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44화 (44/209)

제44화

44. 044화

“오늘도 점검은 끝난 거 같고……. 문제는 이 맨드레이크를 어떻게 처리하냐…….”

이 끔찍한 혼종 맨드레이크 20개를 자신이 쓰기에는 좀 그렇고……. 그냥 경매장에 가서 파는 방법밖에 없는 건가?

“일단 집에나 가야겠다.”

집으로 가기 전에 목조주택에 잠시 들러 세린이와 정령들에게 내일 저녁 또는 모레 아침에 오겠다며 말해 놓고선 집으로 향했다.

세린이와 정령들은 집이 생겨서 앞으로 그곳에서 잠을 자거나 쉴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진성은 일단 방에 들어와 헌터 커뮤에 들어가 맨드레이크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판매하려면 대략적인 가격이라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검색해 보니 일반 등급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어림잡아 봤을 땐 개당 100~300만 원 사이였다.

“어차피 돈 욕심도 없으니까 맨드레이크 5개만 남기고 15개는 팔아 버려야겠다.”

진성은 이 맨드레이크들을 아예 싸게 팔기로 했다. 어차피 자기가 가지고 있어봤자 쓸 데가 없었기에 최소 개당 100만 원이라고 했지만, 자신은 30만 원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미 계좌에도 돈은 많은 터라 큰 욕심은 없었다.

“너무 싸게 해서 올리는 건가? 아니지. 맨드레이크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싸게 팔아야겠다.”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일찍 주민센터에 들른 다음에 경매장에 등록하고 파주 농업기술원에 가려고 하였다.

농원기술원 모임 시간을 보니까 오전 10시~10시 30분쯤까지 모이는 거로 되어 있었기에 급하게 갈 필요는 없었다.

주민센터는 금요일 아침 9시에 정확히 열리니까 미리 가서 대기 타야겠다는 생각이 앞선 진성은 오늘은 일찍 자기로 하였다.

헌터 커뮤 검색이 끝난 진성은 씻고 저녁밥을 먹은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시간을 보니 아직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너무 일찍 자는 건가?”

진성은 잠이 오지 않아 폰으로 간단한 게임을 깔아서 조금 하다가 잠이 들었다.

* * *

불타는 금요일 아침이 돌아왔다.

“드디어 대망의 금요일이네……. 요즘 시간 진짜 잘 간다.”

가을 초라서 그런지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었다. 진성의 밭은 세계수의 버프가 걸려 있어서 반팔 티셔츠인 채로 돌아다녀도 버프 받는 안쪽은 날씨가 선선하였다. 마치 봄처럼 말이다.

“어으, 쌀쌀하네. 오늘 날씨도.”

따듯한 물로 씻은 진성은 아침을 챙겨 먹고 옷을 살짝 두툼하게 입었다. 출발하기 전 시간을 보니 아직 오전 8시였다.

“그래도 일찍 가서 대기 타다가 대기 번호 1번으로 들어가서 등록하고 와야지.”

집에서 오전 8시 10분에 나온 진성은 차를 타고 문산 주민센터로 향했다. 이 시간대는 출근 시간대라서 문산 시내로 진입하면 할수록 북적거렸다.

“오늘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네.”

열심히 일하는 출근러들 즉, 직장인들을 보며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쁘게 등교하는 학생들도 보이고 있었다.

“나도 학생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좋았지.”

라며 학생일 시절을 잠깐 떠올렸다. 그때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친구들과 여기저기 다녔었다. 이제는 헌터가 돼서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그런 과거를 떠올리면서 약간의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뒤에서 빵빵거리기 시작하였고, 신호가 바뀐 걸 이제야 보고 얼른 출발했다.

“어휴, 큰일 날 뻔했네.”

잠깐의 추억에 빠져 있었는데 하필 신호가 바뀌었다니.

시내 안쪽에 있는 문산 주민센터 주차장에 도착한 진성은 차를 입구 가까이에 주차하고는 주민센터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에서 폰 게임을 하며 살짝 주변을 보는데 자신 말고도 헌터로 보이는 몇 명이 주민센터 앞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진짜 빨리 오는 사람들도 있구나.”

나처럼 급하게 경매장을 찾은 헌터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서류를 받기 위해 온 헌터도 있겠지.

진성은 폰으로 게임을 하며 주민센터 1층 문 근처에서 주민센터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 30분 지났을까? 주민센터 안쪽에서 활발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업무 개시다.

“슬슬 들어가 볼까? 9시네.”

진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에서 대기 타고 있던 헌터들도 우르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물론 진성이 제일 가깝게 있었으므로 1등으로 들어갔다.

바로 3층에 있는 경매장을 찾은 진성은 대기 순번표를 뽑은 지 10초도 안 돼서 바로 1번 창구로 향했다.

“역시 1번은 좋다니까.”

진성은 1번 창구 앞으로 빠르게 갔다. 1번 창구 직원은 자신이 처음에 이것저것 할 때 도와줬던 그 직원 아저씨였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아니, 강진성 헌터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오늘도 경매장에 무슨 용건이 있으십니까? 판매? 아니면 구매입니까?”

“오늘은 판매로 왔죠. 일단 물건은 이겁니다.”

진성은 인벤에서 꺼낸 맨드레이크를 1번 창구 테이블에 올려놨는데 이 녀석이 잠이 깼는지 또 비명을 지르려고 해서 손날로 맨드레이크의 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후, 큰일 날 뻔했네.”

“맨드레이크를 그렇게 기절시키는 헌터분은 또 처음이군요.”

“아, 그런가요?”

“맨드레이크라고 말씀하셨으면 저희가 따로 맨드레이크 입마개를 준비했을 겁니다.”

“아……. 그건 몰랐네요. 그런데 입마개요?”

뭐지? 내가 잘못 들었나? 얘가 댕댕이도 아니고 입마개라고?

“네, 입마개 맞습니다.”

그 직원 아저씨는 창구 테이블 위에 입마개를 꺼냈다. 그런데 강아지용 입마개 같은 건 아니고 아예 말을 못 하게 즉, 비명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하는 입마개였다. 숨만 쉴 수가 있게 하는 그런 용도인가 보다.

“이런 입마개가 있네요?”

“네. 아무튼, 강진성 헌터님, 맨드레이크 총 몇 개입니까?”

“15개고 일반 등급입니다.”

“그럼 개당 얼마에 올리실 건가요?”

“저한테는 쓸모없기도 해서 혹시 개당 30만 원 됩니까?”

직원은 순간 잘못 들었나? 했지만 진성의 표정을 보니 진심인 거 같아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개당 30만 원 맞으십니까?”

“네, 그렇게 해 주세요. 물론 엄청 싸게 판매하는 건 맞지만 분명 맨드레이크 필요로 하는 가난한 분들도 있을 거 같아서 싸게 파는 겁니다.”

“그런 뜻이 있었군요. 역시 강진성 헌터님은 보통이 아니십니다? 통이 크시군요.”

“통이 크다뇨……. 그냥 저한테는 진짜 쓸모없는 거라서요.”

“아무튼 그렇게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직원은 진성에게 맨드레이크 15개를 받았고 기절한 맨드레이크 1개를 포함해서 모두 15개에 입마개를 채웠다.

맨드레이크들은 입마개가 답답한지 인상을 쓰며 마치 벗겨달라는 듯 진성과 직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진성과 직원은 무시하고 있었다.

진성은 입마개에 괴로워하는 맨드레이크들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구매도 해야지!”

마침 강화 유리 하우스에서 키울 가을 딸기와 토마토를 깜빡 잊을 뻔한 것이다.

“혹시 가을 딸기 모종하고 토마토 모종이 있을까요? 거기에 김장 무와 비트도요.”

“네, 잠시만요. 강진성 헌터님.”

직원은 일단 맨드레이크들을 판매에 올려놓고 진성이 요구하는 것들을 찾아내었다.

“자. 여기 있습니다.”

진성이 요구하는 것들을 모두 찾아내 거래하였다.

헌터 카드로 결제했고 직원은 1대1 거래 창에 아이템들을 올려 놓았다. 진성이 수락하자 모두 인벤으로 들어갔다.

“흐음, 정확히 다 들어왔네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네, 오늘 거래도 감사합니다. 강진성 헌터님!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넵.”

진성이 떠나간 자리에는 더는 아무도 호출되지 않았다.

1번 창구에 있던 직원은 심 과장이라는 사람이었는데 1번 창구에서 진성하고 거래가 끝난 후에 다른 직원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물러났다.

직원들은 여전히 심 과장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수군거렸다.

“심 과장님은 대체 왜 저 헌터에게만 신경을 쓰실까?”

“그러게……. 저 헌터가 뭐라고? 그냥 C급 헌터잖아.”

“그 뭐냐, 심 과장님의 친척이라는 소리도 있더라.”

“에이, 설마.”

“뭐, 모르지. 진짜 친척일 수도?”

“야, 친척이면 보통 알아봐야 정상 아니냐?”

“아, 그건 그러네.”

그런 직원들의 말들을 뒤로 한 채 심 과장은 조용히 3층 자신의 과장실로 들어와 또 어디로 전화를 걸어 보고하기 시작했다.

“네, 회장님……. 오늘도 강진성 헌터가 왔다 갔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회장이라는 사람과 심 과장의 정체는 뭘까?

그런 비밀스러운 심 과장을 뒤로 하고 주민센터를 나온 진성이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오전 9시 30분이었다. 30분간 거래를 진행한 것이다.

“이제 바로 파주 농업기술원에 가면 되나?”

주차장으로 걸어 들어와 자신의 차에 탑승하고 차 안에서 내비를 찍어 보았다. 정확히 어디 위치인지 말이다.

“어? 금촌이구나! 금촌이면 시간이 대략…….”

10시 30분까지 가야 하는데 현재 남은 시간은 1시간가량……. 갈 수 있을까? 내비로 시간을 보니 25분에서 30분쯤 걸린다고 나왔다.

원래 15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아직 출근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뭐, 충분히 가겠네……. 10시 30분까지니까.”

진성은 처음 가 보는 농부 헌터들의 모임이라 기대되었다

과연 어떤 유명한 농부 헌터들이 오며, 그리고 대화 주제가 무언지도 정말 궁금했고. 자신의 또래 농부 헌터가 있을지도 궁금했다.

저번에도 커뮤에서 검색해 보니까 20대의 농부 헌터는 거의 없고 대다수가 40~50대였기 때문이다. 20대는 대부분 전투직 계열이라서 그런지 수가 적었다.

“일단 가 보면 알겠지. 진짜 동갑이나 나이가 비슷한 헌터 있었으면 편할 거 같은데.”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파주 농업기술원까지 거리는 약 11km였다. 문산역을 지나 통일 교차로까지는 막히지 않았고 봉서 4리를 지나고 파주역을 지나고 점점 금촌역에 가까워지자 도로가 막히기 시작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 천천히 가지 뭐.”

막히니까 조금 답답한 점도 있었지만, 시간은 충분했고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막힌 도로가 조금씩 뚫려서 점차 원활해졌다.

“오, 뚫린다. 이때다!”

진성은 타이밍을 잘 보고 차선을 바꾸고 들어갔다. 금촌역에 거의 도착할 때쯤 보니까 아까 자신이 있던 차선 앞에 교통사고가 나 있었다.

“어쩐지 거기서 좀 막히더라…….”

출근 시간대라서 막힌 줄 알았지만, 앞에 교통사고도 있었다니…….

금촌역을 지나 영태5리 마을회관까지 오자 목적지가 보였다.

“금촌에는 농원 기술센터랑 기술원이 있으니까 헷갈릴 수도 있겠다.”

원래부터 농업기술센터가 있었고, 다음에 생긴 곳이 농업기술원이었다.

두 곳의 다른 점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그냥 본관 별관의 차이랄까? 별관인 농업기술원은 영태5리 쪽에 있었다. 거기서 좀 더 떨어진 기술센터가 본관이니…….

“여기가 농업기술원인가? 크네…….”

별관이라서 작은 줄 알았는데 본관 농업기술센터처럼 컸다.

“어디 보자, 주차장이 어디 있지?”

농업기술원 정문까지 다다라 정문에 있는 경비초소가 보여서 물어보기로 하였다.

“저기, 농업기술원 모임이 있어서 참여하려고 왔는데 주차장이 어디에 있나요?”

“주차장은 저기입니다.”

경비원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문으로 들어가 가장 오른쪽에 주차장이 있었다.

아아, 그걸 못 봤네.

“네 감사합니다~”

경비아저씨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정문을 지나 주차장에 주차하였다.

시간은 딱 10시였다.

“늦지 않았네. 이제 들어가 볼까?”

2층 회의실 2관이었기에 진성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