번 떠먹어 봤는데, 매우 맛있었다.
의외인데? 성현이가 이런 맛집도 알고……. 역시 많이 돌아다닌 자의 경험인가?
시우도 맛있는지 조용히 먹고 있었다.
저 녀석도 맛있는지 조용히 먹네!
후르르르룩.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그런지 경쾌한 소리가 라면 가게 안을 울렸다.
“성현아, 그런데 여기 이렇게 맛있는데 왜 이리 사람이 없냐? 보통 맛집 하면 줄을 서서 먹잖아!”
“평소에는 사람이 많긴 한데 오늘따라 없는 거야~ 아마 내일 되면 엄청 많아질걸?”
“그래?”
“그건 그렇고 빨리 먹기나 해~ 너 이따가 경매장 물건 팔리는 거 봐야 될 거 아니냐.”
“알았어~”
진성은 성현이의 말에 대답을 한 후 정신없이 흡입하였다. 정신없이 먹고 난 후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경매 시작까지는 20여 분이 남아 있었다. 15분 만에 다 먹은 것이다.
“잘 먹었냐?”
성현이는 시우와 진성에게 물었다.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진성 또한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이 집은 내가 추천했으니까 내가 돈 내지 뭐.”
“오, 웬일이냐?”
“뭘 웬일이야~ 그냥 사주는 거야.”
성현이는 카드를 꺼내 계산대에 있는 사장님에게 건넸다.
“사장님, 계산이요~”
“그래, 성현 군. 잘 먹었나?”
“사장님 라면 맛은 여전히 일품이네요.”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다.”
“에이, 맛있는 걸 맛있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합니까?”
“그래그래, 알겠다.”
라면 가게 사장님은 성현이 카드로 계산을 마친 후 카드를 돌려주었다.
성현이는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진성과 시우와 가게를 나왔다.
“자……. 저기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가자.”
“뭐, 나는 상관없어. 시우는……?”
“나도 먹을게.”
“좋아, 좋아. 가즈아~”
우리는 라면 가게 맞은편에 있는 철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주문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받아 경매장으로 돌아왔다.
“이제 슬슬 진성이 거 시작하겠다. 보니까 5분 뒤에 시작이네~”
“어? 벌써 그렇게 시간이 됐냐? 요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빨리 가는 게 좋지~ 곧 겨울이구나……. 우리도 1살씩 먹네, 에휴.”
전역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이 다가오다니. 헌터 된 지도 겨우 3~4개월째인데…….
참으로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하였다.
경매장 무대 중앙에 앉아 있었는데 경매장 좌석이 점점 채워지기 시작했다.
진성이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은 유명한 헌터였고, 농부 헌터도 몇몇 보였다.
“성현아, 매번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냐?”
“뭐, 요즘은 더더욱 그래. 아무래도 블랙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게 워낙 많아서 일반인들도 요즘 많이 오더라~ 뭐. 그중 재벌들도 오긴 하지만…….”
성현이와 진성이 이야기 나누는 동안 경매장 무대 위에 사회자가 등장했다.
오늘 판매할 물건이 일반 등급의 맨드레이크 15개라고 소개하자 경매장에 환호성이 가득하였다. 맨드레이크는 어쩌다 풀려도 다섯 개 정도였는데 열다섯 개나 풀렸기 때문이다.
“맨드레이크가 나온다고? 아무리 일반 등급이라고 해도 구하기 어려운 물건 아니야?”
“그러게……. 가격이 얼마로 나올지는 몰라도 아무리 못해도 최소 개당 150~300만 원 사이로 판매되던데.”
“누군지 몰라도 맨드레이크 많이 풀은 그 판매자한테 감사해야겠군.”
그렇게 다들 한마디씩 하는 구매 참석자들이었다.
이 정도 반응이라니…….
진성은 ‘아, 너무 싸게 올렸나?’라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지만 뭐, 맨드레이크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라 크게 상관 안 하기로 하였다.
“야, 진성아~ 내가 말했잖아. 네가 너무 싸게 파는 거라고……. 이 정도 반응이 나온다니까?”
“이 정도일 줄 몰랐지……. 맨드레이크 일반 등급도 구하기는 좀 어렵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호응받을 줄이야.”
“맨드레이크는 주로 약초 재료로 사용되지만, 방범용 또는 남을 괴롭히기 위해서 쓰기도 한다더라.”
“그거 진짜 쓸데없는 거 아니냐?”
“뭐……. 그렇긴 하지. 하지만 방범용으로 쓰다가 약초 만들 때 재료 필요하면 즙 짜면 되니까 일거양득 아니냐~”
호응을 보니 개당 30만 원에 올린 맨드레이크들은 5분도 안 돼서 다 팔려나갈 것 같다.
“자, 여러분. 오늘은 맨드레이크 일반 등급 15개가 올라왔지만, 더더욱 놀라운 것은 판매자가 개당 30만 원에 올린 것입니다.”
라고 사회자가 무대 위에서 말하자 다들 ‘판매자가 돈이 많은 놈인가 보군?’ 또는 ‘미친 거 아니냐.’는 반응들이 가득하였다.
정작 판매자가 이 경매장 안에 있지만 말이다.
경매가 진행되었고 맨드레이크는 불과 2분도 안 돼서 다 판매되어 버렸다.
이 블랙마켓 경매장 같은 경우는 한 사람이 한 번에 다 구매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공평성 때문이라고 한다.
또 거기서 융통성이 발휘되는데 예를 들어 경매에 나온 물건의 구매자가 한 명뿐이라면 다 구매가 가능했고, 구매자가 여러 명이면 한 명당 최대 다섯 개까지 구매가 되었다.
“진짜 빨리 팔려나가네…….”
“그렇지? 보통 주민센터 경매장 같은 경우는 올려놓으면 팔려나가는 데 며칠 걸리거든. 블랙마켓은 하루 만에 다 판매 가능해. 그래서 그 점은 좋지. 다만 수수료가 좀 세다는 정도?”
“에이……. 그래도 하루 만에 파는 게 더 좋지.”
“아무튼 경매까지 끝났으니 뭐할 거냐? 시간 보니까 오후 8시 다 돼가더라.”
“그래?? 그럼 집에나 가자~ 시우야, 너도 동의하지?”
“어~ 상관없어.”
“그럼 가자.”
성현이와 진성 그리고 시우는 경매장을 나가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시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진성과 시우 그리고 성현이 몸을 돌려 누구인지 보는데……. 하필 제일 만나고 싶지 않은 시우의 이복형, 이진호였다.
이진호의 옆에는 비서 한 명 그리고 이진호를 경호하는 헌터들이 있었다.
“이시우!! 일을 하지 않고 튀었다는 제보가 있던데……. 여기 와서 친구들이랑 놀 줄이야……. 크크.”
이진호는 시우를 보며 웃었고, 시우는 진호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차기 후계자에서 밀려났으니~ 내가 회장 자리에 오르는 순간 이시우 너는 끝이다. 알겠냐?”
“…….”
“어쭈? 이젠 대답도 안 해? 이 형을 우습게 보는 거냐?”
이진호는 계속해서 시우에게 도발을 하였다. 하지만 시우는 조용히 쳐다만 볼 뿐…….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난 진호는 더 큰 소리로 뭐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참다못한 성현이 진호에게 말했다.
“그만하시죠? 진호 형…….”
“뭐라고? 어디서 이 몸한테……!!”
“아아, 알겠으니까 시비 걸지 마세요~ 댁이나 앞가림 잘하시라고요.”
“뭐야?!”
시우 대신 성현이가 말을 맞받아치자 진호가 더 화가 나서 뭐라 하려는데 진호 뒤에 있던 경호 헌터 두 명이 앞으로 나와 진호를 말리면서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성현은 ‘어디 한번 솜씨 좀 볼까??’라며 서로 대치를 했다.
경호원 두 명 중 떡대가 있는 자가 나와 성현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날리려고 했지만, 성현은 가뿐히 손을 쳐내며 반대로 떡대를 날려 버렸다.
“으아악!”
떡대는 날아가며 비명을 질렀고 진호 근처에 떨어졌다. 진호는 그 모습에 더더욱 열이 받았다.
다른 경호원 헌터는 성현을 경계하였다. 방금 날아간 동료는 최소 C랭크 최상위 헌터인데, 한 번에 날아간다? 말이 안 됐다. 그럼 자신 앞에 있는 이 헌터가 최소 B랭크라는 소리였다.
“너도 덤빌 거냐?”
성현이가 다른 경호원 헌터에게 말하자 그 경호원 헌터는 내심 갈등이 생겼다. 자신보다 강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진호는 자신 앞에 있는 헌터가 도발을 받았음에도 움찔거리기만 할 뿐, 공격을 하지 않자 뒤에서 외쳤다.
“공격해! 뭐 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그 경호원 헌터는 허리춤에 찬 검을 꺼내 성현이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성현은 주먹으로 가볍게 그의 얼굴을 때려 날려 버렸다. 그 또한 성현에게 맞고 날아가 진호 근처로 떨어졌다.
“쿨럭쿨럭.”
그 경호원 헌터는 기침을 해 대며 간신히 일어났다.
“저기 진호 형? 경호원 다시 뽑으시죠? 너무 약하네요, 훗.”
“이……. 이이익!!”
진호 옆에 있던 비서는 ‘아. 차기 후계자가 사고를 또 이렇게 치는구나…….’ 하면서 이 일이 퍼지는 순간 ‘회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지겠구나.’ 하면서 진호를 말리려고 하였다.
“역시 나쁜 친구들만 사귀는구나! 시우야.”
진호는 가만히 있는 시우를 또 건드리고 있었다.
시우는 가만히 있다가 친구들을 모욕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한마디 했다.
“저를 건드리는 건 참아도…… 친구들을 건드리면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뭐라고? 힘도 없는 주제에!”
시우와 진호가 대치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일부 블랙마켓 상인과 헌터가 성현을 응원하며 진호를 노려보자 진호는 쓰러져 있는 경호원들을 발로 차며 ‘가자! 빨리 일어나라!’라며 인성을 보여주었다.
“이봐, 성현 군. 괜찮은가?”
“어이, 살아 있냐?”
주변 헌터들이 다가와 성현을 걱정하며 말했다.
“아하하, 괜찮습니다. 여러분.”
주변 블랙마켓 헌터들은 죄다 성현 쪽을 욕하고 있었고 진호는 이미 현장을 떠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