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49. 049화
분명 디펜스 퀘스트 시작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시작하자 독기가 오른 진성이었다.
-4차 디펜스 퀘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A급 퀘스트
침공 몬스터:두더지 5만
특징:두더지 군단 속(두더지 족장 1개체, 두더지 팔라딘 2개체 포함) 이전 두더지들보다 강화된 개체 다수 포함.
침공 개시 시간:다음 날 오전 8시 정각.
보상:황금 보리(레어 등급), 토지 확장권 1장.
명성 300 증가, 레벨 10 상승, 랜덤 사용권 1장.
실패 시:명성 300 마이너스, 다음 디펜스 퀘스트 때 더 강력한 몬스터 등장, 레벨 20 하락.
시스템의 공식적인 알림이 끝나자 강화 유리 하우스 앞쪽, 거리상으로는 800m 떨어져 있는 산에서 포탈이 열리며 몬스터 두더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려 5만 마리의 덩치가 꽤 큰 두더지들이었고, 산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진짜 많기도 하다.”
각오는 이미 했고 저 녀석들이 내 밭에 단 한 발짝도 못 들어오게 해야 된다.
두더지 군단 앞에서 족장으로 보이는 큰 두더지 한 마리와 갑옷을 껴입은 두더지 팔라딘이 두 마리 보였다.
“저 녀석들이 족장하고 팔라딘인가? 어쭈……. 두더지 주제에 갑옷을 껴입었네?”
그래봤자 두더지인데. 아니, 팔라딘은 자세히 보니까 사람처럼 두 발로 걷네? 거기에 검까지 들고 있어?!
“다 필요 없고 화염방사기로 불태워 죽여주마.”
아직은 800m 거리가 차이가 났고 두더지들이 시스템의 디펜스 퀘스트 알림에 바로 돌격해 오지 않았고 족장의 명령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진성은 두더지 족장이 움직여서 뭔가 연설하듯이 하는 걸 어이없게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두더지가 연설까지 해?”
족장이라서 지능이 높은 건가? 참 의문점이 많았다.
동물의 언어로 말하고 있었는데 벌써 30분째 이어졌다.
진성은 디펜스가 점점 지루해지고 있었다. 아니, 올 거면 빨리 오던가…….
두더지 족장은 그 후로 5분간 더 말을 하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 두더지 군단이 동물의 언어로 함성을 내고 있었다.
“이제 슬슬 들어오나??”
진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더지 팔라딘 두 마리가 검으로 진성을 가리키며 뭐라고 외쳤다.
그 외침의 끝에 두더지 5만 마리가 땅이 울릴 정도로 진성을 향해 전력 질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 드디어 오네! 어디 화염방사기 맛 좀 봐라!!”
진성은 몸에 장착한 화염방사기를 들고 가스통 밸브를 열고 두더지 중앙에다가 불을 붙였다.
화르르르륵 엄청난 불길이 두더지들을 덮쳐나갔다. 두더지들은 통구이가 돼가고 있는 현장이었다. 수많은 두더지들이 죽어 나가자 진성의 알림에서는…….
-두더지 군단 병사가 사망하였습니다. 흙덩이 1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두더지 군단 병사가 사망하였습니다. 나뭇가지 2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두더지 군단 베테랑 병사가 사망하였습니다. 나무 열매 13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두더지 군단 숙련 병사가 사망하였습니다. 민들레 씨앗을 7개 획득하였습니다.
-두더지 군단 병사가…….
이런 수많은 창이 계속해서 뜨고 있었다.
“어휴, 알림 끄자…….”
진성은 화염방사기로 두더지들을 통구이로 만들면서 설정 창에서 알림을 끄기로 하였다. 너무 많은 알림이 뜨다 보니까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화염방사기 가스통은 마력으로 채워서 사용하는데, 진성의 마력이 5,000이 넘었으므로 무한으로 방사 가능하였다.
역시 화염방사기의 위력은 강했다. 두더지들은 불이 붙은 채로 돌진하거나 그대로 타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
“워우……. 5분은 쏟은 거 같은데……. 벌써 이렇게 많이 죽었네?”
진성의 눈앞에 죽은 두더지 숫자만 물경 6천 마리가 넘어갔고 불이 붙어서 괴로워하는 두더지만 1만 마리가 넘어가고 있었다.
두더지들이 많이 당하자 두더지 족장이 전술을 바꿨다.
현존 남은 두더지 군단을 세 개로 쪼개서 진성을 상대하거나 세계수 쪽으로 달려가거나 강화 유리 하우스 쪽으로 달려가는 작전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세린아! 이때야!!”
진성은 다급히 세린이를 불렀고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린이는 정령들과 작물들을 불러 모아 세계수 쪽으로 오는 두더지들과 맞서 싸웠다.
정령들은 자신의 속성에 맞게 바람, 불, 물, 흙으로 그들을 괴롭혔고 나무들은 가지를 뻗어 두더지들을 두들겨 패거나 잡아서 멀리 날려 버리고 있었다.
세린이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작은 검을 꺼내서 세계수를 지키는 작은 요정 병사 100여 명과 함께 두더지들을 무찌르고 있었다.
“강화 유리 하우스 쪽은 해바라기, 너만 믿는다…….”
파리지옥들과 해바라기 그리고 함정 버섯이 그 위치에 있었기에 저 녀석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디펜스 퀘스트는 꽤 치열했다.
강화 유리 하우스로 달려가는 두더지 군단은 약 5천 마리였는데 하우스 앞의 장애물인 파리지옥들이 보이자 달려들어 물거나 할퀴었지만, 파리지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거기에 대형 수많은 해바라기 씨앗 같은 걸 속사포처럼 뱉어내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라는 소리가 들리며 두더지들을 맞추고 있었는데 씨앗에 맞은 두더지들은 큰 대미지를 받고 기절하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거기에 함정 버섯이 마비 가루를 날리는 포자 폭발 스킬을 쓰는 것이 보였다. 아군에게는 효과가 전혀 없는 좋은 스킬이었다.
일방적으로 두더지들이 당하고 있었다.
“끽끽!!”
두더지 족장이 화를 내고 있었다.
‘몇 안 되는 정령들과 인간 그리고 작물들에게 당하다니!’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두더지 족장은 화가 나서 뒤에 머물고 있던 팔라딘 두 마리에게 무어라 명령을 내렸다.
갑옷을 입은 팔라딘 두더지들은 살기 어린 눈으로 진성을 쳐다보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검을 든 채 말이다.
마침 진성은 두더지 군단 1만 마리 이상을 다 죽인 후, 숨을 돌리는데 바로 앞에서 팔라딘 두더지가 다가오는 게 보여 인벤에서 삽을 꺼내 들었다.
“이제 팔라딘이냐? 삽의 뜨거운 맛을 보여 주마!”
중급 농부 진성과 팔라딘 두더지 두 마리의 대결이 펼쳐졌다.
주변 밭에서는 세린이와 정령들 그리고 진성의 수많은 작물이 두더지들을 전멸시켜 나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압승이었다.
이제 남은 건 두더지 팔라딘들과 두더지 족장뿐이었다. 겨우 1시간도 안 돼서 5만 마리를 전멸시켰다.
그중 제일 활약이 높았던 건 진성의 화염방사기를 제외하고 해바라기였는데 해바라기는 씨앗 미사일들을 발사해서 두더지 5천 마리를 없애 버렸다.
해바라기 다음으로는 함정 버섯이었는데, 마비 가루를 날려 두더지 군단의 일부를 마비시키거나 이동속도를 낮추었다.
“팔라딘은 일반 두더지보다 얼마나 강할까?”
일반 두더지들은 아까 화염방사기로 모조리 태워죽였지만, 진성의 몸에 조금의 생채기도 못 냈다.
이제는 팔라딘 두 마리와 대치 중이었는데 일반 두더지보다 살기 농도가 더 짙었고 조금 강해 보였다.
“끽끽끽!!”
팔라딘 한참 뒤에서 족장이 무어라 외치며 명령을 내렸는데, 아마 빨리 공격하라는 의미 같았다. 뭔가 대강 그렇게 들린다고 해야 하나??
팔라딘들은 한참 동안 진성과 눈싸움을 하며 대치하다가 뒤에서 족장이 외치자 움찔거리며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꿀꺽.
진성은 중급 농부의 삽을 든 채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 먼저 칠까? 라는 고민이 들었다.
아직도 공격이 안 들어오고 있었던 터라……. 대치한 지 벌써 30분이 넘어가고 있다.
조금 답답해지고 있던 터라 진성은 먼저 치기로 하였다.
“이얍!!”
진성은 삽으로 강하게 좌측 두더지 팔라딘 머리를 강타하였다.
퍼억!
큰 소리가 나며 좌측에 있던 두더지 팔라딘은 삽에 머리를 맞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알림이 떴다.
-두더지 군단 팔라딘이 사망하였습니다. 팔라딘 갑옷과 일부 질 좋은 중급 철괴 2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으응? 한 방에 죽었다고?!”
아니. 치명타도 아니었는데? 왜 이리 약해???
삽 한 방으로 나가떨어진 동료 팔라딘을 보자 우측에 있던 팔라딘이 분노해서 끽끽거리며, 진성에게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부웅.
소리가 나며 진성의 머리카락을 일부 잘랐다. 진성은 깜짝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방금의 베기는 진성이 방심했었다. 굉장히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빠르게 피한 진성이었다.
“휴우……. 큰일 날 뻔했네.”
진성은 다시금 대치 상태가 되자 어차피 이 팔라딘도 삽 한 방일 거라고 생각해서 정보창이나 볼까 하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이름:두더지 군단 팔라딘 Lv.35
등급:레어
생각:인간 따위가 이렇게 강하다니…….
특징:두더지 군단의 팔라딘이다. 즉, 기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의외네, 레벨이 높잖아?”
삽 한 방으로 죽길래 레벨이 낮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높아 진성은 살짝 놀랐다.
“너도 한 방으로 보내 주마…….”
진성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뭔가 분위기가 바뀌자 두더지 팔라딘은 꽤 긴장하였다.
아직도 멀리서 구경 중인 두더지 족장은 팔라딘에게 명령을 내리며 빨리 저 인간을 죽이라고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운명은 여기까지인 듯싶었다.
“끽끽!!!”
굳게 마음을 먹고 대치 상태에서 빠르게 움직인 두더지 팔라딘은 검을 날려 진성을 위협했다.
진성은 날아오는 검은 피했지만 두더지 팔라딘의 단검에 옆구리를 베였다. 팔라딘을 얕보았기에 조금 방심했던 탓이다.
“아앗!!”
진성이 베이는 걸 보던 세린이는 아빠가 걱정돼 빠르게 날아와 두더지 팔라딘을 작은 검으로 베어 버렸다.
두더지 팔라딘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세린이의 검에 베여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 죽은 두더지들은 황금 가루가 되어서 소멸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두더지 족장뿐…….
“아빠, 괜찮아요?”
세린이가 다가와 진성의 상처에 힐을 해 주고 있었다. 세린이의 손끝에서 나온 황금색 빛이 진성을 감싸면서 전체적으로 회복을 해 주고 있었다.
“괜찮아, 세린아. 힐 고마워!”
“네, 아빠!!”
“이제 남은 건 저 건방진 두더지 족장인가?”
“맞아요, 아빠! 나머지 두더지들은 다 소멸했어요!!”
두더지 족장은 희망의 끈이었던 팔라딘 두 녀석까지 소멸하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도망가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포위되었다. 진성의 정령들이 다가와 포위한 것이다.
“끽끽!! (겨우 인간한테…….)”
실시간으로 세린이 진성의 옆에서 통역을 해 주고 있었던 것.
“그래, 겨우 인간한테 다 전멸한 느낌 어떠냐? 건방진 두더지야.”
두더지는 바로 정면에서 걸어와 자신에게 말을 하는 인간을 보고 두려움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제 너만 남았는데……. 곱게 죽을래? 아니면 어떻게 해 줄까?”
두더지 족장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살려달라고 하고 있었다.
“감히 내 밭에 쳐들어와서 공격한 다음에 살려달라고?”
두더지 족장은 선물을 주겠다며 주섬주섬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뭔가를 꺼내려고 하고 있었다.
대체 뭘 주려고??
두더지 족장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동그란 아이템을 꺼내 땅바닥에 던졌고 진성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려던 찰나, 많이 익숙한 데자뷔가 진성의 눈에 펼쳐졌다.
엄청난 하얀색 빛이 동그란 물체에서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으악! 내 눈!!”
두더지 족장은 눈뽕을 당한 인간들과 정령들을 내버려 둔 채 도망쳤다.
진성은 약 몇 초간 눈의 아픔에 괴로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