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46. 046화
한참 동안 눈 공격까지 받은 진성은 약간 비틀거렸는데 금방 회복하였다.
“아니……. 요즘따라 눈 공격을 너무 많이 받는 거 같다?”
아무튼 드디어 삽이 새로운 장비로 태어나는구나!
진성은 빛이 사그라진 삽을 보니 뭔가 일반 삽에서 범상치 않은 삽으로 변한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럴 땐 정보창을 한 번 보는 거지!”
[이름:중급 농부의 삽
등급:레어
특징:초급 농부의 삽에서 한계치를 넘어서 중급 농부의 삽으로 변화하였다.]
“그럼 이전이 노말(일반)이었다는 거네?”
이제 삽도 변화시켰겠다. 나머지 초급 농부 장비들도 전부 한계치를 돌파시켜서 중급 농부 장비로 바꿀 예정이었다.
“아침에 사 온 딸기랑 토마토, 비트, 김장 무, 다 심어야겠다.”
죄다 모종으로 구매하였는데 씨앗부터 키우기에는 너무 귀찮았던 것이다.
강화 유리 하우스에 들어가 한 개 동은 딸기 한 개 동은 토마토 모종으로 간격을 맞춰서 심어 나갔고, 밖의 밭 1,800평에는 김장 무, 비트, 배추 등을 심었다.
“얘네들도 수확할 때쯤이면……. 지금이 9월쯤이니까 11월 되기 전이려나?”
체험 농장은 지금 심은 녀석들이 좀 더 자라나 수확할 때쯤에나 열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1개월 반을 기다려야 한다.
“이제 대강 된 거 같은데…….”
약 3시간을 걸쳐 새로운 땅에다가 모종을 심는 작업이 끝났다.
“그나저나 시스템 녀석은 아직도 차단인가? 요즘 나한테 말을 안 거네?”
진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스템의 알림이 들려왔다.
-중급 농부 헌터 강진성 님에게 제안합니다. A급 퀘스트 진행하시겠습니까?
“갑자기? 넌 자꾸 말이 없을 때마다 이렇게 큰 퀘스트 준비하는 거 같다?”
A급 퀘스트라니 조금 궁금한데? 할까?
“이게 강제 퀘스트냐?”
-맞습니다.
“결국엔 거부하지도 못한다는 거네……. 에휴, 그래서 내용은?”
진성은 약간 궁금증이 들기는 했으나, 보나 마나 엄청 어려운 퀘스트라고 생각하며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중요 A급 퀘스트:세계수의 성장시키기
1. 만병초 키우기(최소 레어 등급의 만병초를 어떻게든 구하십시오.)
2. 로열 젤리 구하기(여왕벌의 분비물을 채취하십시오.)
3. 명성도 1000 만들기(현재 강진성 님의 명성도는 398입니다.)
4. 황금 보리 키우기(다음 디펜스 퀘스트 때 보상으로 지급해 드립니다.)
5. 맨드레이크 키우기(현재 키우고 계신 맨드레이크를 성장시키세요.)
기한은 3개월 드리겠습니다.
“아니, 황금 보리는 디펜스만 하면 되는 거 같고. 맨드레이크야 그냥 키우면 될 거 같은데, 나머지 두 개는 좀…….”
시스템 녀석이 날 제대로 굴릴 셈인가? 경매장에 가면 있을 거 같은데. 그리고 그냥 성장 촉진제로 레벨업 시키면 안 되나?
진성의 모든 속마음을 읽은 시스템이 진성에게 말했다.
-성장 촉진제는 더는 소용없습니다. 만병초, 로열젤리 등은 경매장에서 구하면 무효처리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설마 만병초랑 맨드레이크 황금 보리, 로열젤리 다 채취해서 플래티넘 등급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지??”
-전부 플래티넘 등급으로 만드셔야 합니다.
“야! 날 어디까지 굴릴 셈이야?”
-세계수가 성장할수록 강진성 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불평불만은 그만하시고 A급 퀘스트에 집중 바랍니다.
진짜 할 말이 나오지 않게 만드네……. 잠깐. 이 정도 수준이 A급 퀘스트이면 다음 S급은 대체…….?
“디펜스 퀘스트는 언제 줄 건데? 그거라도 먼저 하려고 하는데.”
-강진성 님이 준비되시면 퀘스트를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내가 뭐 할 때 기습으로 줄 거 아니냐? 지금 주면 안 돼?”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철저하게 준비하세요.
“그래…….”
시스템과 말씨름 해 봤자 시간만 낭비다.
에라, 모르겠다. 준비하다 보면 저 녀석이 디펜스 퀘스트를 주겠지. 뭐……. 3개월 안에 저걸 다하라는 얘기는……. 내일부터라도 하라는 거네. 그렇지, 시스템?
-네, 맞습니다.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집에 가야겠네!
진성은 집에 가기 전 목조주택에 잠깐 들렀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세린이와 정령들은 잠을 자고 있었다.
정령들과 세린이에게 이불을 잘 덮어 주고 잠시나마 지켜보다가 불을 끄고 조용히 나왔다.
“이제 나도 가서 자야겠다. 3개월 동안 빡세게 준비하면 되겠지 뭐.”
앞으로 3개월간 엄청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끔찍했지만 그래도 1개월이 아닌 걸 감사하게 여겨야지.
집으로 돌아간 진성은 초급 장비 낫과 곡괭이 등을 꺼내서 서로 부딪치며 내구도를 낮췄고, 쩌어억 소리를 내면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진성은 눈 보호를 위해 잠시 피했다.
그런 작업을 몇 번 반복하였고, 물뿌리개를 제외한 장비들은 모두 중급 농부 장비로 변화하였다.
“이거 물뿌리개는 어떻게 하지?”
내구도 한계치로 가려면 많이 써야 할듯싶었는데 물의 정령이 생기니까 물뿌리개를 쓸 일이 없었다.
“나중에 쓸지 모르니까 일단 인벤에 잘 넣어 둬야지.”
물뿌리개와 변화한 장비들을 전부 인벤에 잘 넣어 두고 진성은 샤워하고 밥을 먹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편히 누워 쉬고 있었다.
“주말은 뭐부터 해야 하지?”
일단 A급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니까 만병초랑 로열젤리부터 빨리 구해야겠는걸? 아무래도 친구들의 도움이…….
즉, 정보가 필요했다. 로열젤리는 아무래도 친구들보다는 차현민 헌터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를 듯싶었고, 만병초는 시우나 성현이에게 물어보는 게 더 쉬울 것 같았다.
“그럼 내일 일어나자마자 다 연락해 봐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헌터 커뮤에도 검색해 봐야지. 경매장만 아니면 된다고 했으니 직접 구하라는 얘기 같은데 시스템의 말은……. 경매장으로 하면 안 되나?
좀 쉽게 쉽게 가는 게 좋은데, 이놈의 시스템은 여전히 날 굴릴 생각만 가득한 거 같고……. 에휴, 내 팔자야. 농부 헌터의 운명인가 이게…….
진성은 내일 할 것을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하였는데 일단 잠을 자기 위해 눈을 억지로 감았다.
* * *
노가다의 날, 즉 토요일의 아침이 밝아 왔다.
오늘은 만병초와 로열젤리의 정보를 얻어야 한다.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두 개의 소재를 검색해 봤는데, 만병초는 경매장을 제외하곤 북한산 또는 지리산 쪽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는 여러 가지 잡다했는데 쓸모없는 거 같아서 패스하였다.
그리고 로열젤리는 만병초만큼 구하기 어려웠는데 일부 상위 셰프 헌터나 상위 양봉가 헌터들에게서 구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흐음……. 어떻게 하지? 일단 로열젤리부터 물어봐야겠다.”
아무래도 로열젤리가 제일 빨리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그 후에 만병초를 구하면 될 것 같았다.
진성은 지갑에 있던 차현민 헌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재 오전 9시 20분이니 너무 이른 시간은 아니다.
아마 이쯤이면 받으시겠지? 하면 걸어본 것이다.
몇 번 신호음이 가더니만 뚝 소리와 함께 건너편에서 ‘여보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진성은 반갑게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저 저번에 봤던 농부 헌터 강진성인데요. 혹시 지금 잠깐 시간 되나요?”
-아! 진성 씨. 안녕하십니까? 네, 물론 시간이야 충분합니다.
“혹시 로열젤리 가지고 계시거나 아니면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알려 주세요.”
-갑자기 로열젤리는 왜요?
“아아……. 그게 퀘스트거든요.”
-흠……. 농부 헌터는 퀘스트가 다양하나 보군요. 일단 로열젤리라면 제가 조금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문제는 요리에 써야 하는 터라. 일단 제 지인 중에 양봉가 헌터가 있는데 한 번 물어봐 드릴까요?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그럼 이따가 오후 2시 넘어서 전화 주시길 바랍니다
“네, 그럼 오후 2시 넘어서 전화하겠습니다. 현민 씨.”
-네, 알겠습니다.
차현민 헌터와 통화를 끝낸 진성은 일단 희망이 보였다. 로열젤리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거 같다.
이제 남은 건 만병초인 건가……. 시우에게 물어보는 게 낫겠지……. 아무래도 그 녀석이 사업을 많이 하기도 하고 약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아는 거 같으니까,
진성은 바로 시우에게 문자를 넣어봤다. 잠시 시간 되냐고 물어볼 게 있다고 말이다.
문자를 넣은 지 3분도 안 돼서 바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 난데.”
-어~ 무슨 일이냐, 진성아?
“다름이 아니라 내가 퀘스트 때문에 뭐 하나 구해야 하는데 혹시, 만병초 어디서 구하는지 아냐?”
-경매장에서 팔잖아.
“아, 경매장 것은 말고 직접 구해야 된대.”
-음……. 그래? 잠시만.
통화 건너편에서 시우가 비서에게 만병초에 대해서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 진성은 시우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한 5분 기다렸을까?
-진성아! 만병초 얼마나 필요하냐?
“어……. 한 개만 있으면 될 거 같은데? 레어 등급으로.”
-지금 바로 직원 통해서 보내 줄 테니까 30분만 기다려라.
“어……. 어…….”
시우와 통화가 끝난 진성은 약간 어벙벙하였다. 역시 인맥 쩔고 돈 많은 시우다.
레어인 만병초를 이렇게 쉽게 구한다고? 크으…….
“하루 만에 두 가지를 바로 구하는 건가……. 이득이다.”
어떠냐! 시스템! 네가 말한 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하기 직전인데? 이 정도면 된 거냐!
-잘하셨습니다. 강진성 님. 이제 키우시면 됩니다.
“그래……. 전부 플래티넘 등급 만들어야 한다고?”
-3개월이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판단됩니다.
어오, 저 시스템 녀석. 진짜 내 앞에 있었으면 정강이를 차버렸을 거다! 왜 얄밉지? 아무리 나한테 좋은 걸 준다고 하지만 굴리는 것도 제발 적당히 좀 해 줬으면 좋겠다.
-농부 헌터 강진성 님. 굴리는 것은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기대 바랍니다.
“뭐라고? 이게 시작이라니……. 잔인한 녀석!”
-씨익.
“뭐, 뭐야 너 방금 웃었냐?”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의 말을 차단하였습니다.
“아, 또 도망갔네.”
방금 말은 못 본 것으로 하자. 그래……. 이게 시작일 리 없어! 시작한 지 오래됐잖아?
진성은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 회피였다.
진성은 일단 시우가 보낸 만병초를 먼저 받은 후에 밭에 가기로 했다. 하여 정원의 텔포 앞에서 직원을 기다렸다.
정확히 30분이 지났을까?
텔포가 열리면서 어떤 헌터 한 명이 나왔다. 그 헌터는 진성을 보자마자 바로 물건을 전달해 주곤 다시 텔포를 타고 돌아가 버렸다.
“오호! 이게 만병초인가?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평범하게 생겼구나.”
받아 본 만병초는 화려한 식물이 아니었다. 국화계열의 하얀 꽃이라는 설명을 본 것 같았다.
“일단 인벤에 넣자.”
만병초를 조심스럽게 인벤에 잘 넣어 두고 오후 2시까지 집에 있기로 하였다.
오늘은 밭에 늦게 가거나 아예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진짜 집에서 온종일 뒹굴뒹굴한 게 얼마 만인가…….
진성은 오후 2시까지 집에서 뒹굴거리기도 하고 집 정리도 하였고, 쌓인 빨래들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며 주변 정리를 마쳤다.
그렇게 오후 2시가 되어 바로 차현민 헌터에게 연락을 했다.
뚜루루루.
신호음이 몇 번 이어지고 차현민 헌터가 바로 받았다.
“아, 여보세요~”
-네, 진성 씨. 아까 로열젤리 말씀하셨죠? 제가 지인분한테 물어보니까 로열젤리는 아직 생산할 수 없어서 대신 로열젤리를 생산하는 작은 여왕벌과 100마리 벌 및 벌집을 드리겠다고 합니다.
“아……. 그래요?”
-네, 제가 지인한테 부탁한 거라 돈은 안 주셔도 됩니다. 가지러 오시겠습니까?
“네! 위치 얘기해 주세요.”
진성은 여왕벌과 100마리 벌들을 받기로 하였고 거기에 벌집도 하나 받기로 하다.
차현민 헌터 덕분에 벌들까지 공짜로 얻게 된 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