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51. 051화
그럼 현재 완성이 된 퀘스트는 명성 1,000 만들기 한 개만 완성됐다는 건데……. 오늘 황금 보리를 심고 차라리 나머지 작물들 성장 속도 조절 맥스로 한 다음에 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진성의 속마음을 읽은 시스템은 진성에게 말했다.
-성장 속도를 늘려도 안 됩니다. 정상적으로 3개월 채워서 기르시길 바랍니다. 성장 속도는 2배속까지 제한하겠습니다. 현재 심어진 맨드레이크(1개), 벌집, 만병초는 2배속으로 제한 걸어 놨습니다.
“아……. 그래, 알았다. 좀 편하게 하고 싶었는데.”
아,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다. 좀 융통성이 있어야지! 이것만큼은 그런 게 없네. 다른 것들은 융통성 있게 해 주면서 말이야.
그럼 황금 보리는 오늘 심어야겠네……. 이제 다른 작물들도 슬슬 수확 해야 하는데……. 저것들을 다 어떻게 처리하지?
현재 뒤늦게 심은 작물들은 제외하면 지금 수확이 바로 가능했는데 문제는 대량으로 납품할 곳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나마 경매장에 다 등록하는 정도라서……. 그 많은 물량이 한 번에 풀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지만……. 납품은 일단 시우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진성이었다.
“맨드레이크 한 개만 2배속이라는 거지? 그럼 나머지 네 개는 레어 등급으로 만든 다음에 랜덤 교환 상자에 넣어도 상관없겠네.”
이렇게 된 이상 저번처럼 맨드레이크 레어가 10개 또는 20개 이상의 일반 등급으로 나오면 이득이다.
맨드레이크들을 한데 모아서 연금술사 공방에 재료로 넘기거나 가격을 터무니없이 싸게 해서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이었다. 지난번 경매장에 내놓은 맨드레이크들은 아마 잘 팔렸을 것이다. 엄청 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맨드레이크는 재료로 쓰이는 거 외에도 여러 가지 쓸모가 있었다. 예를 들어 방범용으로 집 현관 근처에 설치해 두면 구매자 외의 사람에게 비명을 내어서 경고를 준다고 한다. 방범용 외에는 층간 소음 복수용으로도 쓰이는 거 같았다.
“일단 밭에 가서 맨드레이크 상태 좀 보고 판단해야지. 한 개 빼고는 네 개는 쓸 수 있으니까.”
바로 밭으로 향한 진성은 오전 9시가 돼서야 밭에 도착했다.
“새벽에 특별한 일은 없었니?”
진성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린에게 물었다. 세린은 ‘네!’라고 말하며 없다고 표현하였다.
하긴, 이 구석에 있는 밭에 누가 찾아오겠는가…….
하지만 방심해서도 안 된다. 내 밭 주변에는 야산들도 많았기에 등산객들도 올 수 있고 가야리 마을 주민 또는 부동산 업자 등등 누가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차피 찾아와도 내 땅에는 못 들어올 것이다. 세린이와 세계수 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들어오기도 전에 쫓겨나지 않을까??
“황금 보리는 어디에 심지?”
인벤에서 황금 보리를 꺼내 정보창을 열어 보았는데 아무래도 면적이 넓은 곳에 심어야 할 것 같았다.
[이름:황금 보리
등급:레어
특징:최소 100평 이상의 밭에 심어주세요. 수많은 보리가 생겨납니다.]
저런 내용이었기에 벌집이나 맨드레이크처럼 작은 공간에 심을 수가 없었다.
“새로운 땅에 심을 수밖에……. 웬만하면 세계수 근처에 다닥다닥 심고 싶었는데 진짜 아쉽네.”
진성의 표정은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세계수 가까이에 심으면 퀘스트 할 때 바로 차례대로 수확하면 되기 때문이다.
황금 보리는 어쩔 수 없이 어제 토지 사용권으로 생긴 10,000평의 땅 구석 자리에 심기로 하였다.
손에 황금 보리 씨앗을 들고 강화 유리 하우스 옆 땅으로 걸어왔다.
잡초와 돌들이 없어지고 잘 정리된 새로운 땅은 새벽 사이에 정령들이 관리했는지 비료가 뿌려져 있어 기름져 보였다.
“정말 너희가 고생하는구나. 고맙다.”
진성은 4대 정령들과 세린이에게 정말 고맙다며 말했다.
세린이는 ‘아니에요~’ 하면서 ‘이 정도는 가뿐히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4대 정령들도 괜찮다는 듯이 세린의 말에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말이다.
“이제 황금 보리를 심어 볼까?”
진성은 인벤에서 중급 농부의 장비 모종삽을 꺼내 여유 있게 심기 위해 구석보다 약간 앞쪽에 흙을 파내고 씨앗을 넣어 흙으로 살살 덮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물뿌리개를 꺼내 살살 물을 뿌렸다.
“이것도 한 달 걸리려나?”
시스템이 강제로 2배 속도로 걸어놨는데 얼마나 시간이 남아 있을지 궁금하여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황금 보리
등급:레어
특징:넓은 밭에 심었습니다. 최소 100평 또는 최대 1,000평의 땅에 보리가 퍼집니다
남은 시간:37일]
“최대 1,000평이라……. 운이 좋으면 그 정도고 보통이면 100평이라는 소리겠네.”
요거는 37일이나 걸리는구나~
시스템이 3개월이라는 시간을 처음에 줬을 때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심어보고 나니 3개월이면 이미 키우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시스템 녀석……. 다 계획이 있구나?
-네, 이제라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성 님.
“어휴……. 놀라라…….”
자꾸 나를 놀라게 하려는 속셈인가 갑자기 말을 걸어 버리고 또 말이 없네. 내가 이해해 줘야지 원래 저렇다는 것을…….
진성은 황금 보리 심기까지 완성하자 세린이와 정령들에게 황금 보리 관리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다시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맨드레이크와 만병초, 벌집의 현재 상황을 보려고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만병초
등급:레어
특징:북한산 또는 지리산에 발견되는 약초입니다. 이 약초는 북한산에서 발견을 하여 강진성 님에게 넘겨졌고 현재 축복받은 땅에서 버프를 받으며 크게 성장 직전입니다. 잘만 키우시면 플래티넘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할 듯 보입니다.
남은 시간:22일]
[이름:맨드레이크
등급:레어
특징:두더지 족장을 구타해서 죽이고 경험치를 얻어 바로 레어 등급으로 진화한 개체입니다.
남은 시간:17일]
[이름:A랭크 양봉가의 벌집
등급:레어
특징:100마리의 꿀벌과 1마리의 작은 여왕벌이 사는 벌집입니다. 추후 유니크 등급부터는 로열젤리가 생산됩니다.
남은 시간:28일]
“만병초는 플래까지 22일 단축됐네. 벌집도 28일이면 될 거 같고……. 맨드레이크가 제일 빠르구나. 성장 속도는 원탑이네.”
만병초나 황금 보리 그리고 벌집은 그대로 놔두면 잘 성장할 듯싶었다. 그런데 맨드레이크 특징 상태가?? 두더지 족장 죽이고 나서 바로 진화라니……. 얘네들 사실 약초가 아니라 몬스터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어 진성은 맨드레이크들이 있는 곳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맨드레이크들은 진성이 쳐다보는 걸 아는지 잠깐 움찔거렸다.
“어쭈? 너희 진짜 약초가 아니라 몬스터 아니냐?”
심겨 있는 맨드레이크들에 다가가 물었는데, 맨드레이크들은 하나같이 땅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아니라고 하고 있었다.
“아니라고? 일단은 믿어 주마.”
맨드레이크들은 억울하다는 듯이 비명을 질렀다. 울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알았어! 의심해서 미안해.”
그 초음파 공격은 정말 싫은 진성이었기에 어찌하다 보니 맨드레이크들을 달래주고 있었다.
네 개는 울음을 그쳤지만 한 개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이놈, 안 되겠군!’ 하면서 그 녀석을 뽑아서 손에 꽉 쥐고 강화 유리 하우스 쪽으로 갔다.
다른 맨드레이크들은 자신들도 뽑힐지도 모르니 떠나가는 동료를 모른 척하였다. 동료를 위해 울기라도 했다간 왠지 강진성에게 뽑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허! 가만히 있어!”
진성의 손에 잡힌 맨드레이크 한 개는 발버둥 치고 있었다. 어떻게든 손아귀에서 벗어나 보려고 했지만, 너무도 약하디약한 맨드레이크라 진성의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진성은 발버둥 치는 맨드레이크를 한 손으로 꽉 쥔 채 강화 유리 하우스 앞에 있는 랜덤 교환 상자에 넣어 버리고 닫아 버렸다.
“너의 생명으로 새로운 생명을 만들 수 있으니 고맙다.”
진성은 기절한 맨드레이크가 랜덤 교환 상자에서 변환이 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상자 전체에서 1분 동안 푸른색 기운이 나더니 사그라졌다.
진성은 어떤 아이템이 나왔을까? 하면서도 일반 등급의 맨드레이크 20여 개가 나왔을 거 같은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상자를 역시나 열어 보니 진성이 예상한 대로 일반 등급의 작은 맨드레이크 20개가 나왔다.
“역시 내 예상대로네……. 아니, 정해져 있는 건가?”
교환 상자에서 나온 맨드레이크 20개가 깨어나기 전에 후다닥 인벤에 넣어 버렸다.
“휴우……. 20개의 비명은 끔찍하단 말이지…….”
고막이 터질 수준이었기에 빠르게 인벤에 던져 버린 진성이었다.
물론 진성의 인벤이 무제한은 아니었다. 잡다한 템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슬슬 한번 정리하긴 해야 했다.
“내 인벤이 총 몇 칸이고 몇 칸을 썼는지 확인해 볼까?”
인벤 창을 열어 확인해 보는데 진성의 인벤 칸은 총 105개였고 그중 79개를 쓰고 있었다.
“필요한 재료와 아이템들을 제외하면 이것들은 다 쓰레기네.”
4차 디펜스 때 두더지들을 죽이면서 얻은 흙덩이라든지 돌 같은 쓸모없는 것들이 인벤에 있던 것이다. 자동으로 습득이 되다 보니 그런 것이다.
“쓸모없는 것들 버리면 인벤창이 깨끗해질 것 같네! 바로 버릴까?”
진성은 세린에게 인벤에서 쓸모없는 흙, 돌, 잡초, 쓰레기 등등 잡다한 물건들을 가야리 마을 안쪽에 있는 커다란 소각장에 버리러 다녀와야겠다고 말했다.
“아빠, 잘 다녀오세요~”
“그래, 세린아. 혹시나 이상한 일이 생기거나 누가 밭에 침입하면 꼭 알려줘야 돼?”
“네, 알았어요. 아빠!”
세린이는 밭을 떠나가는 아빠에게 손을 흔들며 잘 갔다 오라고 하였고 진성은 세린이의 인사를 받고는 자신도 손을 흔들며 갔다 오겠다고 하였다.
밭을 떠난 진성은 집에 들르지 않고 마을 입구로 들어가 입구 우측에 있는 크고 넓은 쓰레기 공터의 소각장으로 향했다.
“여기에 버려야겠다.”
흙은 따로 분류해서 쌓아 두었고, 불에 탈 만한 것들만 소각장에 다 던져 두었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 현민 씨가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아직인가?”
소각장에 쓰레기를 버리고 나온 진성은 어제 통화했던 A랭크 셰프 헌터 차현민이 생각났다.
“뭐, 알아서 연락 주시겠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폰으로 진동이 오고 있었다.
“어? 현민 씨인가 보다.”
주머니에 있던 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예상했던 대로 차현민 헌터였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현민 씨~”
-네, 진성 씨! 접니다. 오늘 이사가 완료되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집도 빠르게 완성이 되었고요.
“아, 그러세요? 혹시 위치가 어디세요? 집 쪽이요.”
-아, 여기 위치가요……. 잠시만요.
“넵.”
-여기가……. 사임당로 635번길 근처거든요?
“어라? 거기 저희 집 근처인데요?”
-아 그렇군요…….
음? 뭐지……. 아까 집을 지나쳤을 땐 내 집 근처 반경에 건물 하나도 안 보였는데……. 아니면 내가 못 보고 지나간 건가?
집 근처라고 해도 딱히 부담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괜찮은 이웃이 생겨서 좋다랄까.
진성은 마을 외곽에 혼자 살다 보니 저녁에 올 때마다 야산이나 공터에 혼자 산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 왔다.
-아무튼 진성 씨, 집 주소 알려 드릴까요?
“네, 문자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후 바로 현민 씨의 집 위치가 담긴 문자가 왔는데, 진짜 자신의 집 근처였다.
뭐 엄청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맞은편 끝자락일까? 자신의 밭이 있는 장소는 아니고 아예 반대편이었다.
이제 혼자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거 같았다. 좋은 이웃이 근처에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제 매일 아침에 현민 씨랑 거의 마주치겠는데?”
현민 씨에게 상추와 루콜라를 한 달에 한 번씩 정식으로 납품하기로 계약을 했다.
현재는 파트너 정도였지만 더 친해지면 자신의 앞길에도 크게 도움이 될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