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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45화 (45/209)

제45화

45. 045화

2층으로 올라와 회의실 2관을 찾은 진성은 침을 삼키고 회의실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왔다.

들어와 보니 농부 헌터 20여 명이 보였다. 진성이 들어오자 몇 명이 진성 쪽을 쳐다봤지만 초면이어서 다시 고개를 돌려 자기 할 일을 하거나 잡담을 나누었다.

진성은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스윽하고 둘러보니 대부분 40대, 50대였고, 20~30대로 보이는 이도 몇 명 보였다.

“아직 시작하기 전인가?”

진성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말했는데 옆자리에 있던 어떤 농부 헌터가 그것을 듣고는 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참석이신가 봐요?”

말을 건 헌터는 젊은 헌터였다.

“아……. 네!”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딱히 딱딱한 곳은 아니니까요.”

“그럼……. 혹시 보통 몇 명이나 오죠?”

“평균 50여 명은 참석하는 거 같아요. 저도 2년째 참석 중인데. 대화는 뭐 서로 정보 공유 같은 것들을 하고 있죠.”

옆자리 헌터한테 들어보니 정보공유 외에도 모임이 끝난 후에 회식을 하면서 친해진다고 한다.

진성은 일단 파주 지역의 농부 헌터들에게 얼굴을 비춘 다음에 다른 작물에 대한 정보를 받거나 해야 할 듯싶었기에 참석해 본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회의실이 점점 바글거리기 시작하였다.

웅성웅성.

어느덧 회의실 안은 50명이 넘는 헌터들로 가득하였다. 나름 젊은 농부 헌터들도 있었지만, 진성은 일단 눈치만 보고 있었다.

“자, 다들 모인 거 같으니까 시작해 보죠.”

어떤 40대 헌터가 나와 진행을 하였다.

“일단 오늘 처음 참석하는 분 있습니까? 한 번 손 좀 들어보시겠습니까?”

앞에서 진행하는 헌터가 말하자 머뭇거리다가 진성을 포함해 약 세 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손을 든 헌터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럼 처음 참석하시는 분들, 자기소개 한 번씩만 부탁하겠습니다. 간단하게 하셔도 됩니다.”

앞에서 진행하는 헌터가 말하자 맨 앞자리에 있던 50대로 보이는 농부 헌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시작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월롱에서 약 3,000평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D랭크 농부 헌터 52살 김택수라고 합니다. 농사한 지 8년 차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앞자리의 소개가 끝나고 중앙 자리에 있던 한 30대로 보이는 여성 농부 헌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개를 시작했다.

“아, 안녕하세요? 문산 내포리 쪽에서 1,000평 딸기 키우고 있는 D랭크 농부 헌터 31살 김소연이라고 해요. 농사는 시작한 지 4년 되었어요. 자, 잘 부탁드려요.”

중앙 자리에 있던 여성 농부 헌터의 소개가 끝나자 드디어 맨 마지막 자리에 있던 진성의 차례가 왔다. 진성도 자리에서 일어나 소개를 하였다.

“오늘 처음 농부 헌터들 모임에 참여한 문산 가야리 쪽에서 20,000평 허브, 수박 등 여러 가지 농사를 짓는 C랭크 농부 헌터 25살 강진성이라고 합니다. 농사를 시작한 지 이제 3개월 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진성을 마지막으로 소개가 끝나자 몇몇은 환영한다고 박수를 쳐주었다. 일부는 박수는 치지 않고 그냥 쳐다볼 뿐이었다.

“자자. 오늘은 세 분이나 새롭게 참여하였으니 다들 환영해 줍시다.”

“잠깐!”

진행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까부터 진성을 노려보던 한 농부 헌터가 한마디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아……. 또 저 아재야?”

“또 시작이네……. 에휴.”

“무슨 저 아재는 맨날 시비냐…….”

다들 익숙한 듯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잠깐이라고 외친 헌터를 보며 다들 툭툭 한마디씩을 내뱉었는데 그 헌터는 그 말들을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자네! 2만 평을 혼자서 한다고? 거기에 3개월 차??”

“아, 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농사가 장난인 줄 알아!!”

갑자기 그 아재가 큰소리로 호통치듯이 진성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헌터 몇 명이 인상을 찌푸리며 ‘저 사람 또 시작이군.’이라는 말을 다들 하고 있었다.

“무슨 말씀이시죠?”

“겨우 3개월 차가 2만 평을 한다고? 돈이 아주 많은가 봐? 보니까 딱 봐도 자기가 고생하면서 키우는 것도 아닌 거 같은데 그따위로 할 거면 농사 때려치워!!”

“초면에 실례하시는 거 아닌가요?”

“농사를 쉽게 보고 들어온 거 같은데……. 혼나볼 텐가?!”

갑자기 꼰대 같은 발언을 하며 진성을 당황하게 하였다.

대체 이 아저씨는 뭐지?

“아아, 또 왜 이러십니까?”

앞에서 진행하던 40대 헌터분이 그 꼰대 헌터를 말리고 있었다.

진성은 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아무리 농사 초보라지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진성의 옆자리에 있던 젊은 헌터가 그 주변 헌터들이 다들 꼰대 아저씨한테 한마디씩 뭐라고 하고 있었다.

“저기요? 형만 아저씨, 그만 좀 하시죠?”

“맞아요! 새로 오신 분한테 너무 막 그러는 거 아닙니다!”

“2만 평 혼자서 할 수도 있죠! 저도 혼자 1만 평 운영하는데요?”

“자네들은 모두 다 입 닫게!!”

왜 나한테 시비야, 저 아저씨는…….

주변에서 말리거나 뭐라고 하자 그 아저씨는 욕을 내뱉으면서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다.

몇몇 헌터들만 그 아저씨를 따라갔고, 나머지는 그대로 회의실에 남아 있었다.

진성은 좀 화가 났다.

옆자리에서 아까부터 진성에게 친절하게 얘기해 주던 헌터가 진성에게 말을 건넸다.

“좀 어이없으시죠?”

“네……. 기분이 안 좋네요.”

“저 아저씨가 좀 그래요. 꼰대 같은 그런 면이 많아서 여기에 오는 헌터들도 형만 아저씨 별로 안 좋아해요.”

“대체 저 아저씨는 왜 그러는 건가요?”

“그게…….”

옆자리 헌터한테 들어보니 대충 내용은 이랬다.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농사를 쉽게 보고 들어오는 일부 젊은이들이 국가 지원금 돈으로 땅을 구매하고 농사 조금 하다가 힘드니까 금방 때려치우고 나가고 그런 경우도 많이 생기거나 장난치다가 나간 젊은 헌터들을 워낙 많이 봐 왔다고 한다.

그 후로 새로 들어오는 젊은 헌터들에게 설교를 하면 꼰대 짓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지랖이 넓은 것인지…….

“들어보니 이해는 조금 가기는 하는데……. 그래도 초면에 저한테 저러는 건 좀 그렇네요.”

“이해해 달라고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저 아저씨가 또 시비를 걸면 무시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 그건 그렇고 통성명이나 할까요? 전 월롱 쪽에서 그냥 작은 평수로 농사짓고 있는 26살 임하준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회의실은 그 꼰대 아저씨 덕분에 분위기가 싸해졌으나 진행자분이 ‘자자, 다들 신경 쓰지 맙시다.’ 하며 다시 분위기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모임은 별거 없었다. 그저 새로 온 사람들의 소개와 그리고 서로 작물은 뭘 키우시냐부터 시작해서 서로 정보공유나 경험 등을 이야기했다.

진성도 옆자리의 임하준 헌터와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며 정보와 팁들을 받았다.

한편,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간 C랭크 농부 헌터 이형만과 그를 따르는 일부 헌터들은 1층에서 담배를 피우며 진성의 뒷담을 하고 있었다.

“형님~ 아까 그 강진성이라는 자식, 싹수없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형님.”

“그런 애송이가 2만 평을 운영하면서 농사를 한다고? 어이가 없습니다. 형님.”

“하여간 농사를 쉽게 보는 놈들 때문에 우리가 고생하는 거야.”

형만은 주변 친한 지인들에게 진성의 뒷담을 들으며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합리화하는 중이었다.

“형님~ 방금 제가 아는 지인한테 들어보니까 그 강진성 헌터 좀 명성이 있나 본데요?”

“그게 무슨 소리냐?”

“그 A등급 상추랑 루콜라를 판매한 거로 유명하더라고요.”

“A등급이라고??”

“그러하다고 합니다. 거기에 가야리에서 2만 평인지 모르겠지만, 거기서 농사짓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한 번 찾아가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봐야겠구만.”

형만은 진성이 제대로 된 농부 헌터인지 아니면 그저 국가 지원금만 빼 먹고 놀면서 장난만 치는 헌터인지 그게 알고 싶었다.

저번에도 강진성과 비슷한 헌터가 있었는데 그 20대 헌터 밭에 직접 찾아가 보니 작물은 한 개도 없었고 그저 잡초만 무성한 밭만 있는 걸 확인했었다.

그전에도 그런 이들을 몇 명을 만나봤기에 형만은 이번에도 분명 강진성이라는 농부 헌터가 거짓말을 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A등급 작물들도 분명 어디서 싸게 사 와서 자기가 키운 게 분명하다며 홍보했을 거고 말이다.

“형님, 저희도 따라갈까요?”

“아니, 됐다.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 왠지 나는 그 강진성 헌터가 거짓말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렇죠? 형님! 그런 애송이가 2만 평을 하다니 솔직히 믿기 힘듭니다.”

“맞습니다, 저도 믿기 힘듭니다.”

형만의 주위는 이미 간신들로 가득하였다. 형만을 따르는 농부 헌터는 20여 명에 달했는데 그중 친한 두세 명만 데리고 다녔다. 무려 20여 명이 따르니 자신이 옳다고 믿는 형만이었다.

“조만간 찾아가서 실체를 낱낱이 밝혀 주마, 애송이 녀석!”

형만이 이런 계획을 세우는 줄도 모르고 진성은 태평하게 회의실 안에서 여러 농부 헌터들과 얘기를 나누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었다.

진성에겐 불금의 첫 농부 헌터 모임이 끝나고. 다들 각자 집으로 가거나 회식을 하러 가기도 했다.

“그럼 저 먼저 갑니다, 진성 씨!”

“네, 다음에 봬요~”

진성은 회의실에서 친해진 몇몇 헌터들에게 작별 인사를 나누며 주차장으로 왔다.

“이상한 꼰대 아저씨도 있었지만 그래도 유익하긴 했네.”

친해진 헌터가 몇 명 있었다.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헌터들과 또는 40~50대 농사 오래 하신 분들과도 조금 친해졌다.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지.”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차를 타고 농업기술원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오늘 모임은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해서 오후 4시에 끝났는데 돌아가는 길은 전혀 막히지 않았다. 여기로 올 때는 30분 정도 걸렸는데 집으로 갈 때는 겨우 14분 걸린 것이다.

“그나저나 이 맨드레이크 다섯 개는 어떻게 하지?”

솔직히 말하면 자신한테는 쓸모가 없었기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20개 중 5개를 남긴 건데. ‘한 번 키워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일반 등급이니까……. 내 밭에 버프 걸고 키우면 레어 등급은 되지 않을까? 그걸로 또 랜덤 교환 상자 넣으면 20개 나오려나? 어우야, 끔찍한데…….”

‘에라. 모르겠다. 밭으로 잠시 갔다 와야겠네.’라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본 후, 자신의 밭으로 향했다.

세린이와 정령들이 안 보였는데……. 아마 목조주택에 들어가서 쉬고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세계수 가까이에 심어봐야지.”

마침 간격 띄운다고 세계수 주변에 공터가 있었는데 맨드레이크들은 작으니까 충분히 심을 만했다.

“인벤에서 5개를 꺼내자.”

진성은 세계수 주변 비어 있는 공터를 삽으로 적당히 다섯 곳을 판 후 인벤에서 맨드레이크 다섯 개를 꺼내었다.

꺼내자마자 고막 테러가 시작되었다.

“아, 진짜 겁나 시끄럽네. 들어가!!”

진성은 맨드레이크들을 발로 밀어서 구덩이로 굴러가게 하였다. 데굴데굴 굴러서 들어간 맨드레이크들은 아프다는 듯이 초음파 비명을 내질렀다.

“아오. 내 고막!!”

삽으로 흙을 덮자 못생긴 맨드레이크들의 얼굴이 감춰졌고 머리 풀만 쏙 하고 나와 있었다. 흙으로 얼굴을 감추자 조용해진 것이다.

“이제야 조용하네!!”

맨드레이크들을 심어 버리고 떠나려고 했는데 아까 흙을 험하게 파서 그런지 금이 간 삽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파편들이 땅에 떨어지더니 황금색의 빛이 나고 있었다.

“안 돼!! 내 눈!!”

아까전의 고막 테러와 그리고 눈의 테러라니!!

2연속 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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