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43. 043화
내포리 산의 경사가 험한 곳에서 진성과 현민은 열심히 이 잡듯이 산을 뒤져가며 탐색을 했다. 점점 시간이 흐르고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휴우……. 벌써 이 시간이로군요……. 1시간만 더 찾아봅시다, 진성 씨.”
“네, 그러죠. 뭐…….”
진성도 열심히 찾았지만 눈에 띄는 건 아까 현민 씨가 알려준 일반 약초들뿐이었다.
“약초가 이렇게 찾기 힘든 거였구나.”
중얼거리며 다리가 잠시 풀려 주저앉았는데 바로 앞에 낙엽으로 덮인 무언가가 보였다. 뭔가 산삼 같기도 한 이상한 게 눈에 들어왔다.
“어? 이거 뭐지?”
진성은 그 식물에 다가가 모종삽을 꺼내 조심스럽게 주변 흙을 파내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흙을 파내었을까?
점점 모습을 드러냈다.
대체 이게 뭘까? 라는 생각에 주변 흙을 털어내고 그것을 꺼내는 순간, 그것에서 괴상한 비명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게는 얼굴도 달려 있었다.
뭐지, 이 끔찍한 혼종은?
“뭐, 뭐야!”
진성의 큰 소리에 현민 씨가 ‘무슨 일이지?’ 하고 달려왔다.
“뭔가를 발견하셨습니까? 진성 씨?”
“아……. 이것 보세요.”
진성이 비명을 지르는 그것을 들어 올려 현민에게 보여 줬다.
현민은 이게 뭔지 바로 알아차렸다.
“이건……. 맨드레이크입니다. 희귀한 걸 찾아내셨군요.”
“맨드레이크요?”
“네, 한번 정보창을 열어 보십시오.”
진성은 현민 씨의 말에 비명을 지르는 작물을 내버려 두고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맨드레이크
등급:레어
특징:30년 된 맨드레이크입니다. 가끔 여러 약초를 강화하는 데 쓰입니다 또는 층간 소음 공격용으로 쓰일 수도?]
“약초 강화용인가 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맨드레이크 즙을 짜서 강화할 약초에 한 방울만 넣어주면 두 배의 효과를 볼 수가 있습니다. 다만 맨드레이크가 많지 않아서 비싼 값에 팔기도 하죠.”
“그럼 맨드레이크 한 개에서 즙이 얼마나 나오는 건가요?”
“일단 저 녀석이 레어니까 아마 즙을 짜고 희석해서 쓴다면……. 한 달은 쓰지 않을까 합니다.”
“저 조그마한 녀석에서 그 정도의 양이 나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가격은 얼마나 할까요?”
“흠……. 일반 등급이 보통 300만 원 선에 거래되니까 레어는 1,000만 원 넘지 않을까 합니다.”
“아하! 그렇군요.”
“자, 날도 어두워졌는데 이만 갈까요? 진성 씨.”
현민의 말에 진성은 주변을 둘러보니 많이 어두워진 상태였다. 더 시간을 보내다간 산에서 내려가기 점점 어려워질 듯하였다.
“네, 내려가시죠.”
진성과 현민은 산 중턱쯤이었는데 사람들이 잘 안 지나다니는 길목으로 내려오다가 더덕과 산삼, 인삼 등등 몇 가지 좋은 약초들을 발견해서 채취하면서 입구 쪽으로 내려왔다.
입구에는 우리와 비슷한 시각에 내려온 헌터들도 있었고 아직 내려오지 않은 헌터도 있다고 한다.
“자, 이제 퀘스트도 끝났으니 상추하고 루콜라를 사 들이고 싶습니다.”
“지금 꽤 많은 양이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물론입니다.”
현민은 인벤에서 계약서를 꺼냈고 진성과 좋은 협의 끝에 정기적으로 납품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진성 씨.”
“네, 저야말로 감사하죠!”
계약은 간단했지만 루콜라와 상추의 주인은 강진성이라는 헌터라는 것을 요리할 때마다 홍보해 주기로 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는 건 명성도가 엄청 쭉쭉 오른다는 얘기였다.
“아, 그리고 제 명함을 드릴 테니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시면 꼭 연락 주십시오.”
“아……. 네네, 감사합니다.”
진성은 현민에게 명함을 받아 들고 헤어졌다.
“슬슬 나도 가 볼까?”
시끄럽게 울어대는 맨드레이크 녀석을 인벤에 넣었는데 다행히 비명 소리가 바깥까지 들리진 않았다.
이 녀석은 인벤에서도 울어대는 걸까? 이 맨드레이크는 팔아야 하나? 아니면 내가 쓸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자신이 가지고 있어도 쓸모없으니 경매장에 팔아야겠다며, 농부 헌터들의 모임에 가기 전에 경매장에 등록해놔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집에 가서 씻고 바로 자야겠네……. 시간도 벌써 6시가 넘었고…….”
진성의 인벤에는 아까 내려가면서 채취한 퀘스트의 약초들과 맨드레이크 그리고 일부 약초들이 있었는데 진성이 차에 타자마자 퀘스트 창을 열어 해당 퀘스트 완료 버튼을 누르자 인벤에 있던 채취한 약초 20개가 없어지면서 현금 8만 원이 들어왔다.
“8만 원이라……. 쓰읍.”
진성한테는 매우 적은 돈이었다.
“집에나 가자…….”
다시는 채취 퀘스트는 하지 않아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였다. 돈도 안 되는 이 퀘스트를 한 번이면 됐지 두 번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차를 몰아 집에 도착한 진성은 정원에 택배 상자가 도착해 있는 걸 보고 인벤에 넣고는 들어오자마자 바로 씻고 옷을 갈아입고는 저녁으로 사과 한 개를 꺼내 먹고는 한참 동안 넋 놓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이동식 목조주택이랑 찜질방 오는 건가.”
아직 7시가 조금 넘었는데 할 게 없구나……. 목요일도 반복적인 작업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고 점점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일이 너무 편해져서 그런지 게으름이 다시 찾아오고 있었다.
“아……. 이러면 안 되지……. 자꾸 나른해지면서 게을러지네.”
‘정신 차리자.’ 하면서 양쪽 뺨을 두 손으로 짝짝 몇 대 치고는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 * *
목요일의 아침이 찾아왔다. 현재 시각은 오전 7시였다.
8시~9시 사이에 목조주택과 찜질방을 설치하러 온다고 하니 진성은 슬슬 일어나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아침에 설치 끝나면 초보 장비들 한계치를 넘겨서 새 장비로 만들자.”
어차피 장비야 부서지면 다시 복구된다고 하니까 오늘 한계치 직전인 장비들을 소모한 다음 복구시키기로 하였다. ‘그러고 나서 다음 할 일들을 찾아봐야지.’라며 목조주택과 찜질방 설치하는 직원들이 얼른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진성의 집 근처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거대한 트레일러의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 왔나 보다.”
밖으로 나가 보니 집 앞에는 목수 헌터 네 명과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목조주택을 싣고 온 거대한 트레일러 화물차가 있었다.
“아! 어서 오세요.”
“네, 이번에 주문하신 강진성 고객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이게 그 주문한 목조주택인가요?”
“네, 고객님. 설치하는 데는 1시간이면 될 거 같습니다. 땅을 고정해야 하는 작업도 있어서요. 어디에 설치하실 겁니까?”
“아! 따라오세요.”
진성은 그들을 안내했고 자신의 2만 평의 땅 구석 즉 강화 유리 하우스 맞은편 공터에 안내해 주었다.
“오! 땅 2만 평을 가진 농부 헌터분이 셨군요?”
“네, 뭐…….”
“1시간 정도 걸리니 근처에서 업무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진성이 그들 곁에서 살짝 떨어져서 잠시 지켜보았는데 목수 헌터들은 능숙하게 거대한 트레일러 화물차에서 목조주택을 내리고 위치를 맞춰서 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목조주택 옆에 5평의 사이즈 찜질방 건물도 하나 있었고 말이다.
“땅에 고정하는 작업이 저거구나?”
목수 헌터들이 동서남북 기둥 고정대 쪽에 흙을 파고 지지대를 세우며 목조주택을 설치하고 있었다.
“1시간이라……. 그동안 랜덤 교환 상자나 돌리고 있어야겠다.”
진성은 강화 유리 하우스 앞에 설치한 랜덤 교환 상자 앞에 서서 여기에 뭐를 넣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는 잡초를 넣었는데 이번엔 뭐를 넣어 볼까?”
인벤을 열어 쓸모없는 아이템을 찾아보는데 다 쓰는 거다 보니까 넣을 만한 게 없었다.
그러다가 어제 채취한 못생긴 얼굴에 비명을 내는 맨드레이크가 눈에 띄었다.
인벤에서 이 녀석을 꺼내었는데 바깥세상에 나오자마자 또 비명을 질렀다.
“시끄러워!”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기에 진성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랜덤 교환 상자에 덜컥 넣어 버렸다. 상자에 들어가서도 비명을 질러댔는데 진성은 무시했다.
“잘 가라, 맨드레이크.”
들어간 지 몇 초도 안 돼서 교환 상자가 푸른색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하자, 또 밝은 빛이 자신의 눈을 공격할까 봐 등을 돌렸다. 하지만 밝은 빛이 나오진 않았다.
“으음? 이제 됐나?”
푸른색 기운이 점차 줄어들다 없어졌다. 등을 다시 돌려 랜덤 상자를 열어 봤는데…….
“아……. 그냥 경매장에 팔걸…….”
바로 후회하는 진성이었다.
대체 진성을 뭘 본 것일까? 완전 똥 씹은 표정이었다. 상자에는 다름 아닌 무려 20개의 맨드레이크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노말 등급으로 말이다.
20개의 맨드레이크들은 진성이 똥 씹은 표정으로 쳐다보다 끔찍한 비명 즉 우는 소리를 내며 진성의 귀를 테러하였다.
“으악! 내 고막!”
맨드레이크들을 인벤에 몽땅 털어 넣었고 간신히 비명 공격을 피했다.
“어우야, 얼얼하다. 귀 너무 아픈데? 아니, 레어 한 개 넣었다고 같은 맨드레이크 20개를 주냐? 무슨 창조 경제야?”
다른 아이템이 나오리라고 기대했는데 하필 같은 맨드레이크라니. 그것도 일반 등급.
“아, 오늘은 운이 없나 보네.”
랜덤 교환 상자라서 그런지 진짜 랜덤하게 나오나 보다. 일단 같은 물건으로 나온 건 처음이었고 등급도 다르게 나오는 것을 확인했으니. 다음에는 다른 것도 넣어 봐야겠다며 12시간마다 실험을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공사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아 고개를 돌려보니 목조주택과 찜질방 설치가 다 되어 있었다.
“어라? 벌써 1시간이 지나갔어?!”
진성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장에게,
“벌써 끝나셨나요?”
라고 물었고, 그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성에게 대답하였다.
“네, 고객님. 모든 작업이 끝났습니다. 이제 정상적으로 물도 나오고 전기도 나오게 해 놨으니, 혹시나 사용하시다가 문제 있으시면 꼭 전화 주세요.”
“넵. 감사합니다.”
“네, 그럼 저희는 이만 철수하겠습니다. 고객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사장님도요~”
목수 헌터들과 사장은 타고 온 화물차를 끌고 돌아가 버렸고, 진성은 밭에서 다른 작업을 하며 고생하는 정령들과 세린이를 잠깐 불렀다.
다들 강화 유리 하우스 앞으로 모였다.
“세린아……. 그동안 고생 많이 했지? 아빠가 돈을 좀 들여서 여기 목조주택을 설치했는데 2층은 너희가 쓰면 돼.”
“와! 고마워요. 아빠.”
2층은 방이 세 개에 화장실이 한 개였는데 방 한 개는 세린이가 쓰면 되고 나머지는 정령들끼리 쓰면 딱 알맞았다.
진성은 세린이와 4대 속성 정령들을 데리고 목조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세린이의 방을 지정해 주고 다른 방 하나는 바람과 불의 정령이 쓰게 하고 마지막 2층 방 하나는 물과 땅의 정령이 쓰게 하였다. 정령들도 모두 마음에 드는듯하였다.
목조주택 구매한 보람이 있네.
“이제 대강 된 거 같네.”
목조주택도 생겼겠다. 거기에 찜질방도 설치했고 강화 유리 하우스도 있고. 점점 자신의 밭을 중심으로 주변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농장도 낙원이라고 지은 만큼 진짜 낙원처럼 만들 것이다.
“아직 2만 평이지만 10만 평의 농부가 되어 봐야지.”
진성의 1차 목표는 10만 평의 땅을 가져보는 것이었다. 아마 그쯤이면 진성의 밭 중심으로 이 일대는 전부 진성의 땅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가 기대되네.”
목조주택 안에서 즉, 1층 자신의 방에서 앉아 미래를 잠깐 생각하던 진성은 밭이나 다시 둘러보자 하며 일어나 목조주택에서 빠져나와 정령들과 함께 자신의 넓은 밭을 하나하나 점검하였다.
앞으로의 목표를 채우려면 8만 평을 더 구매하거나 저번처럼 퀘스트로 받거나 해야 했다.