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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53화 (53/209)

제53화

53. 053화

“벌써 5시야? 그럼 가자. 금촌 블랙마켓은 처음이라서.”

“그래, 가지 뭐.”

유일하게 성현만 금촌 블랙마켓을 수시로 가다 보니 이번 친구들의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진성은 블랙마켓에서 구경과 판매를 하고 싶었고 시우는 서류에서만 벗어날 수가 있다면야 상관없었다. 하여, 시우는 금촌 블랙마켓에 볼일이 있다며 비서에게 얘기하고 회사에서 도망쳐 온 것이다.

“그럼 금촌까지 텔포 타기에는 돈이 아까우니까~ 진성아, 차 좀 얻어 타자.”

성현은 진성의 차로 가자고 했고 진성도 텔포를 이용하기에는 돈이 아까웠던 터라 성현의 말에 동의하였다.

“알았어! 잠시만.”

진성은 인벤에서 차 키를 꺼내 집에서 나와 정원 구석에 있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자자, 빨리 타라. 얘들아.”

진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현이는 운전석 옆 보조석에 탑승하였고, 시우는 뒷자리에 탑승해서 안전벨트를 메었다.

진성도 운전석에 탑승해 폰으로 내비를 켜고 금촌 시장 입구를 찍었다. 폰 내비에서 작은 벨 소리가 한 번 나고 위치가 설정되었는데, 집에서 금촌 시장까지 시간으로는 약 39분이 걸렸다.

“39분이네? 생각보다 좀 거리가 있네. 가까운 줄 알았는데.”

성현의 말에 진성은 ‘아니지, 39분이면 가까운 게 맞지. 넌 30여 분이 먼 거냐?’라고 말하자.

“어, 나는 30여 분 거리면 멀다고 느껴져서 그래서 텔포 타고 다니는데?”

라고 말하니 할 말이 없어졌다.

“아무튼 출발이나 해! 5시라서 퇴근 시간대잖아. 39분보다 더 걸릴 수 있다. 진성아.”

“알았어, 인마!”

성현의 재촉에 조금 인상을 찌푸렸지만 맞는 말이라 반박은 못 했고 진성은 내비대로 금촌 시장을 향해 차를 몰았다.

집에서 금촌 전통시장까지는 약 39분이었고, 아마 빠르게 가면 30분 정도 걸릴 듯하였다.

진성은 열심히 운전하였고 옆 보조석 성현은 폰으로 게임 중이었고 뒷자리 시우는 눈을 감고 편히 자고 있었다.

그런 시우를 진성은 백미러로 보고 ‘녀석, 엄청 피곤했나 보네.’라고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었는지 성현은 폰으로 게임을 하면서도 작게 말했다.

“쟤 현성 기업 도련님이잖아~ 차기 후계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은 몇 개 맡아서 하는 거 같더라.”

“뭐, 도련님인 거는 알지만……. 후계자도 아닌데 일을 몇 개나 해?”

“나도 정확히 들은 건 아니긴 한데. 우리 연금술사 공방 후원해 주는 사람 중 한 명이 시우거든. 저번에 들어보니까 프로젝트 2~3개 맡아서 하고 있는 거 같더라.”

성현의 말에 진성은 시우가 진짜 힘들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아무튼 회사에서 스트레스받는 것도 있겠지만, 제일 큰 거는 아무래도 쟤 이복형이 좀 그러긴 해……. 너도 알지?”

“아? 그 사람…….”

진성이 기억하는 시우의 이복형의 이름은 이진호다.

겉모습은 그냥 조금 성깔 있는 30대 초반 남자였는데, 헌터는 아니었었고 시우한테 항상 열등감을 느껴 자신들이 시우랑 같이 있을 때도 계속해서 시우에게 시비를 걸던 사람이었다.

그때마다 시우는 참았고 우리도 가정사에 끼어들 수가 없던 것이다.

“예전에도 그 이복형이 시우 괴롭히는 것도 많았지만, 요즘은 더 심하다고 하더라……. 우리 업계 사람들도 다 아는 그런 소문이지 뭐.”

“그래?”

“어……. 시우가 그래도 연금술사 헌터에 일도 잘하잖아! 그래서 그것 때문에 더 열등감 느끼고 막 괴롭힌다고 하더라……. 그 사람이 차기 후계자로 선택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아직까지 시우 괴롭히는 거로 봐선 인성이 여전해.”

차기 후계자 선택은 결국 그 이복형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후계자가 아닌 동생을 괴롭힌다? 이건 솔직히 너무 했다.

“시우가 후계자 자리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성현은 말을 흐렸다. 진성이 ‘왜 그래?’라는 표정으로 성현을 슬쩍 쳐다보니 성현이가 눈으로 백미러로 눈치를 주었다. 백미러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시우가 깨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들의 이야기를 조금 들은 거 같았다. 그럼에도 시우는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하, 미안하다. 시우야……. 그냥 네가 걱정돼서 좀 네 얘기하고 있었어.”

“……괜찮아.”

“그래……. 힘내고…….”

성현은 힘내라고 말한 뒤 말이 없어졌다. 조금 분위기가 다운된 거 같아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블랙마켓 이야기를 꺼냈다.

“성현아, 그런데 블랙마켓 하면 불법적인 그런 곳 아니냐? 그거 정부에서 허가해 줬다면서? 무슨 소리야?”

“아아, 그거? 원래는 불법으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정부가 개입하면서 처음에는 막 폐쇄하고 없애고 그랬거든……. 그러다가 바꾼 거지.”

“그래?”

“블랙마켓을 합법적으로 하는 대신에 거기에서 나오는 일부 수수료를 정부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야. 어쨌든 정부가 한정적으로 관리하는 거는 맞아.”

“요즘 그런 식으로 정부가 돈을 버네?”

“뭐……. 그렇지.”

그 외 성현이에게 들은 것으로는 정부가 관리를 하므로 가끔 한 달에 한 번 직위가 높은 공무원이 찾아와서 훑어간다고 한다.

뭐 수수료를 과하게 떼가는지 몰라도 아무튼 그것에 대해 불만 많은 헌터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한동안 블랙마켓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금촌역에 도착하였다.

“어……. 여기서 저기 골목 보이지?”

금촌역에 도착해 내비대로 차를 몰려고 하자 성현은 ‘아니야, 저기 골목이라고.’ 하며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내비대로 들어가지 말고……. 저기 골목 쪽으로 들어가 봐.”

일단 성현의 말대로 골목으로 차를 몰아 들어가 보니 큰 공터가 있었다.

“여기에 원래 주차하면 안 되기는 한데……. 내가 너희 집 오기 전에 미리 공방에다가 허가받아놨어.”

“여기 공터가 그러면 너희 공방에서 관리하는 주차장 같은 개념이야?”

“뭐, 정확히는 공방 연합의 주차장이긴 하지.”

진성은 구석에 차를 대었고 친구들과 함께 차에서 나왔다.

“자, 여기서는 내가 가이드해 줄게~ 나만 따라와.”

성현은 앞장서서 진성과 시우를 안내하였다.

입구는 전통시장에 들어가는 게 맞았지만 들어가면 갈수록 복잡한 길목이 나왔고 막다른 곳에 다다르자 문이 하나 있었다.

성현은 그 문을 똑똑 두드렸고 문이 열리며 어떤 험상궂게 생긴 우락부락한 아저씨가 나왔다. 성현을 보자마자 인상이 풀어졌다.

“오~ 성현 군.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건가?”

“오늘은 그냥 친구들 블랙마켓 구경시켜 주려고 데려왔죠.”

“그렇구만……. 흐음.”

그 우락부락한 아저씨는 성현의 뒤에 있는 진성과 시우를 한 번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부디 사고 치지 말게나. 성현 군…….”

“에이, 그건 당연하죠.”

마치 성현이가 이곳 블랙마켓에서 무슨 사고를 친 것처럼 얘기를 한다.

대체 이곳에서 성현이가 뭘 했길래? 저렇게 말이 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에이, 아저씨도 참…….”

“아! 그리고 오늘 블랙마켓 거리에 사람이 무진장 많아~ 위험인물도 한두 명 있으니까 조심하게나.”

“네, 알겠습니다. 아저씨.”

아저씨는 들어오라고 하였다.

시우와 진성은 성현을 따라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통로를 1분 정도 걸어가 나타난 문을 열자 거리가 나왔다.

진성과 시우의 눈에는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마치 금촌 쪽이 아닌 그냥 새로운 공간이랄까?

성현이 웃으면서 말했다.

“자, 여기가 블랙마켓이야~”

진성이 본 그 거리는 전혀 금촌 같지 않았다. 수많은 헌터들과 일부 상인들……. 그리고 여러 인종의 외국인들이 바글바글한 그 장소는 꽤 넓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성현아……. 여기가 블랙마켓이야? 전혀 다른 세상 같은데?”

“어, 맞아. 정확히 말하면 시스템이 만든 장소이지만.”

“그럼 대체 여기 얼마나 넓은 거야??”

“내가 알기에는 아마 제주도 크기일걸?”

“그렇게 넓다고?!”

“뭐, 그쯤이라고 보면 돼! 자자, 날 따라오라고 신참들. 흐흐.”

성현은 블랙마켓 거리를 보고 놀라는 시우와 진성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안내하고 다녔다.

진성은 성현이 이곳에서 얼마나 유명한지 실감을 하였다. 보는 족족 유명한 헌터들이나 상인들이 성현에게 알은체했기 때문이다.

이 녀석……. 대체 정체가 뭐지……. 내 친구 맞아? 생각보다 거물인 거 아닌가?

“자자, 여기가 상점가이고……. 그리고 저 반대편이 즉석 경매장…….”

성현은 열심히 진성과 시우에게 블랙마켓을 소개하고 있었다. 시우는 역시 이 녀석을 데려오길 잘했다는 표정이었다.

“아, 성현아. 내가 즉석 경매장에 팔고 싶은 게 있는데…….”

“뭐 팔려고 하는데?”

“맨드레이크 15개 팔려고……. 일반 등급인데.”

“얼마에 팔려고?”

“개당 30?”

“100만 원이 아니고 30만 원이라고? 그거 너무 싸게 파는 거 아니냐?”

“아니, 뭐 맨드레이크 많이 있거든…….”

“야, 차라리 우리 공방에 팔아라! 개당 100만 원 이상으로 쳐 줄게……. 30만 원에 팔기에는 에바야.”

성현은 진심으로 진성이 싸게 판다고 계속 그러자 ‘에휴……. 네 마음대로 해라…….’ 말하고 즉석 경매장으로 안내하였다.

마침 즉석 경매장에서는 한창 경매가 진행 중이었다.

“여기가 24시간 내내 진행되는 곳이야……. 뭐, 등록 수수료는 일반 등급이면 아마 개당 2천 원쯤 할 거다.”

“그래? 얼마 안 하네…….”

“일반 등급이라서 싼 거야……. 레어면 개당 만 원 넘어~”

“만원도 싼 거 아니냐, 그럼?”

“너 돈 많나 보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긴 한데…….”

“아무튼 즉석 경매장에 접수해야 해! 따라와.”

시우와 진성이 아무 말 없이 성현을 따라가 보니 즉석 경매장 맞은편에 접수처가 있었다.

“여기에 접수하고 뭐 팔 것인지 다 얘기한 다음에 접수번호 뽑고 기다리면 경매장 무대 위에 있는 직원이 알아서 다 해 줘~ 판매하고 수수료 제외한 금액은 네 계좌에 넣어 주니까 걱정 말고.”

성현은 열심히 진성에게 설명해 주었다. 진성이 약간 머뭇거리자 성현은 ‘그래,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려줄게. 이번만은 내가 대리로 해 준다.’라고 말하며 진성에게 맨드레이크 15개를 건네받고는 접수처 등록을 해 주었다.

“자, 이제 됐으니까 어디 보자. 접수번호가 122번이니까……. 한 50분 정도 대기 타야 할 거 같은데?”

“꽤 걸리긴 하네?”

“뭐 24시간 돌아가는 곳이라……. 지금 즉석 경매장에서 진행하는 고객이 121번 고객인데 물건을 많이 올린 거 같아! 그래서 오래 걸리는 거겠지.”

“아하!”

“50분 정도 걸리니까 경매장 뒤에 가면 맛있는 라면집 있거든? 거기 갈래? 시우야, 진성아?”

“라면 좋지~”

“시우 너는??”

“나도 괜찮아.”

“그래. 그런 걸로 하고 가즈아!!”

성현은 진성과 시우를 데리고 경매장 뒤편에 있는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라면 가게로 향했다.

성현이가 소개해 준 맛있는 집이라고 하니 먹어보면 알겠지…….

“자, 여기가 내가 자주 오는 라면 가게인데 맛은 끝내준다~”

“알았으니까 빨리 들어가자. 갑자기 급 배고파진다.”

“…….”

“알았어, 들어가자.”

성현은 라면 가게에 들어가면서 안쪽 주방에서 일하는 사장님에게 인사했다.

“사장님~ 오랜만에 보네요~”

“성현 군. 오랜만에 오는 거 아니야?”

“아, 미안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 거의 못 오고 있었어요. 블랙마켓에…….”

“뭐 그럴 수도 있지.”

사장님과 꽤 친한 듯 보이는 성현의 대화가 끝난 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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